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한 운명의 실이야, 이렇게나 견고하다니 믿을 수 없는걸. 》


" 가만히 두렴, 보이시스. 우리가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그들은 알아서 오게 돼있으니까. "



운명의 화살을 쥔 여성이, 칠흑같이 꺼먼 몸뚱이에서 하얀 눈만 반짝거리고 있는 자신의 스탠드에게 답하였다. 둘의 눈에 보이던 것은 강하게 얽힌 굵은 붉은 실 세 개. 여성은 그 붉은 실에 반응해 엄청난 화력으로 불타고 있는 화살과 함께, 흥미롭다는 듯 그 실을 바라보았다.



" 다른 인간들의 운명의 실은 복잡하게 얽혀져 있어 난잡할 뿐이었는데, 이 실은... 정확하게 내 쪽을 묶어두고 있어. 그들이구나, 노암 제이콥스, 빌 라르손... 그리고, 푸후후후흐흐흐하하하하. 게리 생로랑? 언제나 들어도 우스꽝스러운 이름이야. 넌 언제나 창작 센스 하나는 꽝이었지. "



그래도, 여성은 흥미로웠다. 누구보다도 굵은 실들이 뭉쳐 같은 목표를 바라본다는 것이, 사람의 단합 능력이 이런 곳에서 빛을 발하게 될 줄은 전혀 몰랐었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 자신의 손아귀에서 끝나게 되리라. 여자는 그렇게 생각했다. 


워싱턴 D.C를 멍하니 거닐고 있던 여성은 천천히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금 자취를 감춘다.










" 어어, 어어? 이놈 벌써부터 위험한데, 노암? 니히히학, 운전하는 꼬라지가 왜 그래, 운전면허 딴거 맞아? "


" 닥쳐봐, 제발! 운전 안한지 좀 넘었거든? "


" 운전할 차가 없어서 그랬던게 아니라? 니히학, 그거 참 재밌는 이야기네. "



나름의 티격태격을 보이면서 드윌리의 어설픈 운전 실력에 독설을 수시로 내뱉는 게리, 사실상 언제 사고가 날지 몰라 불안한 상황을 어느 정도 풀어내면서 빌의 긴장감도 조금씩 풀게 하려는 의도였다. 오히려 긴장을 하면 뇌를 제대로 쓰질 못했으니, 긴장을 푸는 것이 긴장했을 때보다 더욱 안정감 있는 운전 실력을 보여주곤 했었다.


몇십 분 정도 지났을까. 꼴에 아메리카의 엄청나게 빡센 운전 면허를 딴 사람 아니랄까봐 어느 정도 미러를 수시로 확인하고 도로 상황, 표지판을 수시로 확인하며 상황에 알맞게 운전 텐션을 조절하는 것이 나름 프로같기도 했다.



" 여어, 몇십 분만에 이렇게 익숙해진다고? 면허를 따기는 땄ㄴ... "



순간적으로, 무엇인가를 발견했는지 도중에 말이 끊긴 채 굳어버렸다. 어느 여성의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었고, 노암은 그걸 즉각적으로 눈치챘다. 적군이구나.



" 적군이냐? "


노암의 대답에 게리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의문의 여성 한 명, 확실히 남들과는 튀는 분위기와 들고 있는 화살, 저 화살... 여태까지의 피해자들이 날카로운 무언가에 찔린 흔적들. 분명... 그래, 그 여자다. 노암은 화살과 여태 봐왔던 흔적들로 그 여자가 운명의 여신 혹은 여신과 관련된 아주 중요한 인물이라는 것 즈음은 알 수 있을 터였다.



" 빌, 유턴해라, 반대 차로로 돌아가는거다. "

" 뭐?! 미친 놈아, 유턴 가능한 차로가 아니라고! 무슨 일이길래 그러는데?! "


" 너도 알거다, 유턴해라. 네 감을 믿고, 목표는 반대 차로의 화살을 든 여성이다. "



빌도 여성이 적군인지 아닌지는 구분할 수 있었다. 뒤에서 소리를 들었을테니... 결국 외마디 욕을 내뱉고선, 빌도 고개를 끄덕이곤 금지 차로에 그대로 유턴을 한다. 지나가던 차가 아슬아슬하게 부딪히지 않고 경적을 울려댈 뿐이었고, 덕분에 다행히 화살을 든 여성에게로 가까이 돌진할 수 있었다. 


빌의 차는 멈추지 않았다. 앞뒤 분간 하나도 없이 그대로 여성을 향해 돌진하던 차였다. 다행스럽게도 주변에서 돌진하는 차에 박을 정도로 가까이 있는 다른 무고한 사람은 없다는 것이 다행인 점일까.



" 빌, 이건 도박이다. 저 여성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을줄 알고 무작정 악셀을 밟는거지? "


" 닥쳐봐, 노암! 지금 확실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려고?! "


" 니학, 염병, 몇 억짜리가 공중분해되게 생겼지만, 당장에 저 여자 처리가 우선이겠지. "


적이라고 인식된 순간 당장에 이걸로 죽이지는 못해도 크게 데미지정도는 입혀놔야 했으니, 어떻게든 여성을 향해 차를 들이박으려 하였다.


쾅 ㅡ 끝내 차는 여성과 함께 부딪혔고, 다들 부딪힌 충격에 제대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비틀거리는 충격과 함께 먼저 차 바깥으로 나온 것은 노암, 그 외에 나머지 두 일행들이 머리에서 흐르는 피를 닦아내며 비틀비틀 차 바깥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과감한 행동하고는 다르게 눈앞에 보이는 광경은 충격적이었다. 분명, 화살을 들었던 단발의 여성은 어디로 가고, 확연하게 인상착의가 다른 여자가 차에 들이박힌 채 숨진 광경이 눈앞에 보였기 때문이다.


어째서? 라고 생각할 틈도 없었다. 당장에 운전자였던 드윌리는 그 자리에서 패닉을 해버렸고, 당장에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게 되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했지. 분명 중범죄나 다름 없었고, 당장 처벌이 강력한 미국 안에서 그 혹독한 죗값을 치러야 할 입장이 됐으니 제대로 정신을 못 차리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했을까.



" 씨발!! 내가 사람을 죽였어, 내가 미쳤지. 뭐하러 존나 앞만 보고 간다 해가지고! 미친 새끼들아, 사람 똑바로 지목했던거 맞아?! "


" ...이게 뭔, 하지만 분명히 그 여자였다. 화살을 들고 있던 그 여자, 이상한 걸 눈치채야 하는거다, 분명 화살을 들고 있던 그 여자와 완벽하게 인상착의가 달라, 우리가 잘못 본 것이 아닐 수도 있어. "


《 눈치 챈 순간 이미 내 공격 범위 안이구나. 잘 와줬다, 노암 제이콥스. 덕분에 번거롭게 찾아죽일 일이 없어졌어. 》



순간적으로 들려오는 무엇인가의 속삭임에, 노암 제이콥스의 배가 직격으로 뚫려버리기 시작했다. 거뭇거뭇한 여성의 팔과 같은 가녀린 손길이 너무도 간단하게 뚫려 순간적으로 비명을 지를 틈 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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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꽤 늦었어! 거기다가 컨디션이 받쳐주질 않아서 짧게 마무리가 됐지만 오늘도 열심히 피드백 받아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