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백금으로 끊는 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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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의 여인이 유치원생인 자신의 아들에게 말했다.


“죠타로, 엄마에게 공 던져주렴, 후후. 그래그래. 잘하는 구나.”


몇 년 후, 죠타로가 초등학생이 되었을 때는…


“죠타로, 내일 운동회 파이팅!”


“응.”


죠타로가 중학생이 되었을 때는…


“죠타로, 뭐 좀 먹고 갈까?”


“집에 가서 엄마가 만든 밥 먹을래.”


여자는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죠타로… 죠타로… 얘, 죠타로…”


고등학생이 된 죠타로가 소리쳤다.


“시끄러! 누구인지는 몰라도 자꾸 알짱거릴래, 이년?!”


그의 어머니가 경찰들 앞에서 울며불며 설득했다.


“경찰 아저씨, 사실은 정말 착한 아이예요. 그렇게 엄청난 짓을 할 아이가 아니랍니다.”


경관은 지하 유치장으로 내려가며 조사 정보를 읊었다.


“쿠죠 죠타로… 17세, 키 190cm 아버지는 일본인이며 재즈 뮤지션, 현재 투어 중. 어머니는 영국계 미국인.”


죠타로의 신상을 읊던 머리가 벗겨진 뚱뚱한 경관이 그녀를 보며 물었다.


“어머님, 일본어가 유창하시군요. 일본에서 지내신 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20년 이예요. 그 그래서, 우리 죠타로가 대체 몇 명이나 죽인 거죠?! 꺄악! 듣고 싶지 않아요!”


그녀가 홀로 상황을 부풀려 생각하자 모자를 쓴 젊은 경관이 조금 당황한듯 그녀의 생각을 정정했다.


“여보세요. 누가 죽였다고 했습니까? 싸움이에요.”


“다만 상대였던 깡패들은 쌍절곤이며 나이프를 소지한 데다 복서 출신까지 4인조였죠. 넷이 합쳐 골절 열다섯 군데에다 알까지 터져서… 아차, 실례… 병원에 실려갔지만요.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좀 이상하더군요, 아드님이.”


젊은 경관은 유치장 창살을 발로 걷어차며 고압적으로 소리쳤다.


“얀마! 일어나, 쿠죠! 어머님이 마중 나오셨다! 나와! 석방이다!”


“네? 벌써 석방인가요?”


그녀가 안심하자 머리가 벗겨진 경관이 말했다.


“언제까지고 붙잡아 둘 순 없죠.”


“학교 친구들은 쿠죠의 ‘죠’와 죠타로의 ‘죠’를 합쳐서 ‘죠죠’라고 부른다고…? 푸하하, 유치하기는. 얀마, 죠죠! 나와서 냉큼 집에 가라니깐, 말귀를 못알아먹냐아아!”


침대에 누워 벽을 바라보던 죠타로가 몸을 돌렸다. 모자부터 바지까지 입은 검은 교복은 옷깃에 노란 사슬이 달려 있는 등 온갖 개조를 한 물건이었으며 상의에 붉은 티셔츠를 받쳐입은(이것도 교칙 위반이 명백했다.) 그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셋을 바라보자 경관들은 자기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뭐야… 어머니였군. 흥! 돌아가시지, 난 한동안 여기서 나가지 않을 테니. 나는 ‘악령’이 들린 몸이다… ‘그놈’이 나에게 무슨 짓을 시킬지 알 수 없어. 조금 전 싸움 때도 나는 그 ‘악령’을 필사적으로 말렸지. 그러니 나를, 이 철창 밖으로 꺼내지 않는 게 좋아.”


그 말에 그의 어머니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죠타로…”


“이렇다니깐요, 어머님… 석방이라는데도 저러면서 나오려 하질 않아요. 이런 말은 좀 뭣하지만, 아드님 여기는 괜찮은 겁니까?”


머리가 벗겨진 경관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가리켰다. 그때, 죠타로와 같은 유치장에 수감된 이들이 하나같이 겁을 잔뜩 먹은 얼굴로 철창에 달라붙었다.


“방 좀 옮겨주쇼!”


“이 자식 말은 사실이에요!”


“우린 다 알아요! 이 자식한텐 정말 악령이 들렸다고요! 살려줘요! 무… 무서워! 이제 나쁜 짓 안 할게요! 그러니까 이 자식이랑 다른 방에 넣어주세요!”


“시끄러! 떠들지 마!”


젊은 경관은 경관봉을 꺼내며 소리쳤다. 그 순간, 죠타로는 도대체 어디서 들고 왔는지 모를 맥주 캔에 만년필로 구멍을 뚫더니 그 구멍을 이용해 맥주를 마셨다.


“매… 맥주다.”


“유, 유치장 안에서 맥주를 마셨어! 너… 이 자식! 어떻게 반입했지?!”


“말했을 텐데. 악령이라고, 악령이 가져다주는 거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죠타로는 만화 잡지를 보며 라디오로 스모 중계를 듣고 있었다.


“우오오오오, 소년 점프를 읽으면서 스모중계를 듣고 있어! 저 물건들을 어… 어떻게?!”


“무… 문제다, 이건 아주 심각한 문제야!”


경관들이 혼란에 빠지자 죠타로는 그들에게 다가와 모자를 벗었다.


“잠깐! 이 정도 가지곤 아직도 석방될 수 있으니… 악령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지. 나를 밖으로 내보내는 게 얼마나 위험한 지를 가르쳐 주기 위해…”


죠타로가 오른팔을 뻗자 보라색 피부에 반장갑을 낀 근육질의 다른 팔이 튀어나왔다. 그 팔은 젊은 경관의 뒷주머니에 있는 리볼버를 가져와 죠타로의 손에 쥐어 주었다.


“아아아아, 내… 내 관총을! 빼앗겼어! 어… 어떻게? 어떻게 한 거지?!”


“크… 큰일났다!”


“네놈들 눈엔 안 보였나! 나의 ‘악령’이! 안 보인다면… 이건 어떨까?”


죠타로는 리볼버를 자신의 머리에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죠… 죠타로!!”


그녀가 소리쳤다. 총성이 울리자 죄수와 경관 모두가 비명을 질렀다. 틀림없이 그가 바닥에 피를 흘리며 쓰러질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죠타로의 ‘악령’은… 총알을 잡아버렸다. 죠타로는 숨을 고른 다음 말했다.


“내 뒤에 누군가가 있어! 최근에 들러붙은 것 같더군.”


그녀는 죠타로의 ‘악령’이라는 것에 당황했다.


“네 외할아버지도 신비한 힘을 가졌지만, 우리 아들은… 대체…?!”


그리고… 그로부터 4년 전인 1983년 대서양, 아프리카 카나리아 제도 앞바다. 보물 사냥꾼들은 바다속에서 음침한 상자를 건졌다.


“해… 해냈다! 마침내 건졌어! 100년 전에 가라앉은 보물상자!”


“보, 보물상자 치고는 좀 길쭉하지 않아?”


“어, 얼른! 얼른 열어보자!!”


우리는 이 상자를 기억하고 있다… 이 두꺼운 강철상자를! 100년 만에 대기를 맛보는 이 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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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모험, reST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