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년 전체에서 왕따를 당하던 여자애가 있었어

남녀를 불문하고 그 아이 편이 없었음


나는 걔가 왜 왕따를 당하는지도 몰랐고(지금도 모름)

개인적인 감정은 없었으니까 특별히 가까이 지낼일도 없고 딱히 싫어하지도 않앗음

근데 또 중딩 3년 내내 걔랑 같은 반이어서 얼굴은 굉장히 많이 봤음

2학년부터는 걔도 나를 아는척 하더라


사적으로 대화할 일은 없었어

걔가 무슨 학급 머시기 부장이었는데 그것 때문에 대화한 정도


한번은 한 학기동안 걔가 내 옆자리였는데

아무래도 짝꿍으로 앉게 되니깐 자연스럽게 상호작용이 많았음

물건을 빌려준다든지 노트를 보여준다든지 숙제를 물어본다든지

근데 옆에서 지내보니깐 하자가 있기는 커녕 그냥 착한애 같은데 얘가 왜 왕따지?? 했음


그 후로 다시 자리를 바꿔서 서로 떨어져 앉았는데

얘가 계속 나한테 막 물어보고 말걸고 하더라 지 짝꿍 놔두고

한번은 얘가 속삭이듯이 자꾸 이것저것 물어봐서 미안하다고 했는데

당시의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괜찮다고 했음 


그렇게 별일 없이 무사졸업 하고 고딩 때 페북을 시작함

계정 만들고 내 출신 중학교 적고 하니깐

이제 연락없던 동창들이 하나둘 말을 걸어옴 야 니 페북 시작했네 오랜만이다 하면서 ㅇㅇ


그리고 그때 연락온 애 중에 저 위에 왕따 여자애도 있었음

난 얘랑 별로 친하게 지낸 기억이 없는데? 그냥 아는 사이라서 걸었나보다 했지

근데 내 기억이랑 다르게 말하는게 완전 인싸가 돼있더라

계정 보니깐 대학도 잘 들어가서 되게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은거 같았음


중딩때 따 당하더니 그래도 지금은 잘 지내서 다행이네 하고 그냥 속으로 생각하고

얘랑 적당히 인사치레 하고 말았는데

그 후로 자꾸 페메를 보내옴 오늘 머하냐 요즘 머하냐 하면서 친추하자 하고

아 얘가 인싸 되더니 사회성이 많이 좋아졌나 하고 그냥 나도 동창이랑 말하는게 재밌으니까 대화 받아줌

막 중학교 때 선생님들 얘기하면서 아 그쌤ㅋㅋ 하면서 떠들고


근데 그러다가 어느날 얘가 갑자기 진지하게 분위기 잡더니

자기랑 잘지내줘서 고맙대 나랑 짝꿍이었을 때 내가 얼마나 착한애인지 알았다는거야

아니 덕담은 고마운데 얘 갑자기 왜이러지?? 했음 난 걔한테 특별히 잘해준게 없었는데

그리고 곧 방학인데 뭐 할거냐고 묻는거야 그래서 난 이제 학원 다닐거라 방학에도 바쁠거라고 했음

그렇구나 하더니 그 후로 서로 바빠져서 페메는 끊김


후에 알았는데 걔 친구 목록 중에 우리 중학교 출신이 나뿐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