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382년, 의주 공방전.



전부 죽었다. 별일 아닐꺼라던 형도, 금방 돌아갈꺼다라고 했던 친우도, 용맹했던 한 기총(旗總)도. 명군의 앞에서는 모두 밑으로 한없이 떨어지는 낙엽처럼 무력했다. 몇달에 한번씩 오던 조보에선 명에 뭔 이상한 약을 팔았다나 뭐라나. 최소한 우리의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웠다. 처음에 우리가 가진 화기가 통할때는 안심했다. 


"무공을 익힌 자들이 등장하기 전까진." 


그 사람들은 마치 우리를 개미 밟듯이 해치워 버렸고,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천막에서 나오니 어지러운 관아(官衙) 앞으로 펼쳐진 조잡스러운 방어선이 눈에 들어왔다. 이것이 명군의 공격을 막을수 있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에에에엥! 


죽음을 알리는 경고음, 난 아직도 죽지 못해 살아있지만 이번엔 죽을것이다. 


주변 사람들의 눈동자가 보인다, 떠날수 있음에도 지금 여길 지키기 위해 남아있는 사람들. 사람들의 눈동자는 온통 두려움과 절망 뿐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그들의 존재가 마치 한명 한명의 장군과도 같다.



방어하라! 이 자리를 방어하라! 


모든 병들은 기필코 이 자리를 사수해.......



타타타탕! 


콰앙! 


투투퉁! 


여러가지의 총성과 포성이 이자리에 울러퍼진다. 


세로 보급된 신식 제식 소총, 몇주 전까지만 하더라도 골동품이였던 무종총, 二치 병술식 야포, 마찬가지로 골동품이였던 현자총통. 


그 소리는 다양하다. 


너무 오랜만에 온 화약을 감당하지 못해 총열이 터질듯한 소리, 총신이 터져 파편이 이리저리로 튀는 소리, 그걸 맞고 비명을 지르는 소리등.



나도 총을 쏜다. 


탕! 


앞에 있던 한 명군이 쓰러졌다. 


하지만 겨우 그걸로는 명군의 기세가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 


명군은 하나의 산과도 같다. 


거기서 나뭇가지 하나를 꺾는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는가?



난 죽을것이다. 


이전의 죽었던 자들과 함께 말이다.




"총알이 통하지 않아!" 


"살려줘!"



옆에서 한 속오군의 소리가 들린다.



"원군을 요청한다! 현 위치는 의주 관아!" 


"아니면 공습이라도! 제발......." 


또다른 옆에는 무전을 하고 있는 군관의 모습이 보인다. 


그의 얼굴은 실로 비참한 모습이다. 


하지만 대답은 오지 않았다. 


파삭! 


갑자기 무전을 하고 있었던 군관의 머리에 화살이 박히고는 머리가 마치 땅에 떨어진 홍시처럼 터져나갔다. 


그 앞에는 활을 들고 있는 장이족의 모습이 있다. 


"증오한다." 


가증스러운 귀쟁이들. 


그들은 명군이 오자마자 즉시 명군의 편에 붙고는 우리를 죽여나갔다. 


"다 죽여버렸어야 했다." 


그 활을 쏜 귀쟁이의 머리가 마찬가지로 포를 맞고는 터져나간다. 


뇌수와 끈적한 뇟덩어리가 마치 벛꽃이 흩날리듯 흩날렸다. 


뭐 몸매나 미색은 좋았지만 지금은 그저 곧 있으면 썩어서 구더기가 들어찰 역겨운 시체 한덩이 뿐이다.



"도망가!" 


서걱! 


방어선이 뚫렸다. 


명군이 참호 안에 들이 닥치며 앞에 보이는것을 닥치는대로 썰어버린다. 


군관이든 일반병이든. 


예외는 없다.



"나도 이제 곧 죽겠지." 


처음엔 죽는게 싫었지만 지금은 그저 이순간이 기다려질 따름이다. 


가족, 친우, 내가 알고 지냈던 모두. 


전부 죽었다. 


이승에 남은것이 없는데 어찌 이승에 살고 싶을 따름이라. 


지옥을 가든 연옥을 가든 천국을 가든 그 어디를 가든. 


"후회는 없다."



"치직... 치지직... 여기는..." 


머리가 터진 군관이 하고 있었던 무전기에서 어느 소리가 들린다. 


뭐 증원이든, 공습이든. 


승패는 이미 결정났고, 나는 죽는다.



"살려주세요!" 


갑자기 머리가 터진 군관 뒤에서 그 피를 뒤집어쓴 소년이 나오고는 무전기에 대고 외친다. 


그 소년의 모습은 실로 추하다. 


하지만 괜찮다. 


지금 여기중에서는 안 추한이가 없으니.



"아, 아, 지금 여기는 착호갑사 북부지부 제 七연대, 지금부터 가세 하겠습니다."




콰쾅! 콰콰쾅!



갑자기 폭음이 들리고는 천지가 진동한다. 


그리고는 보인다, 하늘을 수없이 수놓은 흑색 비계(飛械)들. 


쾅! 


방금전까지 수많은 이를 썰어대던 명군이 괴상한 포를 맞고는 몸이 터져나갔다. 


투투퉁! 


콰앙! 


커억!




지금까지 우리를 마치 개미 밟듯이 해치워 버렸던 명군이 이젠 역으로 밀리기 시작한다. 


폭탄을 맞아서 몸이 터져나가거나. 


철갑거인의 이상한 망치를 맞아서 몸이 산체로 으깨지거나. 


아무튼.



이제 서서히 숨어 있었던 우리 군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앞으로 돌격한다. 


와아아아아!!!



그리고는 아직 살아있었던 명군과 장이족들이 서서히 후퇴한다. 


우리가 이긴건가. 


나의 앞과 옆에는 수많은 이들의 시체가 있다. 


"이를 정녕 이긴것이라 볼수 있을까."



그리고는 나의 앞으로 어느새 철갑거인이 다가와 그 앞판을 열고는 말한다.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정녕 이겼다 할지라도. 


내 죽음에 변함은 없다. 


모두 죽었다. 


"나도 죽으면 안되겠느냐?"



탕!



사실 몇달 전에 쓴건데 지금 쓰고 있는 본편 안써져서 본편 대용으로 올린 외전임

필력 봐라 씨발 개못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