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준군사조직인 국가 방위군(НГУ) 소속 내무군 특임대 오메가(Омега) 대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함



개전 직후 -

전쟁이 시작됐다는 소식을 듣고도 우리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우리는 작년에 돈바스에 투입되어 실전을 치뤘었고, 지난 해 동안 러시아군의 움직임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모두들 정신적으로 대비하고 있었다.

침공 한 달 전, 적들은 이미 체르노빌과 프리피야트 강 입구에 대한 따라 공학적 정찰을 수행했다. 프리피야트 강에는 다리가 여러 곳 존재한다. 여긴 우리 NGU가 관리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모든 교각에 폭약을 장착해 놓았다. 러시아놈들은 다리가 훼손될 경우를 대비하여 교량을 건설할 계획을 세웠다.

참고로 프리피야트 강은 유속이 빨라서 일반 폰툰으로는 교량건설이 힘들다. 그래서 놈들은 폰툰 브리지 파크(기존 폰툰이 있는 바퀴 달린 차량) 및 앵커와 같은 엔지니어링 차량을 가지고 왔다.

실제로 전쟁 첫날 놈들은 철교와 자동차 통행용 다리를 1개씩 점거했다. 우리는 다리를 폭파하려 했으나 불행히도 도폭선이 끊어진 건지 실패했다.

체르노빌은 우리 NGU가 관리하는 구역이었다. (주: 90년대 소련해체 이후로 체르노빌은 쭉 우크라이나 내무군 관할이었음.)

당연히 개전 당일에도 NGU 소속 1개 보병대대가 그 안에서 경비를 하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중화기가 없었고 고작 PKM이나 RPK 뿐이었다. 이들은 체르노빌 곳곳에서 교전을 벌였지만 러시아군에게 포위되었다. 구원가능성은 0%였고 그들은 곧 항복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친구들은 운이 없었다. 우리도 그들처럼 될 수도 있었다. 그저 운이 좋아서 부대 순환주기 때문에 다른 곳에 있었을 뿐이었다. 정보에 따르면 아직도 141명이 러시아에 포로로 잡혀있다고 한다.




키이우 방어전 -

체르노빌을 포기하기로 한 우리는 이반키브와 이르핀으로 철수하여 키이우 방어에 나섰다.

어떤 부대들은 자신들이 단독으로 호스토멜을 지켰다고 주장하는데, 실제로 이 전투에 참가한 부대는 엄청 많았다. 그들 모두가 함께 해낸 일이다.

아마 우크라이나군에서 한가닥한다는 부대는 전부 모였을 것이다. 우린 그 정도로 절박했다.

수많은 동원 예비군들, 데샤베(공수부대), NGU 북부와 중앙관구 소속부대들, SSO친구들, SBU 알파그룹, 저기 어딘가에서 정보를 보내주던 GUR 양반들, 외국에서 온 의용군들, 심지어 키이우 경찰 KORD(경특)까지 왔다. 그리고 우리 내무군 오메가까지.




호스토멜 공항 전투 -

우린 호스토멜 공항을 두고 엄청난 접전이 벌어졌다.

VDV의 첫 척후조가 4대의 MI-8에 나눠타고 Ka-52 1대의 호위를 받으며 공항에 착륙했다. 공항을 방어하던 예비군들은 ZU-23 고사총과 RPG만로 2대를 격추했다. 하지만 VDV는 진짜 끝도 없이 밀려왔고 그들은 퇴각해야만 했다. 공항은 이미 미사일과 포격에 남아나는 건물이 없었다.

공항의 수비병력이 적었던 이유는 윗선의 실수였다. 그들은 호스토멜 공항은 민간공항이라서 군사적 타겟이 되지 않을거라고 오판했다. 배치된 병력은 기지경비를 위한 경무장 보병들 뿐이었다. 방공 시스템도 하나 없었다. 그리고 러시아놈들은 이걸 노렸다.

우리에겐 맨패즈가 부족했다. 이런 것들만 있었어도 우리는 처음에 공항을 빼았기지 않고 놈들을 찢어버렸을 것이다. Ka-52는 우리의 방공능력이 전무하다는 걸 눈치채고 미친듯이 날아다니며 로켓을 갈겨댔다. 이후 창고에 잠들어있던 이글라와 스팅어가 긴급 보급되었다. 처음에는 이것도 부족해서 서로 가져가려고 했다. 그래도 덕분에 우리는 효과적으로 놈들에게 대항할 수 있었다.




러시아 공수부대(VDV)에 대하여-

호스토멜을 점령한 VDV들은 시간이 지나자 공항 밖으로 진출하기 위해 기어나왔는데, 이상하게 처음에 보여준 그 기민함은 온데간데 없고 바보같은 행동만 반복했다. 길을 따라 행군대열로 온다던가, 장비와 물자를 한곳에 몰빵해둔다던가 하여간 아마추어 짓이었다.

우리는 동원부대가 방어선을 편 사이 다른 특수전 그룹들과 함께 숲을 우회하여 VDV의 행렬 앞뒤를 공격하여 끊어놓고 물자 집적소에 포격유도를 가했다. 처음에는 대전차 무기가 부족했다. NLAW랑 재블린은 구경도 못했고 국산인 스투그나 미사일조차 없었다. 우리는 RPG를 들고 적 기갑부대 후방으로 숨어들어 근접격파를 해야 했다. 거기다 러시아놈들은 포격도 장난 아니게 많이 쏟아부었다.

놈들이 드디어 자신들의 문제점을 깨달고 제대로 된 BTG를 동원하여 방어선을 뚫으려고 했을 무렵, 서방이 보내준 NLAW와 재블린을 받을 수 있었다. 이제 해볼만한 싸움이었다. 놈들은 어떻게 해서든 아군 방어선을 우회하려고 했지만 우리는 그들이 오게 될 길목에 숨어있다가 발사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25일이 되자 방공차량인 OSA 1대가 지원을 왔다. 그들이 MI-8 1대를 격추시키자 러시아군은 드디어 방공 시스템이 작동한다는 걸 알고 소극적으로 나왔다. 27일부터는 BUK와 Wasps이 추가로 도착했다. 이들은 전부 구형이었지만 러시아군을 겁주기엔 충분했다. VDV는 더 이상 수송기를 보내지 못했다.



우크라이나군의 실수 -

우리 측도 실수가 꽤 많았다. 원래 사령부는 2월 23일 개전일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는 일부러 하루 페이크를 걸었고, 그날 내내 아무일도 안 일어나자 많은 군인들이 긴장이 풀렸다.

명령 혼선도 꽤 많아서 딱 봐도 들어가면 죽는 개활지를 방어하라고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들어오는 정보는 엄청 많았는데 우리 군은 처음에 이걸 전부 소화하지 못했다. 통신장비가 모자랐던 건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머스크가 보내준 스타링크가 없었다면 우리도 러시아군 꼴이 났을 거다.




통신관련 -

짜증나는 일도 있었다. 통신이었다. NGU는 전부 모토로라와 해리스 무전기를 사용한다. 하지만 육군이나 다른 특수전 병력들은 우리랑 전혀 다른 기기와 망을 사용해서 교신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부대끼리 공조를 통해 주파수를 맞출 수 있었다. 무전기가 부족하면 놈들에게서 노획한 중국제 바오펑을 쓰기도 했다. 적들과 같은 주파수인게 꺼림칙하긴 했지만 쓸모있었다.

인터넷에는 러시아군의 통신 감청이 쉽다고 나오는데, 실제로는 전파를 도청한다는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최전방의 우리는 단 한번도 적들의 무전을 도청하지 못했다. 이걸 하려면 좀 더 전문적인 장비와 기술을 가진 부대가 필요하다. 이런 걸 하는 건 주로 키이우 지하 방공호의 대규모 센터다.




러시아군에 대한 평가 -

그나마 군인답게 싸웠던 놈들은 GRU 45여단, FSB 소속 스페츠나츠들이었다. 그 외에도 소속을 파악하기 힘든 스페츠나츠 부대들도 많았었는데, 걔들도 한가닥 했다.

VDV ← 초반에 호스토멜에서 우릴 애먹인거 빼면 이르핀에서는 아무 것도 못했다.

바그네르 그룹 ← 시가전에 한해서는 진짜 전문가들이다. 이놈들은 인력을 갈아넣는 1차대전 스타일로 싸우는걸 좋아한다. 하지만 장거리 저격전 능력은 매우 뒤떨어진다. 중화기도 거의 없다.

국가 근위대들 ← 이새끼들은 전쟁을 하러 온 놈들이 아니었다. 애초에 부차에 들어온 국가 근위대 녀석들은 시위진압 장비를 싣고 왔다. 전투력 또한 우리 측 평범한 동원부대 아저씨들보다 못했다. 일부 스페츠나츠랑 SOBR(대테러부대)는 그나마 괜찮았다.

카디로비치(체첸군. 정확히는 람잔 카디로프의 사병이자 러시아 내무군/국가근위대 소속) ←  진짜 병신이었다. 처음에 이 놈들은 한곳에 옹기종기 모여있다가 정찰 나온 SBU 알파에게 위치를 노출 당해 바이락타르의 공습을 받았다. 나중에는 우리 측 방어선에 알보병으로 닥돌을 시도했었다. 한번은 지들딴에 나름 대가리 굴린다고 이반키브 근처의 숲으로 우회기동을 시도했었다. 그리고 그 숲에는 우리 측 특수전 그룹들이 매복 해있었고... 다음은 말 안해도 알 거다.

SVR이나 GRU쪽 공작원들을 사로잡기도 했다. 가끔 우리한테 저격을 날리기도 했지만, 그 명성에 비해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전쟁 몇 주만에 죄다 끝장났다. 다만 심리전 효과만큼은 탁월해서 한동안 많은 시민들이 공포에 떨어야 했다.




차량

국산인 바르타, 노바토르, 코자크는 괜찮은 놈들이었다. 방탄능력도 준수했고 부품 상당수를 국산화 했기 때문에 정비성도 좋았다.

특히 노바토르는 운전하기 좋았다. 다만 자동변속기가 별로였다. 코자크도 방어력만 빼면 나쁘지는 않았다. 실제로 이걸로 많은 부상자들이 제때 수송되어 목숨을 구했다. 노바토르는 공간이 넓어서 정말 편리했다.

반면 러시아제는 좀 문제가 많았다. VDV가 쓰던 티그르나 링스는 이베코를 베이스로 만든거라서 성능은 좋았으나 고장나면 답이 없었다. 솔직히 우리가 노획한 것들 중 대부분은 퍼져서 못 고치고 버리고 간 것들이었다. 방어력도 소총탄 방탄이 전부였다.




노획무기

이르핀에서 VDV가 쓰던 AGS-40 (고속 유탄기관총)을 하나 노획했었다. 우리가 쓰는 AGS-17보다 월씬 가볍고 화력도 좋아서 망가질 때까지 사용했다. BMD-2 장갑차도 한대 주웠다. 러시아군의 신형소총인 AK-12는 안 좋은 면으로 흥미로웠다.

RPO(열압력 탄두 RPG)는 화력이 일반 RPG보다 강해서 시가전에서 건물 내부를 청소할 때 유용한 무기였다.




기타

우리가 위력정찰을 나가면 똑같은 임무를 하러 나온 러시아놈들의 정찰부대와 싸우는 일이 많다. 1:1 전투라면 우리가 좀 더 유리했다. 러시아군은 이런 훈련에 관해서 전문성이 많이 떨어졌다. 그리고 야시장비 보급률도 우리측이 더 높았다. 누가 봐도 오메가는 확실히 VDV나 GRU, 국가근위대 스페츠나츠보다 한수 위였다.

야간전투 시에는 시야가 극도로 제한되므로 양측 모두 불안해진다. 공격 역시 점이 아니라 면으로 실행된다. 소총보다 수류탄이 쓸모있다. 사격 또한 '저기 어딘가에 적이 있다'로 판명되면 18세기 전열보병들처럼 전원 동시에 제압사격을 가한다.

키이우 방어전에선 전차보다 장갑차가 더 효율이 좋았다. 양측의 전차들은 좁은 전장과 시야 탓에 화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고 주로 돌격포처럼 운용됐다. 오히려 BTR 같은 장갑차가 기동력으로 보병을 양학하거나 전차 후방을 잡아 격파하는 일이 많았다.

포병의 경우, 실력은 우리가 우위였다. 러시아놈들은 숫자가 많고 많이 쐈지만 명중률이 떨어졌고 사격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우리 포병들은 숫자가 적었지만 빠르고 한발한발 정확하게 꽃아넣었다. 전선에 있다보면 양측 포대가 '1:1 포병 결투'를 하는 걸 자주 볼 수 있었다. 대부분 실력이 좋은 우리 쪽 포대가 승리했다. 그러면 러시아놈들은 여러 포대에 지원을 요청해서 쪽수로 우릴 찍어누르려고 했다.

바이락타르는 매우 효과적으로 광범위한 전장을 통제했다. 우리 포병들의 사격실력도 전부 바이락타르 덕분이었다. 거기다 우리가 좌표를 따오면 제때 폭격을 해주었다.

공중전은 솔직히 문외한이라서 모르겠다. 그래도 우리 공군은 불리한 상황에서 매우 적극적으로 싸웠다. 제공권이 거의 장악 당했던 한달 간 공군 친구들은 죽음을 무릎쓰고 날아와서 러시아군에게 폭격을 가하고, 제 안방마냥 돌아다니던 적기들을 격추했다.

아마 키이우 호수 바닥에는 이들에게 격추 당한 러시아 헬리콥터와 비행기가 한가득일 것이다.

러시아군들이 30년 넘은 지도를 사용했다고 하는데, 그게 잘못 나오긴 했어도 패착의 원인까지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