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3-13. 실버 채리엇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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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 후, 홍콩 카이탁 국제공항. 기다리다 못한 죠타로가 말했다.


“영감. 분명 한시가 급하다고 한 건 영감 아니야? 대체 뭘 기다리는 거지?”


죠셉은 죠타로의 말에 아무런 대답 없이 활주로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항공기 하나가 곡예비행을 하며 활주로에 착륙하자 죠셉이 일어나 그 비행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걸 기다리고 있었지. 가자!”


죠타로 일행은 어떻게 한 것인지는 몰라도 아까 그 비행기가 들어온 격납고에 갈 수 있었다. 잠시 후, 격납고에 들어온 비행기의 문이 열리며 두 사람이 나타났다.


“죠스타 씨! 저 사람은!”


카쿄인이 소리쳤다. 압둘도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깜짝 놀랐다. 비행기에서 내린 사람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은 저 노인을 알고 있었다! 아니, 그 눈빛과 얼굴의 흉터를 알고 있었다! 죠셉이 미소를 지으며 그 중 키가 큰 남자를 가리켰다.


“소개하지, 다들 알고 있겠지만… 이쪽은 내 친구이자 스피드왜건 재단의 회장 ‘시저 안토니오 체펠리’ 일세!”


죠셉의 소개에 카쿄인과 압둘은 더욱 크게 놀랐다. 전 세계를 주름잡는 대기업 스피드왜건 재단의 회장이 자기들의 눈 앞에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친구가 자신들의 옆에 있는 남자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오로지 죠타로만이 아무런 표정의 변화 없이 시저를 바라보았다. 그 나이에 걸맞은 하얗게 샌 머리, 얼굴의 오른쪽 반을 뒤덮은 흉터, 오직 죠타로만이 이미 예전에 그를 봤던 까닭에 놀라지 않았다. 죠셉은 시저와 악수를 나눴다.


“오랜만이야, 시저.”


“그래, 죠죠.”


두 사람은 이 짧은 말 만을 나누었지만 둘의 눈빛에서 두 사람의 기나긴 우정이 비쳐졌다. 시저와 인사가 끝난 죠셉은 시저의 옆에 피곤한 표정을 지으며 건들건들 서 있던 소녀에게 말을 걸었다.


“오오, 안나, 너도 왔구나.”


그 소녀, 안나는 죠셉을 쳐다보지도 않고 퉁명스럽게 손짓했다.


“오랜만이야, 할배. 한 5년 됐나?”


시저가 그녀를 다그쳤다.


“이 녀석, 앤.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시저의 말에 콧방귀를 뀌던 그녀는 가만히 자기들을 보고 있는 사람 중 죠타로를 발견하고는 선글라스를 벗으며 미소를 지었다.


“Hello~ 죠죠. 오랜만이야.”


죠타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봐, 꼬맹이. 내가 너와 만난 적이 있었나?”


초면의 여자가 자기에게 아는 척하는 것을 죠타로는 전혀 달가워하지 않았다. 죠타로의 퉁명스러운 말에 안나는 화를 냈다.


“뭐야? 그새 날 잊은 거야?! 잘 보라고! 넌 이미 나랑 만난 적 있거든!”


안나가 죠타로의 코앞에 다가와서 소리치자 죠타로는 그녀를 좀더 자세히 바라보았다. 15살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녀는 어깨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흑발에 그 나이의 여자아이보다도 깡마른 체격이었다. 죠타로를 노려보는 짙은 갈색의 눈동자와 시저를 정말로 닮은 눈매가 여성적인 매력이 떨어지는 그녀의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하고 있었다. 죠타로는 그녀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 그제서야 그녀가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분명 5년 전, 죠셉의 친구 시저 체펠리의 아들 율리우스 체펠리의 장례식에서 봤던 아이였다. 죠타로의 기억 상… 분명 인사도 했었다. 죠타로는 여태까지 기억하지 못했지만.


“아, 그 녀석이군. 그래…”


죠셉이 안나를 가리키며 소개했다.


“이쪽은 시저의 손녀, 안나 안토니오 체펠리다.”


안나는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죠타로가 시저를 보며 물었다.


“그래서… 시저, 당신이 여기까지 온 이유가 있을 건데?”


“그래, 죠타로 군. 죠죠(죠셉)가 비행기를 탈 수는 없다고 해서 배를 준비했지. 재단이 배를 준비해 여기 홍콩까지는 내일 아침이면 도착할 게야. 나는 그와 별개로 일이 있어서 왔지.”


그러더니 시저는 안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녀석은 자기도 가고 싶다고 졸라서 데려왔고.”


안나는 그 말에 화가 났는지 자기 머리에 올라간 시저의 손을 거칠게 치웠다.


“흥! 영감이 나를 한시도 가만히 놔두지 않으니까 데려 온거지!”


시저는 그녀의 말에 한숨을 푹 쉬었다.


“나는 죠죠와 할 일이 있으니 너희들이 오늘만 앤을 맡아주게.”


그러고는 죠타로나 카쿄인이 무어라 할 틈도 없어 죠셉과 시저는 쌩하니 사라져 버렸다. 죠타로는 둘이 사라진 곳을 멍하니 보더니 말했다.


“이봐, 압둘. 네가 좀 도와줘야…”


“압둘이라면 아까 전에 도망쳤어.”


카쿄인이 말했다. 죠타로는 결국 자신과 카쿄인이 이 귀찮은 여자를 데리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모자를 푹 눌러쓰며 투덜거렸다.


“이거야 원… 이군.”


안나는 죠타로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잘 부탁해, 죠죠, 카쿄인 군.”


그 시각, 죠셉과 시저는 홍콩의 거리를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앤 이 녀석, 15살이나 먹었지만 하는 짓은 어찌나 숙녀 다움이 없는지 말이야… 얼마 전부터 남자친구를 사귀더니 한달도 안 지나서 해어지고 다시 다른 남자랑 사귀기를 반복하고 있어. 물어보면 뭐라는 줄 알아?! ‘그 녀석은 내 취향이 아니란 말이야!’라는 거야!”


시저는 굉장히 불만이 많았는지 그 답지 않게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너무 화 내지 마, 시저. 딱 너 젊었을 때 잖아.”


“뭐야?!”


시저가 화를 내자 이때만큼은 둘 다 젊었을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 기분도 잠시, 죠셉은 표정을 싹 바꿨다.


“홀리는 어때?”


시저는 그 말에 표정이 매우 딱딱하게 굳었다.


“점점 나빠지고 있어. 홀리는 아직 단순한 독감 정도로 믿는 수준이지만…”


“설마 이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는 않았겠지.”


“그래, 리사리사 씨나 수지Q에게도 알려주지 않았어. 두 사람이면 이 사실을 알게 된 즉시 일본으로 달려오겠지. 리사리사 씨, 이제는 몸도 성치 않은데 사랑스러운 손녀가 위중하다는 소식을 들으면 몸에 크게 무리가 올 거야.”


시저의 말에 죠셉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집트까지 비행기를 타면 순식간에 갈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비행기에서도 DIO가 부리는 스탠드 유저의 공격에 다른 민간인이 휩쓸릴 수 있다. 일행만 비행기를 타고 갈 수도 있으나 그것 역시 스탠드 유저에게 공격받을 수 있다. 그때에도 지난번처럼 운이 좋을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가야하는데…”


그때, 한 남자가 죠셉과 시저를 부딪치고 지나갔다. 죠셉은 남자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거참 사과도 안하고 가다니…”


그때, 시저가 소리쳤다.


“이런 젠장! 죠죠, 놈을 잡아! 소매치기야! 우리 모두 지갑을 털렸어!!”


죠셉은 그 말에 주머니를 뒤졌다. 역시나, 지갑이 없었다. 죠셉은 시저와 함께 남자를 뒤쫓아 홍콩의 골목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인상을 찌푸렸다.


“젠장! 나는 어째서 이렇게 소매치기가 많이 꼬이는 거지?!”


10여분 정도 지났을 까. 드디어 둘은 소매치기를 따라잡았다. 죠셉이 숨을 고르며 말했다.


“헉… 헉… 이봐, 젊은이. 순순히 우리 지갑을 돌려주지 그래!”


그러나 소매치기는 한껏 둘을 비웃었다.


“헤헤… 그냥 지갑을 뺏겼을 때 포기하는게 좋았을 걸. 다들 모여!”


동시에 골목에서 덩치 큰 깡패들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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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안토니오 “앤” 체펠리(Anna Anthonio “Ann” Zeppeli)

출생 - 1972년 10월 19일 미국 뉴욕

신장 - 167cm, 체중 - 55kg 혈액형 - A형

눈동자 색 - 옅은 갈색

가족 - 조부 시저 체펠리, 부친 율리우스 체펠리, 모친 엠마 체펠리

좋아하는 영화 - 제국의 역습

좋아하는 드라마 - 스타트렉

성격 - 말괄량이, 거침없음. 할아버지 시저는 그녀가 숙녀다운 행동을 하길 원하나 그 모습은 젊은 시절의 시저와 판박이다. 

이상형 - 남자친구는 한 번에 한 명씩 사귀지만 정말 자주 바꾼다. 자신보다 키가 크고 진중한 남자로 추정된다.

얘 하나 넣겠다고 정말 고민 많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