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


우리 남매의 일곱살 생일날, 어머니께선 평소와 달리 다정하셨다.

푸짐한 생일상 위로 어머니가 가져다 주신 미역국을 먹자, 갑작스레 졸음이 쏟아졌다.

한참 뒤 눈을 떠 보니, 어머니는 기둥에 묶인 우리 몸 위로 시멘트를 바르고 계셨다.

이제야 땅 밑에서 생각해보자면, 아마 '남녀칠세부동석'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셨던 것 같다.



二.


존경받던 주지스님께서 입적하시던 그날 밤.

스님께선 "좌파와 우파가 힘을 합치는 날, 나라의 운이 다할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날부터 나는 그 불길한 운명을 막고자 정치에 투신하여 바쁘게 살아왔다.  

근데 시발 그게 지진파 얘기였을 줄은 몰랐지.



三.


가난한 형편에도 어떻게든 의대에 진학했지만, 역시나 하늘은 나를 돕지 않았다.

대형추돌사고에 휘말리신 아버지의 수술비로 고민하던 찰나, 일 하나만 같이하면 도와주시겠다는 교수님. 

"아직 실습이 안 끝났는데 어딜 가는거야!" 교수님께서 내게 노성을 지르셨지만,

흘러내리는 창자를 두 손에 그러쥔 채, 마취가 덜 풀린 다리로 나는 계속해서 달렸다.



四. 


공사중이던 교회 건물 근처를 지나던 중, 갑자기 떨어진 벽돌에 맞고 쓰러진 한 사람을 보았다.

그 사람에게 다가가 구급차를 부르려던 중, 그가 힙겹게 머리 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십자가....십자...가..."

그의 머리 곁에 떨어져 나간 십자가 목걸이, '그걸 달라는 건가' 싶어 손을 뻗던 참이었다.

아까 전부터 보였던 십자가 그림자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