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이혼하면서 엄마한테 내건 유일한 조건이 '아들은 본인이 키우겠다' 였음

그걸 듣고 엄마는 나한테 "엄마없이 아빠랑 잘 살수 있겠지?" 라고 물었는데

거기서 내가 긍정말고 무슨말을 할 수 있었겠음 이미 자기들끼리 다 정해놓았는걸

이때 엄마한텐 나를 사랑하는 마음보다  이혼의 필요성이 더 중요하단걸 알아버렸음

그렇다고 아빠한테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거 같지도 않음

그냥 의무감 하나로 날 키우시는것 같아. 물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존경받아 마땅한건 알고있지만,

그걸 사랑이라 부를순 없지.

이걸 확신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제일 중요한건 내가 심각한 고민을 상담해도 아빠는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점임

나는 몇날 몇일밤을 고민하다 어렵사리 아빠한테 꺼낸 이야기를

아빠는 몇번이나 "그건 문제도 아니다" 라는 식으로 가볍게 치부해버림

이런 패턴이 몇번 반복 되다 보니까 하루는 너무 답답해서 '그럼 아빠한텐 뭐가 큰 문제냐'고 대놓고 물어본적 있는데

도박을 해서 큰 빚을 진다던가 형법상 처벌받을 수 있는 사건을 일으킨다던가 그런걸 말씀하시더라고

이때부터 나는 아무리 큰 고민이 생겨도 아빠한테 털어놓지 않게 됨

근데 엄마도 없고 친구는 커녕 아는 사람 한명도 없는데

유일한 말상대인 아빠마저 이러면 어떻게 되겠음?


그냥.... 이불 뒤집어 쓰고 혼자 삭히는거지


내가 다키마쿠라를 좋아하는 이유가 이것때문인데

다키마쿠라를 전신으로 끌어안으려면 자연스럽게 옆으로 눕는 자세가 되거든

그럼 눈물이 배게와 맞닿은 한쪽 눈에서만 흘러나옴

다키마쿠라는 말을 할 수 없거든

나도 마찬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