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그들은 관의 숲에 도달했다. 마치 하나로 된 듯한 풍성한 관들이 줄지어 나무처럼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니, 있지도 않은 죽음의 신에게 기도를 올리는 모습이었다. 항시 어둑하여 출입을 금했었지만 아버지에게 잡히느니 차라리 내장이 뜯겨 죽겠다고 했던 그들에게 갈 곳은 이런 곳 뿐이었다.


"사랑하는 그대, 비록 우리가 스스로 목숨을 잃을지언정 마지막으로 잊지 못할 사랑은 당신 뿐이라는 것을 알기 바라오."


"아멜께 맹세코, 난 당신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영원히."


그들은 서로의 사랑을 약속하며 더욱 깊숙히 숲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들리는 소리는 관파먹기부엉이의 기괴한 울음소리와 이따금 내용물이 나오는 듯한 소리인 관의 삐걱거리는 괴이한 소리가 다였다. 관의 숲은 점점 어두워 발밑조차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들은 달리고 또 달렸다.


마침내 그들이 다다른 곳은 낭떠러지였다. 관의 숲에서 이어진 절벽의 밑에는 내장협곡으로, 끝없는 추락으로 만들어진 확실한 죽음만이 입을 벌려 그들을 향해 손짓해 오는 듯 했다. 그들은 물론, 관의 숲 안까지 자신들이 쫓기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까닭인지 계속해서 절벽 아래, 내장협곡을 내려다봤다.


확실한 죽음은 그때서는 믿을 수 있는 구원과도 같았다.


"사랑하는 그대, 우리는 한사코 이 확실한 죽음 속에 우리를 보살피고자 굽히시던 아멜이 있을 것이오."


"저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아멜은 우리를 여전히 바라보고 계셨군요."


이 얼마나 신성하고 성스러운 계시란 말인가.

그들은 이미 깨달았던 것이다.


자신들의 뜻을 알기를 바라는 그들은 악마와도 같은 아버지에게 마지막의 신념을 보이고자 했던 것이다.


그것은 필수불가결하고 또한 이 세계에 하나 밖에 없는 단심이다.

수많은 죽음과 함께 주변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불길한 기운 조차도 그들을 방해할 순 없었다.


내장협곡은 계속해서 그들을 손짓했다. 빨간 무언가로 얼룩져 흡사 핏줄로 보이는 식물들이 끝도 보이지 않는 내장협곡의 바닥에서부터 벽을 타고 흘러나왔다. 협곡의 악취는 쉴 새 없이 썩어가는 시체의 악취와도 같았으며 협곡에 날라다니는 작은 벌레들은 마치 자신들의 먹이 창고를 지키는 것마냥 붕붕 날아다니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그들에게 있어 그저 한줌의 모래와도 같았다.


놓으면 사라지는 것들이었다.


그때 하늘의 구름이 갈라지고 정체 모를 어둠이 쏟아져 내렸다. 그 망토와도 같은 어둠에는 수많은 눈이 달려 있어 그들을 주시했다.


"우리의 어둠과 같은 신이 그대 뜻을 허락하노니, 그대들이 이곳에 온 이유를 알고 있다."


"예."


"하여, 그대들의 신의 뜻은 무엇이더냐."


"예. 우리의 신, 아멜께서는 확실한 죽음으로 신성한 계시를 받아들이라고 하십니다."


"순례자들을 돌아올 수 없는 여행으로 몰아넣으니, 참으로 우둔한 신이로구나."


"예. 하지만 아멜께서 어리석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신의 뜻을 허락하노니 그대들은 그대들의 신의 뜻을 허락하여라."


"예. 아멜께 결단코."


그 후 그들은 지체 없이 내장협곡으로 뛰어내렸다. 끝없는 추락이 그들을 맞이했다. 바람과 같은 숨결이 그들을 스쳐 지나갔다. 빠른 속도로 그들을 베었지만, 그것은 평온한 뭉게구름과도 같은 것이었다. 곧이어 영원 또한 그들을 맞이했다.


한 줌의 소리도 없이.


한 줌의 흔적도 없이.


한 줌의 후회도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