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안건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은 이 기사를 참고할 것)


최근 '김성회의 G식백과'라는 게임 이슈 유튜버가 이철우 변호사와 함께 게임산업법 제32조 제2항 제3호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한다고 밝히고, 청구인들을 모집하고 있음. 놀랍게도 단 하루만에 10만명을 넘은 것으로 후속 보도가 나왔음.


각설하고, 이 글에서는 게임산업법 제32조 제2항 제3호가 무엇인지, 그리고 게임산업법상의 등급분류 거부 제도 및 이에 관한 헌법적 해석에 대해 다뤄보겠음.


먼저 게임산업법 제32조 제2항 제3호는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음.

게임산업법 제32조(불법게임물 등의 유통금지 등)

②누구든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게임물을 제작 또는 반입하여서는 아니 된다.

 1. 반국가적인 행동을 묘사하거나 역사적 사실을 왜곡함으로써 국가의 정체성을 현저히 손상시킬 우려가 있는 것

 2. 존비속에 대한 폭행ㆍ살인 등 가족윤리의 훼손 등으로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것

 3. 범죄ㆍ폭력ㆍ음란 등을 지나치게 묘사하여 범죄심리 또는 모방심리를 부추기는 등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것 


그러나 위 조항은 등급거부 처분에 관한 직접적인 규정은 아님. 사실 다른 규정에서 등급거부 관련 사항을 규정하고 있음.

제22조(등급분류 거부 및 통지 등) 

  ②위원회는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 「형법」 등 다른 법률의 규정 또는 이 법에 의하여 규제 또는 처벌대상이 되는 행위 또는 기기에 대하여 등급분류를 신청한 자, 정당한 권원을 갖추지 아니하였거나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등급분류를 신청한 자 또는 사행성게임물에 해당되는 게임물에 대하여 등급분류를 신청한 자에 대하여 등급분류를 거부할 수 있다. <개정 2007. 1. 19., 2013. 5. 22., 2023. 8. 8.>


여기서 말하는 '이 법'이라 함은 당연히 게임산업법을 의미하고, 게임산업법 제32조 제2항 제3호가 등급거부 사유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직접적인 규정임.


그렇다면 스팀게임 차단 요청은 게임산업법 제22조에 따른 등급거부에 해당하는가?


당연하겠지만 아님. 등급거부의 결정은 게임물의 등급분류와 관련된 사항으로, 위원회가 심의 의결로써 해야 하는 사항임(게임산업법 제16조 제2항 제1호) 게임물관리위원회는 현재 2018년 1월 1일 이후 회의록을 전부 홈페이지로 공개하고 있는데, 스팀 게임 차단과 관련한 사항에 대해서는 안건에 오르는 것으로 보이지 않음.

즉, 스팀 게임을 차단 요청하는 법적 근거는 사실상 게임법 제32조 제2항 제3호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옴.


그러면 게임법 32조 제2항 제3호는 유통할 수 없는 게임에 관한 것이고 해외 유통 게임물을 차단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라고 주장할 수 있는데, 사실 이것은 법의 테두리라고 보기 모호한 그레이존이라고 보면 됨. '국내 유통 게임'에 대한 정의가 너무나 불분명하니, 일단 유명 플랫폼인 스팀에 대해 이메일로 게임법 제32조 제2항 제3호에 위배되는 게임이니 지역 제한을 '정중히 요청'하면, 스팀 측이 이를 '수용하는'식으로 차단이 이루어지고 있음. 즉, 법에 근거한 행정처분의 성격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자발적 규제'라는 모양새를 띄는 것임.


결론적으로, 이번 헌법소원은 게임 등급거부 자체에 대해 위헌 여부를 가리고자 하는 성격의 청구가 아님.

어디까지나 스팀에 대한 지속적인 차단 요구를 억제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임.


그렇다면 왜 피해를 입은 업계 사람들을 별도 창구로 모집하고 있는가?

이유는 간단함. 당사자적격 문제가 있어서 그럼.


헌법소원은 단순히 이 법이 위헌같다고 느껴진다는 사정으로 아무나 청구할 수는 없음. 우선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가 있어야 하고,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받아야 하며, 자기 자신과 관련된 사건이어야 하고, 기본권이 현재 침해받고 있는 상태여야 하며, 공권력이 직접적으로 권리를 침해한 사실을 입증해야 하고, 법에서 정한 기간을 도과하지 말아야 하며, 법이 정한 구제절차를 전부 거친 후여야 함.


게이머의 경우 가장 문제시되는 건 '자기관련성'임. 등급거부 처분은 게임사나 유통사가 받는 처분인데, 이것이 게이머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느냐는 것임. 과거 셧다운제 때는 이것이 인정된 사례도 있으나, 사실상 자기관련성을 인정하는 요건은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판단 영역이라 불확실함. 따라서 당사자적격이 있는 업계인들의 참여가 절실한 상황인데, 이 부분은 최근 유튜브 게시글을 보면 이미 해결된 것으로 보임.


뭐야 그렇다면 업계인을 내세워서 스팀 야겜 풀어달라는 거냐!

애초에 김성회의 G식백과에서 대놓고 관련 사항을 얘기했기 때문에 딱히 돌려말할 것도 없는 사안일 뿐더러, 이것은 이미 이 조항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거나 입고 있는 게임들에 대해서도 해당사항이 있음.


대표적으로 모탈컴뱃은 게임법 제32조 제2항 제3호의 '과도한 폭력성'에 걸려 아예 모든 시리즈가 낙인이 찍혀서 등급신청을 하는 족족 등급거부가 되고 있음. 


호주 검열판마저 등급거부를 때리고 있음.


뉴 단간론파 V3 관련한 사항은... 이미 사회챈에서 회의록 공개로 한 차례 불탄 떡밥이라 굳이 재론하지는 않겠음. 이 게임도 거부 사유는 게임법 제32조 제2항 제3호임 다음은 공개된 회의록 일부 내용 발췌.

(등급위원) 스토리가 살인조장입니다. 여론도 반신반의합니다. 살인을 미화시키고 정당한 수단처럼 하는 것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등급위원) 32조2항3호를 보면 이 조항에 저도 가장 중점을 두고 사행성, 과도한 폭력은 이유가 안 되고 이 부분입니다. 32조2항3호가 거부사유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등급위원) 이것은 귀여운 이미지로 포장했다는 겁니다. 더 잔인한 상황을 미화시켜 세뇌시킨다 그 부분 때문에 일본에서도 논란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즉, 스팀 차단 이외에도 왠만한 게임들 등급거부 문제는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큰 건임.


이제 여기까지 왔다면 대부분의 의문은 해결되었겠지만, 지워지지 않는 찜찜함이 있을 거임.

이번 헌법소원에서 왜 등급거부의 직접적 근거인 게임법 제22조 제2항은 안 넣은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청구를 주도하는 측이 구체적으로 이유를 공개해봐야 알겠지만, 이와 관련해서 내 나름대로 자료를 찾아봤음. 그러다가 아주 흥미로운 자료를 알게 되었음.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이 발간한 자료임. 여기서 게임등급분류거부 제도가 위헌적인지에 대해 간략히 다루는데,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히고 있음.

등급분류거부제도가 헌법상 금지되는 사전검열에 해당할 위험이 높다는 견해도 있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한국의 게임물 등급분류제도는 국가 주도의 등급시스템으로서 공적규제의 성격을 가지며, 게임물 등급분류가 ‘사전’심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게임물등급위원회(현재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행정기관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한다. 또한 등급분류거부는 종국적으로 유통금지효과를 유발하는바, 절대적으로 금지되는 사전검열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한다. 하지만 다음의 이유에서, 게임산업법상 등급분류거부는 사전검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첫째, 등급분류거부는 표현물의 내용규제로 보기 어렵다. 게임산업법 제22조 제2항은 등급분류거부사유를 열거하고 있는데, 이는 표현물의 내용에 관한 사항이 아니다. 사행행위규제법이나 형법 등에 의한 규제 또는 처벌대상이 되는 행위 또는 기기라는 점, 정당한 권원을 갖추지 아니하였다는 점, 등급분류 신청방법이 부정하다는 점, 사행성게임물에해당한다는 점을 두고 게임물(표현물)의 내용이라고 할 수는 없다. 특히 사행성게임물의 규제는 표현물로서의 게임물을 규율하는 제도라기보다는 기기 및 장치를 규율하는 제도이며, 콘텐츠의 내용이 아닌 운영방식에 따라 이루어진다.

둘째, 연혁상으로 등급분류거부는 유기기구 검사 제도를 계승한 것이다. 그런데 유기기구 검사는 표현물의 내용을 심사하는 제도가 아니었으며, 법정의 규격 및 기준에 적합한지 여부에 따라 합격・불합격을 판정하는 제도였다.


이것을 작성한 연구관의 사심이 개입된 느낌이 적지 않아 있지만, 어찌되었든 헌법재판소의 입장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위험성이 높음. 그래서 이철우 변호사가 위 자료를 접하고 게임법 제22조 제2항은 문제삼지 않는 쪽으로 헌법소원의 틀을 잡은 것으로 보임.


흥미롭게도, 위 자료에서 이어지는 내용을 보면 게임법 제32조 제2항 제3호에 대한 언급도 있는데 대단히 의미심장한 내용이 적혀있음.


게임산업법 제32조는 다음과 같이 불법게임물 등의 유통금지 등을 규정한다.

(법률 내용 생략)

그런데 학계에서는 불법게임물의 내용이 너무 불명확하고 추상적이어서 결과적으로 포섭범위가 매우 광범위할 가능성이 높아,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형벌법규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생각건대, 게임산업법 제32조 제2항은 불법게임물의 개념과 관련하여 추상적인 개념을 사용하면서도 예시를 통해 나름대로 명확성을 제고하고자 하였다고 판단된다.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것으로는 존비속에 대한 폭행・살인 등을 예시하며(제2호),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것의 예로는 범죄・폭력・음란 등을 지나치게 묘사하여 범죄심리 또는 모방심리를 부추기는 경우를 들고 있다(제3호). 하지만 존비속에 대한 폭행・살인 이외에 어떤 경우가 가족윤리의 훼손 등으로 미풍양속을 해하는지, 범죄・폭력・음란등의 묘사가 어느 수위에 이르러야 지나치다고 할 것인지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동 규정이 명확성원칙에 반한다고까지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보다 상세한 규율을 통해 수범자의 예측가능성을 제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료의 성격상 직접적으로 위헌이라고 단정하지는 것을 피하고 있지만, 해당 조항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학계의 지적을 제시하고 있음. 


아마 이철우 변호사는 이 부분을 공략해서 사전검열 그 자체보다는 '명확성원칙 위반'을 주된 청구 사유로 주장할 가능성이 높아보임.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사실 게임산업법 제22조 제2항까지 청구 대상 조문에 포함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지만, 이것은 구체적인 청구가 이루어지는 10월 초에 가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임. 다만 지금까지 발언한 내용 등을 종합해 보면 게임법 제22조 제2항 등급거부 근거 조항에 대해서는 헌법소원을 안 낼 가능성이 높으며, 사유는 위와 같다고 추론할 따름임. 결국 헌법재판소가 아무리 중립성을 유지한다고 해도 정치적 기관의 성격을 일정 부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고, 한국은 외국과는 달리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의 요건을 대단히 협소하게 잡는 나라임.


이러한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그나마 헌재 측 자료에서도 문제시한 게임산업법 제32조 제2항 제3호로 헌법소원의 범위를 좁혀서 승률을 올리려는 시도로 보임. 안타깝게도 이것이 인용되어 조항이 사라진다고 해도, 게임산업법 제22조 제2항이 있는 한 등급거부 제도는 유지될 것임.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게임물의 등급거부 사유가 사행성 아니면 위의 게임법 제32조 제2항 제3호라는 점을 볼 때, 등급거부가 가능한 범위를 축소시키는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고 생각함. 특히 스팀 게임물 차단 요청의 법적 근거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뜻깊은 성과라고 할 수 있겠음.


첨언) 게임물 등급분류거부 처분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생각

한국의 헌법재판소가 협의의 검열 개념(행정청의 주도로 사전에 그 내용을 심사하여 발표를 억제하는 것)만을 인정하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게임물의 등급분류 거부는 그 사유가 사행성이나 유기기구(아케이드 게임) 합/불 판정에 머무르지 않고 무한히 확장되는 것은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고 생각함. 이미 영등위는 이와 관련하여 5차례나 위헌 쳐맞고 등급거부 권한이 아예 거세됨(장작위키의 영등위 문서에 위헌 결정 정리되어 있음). 일부 사람들은 게임심의는 자율심의 개념이 있으니 위헌이 아니라는 주장도 하는데, 이미 이와 관련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었음.

의료광고의 사전심의는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위탁을 받은 각 의사협회가 행하고 있으나 사전심의의 주체인 보건복지부장관은 언제든지 위탁을 철회하고 직접 의료광고 심의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점, 의료법 시행령이 심의위원회의 구성에 관하여 직접 규율하고 있는 점, 심의기관의 장은 심의 및 재심의 결과를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보고하여야 하는 점,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인 단체에 대해 재정지원을 할 수 있는 점, 심의기준·절차 등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각 의사협회는 행정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사전심의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헌법재판소 2015. 12. 23. 선고 2015헌바75 결정 [의료법 제56조 제1항 등 위헌소원] [헌집27-2, 627]


단순히 심의기구 여러 곳에 자율심의 권한을 부여한다는 사정만으로는 자율적인 사전심의업무라고 볼 수 없다는 결정례임.

이러한 사례들을 종합하여 봤을 때, 나는 개인적으로 게임산업법 제22조 제2항 중 사행성 및 아케이드 게임의 합/불 판정과 관련한 사항을 제외한 부분은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하여 위헌이 맞다고 생각함.


헌법소원 자체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글이 없어 직접 써 봤는데 다소 두서없는 부분이 있는 거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