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3함대 경계헌병으로 군 복무를 했었음. 


해군 나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일반 부대와 다르게 자대가 사령부라서 부지가 넓음.


더군다나 해안가에 있기 때문에 군부대 근처로 낚시하러 오는 할배들이 꽤 있었음. 그래서 새벽에 경계근무 하다보면 할배들 저벅저벅 거리는 소리 들리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우리 부대는 해군 부대임에도 활주로가 있었는데, 이게 내 기억이 맞다면 원래 민간공항이었다가 군 부대 관리받게 된걸로 들었음.


그리고 여느 부대들도 그렇듯이 부대 곳곳에 주인 누군지 모를 무덤들이 몇 개 있었음. 특이한 점은 활주로에 무덤이 하나있었는데 거기 바로 뒤에 경계초소가 있었다는 것.


나 처음 전입왔을때 그 초소는 근무 들어가진 않았는데 거기서 근무 중에 귀신봐서 기절한 사람이 있었다나... 전형적인 신병들 겁주는 이야기 소재로 많이 쓰였음. 


부대 활주로를 과거 민간 공항에서 쓰던 시절 여객기가 추락해 사람들이 많이 죽은 사고가 있었다고 함. 그래서 그 사람들 기리기 위해 활주로 옆에 무덤을 만들었었는데, 경계근무 들어간 초병들이 거기서 귀신을 보았다는 이야기였음. 


암튼 그 초소는 근무 안들어갔고, 증가초소 하기 전에는 딱 활주로 들어오는 곳에 있는 초소 하나만 운영하고 있었던 상황.


대충 기억나는 대로 그림그려봤는데 동그라미가 초소라고 생각하면 됌. 5시 방향에 있는 하늘색 원만 경계근무 들어갔고, 나머지는 운영하지 않았음. 빨간 동그라미가 무덤이 바로 앞에 있는 문제의 초소.


보이다시피 활주로 초소라서 아무것도 안보이고 앞에는 바다이기에 새벽이 되면 안개가 끼곤 했음. 내가 상병 즈음에 전입온지 얼마 안 된 후임이랑 같이 저 초소 새벽에 들어갔음. 12시부터 2시반인가? 3신가 까지 경계근무 하는건데 부대에선 11시 근무라고 했었음.


아무튼 각설하고 근무 투입함. 헌병대대 나온 사람 있는진 모르겠는데 저 초소가 대대 생활관과 멀리 떨어져있기도 하고, 진입로가 쭉 직선이기 때문에 개꿀빨기 딱 좋은 초소임. 그래서 보통 저 시간엔 잠을 자는 사람도 있고 걍 앉아서 쉬는 경우 많았음. 


나도 후임이랑 근무 들어가서 한 30분 정도는 경계근무 하다가 시간도 안가고 안개도 슬슬 끼는거 같아서 걍 노가리 까면서 놀고있었음. 후임한테도 내가 전입온 당시 들은 무덤초소 이야기를 했고, 여기 근처에 있다는 이야기도 함. 후임이 무서운 이야기 싫어하는티 냈는데 난 더 재밌어서 나 예전에 귀신겪은 썰 같은것도 풀고있었음. 


근데 나도 썰 풀면서 슬슬 오싹해 지길래 무덤 초소가 어디쯤에 있었는지 한번 찾아보려고 활주로 쪽으로 고개 돌려서 바라보고 있었음. 


근데 그림에 나와있는 무덤초소 가까이에 있는 초소에서 뭔가 보이는거임.


보통 초소가 이렇게 생겼잖아?


근데 그 초소에 저렇게 뭔가 서있는거야. 뭐 밤이라서 그림자 진거 잘못 본거 아니냐 할 수 있는데 확실히 아니었음. 저 시꺼먼게 식별될 정도니깐. 그림자가 있긴 했지만 저 시꺼먼거랑 명확하게 구분이 됐거든. 근데 내가 당황스러웠던건 초소에 뭔가 있다는것 뿐만 아니었어.

 


보통 경계 근무 서고 있는 실루엣이 저 정도란 말이지. 초소 벽이 엄폐물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높이가 있기도 하고

근데 내가 본건 일반 사람이라기엔 너무 컸단 말이야. 일반인 1.5배 정도 큰게 저기에 서있으니깐 ㅈㄴ 무서워지더라.


그래서 진입로 망보고있던 후임한테 저거 보이냐고 물어보니깐 자기도 보인다대? 그래서 내가 초소 안에서 쌍안경 가지고 와서 저게 뭔지 한번 보려고 했었음. 근데 쌍안경 정비상태가 개 구려서 그런지 안보이더라. (해당 초소 말고도 다른 초소에 있는 쌍안경도 그냥 장식수준이어서 초점 안맞는 경우가 더러 있었음.)


그래서 내가 한번 가서  확인해 보려고 후임한테 같이 가자고 했음. 그랬더니 지는 무서워서 절대 못가겠대.

그래서 나 혼자 갈테니깐 혹시나 진입로에 순찰 오는거 보이면 바로 초소에다가 키폰 때리라고하고 난 저 초소로 이동했음.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갈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그냥 객기 부렸던거 같음. 별거 아닐꺼라고 생각하고 한번 다녀온 다음에 후임 놀릴생각이었던것 같기도 하고.


암튼 그 초소 앞에 가서 계단을 하나씩 오르기 시작함. 계단을 다 올라가고 초소에 도착했는데 역시나 아무것도 안보이더라 ㅋㅋㅋ

그래서 초소 안으로 들어가서 뭐 있나 뒤적거리면서 시간 적당하게 끌다가 후임 골려주려고 했음. 초소 내부에는 경계 근무 일지정도밖에 없었던거 같음. 


나도 그 초소 한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여기 풍경은 어떤가 하고 바다 쪽 잠깐 봤는데 키폰이 ㅈㄴ 울림. ㅈㄴ 깜짝놀라서 전화 받으니깐 후임이더라. 순찰 보이냐고 물어보니깐 후임이 ㅈㄴ 다급하게


" 수병님!! 지금 거기 계시면 안됩니다! 빨리 돌아오십쇼! 빨리!"


ㅇㅈㄹ 떠는거야. 그래서 '아 시발 후임 놀리려고 객기부리다가 걸려서 휴가 짤리고 영창가겠구나' 생각하면서 원래 근무지로 ㅈㄴ 뛰어옴.


숨 ㅈㄴ 고르면서 보니깐 순찰 안왔더라... 그래서 후임한테 순찰 안왔는데 왜 그렇게 다급하게 불렀냐고 화냈음. 

사실 내가 잘못한건데 그땐 나도 긴장하고 있었던것도 있고 후임 놀려줄 궁리 짜고 있었는데 키폰 갑자기 울리고 빨리 오라고 하니깐 당황 + 이거 걸리면 영창 각이다 했던 두려움 등등 이 엮였던것 같음.


근데 후임이 암말도 안하고 죄송합니다만 하는거야. 나도 객기 부린거니깐 화내서 미안하다고 하고 노가리 좀 까다보니깐 근무 시간 끝났더라.


근무 때 있었던 일이 위험했던 일이기도 하고, 후임이 겁이 많았던 애라서 철수한 다음에 야식 먹자고하고 휴게실에서 전자렌지로 라면 끓여줌.


야식 먹다가 다시 궁금해져서 후임한테 "너 그때 순찰도 안왔는데 왜 급하게 키폰때리고 다급하게 이야기 했냐." 물어보니깐 그때 후임이 이야기 하더라.


"그 초소에 있던 새까만 그게 수병님이 초소 도착하고 둘러보는 내내 뒤에서 따라다녔습니다..."


지금 전역한지 꽤 됐음에도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군대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