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석학이 보는 新 애치슨라인...한국 제외, 대만 포함
입력 2019.08.23 10:00







[이코노미조선]
Interview 이즈미 하지메 도쿄국제대학 국제전략연구소 교수



▲8월 13일 서울을 방한한 이즈미 하지메(伊豆見元) 도쿄국제대학 국제전략연구소 교수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류현정 기자

최근 미국의 아시아지역방위선에서 한국이 제외되는 ‘애치슨라인(Acheson line)’의 부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한국이 균형 외교를 내세워 한·중 관계를 중시하면서 미국과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이다. 러시아 전폭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하고 일본이 한국에 대해 경제 보복에 나설수 있었던 배경에 한·미 동맹 약화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 내 한반도 문제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이즈미 하지메(伊豆見元) 도쿄국제 대학 국제전략연구소 교수를 만나 한·일 갈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 변화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그는 ‘신(新) 애치슨라인’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 1950년 1월 미 국무장관 애치슨이 극동방 위선을 제시한 의도는 무엇이었나.

"1949년 10월 중국 공산당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우고 중국 국민당이 대만으로 쫓겨가지 않았나. 1950년 1월 발표된 애치슨 라인의 숨은 의미 중 하나는 대만의 방어 여부였다. ‘레드 차이나’ 즉 공산당의 중국이 대만을 공격해 가져가더라도 미국은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미국은 중국이 같은 공산권 국가인 소련에 밀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소련과 중국을 분리(디커플링)하는 일종의 유화 메시지를 보낸것이다. 내가 보기에 당시 애치슨 연설은 중국을 향한 것이었다."

― 한국은 왜 제외되었나.

"당시 미국 최대의 적은 소련이었다. 북한은 아니었다. 미국 트루먼 정부는 주적 소련이 남한을 침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소련군이 북한에서 먼저 철수(1948년 12월 26 일)했고 이듬해 미국이 철수(1949년 6월 29 일)했다. 미국은 군사고문단 500명만 남겼다 (하지만, 북한의 김일성이 애치슨라인이 발 표된 지 5개월 후에 6.25전쟁을 일으켰다)."

―요즘 한국에선 제2의 애치슨라인이 그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아시 아지역방위선에서 한국이 제외될 가능성이 있나.

"나는 ‘신 애치슨라인’이 생길 수 있다고 본다. 논리적으로 보면 그렇다. 소련은 붕괴했고 러시아는 한반도에 대해 야심이 크게 없다. 주적이었던 북한의 위협 수준도 바뀌고 있다. 북한의 전력은 한국과 비교가 안 된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집중하는 것은 그게 차라리 값싸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평화경제 등의 정책으로 한국 스스로 북한의 침략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고, 그럴 경우 주 한 미군이 나갈 수도 있다. 내가 신 애치슨 라인이라고 명명한 것은 1950년 미 극동방위선에는 제외됐던 대만이 ‘사실상’ 방위선 안으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은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을 것이다."

― 대만은 왜 포함되나.

"1997년 홍콩 반환 후 약 10년간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1국가 2체제, 하나의 국가 안에 사회주의, 자본주의 공존)’는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다. 21세기 들어와서 홍콩에서의 일국양제는 삐걱거리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가 홍콩 국제공항을 폐쇄하고 중국 선전에 병력을 배치해야 했을 만큼 홍콩 시위가 거세졌다.

홍콩의 소요 사태를 본 대만에는 일국양제에 대한 호의가 거의 사라졌다. 내년 1월 대만 대선이 있다. 친중성향인 국민당 후보도 일국양제 노선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은 대만의 안정에 신경을 쓸 것이다. 실제 미국은 지난달 대만에 22억달러 규모의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 또 미군 함정이 대만 해협을 통과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트럼프 미 대 통령이 보기에는 ‘하나의 중국, 하나의 대만’ 이다.

― 트럼프는 한·미 동맹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나.주한미군철수에대해한국의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주한 미군의 비용을 문제 삼고 있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한국을 이용할 가치가 있어야 주한 미군을 남게 할 것이다. 한국이 주한 미군 주둔 비용의 상당부분을 부담한다거나, 주적을 북한에서 중국으로 바꿔 주한 미군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거나, 전술에 관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거나. 이를테면 미 전투비행단이 있는 오산 공군기지에서 중동으로 직접 날아 갈 수 있게 만든다든지다. 한국이 이런 이용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특히 한국이 중국에 대해 어떤 결단을 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21세기 신 애치슨라인에서 한국이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이유다."

― 일본이 대(對) 중국 방위의 최전선이 된다면, 일본 입장에서도 부담스럽지 않을까.

"그런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봐야 한다. 일본이 중국과 직접 대면하는 게 아니다. 독립을 유지해 온 한반도의 역사를 봐도 알수 있듯, 북한이든 한국이든 중국에 완전히 경도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 북한이라는 일종의 완충 지대는 계속 있다."

― 일본의 대 한반도 전략이 바뀌고 있나.

"일본에 반한 감정이 일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일본은 한때 가까웠던 한국과도 북한과 마찬가지로 거리를 두고 싶어한다. 향후 미국이 북한과 수교할 경우 일본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 골머리를 앓을 것이다. 일본은 큰 규모의국 가 중 미국과 더불어 북한과 적대관계였던 몇안되는 나라인데다 미·일관계를 매우 민감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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