책상 앞에 앉아 독서등을 켰다. 

지이잉 소리를 내며 노란 빛을 내는 오래 된 백열등이다. 

불을 켜자 아무것도 적지 않은 빈 종이 세 장과 두 자루의 연필이 보인다. 

연필을 쥐고 조용히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 갔다. 

종이 두 장을 거의 다 채웠을 때 연필심이 톡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동시에 밖에서 아침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왔다. 

둥 둥 둥 반복되는 소리에 놀라서 황급히 독서등을 끄고 숨을 죽였다.

밖에서 낯익은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발걸음 소리는 점차 가까워 지다가 벽 뒤에서 멈추더니 무언가 둔탁하게 툭- 떨어지는 소리를 내곤 이내 다시 멀어졌다. 

소리의 원인을 찾아 작은 구멍에 손을 뻗었다.

오늘도 감사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