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 곽상언 22대 종로구 국회의원 당선자가 경쟁자였던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에게 ‘자신을 비방·조롱한 선거운동에 대해 공개 사죄하지 않으면 선거 과정에서 약속한대로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최 의원이 18일 공개했다. 선거 기간 최 의원은 곽 당선자 아내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미국 아파트 매매대금 관련 의혹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제기했고, 곽 당선자는 당시 최 의원에게 “감옥 갈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곽 당선자는 14일 최 의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 “선거 후반 들어 최 후보께서는 여러 차례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선거 막바지까지 저와 제 가족을 비방하고 조롱하는 선거운동을 전개했다”며 “최 후보님의 비방과 조롱은 지금도 여전히 온라인 공간을 떠들고 있다”고 썼다.
이어 “저는 선거 과정에서 국민들과 종로구민들께 ‘선거 후에 비방에 상응한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드린 바 있다”며 “최 후보께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저와 제 가족을 비방하고 조롱한 방식과 ‘동일한 방식’으로, 종로구민들과 국민들께 공개적으로 ‘사죄’하시면서 향후 동일한 행위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서약’하신다면, 저는 국민들께 드렸던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될 명분을 얻을 수 있어, 다시 고려해 볼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곽 당선자는 문자메시지에 최 후보의 가족 비방과 조롱이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지 적지 않았고, 그 내용을 묻는 조선닷컴 질의에도 응하지 않았다.
선거 기간 둘 사이 충돌 혹은 상대 비방이 공개적으로 드러난 상황은 주로 정연씨의 미국 아파트 매매대금을 둘러싸고 벌어졌다. 정연씨는 미국 아파트 구매대금 일부인 13억원(약 100만달러)을 권양숙 여사로부터 받아 환치기 송금한 혐의로 2013년 징역 4월 집행유예 1년 판결을 확정 받은 바 있다. 환치기란 외국으로 돈을 보낼 때 신고 절차를 거치지 않고 외국 돈 가치에 상응하는 한화를 한국에서 넘기는 방식의 불법 송금 방식을 말한다.
판결문에 따르면 정연씨는 2007년 10월 경주현 전 삼성그룹 계열사 회장 딸 경연희씨와 미국 뉴저지주 웨스트뉴욕에 위치한 45평형 아파트를 220만달러에 매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권리는 당장, 집문서와 명의는 노 대통령 임기 뒤 넘기는 ‘차명 유지 조건’이었다. 계약금 40만달러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그룹 회장이, 100만달러는 환치기로 지불됐고, 매매대금 잔금 80만달러의 완납 여부와 환치기 100만달러의 출처는 밝혀지지 않았다.
권 여사는 검찰 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청와대를 방문한 지인과 퇴임 뒤 봉하마을 사저로 찾아온 지인들이 준 돈”이라며 “지인들이 누구인지는 인간적인 도리상 밝히기 어렵다”고 진술했다. 당시 이를 수사했던 윤석열 검사는 출처를 밝혀내지 않았다.
최 의원은 이 문제를 지난달 20일쯤부터 페이스북과 유권자에 보내는 휴대전화 단체 메시지를 통해 5 차례에 걸쳐 제기했다. 지난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토론회에서도 최 의원은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물었다. 최 의원은 “미국에 계실 때 구입했던 (아파트는) 부인이 구입하셨죠? 아파트 구매대금 출처가 어딘지요? 아파트를 계속 소유하고 계신지, 소유하고 있지 않다면 판매대금은 어떻게 처리됐는지 말씀해 달라”고 했다.
곽 당선자는 “질문 의도를 보면 내가 마치 노 대통령 시절에 부정한 돈을 챙겼거나 나 때문에 노 대통령께서 돌아가셨다고 보기 위해서 (그런 것 같다)”며 “최 후보님께 경고 드린다. 제대로 말씀하지 않으면 국회에 못 가시고 감옥 가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책에 아내가 관여돼 있다고 나와 있다. 그리고 ‘난 이 사건 실체를 모른다. 그리고 과연 아내가 책임질 일이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지금도 제가 미국의 집을 갖고 있거나 그 돈을 마련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면 그 집을 찾아주세요’란 내용도 있다”고만 덧붙였다.
조선닷컴이 17일 미국 뉴저지주 허드슨카운티 등기국 확인 결과, 정연씨가 경씨와 220만달러에 매매계약을 맺었던 아파트는 2013년 4월26일 70만달러(약 8억원)에 중국성(姓)을 가진 부부에게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이 이뤄진 건 정연씨가 환치기로 징역형 판결을 확정 받은 직후의 일이었다. 이 가격조차 곽 당선자가 올해 공개한 재산 보다 많은 규모다. 이번 총선에서 곽 당선자가 밝힌 재산은 약 7억8000만원, 2020년 총선 때 공개한 재산은 4억원이었다.
조선닷컴은 곽 당선자에게 “송금 확인된 140만달러 외 잔금 80만달러도 다 주고 거래를 종결했는가” “차액을 안 주고 거래 종결이 안 됐다면 계약금 제외한 돈은 돌려 받았는가” “경씨가 거래 종결 전 일방적으로 집을 팔았다면 이미 지급한 돈만큼 비율을 받았는가” “못 돌려받았다면 경씨한테 법적 대응은 했는가”를 물었다. 그는 답이 없었다.
곽 당선자 캠프 관계자는 “이런 건 선거 전에 물었어야 했다. 의도가 뭔지 보인다. 곽씨가 직접 대답할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