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 트라이앵글로 놀러 갔을 때의 일이다.



이 때는 바닷가 습지 생태 보호구역을 거닐다 숙소로 돌아가고 있었다.


빈 습지 벌판에 인적은 없고, 길과 우거진 풀, 해안과 평행한 기찻길 뿐이다.


철도 건널목을 지나는데, 길섶에서 누군가 손을 든다.


태워줄까?


차가 서자, 노인은 깜짝 놀란다.


배낭을 급히 챙기고, 비쩍 마른 개와 비쩍 마른 노인이 차에 들어선다.


노숙자 냄새. 숨을 쉴 수 없다.


".... 고마우이..... 아들이.... 나를 데려러 오기로 했는데.... 안오네.... "


"... 거... 전화기 좀 빌릴 수 있을까..... 아들에게.... 전화해서 물어봤으면...."


영감 그러시오


삘릴릴리.... 삘릴릴리


"누구세요?"


"애덤.... 나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안와서....."


"후....." 


전화 너머에는 침묵이 계속된다.


그리고는 드디어


"못간다고 했잖아요. 갈 수 없어요"


"온다고 ..... 한줄....."


"못가요."


"그럼... 언제?"


"...... 아버지. 저 시간 없습니다. 못간다고 말씀 드렸어요"


"..그... 그래.... 애덤, 사랑한다"


전화기 너머 순간 웃음소리인지 흐느낌인지 모를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 후.... 알겠습니다. 저 일해야 해요. 바쁘니 끊어요"


"전화통... 빌려줘서..... 정말 고마우이. 차.... 정말 고맙네."


아니 머... 괜찮습니다.


"... 10달러..... 만 줄 수 있을까"


아니 그건 아니되겠습니다. 여기쯤 내리시면 될까요? (냄새가 넘 나!) 


"아 .... 정말 고맙네... 정말 정말.... 고맙네.."


내가 착한 일 한거지만 왜 저렇게 고마워하는거지? 무슨 생명의 은인이라도 되는거 같네.


냄새나는 늙은이와 개를 내리고, 인근 잡화점에 가서 살충제를 사서 차에 뿌리고 주변을 거닐었다.


십중팔구 옮겨왔을 벼룩을 죽음으로 내몰으며, 상점 주변의 빅토리아 양식 가정집들을 구경했다.


근처 가게에서 이쁜 스탬프를 팔기에 30불 주고 샀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늙은이가 인적 없는 습지 한가운데의 기찻길 옆에서 진짜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