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용맹한 영웅의 파란만장한 모험 이야기가 시작될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럴 기미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발굴자들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자면 돌기둥에서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생각지 못한 이득을 봤지만 기대했을 법한 스펙타클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단지 스탠드라는 유용한 도구가 생긴 것만 같았다. 발굴지에 있던 다른 사람들의 스탠드는 물리적인 힘이 약한데 반해 죠엘의 스탠드는 비교적으로 더 강한 힘을 발휘했다. 덕분에 그가 힘 써야 하는 일에 여기저기 불려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지사였다. 죠엘은 발굴지에 불려져 있었다. 루디 교수가 그를 불러 돌기둥 근처에 있는 잔해들을 치워달라고 한 것이었다. 죠엘이 그 잔해 더미를 바라보았다. 그것들은 양도 꽤나 많았고 무게도 많이 나가 보였으면서도 난잡하게 쌓여있었다. 


“혹시 가능하겠나? 자네도 안되겠으면 중장비를 가져와야 될 거 같은데.”


“음, 어려워보이긴 한데. 한 번 해보긴 할게요. 해봐야 알 거 같네요.”


죠엘은 소매를 확 걷어재낀 뒤에 잔해로 걸어갔다. 그가 몸을 잠시 푼 뒤에 외쳤다.


“스탠드 바이 미!”


그의 몸에서 오오라가 새어 나오더니 죠엘의 몸을 뒤덮었다. 그 기운은 형체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기운이 그의 몸을 뒤덮자 스탠드의 형태를 잡았다. 죠엘은 그의 스탠드, 스탠드 바이 미를 덮은 몸을 잔해로 향했다. 그리고 잔해 더미 사이로 깊숙히 팔을 쑤셔넣었다. 잠시 끙하는 신음 소리가 들리더니 잔해 더미가 들썩거렸다. 조그마한 돌멩이들이 달그락거리며 떨어졌다. 그대로 들어올리나 싶던 바로 그때, 그를 지켜보던 루디 교수는 그에게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잠깐, 잠깐만. 설마 이걸 한 번에 다 치우려고?”


“예, 무슨 문제라도 있을까요?”


“오, 세상에. 죠엘, 제발 네가 나한테 배운 학생이라고 말하지 말아주길 바란다. 네가 그렇게 발굴을 한다는 것은 유적지 파괴 또한 이뤄질지도 모른다는 걸 의미하지. 그리고 난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는 상황을 보고 싶지 않다네. 그러니 제발 유적지가 파괴되는 일은 만에 하나라도 없게 해줬으면 좋겠군.”


“교수님, 그러면 발굴에 시간이 너무 많이 들 거 같은데요…”


“원래 발굴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일세. 유물을 얼마나 세심하게 다뤄야하는지 내가 강의 시간에 누차 이야기하지 않았나? 자네는 돌아가면 내 강의를 다시 수강하는게 낫겠군.”


“예.. 뭐, 일단 이것부터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조심 좀 해주게. 꼭 부탁하겠나.”

그녀는 그렇게 말한 뒤에 다른쪽으로 갔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잠시 째려보던 죠엘은 짧게 한숨을 내쉬고 사람 몸뚱아리만한 돌덩어리들을 치워나가기 시작했다. 몇 분 정도 그러고있으니 옆에서 아벨이 다가왔다.


“죠엘, 나도 도와줄게. 혼자 하기 힘들지?”


“오, 도와주게? 도와준다면 고맙지.”


죠엘이 아벨의 손에 돌덩어리 하나를 들려주었다. 그 바람에 아벨은 돌덩어리의 무게에 짓눌려 넘어지려는듯 비틀거렸지만 중심을 잡고 일어선 아벨은 부들거리는 팔로 그 돌덩어리를 한쪽으로 치운 뒤에 죠엘에게 웃어보였다.


“그럼 같이 열심히 해보자구.”


“좋아, 잘부탁해. 하는 김에 너도 스탠드 꺼내서 하는게 어때? 그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딱히 큰 도움은 안될걸? 내 스탠드 능력은 네 능력이랑 좀 달라서. 그냥 체력 단련 삼아 맨몸으로 하는게 나아.”


아벨은 그렇게 말하면서 돌덩어리 한 개를 옮겼다. 죠엘도 돌덩어리를 부여잡고 들어올려 옮기면서 말했다.


“네 스탠드 능력이 뭔데 그래?”


“지금 알려주기에는 힘드니까 나중에 알려주도록 할게. 백 번 듣는것보다는 한 번 보는게 나으니까.”


“그래? 되게 궁금하네.”


잡담을 나누며 잔해들을 하나 하나 치워나갔지만 잔해 더미의 수는 그들의 상상을 초월했다. 생각보다 많은 양에 둘 다 지쳐나갈 무렵, 아벨이 들어올린 잔해가 있던 자리에서 무언가가 보였다.


“죠엘! 이거 봐봐. 뭔가 있어보여.”


“뭐야, 또 그냥 돌덩어리 아니야? 잠깐만, 이거 진짜 뭔가 유물 같은데?”


처음에 심드렁하게 아벨이 들어올린 것을 바라본 죠엘은 슬쩍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확실히 무언가가 새겨진 듯한 돌판이었다. 그것은 단면이 울퉁불퉁하고 가로 세로 각각 3~40센치 정도 되어보이는 돌판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 그것을 아벨에게서 받아들어서 유심히 살펴보던 죠엘이 말했다.


“이거 새겨진 모양으로 봐서 고대 이집트에서 쓰던 상형문자의 초기 형태 같은데? 거기다가 이 단면도를 살펴보면 어디선가 떨어져나온 판의 조각 같애. 한 번 이 주변을 잘 둘러보면 남은 조각 같은 것을 찾을 수 있을 거 같은데?”


“오, 확실히 그렇군. 나쁘지 않은 해석이네, 죠엘군.”


“깜짝이야! 루디 교수님? 언제 오신거죠?”

“뭐, 방금 오긴 했네만. 이렇게 진짜 실적을 내버릴 줄은 몰랐네. 이런 유물을 구해내다니…”


루디 교수는 죠엘의 손에서 돌판을 뺏어들다시피하고 이리저리 돌려보며 감탄했다. 잠시동안 루디 교수의 유물 감상 시간이 이어지다가 그녀는 죠엘의 손에 돌판을 다시 돌려주며 말했다.


“자네의 추론은 대체로 다 맞은것 같지만 몇 가지가 모자라네. 일단 이 석판은 잔해 더미 속에서 발견되었지. 그리고 이 부서진 모양과 금 간 자국으로 보면 위에서 잔해 더미가 떨어질 때에 바닥이 파괴되었고 잔해 더미가 떨어지면서 생긴 충격파로 그 바닥의 일부는 잔해 더미와 함께 아래로 추락했지만 일부는 위로 튕겨 올라가버린게 분명하네. 그리고 이 잔해가 위로 튕겨 올라온 바닥의 일부분이고. 그리고 이 석판이 바닥 조각이라는 증거 중 하나는  바로 상형문자라네. 이는 보통 무언가가 장식되었다는 곳은 보여주기 위한 경우가 많지. 이를 통해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이 바닥 조각은 반대쪽에서는 천장의 역할을 했고 이 잔해들이 전부 치워진다면 우리는 이 조각이 천장을 맡은 그 내부를 발견할 수 있을걸세.”


“그렇다면 지금 이 아래로 내려갈 수 있도록 구멍이라도 뚫는다면….”


“자네에게 해 준 칭찬은 돌려줘야겠군, 죠엘. 정말이지… 유물을 훼손하지 말란 말이다! 여기는 내가 맡겠다. 나와라, 비바라비다!”


그녀는 당장에라도 바닥을 때려부수고 내려갈듯 스탠드를 꺼낸 죠엘을 밀쳐낸 뒤에 돌기둥으로 다가갔다. 그녀의 스탠드, 비바라비다. 마치 아마조네스 여전사와 같이 생긴 관능적이고 아름다운 겉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장미도 그저 아름다움만 지니지 않고 가시라는 색다른 매력을 지닌 것처럼 괴기하게 생긴 가면을 얼굴에 쓰고 있었다. 그것은 허리부터 희미한 모습을 띄고 있었고 무릎 부분부터는 실루엣만 보이는 수준이었다. 루디 교수가 아직 치워지지 않은 잔해 더미로 비바라비다를 보냈다. 비바라비다는 팔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그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연기처럼 하체의 투명한 부위가 뿌얘지더니 마치 영상을 보여주는 스크린과 같이 한 장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영상에서는 천장이 무너져내리고 파편이 튀는 모습이 마치 그 시대로 달려가 비디오카메라로 찍은 것처럼 선명하게 그려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던 루디 교수는 바닥과 영상을 번갈아보다가 이윽고 한 지점에서 시선을 고정했다. 그 상태에서 비바라비다는 잔해에서 손을 빼내고 루디 교수가 바라보던 지점을 향해 주먹을 내리꽂았다.


‘아니?! 나보고는 유물을 훼손하지 말라던 루디 교수님이 저런 짓을? 대체 무슨 일이지?’


황당한 표정으로 그 상황을 지켜보던 죠엘과 아벨을 뒤로 하고 비바라비다의 주먹질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잔해 더미가 당장에라도 무너져내릴 것만 같았지만 오히려 비바라비다의 주먹은 보통 성인의 근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만 같았다. 오히려 더 약해보인다면 약해보일 정도. 그런 비바라비다의 주먹질은 유적지에 큰 충격을 준 것 같지 않아보였다. 그러나 잠시 후, 우르릉거리는 천둥과 같은 소리가 울려퍼졌다. 잔해 더미의 일부가 흘러내리더니 아래에 뚫린 구멍과 연결되어 비탈길처럼 아래로 진입하는 통로가 형성된 것이다. 


“자, 들어가보도록 하지.”


“예? 지금 들어가시려고요? 지금 시간도 늦었는데…”


“자네야말로 무슨 소리를 하는건가, 죠엘? 지금 우리의 눈 앞에 세기의 발견이 기다리고 있다네. 난 지금 당장에라도 들어가지 않는다면 평생을 두고두고 후회할 인류의 역작을 놓칠거란 말일세!! 진입하지 않는다는 말은 절대 용납할 수 없네, 죠엘군.”


“그렇지만 시간대가 점점 어두워지는 시간대일텐데. 과연 괜찮을까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가야 저희가 완벽히 이 발굴을 끝마칠 수 있지 않을까요?”


“자네의 말도 일리가 있군. 그렇다면 준비를 마치고 오도록 하지. 아, 맞다. 발굴은 먼저 소규모로 진행한 뒤에 필립스씨께 말씀드릴테니 다른 사람한테 가급적이면 알리지 않도록 하게.”


죠엘의 언변으로 인해 발굴을 진행하는 것은 지금 당장은 일단락되었지만 결국 늦춰진 것일 뿐이고 유적지에 들어가게 된다는 사실은 변한 것이 없었다. 결국 해야만 하는 일이었던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 밤이 되고 총총한 하늘의 별빛만이 희미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어두컴컴한 시간에 시커먼 실루엣 몇이 발굴지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돌기둥 앞으로 가더니 한 명씩 차례로 그 아래로 들어갔다. 어둑어둑하고 먼지로 가득찬 유적지 안에서 손전등 불빛 몇 가닥이 켜졌다. 차례로 안면의 형태가 불빛 곁에서 보였다. 


“낮에 보지 못했던 얼굴들도 끼어들어있구만. 무슨 일들이시려나? 분명 내가 얘기했던 거 같은데.”


“아자드는 저랑 같은 숙소를 써서 어차피 몰래 빠져나가는 거는 불가능한 마당에 데리고 나왔어요. 어차피 일면식이 있는 사이니까 상관이 없지 않을까요?”


“저도 똑같은 이유긴 해요. 저는 두 명이라는게 차이점이긴 한데…. 잭이랑 엘로라고 합니다. 이미 여기까지 온 상황에서 다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같이 가시는게 어떨까요?”


“뭐, 내 발굴만 방해하지 않는다면 크게 상관하지 않을테지만 이미 유적지 안에 들어온 이상, 명심해두는게 좋을겁니다. 다시 얘기하지만 절대! 유물과 유적들을 훼손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됩니다. 그것은 이 공간 안에서 지켜져야 할 철칙입니다!”


“목숨을 걸고 지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그정도까지는 안되겠지만 되보도록 할게요.”


“저도요…”


“좋습니다, 엘로씨. 바로 그 각오인겁니다! 그럼 이제부터 발굴을 진행하러 가보도록 하죠.”


루디 교수는 활기찬 목소리로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 나머지 일행들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몇 개밖에 되지 않는 손전등 불빛. 사방을 울리는 온갖 기묘한 소리들. 벽과 천장에 새겨진 상형 문자와 금이 어지럽게 쳐진 거미줄이 이루는 하모니. 한 점의 예술 작품과도 같은 그 내부에서 루디 교수는 얼굴을 붉힐 정도로 흥분한 상태로 유적을 탐험해나갔다. 끝없이 똑같은 모습의 복도만 이어지는가 싶던 순간, 계단이 하나 등장했다. 그들은 계단을 조심히 내려가고 있었다.


“잠깐! 이 앞에 뭔가가 있습니다.”


 그들은 계단 끝에 큰 구덩이가 파져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뛰어서 건너가기에도 애매한 거리를 가진 구덩이인지라 그대로 멈춰있던 사이, 아자드가 앞으로 나섰다.


“이대로 가다간 여기서 계속 죽치고 있겠네. 모두 좀만 뒤로 가봐요.”


그는 손전등의 불빛을 구덩이 한쪽 끝에서 다른쪽 끝으로 향하도록 손전등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뒤로 돌아 다른 이들을 향해 말했다.


“자, 이제 이 빛을 밟고 건너가요. 반듯한 모양이라 건너기에 문제는 아마 없을겁니다.”


그의 말에 죠엘이 앞으로 나왔다. 아무것도 없어보이는 그저 손전등 불빛만 보이는 허공에 그가 한 발을 올려놓고 뒤를 이어 그의 나머지 발마저 올리자 마치 그가 허공에 뜬 것처럼 보였다. 그 상태로 그는 직선으로 쭉 뻗은 손전등 불빛을 밟고서 구덩이를 건넜다. 루디 교수, 엘로, 아벨, 잭까지 차례로 전부 그 구덩이를 건너고 홀로 남은 아자드가 반대쪽에서 건널 방법을 찾고 있었다. 아자드는 구덩이 건너편을 향해 손을 흔들면서 말했다.


“그냥 이쪽으로 빛만 비춰줘. 그러면 그쪽으로 갈 수 있으니까.”


그의 말에 아벨이 손전등을 그가 서 있는 바닥을 향해 비추면서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 바닥 위로 살짝 뛰어오른 뒤에 아자드가 그 빛을 밟고 구덩이를 건너 그들에게 도착했다. 첫 난관을 가볍게 해치운 그들은 안쪽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비밀을 찾아 더 깊은 파라다이스 시티의 유적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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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좀 늦게 왔습니다...


기왕이면 이런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겠으니...


그래도 즐겨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