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솜씨가 없어서 글이 두서없는건 양해해주고

흥미진진한건 없어서 노잼일수 있음 주의

내 고등학교 동창 중에 도서부였던 애 얘기임


우리 고등학교 자체가 지은지 좀 오래 된 데였어

그렇다 보니 건물 총 4개 중 대강당 건물이랑 1,3학년동 2개는 예전 건물 그대로고 체육관 2학년동 두개는 꽤 최근에 지어진 새 건물이였는데

도서관은 저 1,3학년동에 같이 있었어 요즘마냥 도서관을 따로 만드는게 아니라 교실 벽을 허물어서 공간을 넓히고 거기에 도서관을 만드는 식으로


그리고 이 도서관에서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갑자기 돌기 시작함

글자 그대로 갑자기였는데 내가 입학한 직후~2학년 1학기때는 아무런 소문이 없었고 2학년 여름방학 직후 2학기부터 이 소문이 나기 시작한거

보통 이런 괴담은 되게 두루뭉술하게 뭐 귀신이 나온다더라 하는 식인데 우리는 디게 구체적이였음

야자시간에 잠긴 도서관 안에서 불빛이 번쩍였다

사람 발이 도서관 유리문 안에서 있다가 사라졌다

야자시간에 도서관에서 계속 나무 두드리는 따닥따닥 소리가 울린다

이런 소문이 쫙 퍼지기 시작함


가장 이상했던게 도서관 바로 앞에 교실이 있던 1학년애들이 한 말이였는데 웬 여자애가 잠긴 도서관 안에 서있는걸 봤다는거임

애초에 우린 남고여서 여자애는 고사하고 여자는 여교사밖에 없었음 바로 옆에 초등학교 중학교 다 붙어있긴 해도 걔네가 왜 고등학교 건물까지 오겠어

이런 말들이 점점 퍼지고 퍼지다가 결국 선생들 귀에까지 들어감


도서부였던 내 동창이 이걸 듣고 자기가 규명을 해내겠다고 나섬

이 친구 특이사항이 책을 진짜 엄청 좋아했음

어느정도냐면 이 친구가 1학년때 도서부 지원했다가 떨어졌는데 떨어지고 나서도 도서관에 점심시간마다 박혀있으면서 책 읽고 청소 돕고 책정리도 돕고 그랬음

그러면서 도서부랑 친해지고 사서교사 눈에 들어서 2학년때 특채 느낌으로 도서부에 들어간거

외진 시골에서 태어나서 고등학교 다니려고 도시로 나왔다고 하던데 그것때문인지 덩치도 크고 무섭게 생겼지만 디게 순한 애였음


걔가 나선 이유도 디게 특이했는데 걔는 이 이야기 듣자마자 귀신은 없다고 아예 못을 박아버림

더 정확히는 자기는 영혼이나 신령, 악귀 이런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거는 소수의 박수무당이나 보고 느끼고 조율하는거지

이번 도서관 귀신 이야기는 그냥 소화전 불빛이나 사람 발 그림자같은걸 보고 사람들이 연상해낸 집단환각 비슷한거라고 거의 선언을 함


그러고는 야자시간마다 본인이 직접 도서관을 열어버림

야자시간에도 점심시간처럼 책 대출반납 가능하게 하고 책도 읽을수 있게 오픈을 한거

처음에는 괴담도 괴담이다보니 애들이 도서관에 가지를 않았는데 시간이 동창이 야자시간에 책 정리하고 책 미납자들 찾아가서 따져대고 하니까 얼마 안가서 괴담은 거의 사라짐


처음에 괴담에 불을 지핀 반짝거리는 빛도 밤 10시에 그 동창이 도서관 불 다 끄고 커튼 싹 치고 전 도서관을 뒤져서 반사광을 찾아내서 논란을 종식시킴

학교 옆에 경사진 차도가 있었는데 그 차들의 헤드라이트가 도서관 옆문에 뚫린 작은 유리창에 반사되서 번쩍이는 것처럼 보였던걸로 결론남


그렇게 2학년 2학기를 지내고 나니까 괴담은 딱 하나 빼고 거의 다 사라짐

바로 도서관에 검은 옷 입은 여자애가 나타난다는거

당시에는 이것도 그냥 쌤들 딸 보고 오해한거 아님?으로 넘어갔었음 그때 우리학교 쌤들 애들이 바로 옆에 붙어있는 초등학교에 다녀서 쌤들이랑 손잡고 다니는게 좀 보였었거든


근데 정작 괴담을 종식시킨 그 동창 본인은 여자애 유령에 대해선 아예 함구함

불빛은 반사고 발은 그림자고 소리는 내가 낸거다 도서관에 유령이 있다면 그건 나다 내가 오페라의 아니지 도서관의 유령이다 하면서 염병하던 애가

다른건 다 일축하면서 그 어린애 보였다는거에 대해선 뭐 잘못본거겠지 만 말하고 답변을 회피함

한번 기회가 있어서 도서관에서 걔한테 직접 그 여자애 유령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냐 물어봤었는데

그때 걔가 아무말도 안하고 눈 얇게 뜨고 고개만 저었던게 아직도 기억남


저때부터 도서관은 거의 상시로 열려있었음

아침에 가면 열려있고 점심엔 당연히 열려있고

야자시간에는 야자 끝날때까지 그 동창이 눌러앉아서 책읽고

수능 끝나고 나선 나랑 걔 포함 도서관 자주가던 몇명이서 영화보고 게임하고 유툽보고 함

근데 그렇게 계속 열어두는데도 저 여자애 목격담은 끊이지를 않았음

그 동창이 확실하게 말하질 않으니까 도서관에 와보지도 않은 놈들이 확대재상산이라도 한건지 다른 괴담 다 사라지고도 저 목격담만은 내가 졸업할때까지 유지됨


그리고 얼마전에 친한 후배를 만나서 옛날얘기 하다가 그 괴담 이야기도 나왔는데

후배가 하는 말이 그 여자애 괴담이 내가 졸업하고 싹 사라졌다는거

딱 우리 라인 졸업하고 그 동창도 졸업하니까 이제 도서관을 야자시간동안 열고 있을 미친놈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도서관도 점심에만 여는걸로 돌아왔는데

정작 그 동창이 떠나니까 더이상 도서관에서 누굴 봤다는 말 자체가 안나오게 되었다고


지금 와서는 그 동창을 찾을 방법도 없긴한데

내 재미없는 고등학교 생활에서 유일하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였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