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뽀리가 자기가 말하는 것처럼 위대하고 대단한 사람 일 수도 있는데

반면에 상상해보셈

방구석에 처박혀서 하루 종일 컴퓨터 돌리며 전기세 잡아처먹고 있는데, 

변변한 직장도 없어서 할 줄 아는 거라곤 망해가는 시골겜 구석에 앉아 시세주작 치면서 현금거래하고 사기치며 하루하루 일용할 쌀을 사는게 유일한 능력임.

당연히 경제력도 변변찮을테니 뭐 굳이 돈을 낸다고 치면 부모님께서 


'뽀리야 제발 방구석에서 컴퓨터 좀 그만하고 나가서 일을 해라, 아니면 매달 생활비라도 보태던가... 언제까지 이럴거니...'


라는 걱정어린 말에 계좌에 꼬깃꼬깃 모아놨던 쌀먹할 돈을 모아 부모님 계좌로 쏘면서


'아 씨발 내가 알아서 번다고!!!!! 참견하지 말라고!!! 해준 것도 없으면서 개소리 하지 말라고!!!!!!'


하며 악에 받친 소리를 하는 뽀리.

부모님께선 자신들이 배 아파 낳고, 풍족하진 못할 망정 마음과 정성을 다해 키웠던 자식이 가슴에 대못질을 하고 얼굴에 먹칠을 하는 모습에

화가 나지만 그럼에도 부모의 사랑 때문에, 좀 더 해주지 못했던 과거가 떠올라서 당신들 스스로를 죄인으로 만들고 말없이 닫힌 방문 앞에

우두커니 서계셨을거임.


자기도 작업장 돌리는 조선족 형님들처럼 지폐를 다발로 쌓아놓고 현금에 쪼들리지 않는 삶을 살고 싶은데 그게 맘대로 되지 않아서 

부모님께 욕설을 한 자신을 애써 합리화하며 다시 자리에 앉아 마음을 가라앉히겠지


'여기서 더 시간 끌면 안 돼... 형님들 수금일이 다가온단 말야...'


며칠 전 영혼까지 끌어모아 조선족 방씨한테 빌린 현금의 상환일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음.

이번에도 목표금액을 채우지 못하면 손톱이 뽑힐지도 모르는 공포. 

지난번엔 장사가 잘 돼서 큰 맘 먹고 신라면이 아닌 무파마 사고 오는 길에 입금이 늦었다며 뒷통수를 따악 따악 얻어맞은 일을 아직 기억하고 있었음.


게임이 망해가고 통직 시세는 점점 떨어져가는데, 다들 떠나서 캐시는 지르지도 않고 사지도 않는다.

통장에 남은 돈으론 1주일 정도 먹을 라면과 식수 사는게 전부, 어두운 골방에 앉아 애써 울음을 참으면서도 이걸 더 품고 있으면 나중에

교환하지 못한 돈이 너무나도 아깝고 아쉬울테니 

확성기를 꾸준히 쳐다보며 혹시라도 캐시 산다는 놈이 있는지 매의 눈으로 검색하고, 확성기로 1:30000을 외치며 성냥팔이 소녀의 마음가짐으로 꾸준하게 팔고 있음



근데 챈에 박제돼서 매일 같이 소붕쿤들은 뽀리 놀리기를 컨텐츠로 삼고, 그마저도 판다고 연락하면 뽀리인게 들통나서 팔리지도 않음

자신의 비참한 현실에 낙담하던 모습은 간데없고 그 비참한 현실을 만든 것은 전부


자신에게 캐시를 사지 않은,

자신에게 캐시를 팔지 않은,

자신을 챈과 갤에 박제해서 놀리는,

모든 소붕이의 잘못이라고 합리화하며 애써 쿨찐짓을 하며 자신감을 충족시키려함.


결국 적당히 놀아주거나 욕박다 귀찮은 소붕이한테 차단 당하자 머릿속엔 분노가 차오름.


'나는 위대하고 대단한 사람이 될 수 있었는데 감히 네까짓 것들이 내 창창한 미래 계획을 수포로 만들었어!!!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아?!!!!'


분노로 책상에 샷건을 날리는 뽀리, 다행인지 불행인지 반지하 골방이라 층간소음 걱정은 없었음. 

부모님은 얇은 벽 너머로 들려오는 뽀리의 분노에 다시 한 번 눈물을 흘리지만 이미 데자이어에 잠식된 뽀리는 그걸 알 리가 없었음.

부계로 귓말을 날리며 자신이 꿈에 그려왔던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을 어필하며 너희들이야 말로 백수 앰창인생이라고 모욕하려하지만

그럴수록 자신의 비참한 부분을 드러내며, 스스로를 상처입힌다는 사실을 내심 깨닫고 있음.

한바탕 말싸움이 끝나고 한심한 소붕이를 자신이 참교육했다고 정신승리를 마치자 오랫동안 닦지 않아 먼지가 가득 낀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추레한 모습에 이건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며 격렬하게 현실부정하고.

컴퓨터 옆에 놓여있던 신라면 작은 컵을 늘 그랬듯 벽에 집어던지고 씩씩거리다 눈물을 떨굼.



이런 친구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