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차량 올라 마이크 잡고 지원유세 열중… 광주와는 딴판

 

"전북"이 핫바지? 문재인, 광주 경계 넘자 "기고만장"

 

"호남의 장자" 환부역조까지… 10년전 전북이 홀로 親盧 편들었던 기억 때문?

 

광주에서는 '위로·사과·경청'하겠다며 무릎까지 꿇었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9일 도(道) 경계를 넘자마자 '두 얼굴의 사나이'처럼 돌변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전라북도의 첫 방문지로 택한 정읍에서 하정열 후보(전북 정읍·고창)의 유세차량에 올라 마이크까지 잡고 선거운동에 열을 올렸다. 전혀 '위로·사과·경청'이 아니라 '그냥 지원유세'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이날 문재인 전 대표가 광주를 거쳐 정읍에 도착하자 하정열 후보의 선거 유세차량에 있던 사회자는 그를 "호남의 장자"라고 추어올렸다. 정치인들이 지역연고가 있을 때 스스로를 '○○의 아들' '△△의 사위'라고 자처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나, 문재인 전 대표는 어떻게 봐도 호남과 아무런 연고가 없음에도 '호남의 장자'라고 추어올린 건 무리수라는 평이다.

 

앞서 더민주 김종인 대표는 지난 2010년 〈시사인〉과 인터뷰에서 "할아버지만 전북에서 태어났을 뿐 아버지와 나는 서울에서 태어났다"며 "인사 때마다 호남 몫으로 거론되는 게 좀 우습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다가 돌연 이번 4·13 총선 선거운동을 계기로 전북 순창의 조부 가인 김병로 선생의 생가를 찾는 등 '호남의 대변자' 연(然)하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점잖은' 전북 사람들이 이를 드러내놓고 꾸짖지 않자, 문재인 전 대표까지 "호남의 장자"라고 나선 셈이다. 더민주 지도부가 집단적으로 환부역조(換父易祖)에 돌입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런 대목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막상 유세 차량에까지 오른 뒤에 정작 마이크 잡기만 꺼리는 척 하다 사회자가 재삼재사 권하자 마지못해 잡는 모양새를 취했다. 마치 위문제(魏文帝) 조비가 후한 헌제로부터 제위를 빼앗을 때 세 번 사양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처럼 기만적이었다는 지적이다.

 

그는 마이크를 잡은 뒤 "이번 선거에서 정말 우리 국민들에게, 또 우리 호남 분들에게, 여기 전라북도 도민들에게 '죄인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왔다"고 운을 뗐으나, 주변을 둘러싼 친노·친문패권주의 성향의 청중들은 대뜸 "괜찮아"를 연호했다.

 

 

그러자 스스로 안도한 듯 "(국민의당은) 호남 바깥에서 국회의원될 사람이 있느냐"며 "그렇게 해서 무슨 정권교체를 하느냐"고 국민의당을 맹비난했다. 또 정읍에는 새누리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았는데도 "지금 새누리당에게 어부지리를 주고 새누리당 의석 수 늘려주고 있는 정당이 어디냐"며 "정읍시민들이 똘똘 뭉쳐 기호 2번 하정열 후보를 선택해달라"고 지원 유세에 몰입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전날 광주에서와 달리 전북에서는 무릎을 꿇지도, 딱히 위로·사과·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았다. 그 스스로도 이날 정읍 발언에서 "어제 광주를 갔지만 아직까지는 내가 호남에서 단상에 올라 유세를 지원하는 것은 이르다고 생각해 오르지 않았다"며 "오늘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왜 이다지도 전북만 업신여기는지 의문이 절로 드는 대목이다.

 

전북 정치에 정통한 관계자는 "10년 전 2006년 지방선거 때 전북이 홀로 친노의 편을 들었던 적이 있다"며 "이 기억이 남아 있는 친노는 광주·전남과 달리 전북은 안방처럼 생각해 마음대로 한다"고 분개했다.

 

실제로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친노 열우당은 사상 최악의 대패를 당했다. 16개의 광역단체장 선거는 한나라당이 12곳, 민주당이 2곳을 이긴 데 반해 열우당은 단 1곳을 얻는 데 그쳤다. 그런데 이 때 열우당에 돌아갔던 단 1개의 광역단체장이 바로 전북도지사다.

 

열우당은 김완주 전 전주시장을 내세워 전북도지사만 간신히 당선시켰을 뿐 광주에서는 민주당 박광태 시장, 전남에서는 민주당 박준영 지사에게 완패했다.

 

그러다보니 광주·전남은 설혹 친노에 대한 분노로 들끓더라도 전북은 민심이 점잖아 친노패권주의에 쉽사리 굴종한다고 생각해, 친노 세력이 마치 제 안방처럼 여기며 기고만장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북 정치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는 착각"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 관계자는 "당시 친노 열우당을 전북이 편들어줬던 것은 대권 도전을 앞두고 있던 전북의 대표 정치인 정동영 (전 열우당) 의장이 열우당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라며 "전북 사람들은 정동영 의장을 보고 열우당을 밀어줬던 것인데, 친노패권주의자들은 이듬해 대선에서 정동영 의장을 철저하게 배신하고 방관·외면하거나 일부는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의 편을 드는 등 전북의 자존심을 짓밟았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이 때 호남의 대세와 달리 민주당이 아닌 열우당의 편을 들었다가 전북은 변방인 호남에서조차 다시 변방으로 굴러떨어지는 '변방의 변방' 신세가 돼 소외받고 홀대당하는 등 '잃어버린 10년'이 시작됐고 지금까지 그 여파가 남아 있는 실정"이라며 "이제는 친노 세력에게 더 이상 이용당하지 않겠다는 것이 전북의 민심"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