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평범한 34세의 회사원입니다.
용인 민속촌 근처의 회사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서울 역삼역 근처의 본사에 들어갈 일이
생겨 분당에서 완행버스를 타게 되었습니다.
버스는 별로 붐비지 않았고 자리를 잡지 못한
사람은 서너 명 정도였습니다.
저는 버스 안쪽으로 가서 뒤편에 손잡이를 잡고
서 있었습니다. 경찰대학 앞 정거장에서 양손에
잔뜩 짐을 든 한 할아버지를 태우고 버스가 막
출발 하다가 갑자기 급정거를 하더니
운전기사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차비 없으면 지금 내리세요.”
할아버지는 미안하다며 한 번 만 봐달라고
애원하며 용서를 구하고 있었습니다.
버스 기사는 그럴 수 없으니 빨리 내리라고
막무가내로 하차할 것을 재촉하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마침 지갑을 가지고
오지 않으신 것 같았습니다.
.
그 순간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 애가 자리에서
일어나 운전석 옆으로 가더니 가방을 뒤적여
만원 짜리 한 장을 돈 통에 넣으면서
기사아저씨한테 소리를 꽥 질렀습니다.
“할아버지잖아요. 앞으로 이 돈으로
할아버지 같은 불쌍한 분 열 번 태워주세요.”
라고 하면서 할아버지를 모시고 자기 자리로
가서 할아버지를 그 자리에 앉혔습니다.
순간 나는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리고 부끄러 웠습니다.
정말 내가 태어나서 어린아이보다 못한 나의
처신이 이처럼 부끄러웠던 적은 없었습니다.
분당선 미금역 정거장에 다 왔을 때 나는 만 원을
지갑에서 꺼내어 그 어린 학생의 가방에 얼른
쑤셔 넣어 주고는 서둘러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등 뒤에서 소녀가 외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아저씨, 괜찮아요.” “아저씨 감사합니다.”
나는 부끄럽고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그리고 눈물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여러분은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없나요?
베풀지 못하며 속으로 후회하고 두고두고
후회한 적이 없었나요? 물론 나도 그런 부끄러운
경험이 있습니다. 베풂에도 용기가 필요한
법입니다. 어린 초등학교 아이도 하는 일들을
어른들은 옆에서 그냥 지켜보기만 하고 나중에
부끄럽고 후회스러움에 얼굴이 화끈거렸던
경험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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