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 생각하는지 압니다," 내 책상 건너편에 앉은 남자가 경멸하는 투로 말했다. "내가 정신병자나, 약물 중독자나, 전과자라고 생각하는 거겠죠. 평범한 사람들처럼 세금 내면서 방에 틀어박혀 살지 않는다고." 


"저는 당신에 대해 알아보려는 것 뿐입니다, 마르쿠스."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저는 그 누구도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다른 사람이 직면한 문제에 대해서-"


"문제라고? 댁은 그 문제들에 대해 좆도 모르잖아! 난 저 밖에 있는 우울한 병신들과는 달라-" 그 남자는 센터의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는 다른 노숙자들을 가리켰다. "나한테는 존나 심각한 문제가 있단 말이야!"


"그래서 제가 여기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마르쿠스.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말해주시면 안 될까요?"


"오늘 밤은 그냥 바깥에서 자고 싶습니다. 구속복 차림으로 정신병원에 처박히지 않고요."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 내 턱만 쓰다듬었다. 그리고 앞으로 몸을 숙여 안경을 고쳐 썼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 놓는 데에 도움이 되는 몸짓이다. 노숙자를 주로 대하는 사회 복지사로서, 쓸만해보이는 기술이면 뭐든 할 필요가 있었다. 나와 같이 일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해 봐야 나를 시간 낭비로, 최악의 경우는 위협으로 여겼다. 


"조금만 더 자세히 들어 본다면 도움을 드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마르쿠스, 제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당신을 돕는 것이에요. 그렇게 하도록 허락해주시겠어요?"


내 책상 건너편에 앉은 금발의 20대쯤 되어 보이는 남자는 수면 부족으로 다크 서클이 낀데다 손으로 비벼댄 탓에 충혈 자기의 눈을 한번 굴렸다. 그것만 제외한다면, 마르쿠스는 전형적인 노숙자는 아니었다. 비록 불면증으로 인해 눈은 검고 붉게 번져 있고, 옛날에는 좀 더 깔끔했을 법한 양복을 입고 있었지만, 그래도 옷도 챙겨 입었고, 면도도 깔끔하게 되어 있었다. 


"잘 들어 봐요, 내가 만약 그 얘기를 했다가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 아주 무시무시한 대가를. 그 여가 당신의 인생에도 들어온다면...난 그 일에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아요. 이미 지긋지긋할 정도로 시달려 왔으니까..." 마르쿠스는 자신이 앉은 의자 팔걸이를 움켜쥐더니 일어설 준비를 했다. 만약 그가 문 밖으로 나가 버린다면, 더 이상 그를 도와줄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마르쿠스, 기록을 봤더니 당신은 절대 같은 장소에서 두 번을 주무신 적이 없다고 나와 있어요. 이건 왜 그런 건가요?" 한창 그의 낡아빠진 짐을 들쳐메고 있던 마르쿠스는 그대로 굳었다. 불룩하게 부푼 그 짐을 보니 그 안에 옷과 침낭, 텐트가 깔끔하게 개어진 채 들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여자 때문이죠, 그렇죠?" 마르쿠스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우선 나를 어떤 곳에도 가두지 않겠다고 약속부터 해주세요." 그 젊은 남자는 사납게 투덜거렸다. "그리고 만약 또 경찰이나 그런 놈들이 나를 잡아간다면, 나를 풀어주기 위해 며칠 밤이고 고생해 주셔야 합니다. 반드시 그러겠다고 약속해주셔야 해요. 진심으로. 무리한 요구라는 거 아니까 거절해도 상관없어요. 그럼 저는 그냥 가면 되고, 그쪽은 서류나 좀 작성하고 우리 둘 다 이 일이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 살 수 있겠죠..." 그 남자가 진심이 담긴 피곤한 푸른 눈으로 책상 너머의 나를 쳐다볼 때, 나는 그가 누구보다 나를 동정하고 있다는 듯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마르쿠스," 나는 엄숙하게 그 젊은 남자의 손을 붙잡았다. "저는 제 힘이 닿는 대로 당신을 도울 거라고, 절대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합니다." 


마르쿠스는 아무도 엿듣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려는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얼굴에 드러난 괴로운 표정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 남자는 처음 보는 이를 믿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나는 이 시점에서 마르쿠스가 무슨 선택을 할 것인지는 그의 몫이라는 것을 알고 그가 잠시 동안 침묵 속에 앉아 있도록 해주었다. 


"가끔씩 너무 좋아서 오히려 잘못되었다고 느껴질 때가 있잖아요," 그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런 상황에 놓인 적이 있어요? 완벽한 일자리나 완벽한 여자친구나 완벽한 기회를 얻었는데, 뭔가가 이상한 거죠. 무슨 말인지 알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아파트도 똑같아요," 마르쿠스가 말을 이어갔다. "임대 기간은 다 끝났는데, 직장에서 1시간 이하 거리에 있는 곳은 아무 데도 없었고, 어떤 곳은 가봤더니 사기였고. 그러다가 거기를 찾은 거에요. 침실 두 개에 욕실 하나 반이 있는 곳이었는데요. 오래됐지만 최근에 신축한 멋진 건물이었죠...제 직장에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어요. 그리고 가격도...내가 보던 집의 절반 이하였어요. 나는 좀 더 알아보려고 계약서를 뒤적거렸지만 그 밖의 내용은 없었어요. 거기는 건물 몇 채만 소유한 소규모 부동산 관리 단체가 임대한 곳이었죠. 그 사람들이 말하길 내가 '신뢰가 가는 임대인'으로 보였다네요. 아마 그래서 마음에 들었던 거겠죠." 마르쿠스가 씁쓸하게 웃었다. 


"아직도 그때의 기분이 생생해요. 나무 바닥이랑 완벽하게 하얗고 텅 빈 방들을 둘러보고 있었죠. 제 본능이 저에게 속삭이는 게 지금도 느껴져요. '여긴 무언가가 이상해! 당장 여기서 나가!' 하지만 제가 뭘 할 수 있었겠어요? 시내 중심가에서 한 달에 800달러씩 내고 살기로 계약을 맺었죠. 며칠 뒤 직장에서 돌아온 다음 이사를 했어요. 늦은 데다가, 그 이삿짐 상자들을 까서 정리하기에는 너무 피곤했었죠. 양복을 벗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매트리스만 깔고 바로 자버렸어요." 마르쿠스는 생각에 잠긴 듯 자신의 옷 소매를 문질렀다. 나는 그때의 옷이 지금 그가 입은 양복과 같은 것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그날 밤 끔찍한 악몽을 꿨어요. 하지만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아무리 해도 기억나지 않더라고요." 마르쿠스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그 발자국들이 보였죠...맨발의 사람이 그 먼지 가득한 바닥을 밟고 건너 와서 제가 잠든 곳 아주 가까이에 서 있었던 것 같더라고요. 웃긴 게 뭐냐면, 그 발자국들이 벽에서 시작했고 돌아간 발자국은 없었다는 거에요. 마치 그게 단단한 벽 속에서 걸어나온 것처럼. 하룻밤 내내 곁을 맴돌다가 사라져버린 것 같았죠. 제가 겁먹었었냐고요? 조금은요. 하지만 그때 전 한 시간 안에 출근해야 했었고, 그 망할 상자들 중 어느 것에 내 커피 주전자가 숨어 있을지가 더 중요했죠. 그리고 다음 날 밤..."


복도의 문이 쾅 닫히자 마르쿠스가 펄쩍 뛰었다. 


"저기요, 괜찮다면 산책을 좀 하면서 다음 얘기를 해도 될까요? 담배 한 대가 필요한데...그리고 실내에서는 이 이야기를 하기가 정말 싫거든요. 혹시 모르니까." 


사무실 밖에서 만남을 갖지 않는 건 내 원칙이었다. 더러운 주삿바늘에 찔리거나, 총을 든 강도에게 노려지거나, 아니면 단순히 너무 가까워져서 공적인 관계를 넘어서는 바람에 경력에 손해를 입은 복지사들의 무시무시한 이야기들을 들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왜 내가 마르쿠스에게는 예외를 뒀는지 알 수 없다. 


어쩌면 나에게도, 신선한 공기가 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그의 이야기와 방 안을 불안한 듯 둘러보는 시선에는 밀폐된 공간에 대한 두려움이 엿보였다. 


"다음 날 저는 직장에서 아주 개떡이 되었죠. 복잡한 문제가 생긴 까다로운 손님 한 명이 하루 종일 저를 전화기에 붙잡아 놨거든요. 그 스트레스가 제 머릿속에서 그 소름끼치는 발자국에 대한 일을 지워버린 것 같아요. 저는 집으로 돌아와서 구두를 벗어 내던지고, 물 한 잔을 들이킨 다음 바로 매트리스에 얼굴을 묻었죠. 전 그냥 낮잠만 좀 자다가 이삿짐 정리를 하려고 했는데, 제가 일어났을 때는 이미 어두워졌고...그리고...누군가가 제 발가락을 씹고 있었어요." 


나는 걸음을 멈췄다. 


"무슨 생각 하실지 알아요," 마르쿠스가 조소했다. "미친 소리 같다는 거 알아요. 제 뇌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데요. 벌거벗은 채 허연 머리채를 허리까지 늘어뜨린 늙은 여자가 들쭉날쭉한 이빨로 제 발을 갉아먹고 있었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아요. 나는 도시 절반은 깨울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비명지르면서 그 여자 얼굴을 걷어찼어요...최소한 그러려고 했어요. 제 발꿈치는 그 여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그녀를 뚫고 지나갔어요. 제가 아무리 걷어차고 몸부림치고 주먹질해도, 조금도 소용이 없었어요...그 여자는 계속해서 깨물었어요. 제가 도망가니까, 그 여자는 뼈 없는 뱀새끼처럼 바닥을 기어다니며 저에게 다가왔어요. 제 다리의 물린 상처에서 나온 피를 계속 할짝이면서요. 주전자랑 칼도 던지고, 주기도문도 외우고, 빗자루로 그 년을 후려패보기도 했어요. 그래도 소용이 없더라고요. 결국 저는 그 아파트에서 뛰쳐나왔어요. 발가락 두 개는 사라진 채 맨발로 피를 질질 흘리면서요. 당연히 이웃들이 경찰에 신고했죠. 그런데 경찰들이랑 같이 그 집에 돌아가 봤는데...그녀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어요."


"저는 망가졌어요." 마르쿠스가 계속 이어갔다. "실제로 그 경찰관의 어깨에 매달려서 울었던 것 같아요. 병원은 나를 며칠간 지켜보려고 했고, 저는 무조건 '네' 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정말이지 제 집으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어요. 그리고 일할 상태도 아니었죠. 제 발을 볼 때마다 현실이 제 가슴을 들이받았어요. 귀신 같은 늙은 여자가 정말로 내 아파트 벽에서 걸어나왔고, 내 발가락 두 개를 씹어 먹어버렸다. 잘려나간 상처는 원래부터 그랬다는 듯이 아프지도 않아요. 그리고 그 아파트에도 핏자국조차 없었어요. 아마 그 여자가 싹 다 핥아먹었겠죠."


"그렇다면 그 늙은 여자가 당신을 공격한 걸 본 사람은 없다는 건가요?" 내가 요약했다. 


"나한테 증거가 없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원한다면 당장 사라진 발가락을 보여줄 수도-" 마르쿠스는 구두를 벗기 위해 무릎을 꿇었다. 


"이봐요,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나는 그를 멈추기 위해 붙잡았다. 그러자 그의 양복 아래 가려진 너덜너덜한 팔이 느껴졌다. 손가락으로 잠시 쓸어보는 몇 초의 순간에도, 그 허전한 흉터가 정확히 인간의 입 모양과 크기와 일치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마르쿠스는 한숨과 함께 저물어가는 태양 아래 일어섰다. 


"병원에 있으면 안전할 거라고 생각했죠. 누구든 안 그러겠어요? 무장한 경비원이랑 간호사들이 사방에 있고 비상 호출 버튼도 있고...하지만 그런 것들이 있어도, 여전히 그 여자가 썩어가는 얼굴에 굶주린 미소를 드러내고 구석에서 기어올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첫날 밤에는 잠에 드는 것도 힘들었어요. 아마 그래서 다음 날 그렇게 빨리 곯아떨어진 거겠지만..." 마르쿠스는 떨리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저한테 기억나는 건 고통뿐이에요. 고통...그리고 그 여자 얼굴. 두번째 날 밤에 침대 난간에 팔을 걸치고 있었는데 그 여자는 그냥...그 팔을 와작거리며 깨물었어요. 그 여자 혀가 피를 더 달라는 듯 혈관을 뚫고 들어왔어요. 그 여자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면서...기뻐서 몸을 떠느라 헝클어진 머리채랑 그 쇠약한 몸이 마구 흔들렸죠. 간호사들이 달려왔을 때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어요. 제 팔이 한 입 떨어져 나간 흉터가 유일한 증거였죠. 의사들은 그게 뭔지 설명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제 정신나간 이야기를 듣고 나더니 더 이상 저를 거기에 두고 싶어하지 않더군요. 결국에 저는 쫓겨났죠."


나는 머릿속으로 그 병원에 마르쿠스의 이야기에 대한 기록이 있을지 확인해봐야겠다고 정리해 두었다. 


"왜 제가 길거리에서 사는지 알고 싶다고 했죠?" 마르쿠스의 외침이 나를 다시 현실로 되돌려 놓았다. "이게 그 이유에요. 어디든 하룻밤 이상 머물러 있으면 그 여자가 다시 나타나거든요. 그 여자가 누군지도 왜 나를 고문할 대상으로 골랐는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당장 알고 있는 건 이제 절대 한 장소에서 이틀을 잘 수 없다는 거에요. 이제 포기했어요. 그래서 당신이 저를 도와주셔야 하는 거에요.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절대 같은 자리에서 두 번을 자게 하지 않도록 해주세요. 안 그러면, 그 여자가..." 마르쿠스가 훌쩍거렸다. 그의 얼굴에서 눈물이 흘러나오는 것에 놀랐다. "...그 여자는 뼈다귀 하나도 남기지 않을 거에요.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저를 다 빨아먹을 겁니다." 


그때 내가 뭐라고 했는지, 혹은 마르쿠스와의 상담을 어떻게 마쳤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난 그저 그에게 내 명함을 준 다음 그를 위해 최선을 다해 기도해 주었다. 그의 기묘한 이야기로 인한 불쾌한 광경을 떠올리지 않으려 하면서 말이다. 겨우 진정했을 때는, 마르쿠스와의 두 번째 면담을 약속하지도, 심지어 그와 다시 연락할 수단도 마련해두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마르쿠스와 내가 만나는 것은 전적으로 그에게 달렸는데, 그가 노숙자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가능성이 없었다. 


그날의 대화를 기록하고 파일로 저장해놓는 내내 죄책감이 나를 갉아먹었다. 우리가 대화를 한 뒤 마르쿠스는 한 번도 센터로 돌아오지 않았다. 내가 직접 그를 찾아보는 게 나을 것이라는 걸 알았다. 수치스럽지만 몇 년이 지나고 나자 완전히 그에 대해 잊어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겠다. 그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


나에게 연락한 이는 영업사원용 양복을 입은 채 괴로워하던 그 젊은 남자가 아니었다. 그 사람은 우리 주에서 몇 주 떨어진 곳의 경찰관이었다. 그는 나를 찾았다. 그가 말하길, 자신이 소속된 주 교도소에서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마르쿠스 레지널드 브라운웰-남성, 코카시안, 31세- 가 부랑죄로 며칠 전 구금되었다고 한다. 체포된 이후, 그는 내내 감옥을 바꿔달라고 비명지르면서 "말썽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뜻대로 되지 않자, 마르쿠스는 폭력적으로 행동했다. 소장은 그를 독방으로 이송했다고 한다...


사흘 동안. 


나에게 연락한 경찰관은 그 사흘간 마르쿠스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히 말하지는 않았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감시 카메라들이 죄다 작동이 중지되었다." 하지만 경찰관은 그 뒤에 남은 마르쿠스의 흔적에 대해서는 말해줄 수 있었다. 점프수트 한 벌, 그리고 바닥에 남은 더럽고 기름진 얼룩. 


"그게 가장 이상한 겁니다." 전화선 반대편에서 그 경찰관이 머리를 긁는 소리가 들렸다. "마르쿠스 씨가 계속 당신에게 전화를 걸고, 당신을 불러달라고 하고, 당신이 무슨 수를 써서든 자기를 풀어줄 거라고 말하길래, 저희는 그 사람이 모종의 방법으로 탈옥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신은 아마 무언가를 아실 것 같습니다만, 박사님." 그의 비웃는 목소리가 내 직업에 대한 그의 견해를 말해주고 있었지만, 나는 거의 눈치채지 못했다. 내 정신들은 그의 마지막 말들에 집중되어 있었다. 


...계속 나에게 전화를 걸고...


...나를 불러달라고 하고...


...내가 무슨 수를 써서든 그를 풀어줄 거라고...


당연하게도! 마르쿠스는 내 예전 전화번호만을 가지고 있었다. NGO로 이직했을 때, 나는 연락이 닿는 모든 사람에게 나의 새 번호를 알려주었지만...나는 마르쿠스를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조금 더 정직하게 털어놓자면, 나는 그 진짜 이유를 안다. 마르쿠스의 이야기가 일하는 데에 너무나도 방해가 되었다. 그의 정보를 기록해두었어야 했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고, 그 결과는...


어젯밤 나는 처음으로 그 꿈을 꾸었다. 순수한 공포. 깨어난 뒤에는 그 꿈의 어떤 부분도 기억나지 않았지만, 머릿속에 마르쿠스가 떠올랐다. 그리고, 내 침대 옆에, 발자국들이 있었다. 부엌을 새롭게 개조하고 있었던지라 여기저기에 석고 가루들이 흩어져 있어서, 부엌 벽에서 걸어나와 하룻밤 내내 내 침대 곁에 서 있던 자의 흔적을 발견하기란 쉬웠다. 


짐을 꾸린 배낭이 내 책상 옆에 기대어 있다. 나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잘 챙겨 놓았기를 바란다. 


지난 4년 동안 길거리 생활에 대해 많은 것들을 배웠지만, 여전히 놀라운 사실들은 남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