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文帝) 3년, 황상이 권간을 헤아려 듣지 아니하고 오로지 감사(甘辭)를 행하는 자들만을 곁에 두려하니, 조정에 벌레들이 득실거리고 마침내 나라는 도탄에 빠지고 말았다. 저잣거리에 나가면 오로지 부랑자와 유리걸식하는 이들이 가득하여 참혹함을 금할 수가 없는 가운데에 황상과 조정은 무력함을 이기지 못하여 백성들의 원망이 자자하다. 또한 북에서는 홍건적(紅巾賊)들이 때때로 화포를 움직여 위협을 가하고 있으며, 남에서는 왜인(倭人)들이 난을 일으켰으며, 동에서는 아라사(俄羅斯)인들의 배가 침범하니 백성들의 불안은 이루말할 바가 못된다. 더욱이 황상은 나라의 크고 작은 문제의 원흉인 상서복야(尙書僕射) 조석을 폐하기는 커녕 오히려 형부상서(刑部尙書)로 명하노니, 조정에는 오직 감언이설이 가득하며 간언을 할 자가 보이지를 않는다. 예로부터 민심은 천심이라고 하였건만, 목하(目下) 황상은 이와 같은 행태를 시정하여 민심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뒤로한 채, 오로지 이와 같음을 왜인(倭人) 의 탓으로 여기며, 조정과 온 나라의 반목(反目)을 부추기고 있나노니, 이 나라의 운명이 마치 바람 앞의 등불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