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재수학원 다니던 시절에 하루종일 학원에있다 낙이라곤


밤 10시쯤 집에 오는길에 분식집 들려서 떡볶이랑 붕어빵 사먹는거 말곤 없는 지루한 삶이였음


그러다 어느날 비가 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는데 하필 그날 우산을 안들고 간 상태라


비 맞으면서 멍때리면서 집으로 걸어오다 여느때처럼 붕어빵 살려고 분식집 들림


근데 분식집 가기 한 10m전쯤에 이쁘장한 여자애 둘이서 우산들고 나한테 뛰어오더니 우산 없으세요? 씌워드릴게요 ㅎㅎ


이러는거임


속으로 얘네 뭐지 내가 길가에서 이럴 와꾸는 아닌데 생각하면서 얼떨결에 씌워주는 우산 쓰고 분식집까지 감


붕어빵 2천원치 달라고 해서 야금야금먹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기가 필요해보인다, 기도를 드려야한다, 어쩌고 저쩌고


멀쩡하게 생긴 애들이 왜저러고 살까 싶은 정도로 절실하게 도를 아십니까를 전도할려길래 순간적으로 불쌍하다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열심히 뭐라고 떠들고있는 걔네한테 '잠시만요. 이거 하나 드실래요?' 하고 붕어빵 하나를 건넴. 불쌍한데 뭐 내가 해줄


수있는게 그거밖에 없더라고.


근데 그랬더니 떠들던 애들이 그거 받곤 갑자기 우물쭈물 하더니 다시 열심히 뭔지 모를 전도를 이어나감


근데 내가 준 붕어빵을 안먹더라고


뭐지.. 붕어빵 맛있는데.. 왜 안먹지 싶어서 잠시 생각해보니까 먹을 입이 둘인데 하나만 주니까 곤란하겠구나 싶어서


'아, 죄송해요, 하나 더드릴게요 두분이서 하나씩 드세요' 하고 한개 더꺼내서 손에 쥐어줬음


근데 그러니까 왠걸 둘다 좀 표정이 썩어서 괜찮아요 괜찮아요 하면서 갈려고 그러는거임



내가 뭘 잘못했나 싶기도 하고 사람이 준다는데 안받으니까 살짝 기분 상하기도 하고 해서


 '아.. 안드실꺼면 제가 먹게 돌려주세요' 하고 다시 붕어빵 뺏어서 하나는 봉투에 넣고 


하나 다시 먹을려고 하는데 얘네가 갑자기 막 짐 챙겨서 후다닥 도망가더라고


근데 가만 생각해보니까 집까지 가려면 한 10분 또 걸어가야되는데 우산이 없단말이지.. 근데 걔넨 둘이서 하나만 쓰고 가도


되잖아..


그래서 걔네 가는데 뒤에 쫓아가면서 '우산 하나만 빌려주세요 낼 분식집에다 맡길게요' 하니까 


한명이 뒤도 안돌아보고 우산 던지다시피 땅에 내려놓더니 둘이서 존나 뛰어가더라



보면서 도대체 뭐가 어디서 잘못된거지 싶다가도 어쨌든 우산 득템했으니 개꿀 하고 쓰고 오는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비오는 날 밤 10시에 183cm 95kg 인상도 존나 험한 파오후가 비 오는거 그대로 다 맞으면서 돌아다니다


밑도끝도 없이 붕어빵 줬다 뺏었다  우산 내놓으라고 쫓아오니까 뭔가 그럴만 하기도 한거 같더라



우산은 담날 학원 가는길에 분식집에 맡겼음


찾아갔는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