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반일 종족주의에 의해 지금 거짓말 천국이 되었다. 샤마니즘, 물질주의, 종족주의는 서로 깊이 통한다. 샤마니즘의 세계에서 양반은 죽어서도 양반이고, 종놈은 죽어서도 종놈이다. 삶과 죽음의 연쇄에서 선과 악의 절대적 구분이나 사후 심판은 성립하지 않는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양반이 되는 것은 한 인간의 영혼이 영원한 구원에 이르는 길이다. 그래서 양반 신분으로 승격하는 데 필요하다면 거짓말이든 돈이든 다 정당화되는 물질주의 사회가 성립했다.

물질주의 사회에서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집단 간에는 공유하는 가치나 진리가 없다. 두 집단이 충돌할 경우 이를 조정할 객관적 논변이 허용되지 않는다. 한 집단은 그의 물질적 성취를 위해 다른 집단을 배척하고 적대시한다. 그 집단에서 ‘자유로운 개인’이란 범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은 집단에 몰아(沒我)로 포섭되며, 집단의 이익과 목표와 지도자를 몰개성으로 수용한다. 이러한 집단이 ‘종족’이다. 이러한 집단을 기초 단위로 한 정치가 곧 종족주의다. 이영훈 교수를 비롯한 저자들은 한국의 정치가 이러한 종족주의의 특질을 강하게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나라의 정치를 좌우하는 지역감정이 그 좋은 예다.

이러한 한국의 정치문화가 대외적으로 일본과의 관계에 이르면 더없이 거센 종족주의로 분출된다. 반일 종족주의의 저변에는 역사적으로 형성된 적대감정이 깔려 있다. 중국에 대한 적대 감정은 역사적으로 희박했다. 그래서 반중(反中) 종족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중국에 대해서는 사대주의의 굴종 자세를 취한다.

한국의 민족주의에는 자유로운 개인이란 범주가 없다. 일본과 중국, 두 이웃 나라를 대하는 태도도 그 미숙한 세계관으로 인하여 현저히 불균형이다. 그래서 저자들은 한국의 민족주의를 종족주의로 고쳐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샤머니즘과 물질주의, 집단주의에 포획된 한국의 정신문화가 종족주의를 낳았고, 이는 대외관계에선 인접국 중 유독 일본에 대해서만 적대적인 반일 종족주의로 폭발했다.

개명천지에 국민 대다수가 이런 무녀의 진혼굿에 사로잡혀 있는 한 대한민국은 쇠망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