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2-19. 비둘기와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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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4백만 명의 대도시 로마!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에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지만 2023년 현재 지하철은 겨우 세 개 노선밖에 없다! 왜 세 개 노선밖에 없는 것일까? 그것은! 이 도시는 지하 어디를 파더라도 반드시 유적과 맞닥뜨리기 때문이며… 그렇기에 공사는 중단! 노선 변경!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로맨틱한 도시의 지하에는 아직까지 2천 년 전의 보물이며 미술품이… 아무도 모르게 잠들어 있다.


콜로세움 지하, 나치의 비밀 연구실. 독일군은 이곳에 잠들어 있는 세명의 기둥 속 사내를 감시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중앙에 위치한 사내의 이마가 열리자 그곳의 병사들을 총괄하는 장교가 말했다.


“봐라! 조짐이 수상하다!”


“뭐야 저게! 기… 기둥 속 사내의 이마가 뻐꾸기 시계처럼 열렸어!”


병사들이 동요하자 장교는 그들을 진정시켰다.


“진정해라! 이놈은 자외선을 쪼이고 있으니 움직이지 못해!”

‘우리 독일군이 로마에서 멕시코의 산타나 이전에 발견한 이 기둥 속 사내들은 우리에게 현재 크나큰 위협이 되고 있다! 하지만 멕시코의 슈트로하임 부대가 전멸한 사건은 좋은 교훈이 되었지. 자외선은 이놈들을 암석 상태로 만드다… 이 안전책을 스피드왜건 재단과 함께 알아냈다… 내 임무는 이 돌덩이를 절단해 독일 본국의 방공호에 집어넣는 것인데…’

“무슨 일이냐?! 조심해서 알아봐라!”


장교의 명령에 병사들은 기둥 속 사내의 이마에 위치한 구멍을 바라보았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그림자가 져서 잘 안보이는데…”


“한번 들여다봐.”


구멍 안에서 바람소리가 들리자 병사는 구멍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뭐… 뭔가 소리가…”


그 순간, 구멍에서 뿔이 튀어나와 병사의 얼굴을 관통했다. 한순간에 병사가 즉사하자 지켜보던 이들은 경악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뿌… 뿌… 뿔이!”


“뭐… 뭐냐!! 서… 설마! 이놈!”


그 기둥 속 사내는 눈을 떴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것이다! 곧이어 벽과 일체화 된 피부가 생기를 되찾으며 벽과 분리되기 시작했다.


“눈을 뜨고 있다!!”


그 상황에 모든 이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큰일 났다! 눈을 떴다!!”


“자외선 조사량이 부족했나?! 조사량을 높여라!!”


자외선 전구의 빛이 강해지자 사내는 뿔을 빠르게 회전시켜 가까이 있던 병사들을 갈아버렸다. 병사의 피와 뇌수가 전구에 흩뿌려지자 바라보던 병사들은 모두 공포에 얼어붙고 말았다.


“으아악! 피… 피와 뇌수로 자외선 전구를! 가려버렸다!!”


마침내 세명 중 가운데 있던 사내는 사지를 벽에서 분리시키며 밖으로 뛰쳐나왔다. 금빛의 짧고 뻣뻣한 머리카락과 모빌 같기도 한 머리의 장식, 턱에는 피어스를 한 병사들의 배에 달하는 덩치를 지닌 근육질 사내는 뿔을 다시 이마에 집어넣으며 피처럼 붉은 눈동자를 번뜩여 주변을 바라보더니 몸을 풀었다.


“내가 잠든 사이… 바깥 세계가 어떻게 변했는지… 이 빈약한 발명을 보면 상상이 가는군!”


병사들이 공포에 떨었다. 장교가 소리쳤다.


“마… 말했다! ‘라틴어’다! ‘제정 로마시대’의 언어야!”


“만들어낸 빛으로 이 와무우를 속박할 수 있겠느냐!”


와무우는 그 말과 함께 물 흐르듯이 병사들의 사이를 지나며 모든 병사들의 손을 엮어 하나로 이어 버렸다.


“으아아아아아! 손이!! 달라붙었다!!”


병사들이 모두 연결되자 와무우는 공포에 질린 장교의 이마에 손가락을 찔러 넣더니 그들의 체액을 빨아들였다. 모든 체액이 빨려진 병사들은 거죽만 남아 팔랑거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방해꾼들을 처리하며 겸사겸사 힘도 보충한 와무우는 다시 다른 사내들이 잠든 벽 앞에 서서 양 손을 들어 그들을 건드렸다.


“와무우! 눈을 뜨소서, 나의 주인들 이시여!”


동시에 다른 두 기둥 속 사내의 피부에 색이 돌아오더니 벽에서 분리되며 마침내 기둥 속 사내들이 2천년의 잠에서 부활했다. 와무우는 그 중 이마에 구멍이 뚫린 돌가면을 들고 쪼그려 앉아있는, 두건을 쓴 사내에게 무릎을 꿇었다.


“인간들의 대화로 판단컨대… 바다를 건넌 땅(멕시코)에서는 놈(산타나)이 이 빈약한 빛을 발하는 기계에 굴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파문 일족의 소행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말에 뒤돌아 서있던 하얀 머리에 코에 피어싱을 한 사내가 걸걸한 목소리를 내며 말했다.


“놈들은 2천 년 전 우리가 전멸시키지 않았더냐. 놈들이 지금 부활했다고?”


두건을 쓴 사내가 말했다.


“또 물리치면 그만이다… 게다가 놈(산타나)는 우리의 능력을 따라오지 못했으며, 나이도 1/10 밖에 살지 못한 애송이였다. 내버려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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