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3-118. 다비 더 플레이어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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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셉이 허공에 손을 흔들며 중얼거렸다.


“이 바닷바람…”


죠셉의 발치에 게가 돌아다니고, 해변에 부딪혀 올라오는 파도가 죠셉의 신발을 조금 적셨다.


“이 바닷물에 젖는 감각… 이 리얼리티는… 지나지게 현실적이군.”


테렌스는 컵에 음료를 따르며 물었다.


“무언가 드시겠습니까? 물론 이 음료는 진짜입니다. 독도 안 들었고요.”


그러자 죠셉이 되물었다.


“이곳은 저택 안인가?”


“그렇습니다.”


“저택 어디인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지하인가?”


“그럴지도 모릅니다.”


죠셉은 덩그러니 놓인 문을 열었다. 문은 그저 장식이라는 듯 문 뒤도 이 섬이었다.


“스탠드인가? 이 환각은?”


“그렇습니다.”


“네놈의 스탠드 능력인가?”


“아닙니다.”


“DIO의 것인가.”


“아닙니다.”


“누구의 것이지?”


“말씀드릴 필요는 없습니다.”


“스피드왜건 재단의 정보에 따르면 앞으로 두세 명의 스탠드 유저가 더 있다던데… 그런가?”


“말씀드릴 필요는 없습니다.”


“말할 수 없다는 대답이 많군,”


“거짓말을 해도 상관은 없습니다만, 저는 형처럼 거짓말을 하거나 남을 속이는 짓은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이런 뜻인가? 너를 쓰러뜨리기 전까지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Exactly! (바로 그렇습니다.)”


카쿄인이 불쾌하다는 듯 말했다.


“지나치리만치 정중한 저 태도… 신경에 거슬리는 자군요.”


죠셉이 말했다.


“우리를 가둬놓았다 생각하고 자신만만한 모양인데… 1대 3이라는 상황을 잊은 것 아닌가? 우리는 바쁜 몸이니 셋이 한꺼번에 공격하겠네.”


그러나 테렌스는 전투 태세를 취하거나 스탠드를 꺼내는 대신 섬 중앙 탁자 위의 장식장을 열었다.


“자자, 그렇게 서두르시면 손해 보실 텐데요. 그 전에 보여드리지요. 형도 여러분께 보여드렸을 겁니다. 자신의 컬렉션을…”


테렌스의 장식장 안에는 기괴하게 생긴 인형들이 잔뜩 있었다.


“저도 형과 마찬가지로 소소하나마 이런 짓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자랑스러운 컬렉션이란 것은 남에게 보여주고 칭송을 듣고 싶어지는 법이지요.”


죠타로가 가장 먼저 저 인형의 정체를 눈치챘다.


“이 자식, 설마…”


카쿄인만이 인형의 정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인형?! 뭐지? 저 인형은…”


“그게 아니다, 카쿄인. 다비 형제라면, 저건 분명 단순한 인형이 아닐 게야!”


그 순간, 그 중 여자 인형의 눈동자가 데구르르 움직이더니 눈물을 흘리며 스스로 말을 했다.


“다비이이~ 으흐흐흑… 나에게 말을 걸어줘… 테렌스… 외롭단 말이야… 나하고 이야기해줘… 부탁이니 대화를! 대화르으을…”


뒤이어 수많은 인형들이 다비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셋은 그 광경에 몸서리쳤다.


“OH MY GOD…”


카쿄인이 말했다.


“살아 있어… 이, 이 인형들은 살아 있어.”


“이 자식… 영혼을.”


테렌스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저의 취미는 ‘인형’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진짜 인간의 ‘영혼’을 이 ‘인형’ 안에 담아놓지요. 털어놓자면, 이것이 제 스탠드의 능력. 형의 ‘컬렉션’은 시시하더군요. 그저 영혼의 ‘코인’을 늘어놓고 감상할 뿐. 단순하고 깊이가 없습니다. 저의 것은 옷을 갈아입히기도 하고, 말을 걸며 즐길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 여성의 이름은 소니아. 화려한 연애담이 즐거운 여자입니다. 피부가 아름답지 않습니까? 샤넬 옷을 좋아하지만 지금은 제가 베르사체의 디자인을 축소해 만든 옷을 입혀주었습니다.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미인이지요.”


테렌스는 의사 인형을 가리켰다.


“의사 앨리엇은 살인귀. 여덟 명을 죽였습니다. 그가 죽인 환자의 이야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이 안경도 청진기도 제가 만들었지요.”


그 다음에는 계속 엄마를 찾는 인형을 가리켰다.


“이 일본 소년 타츠히코는 IQ가 190이나 되는 녀석이라 상당히 애를 먹었습니다. 이 녀석은 비디오 게임의 달인이어서, 승리해 영혼을 빼앗기까지 고생깨나 했답니다.”


죠셉은 그런 끔찍한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랑하는 테렌스를 보며 구역질 난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이 자식들, 형제가 모두 미쳤군…! 아니… 네놈은 형 이상이다. 열 받는 정도로 따졌을 때.”


카쿄인도 마찬가지였다.


“신사인 척하지만 저질 사이코 자식이로군… 구역질난다.”


허나 테렌스는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한데, 형과 승부하면서 겪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인간의 ‘영혼’이란 참으로 신기하지요. 패배한 순간! 자신의 패배를 스스로 인정한 순간 영혼의 ‘에너지’는 한없이 제로에 가까워지니까요. 그 찰나를 노려 상대의 영혼을 끄집어낸다! 그것이 저와 형이 가진 ‘스탠드’의 원리!”


격노한 죠셉이 가장 먼저 스탠드를 꺼내며 소리쳤다.


“그만! 이야기는 됐어! 네놈 스탠드의 이야기 따위 화만 돋을 뿐이다! 재빠르게 네놈을 해치우고 나아가면 그만이지!”


뒤이어 다른 둘도 스탠드를 꺼냈지만 테렌스는 여유롭게 미소를 지었다.


“이야기는 끝까지 들으셔야만 할 겁니다! 적어도 죠타로! 당신은 이미 저의 페이스에 말려들었으니까요! 죠타로… 당신은 아까 ‘왼팔’이냐 ‘오른팔’이냐에서 제게 공격을 읽혀… 충격을 받았겠지요? 그리고 어째서 읽혔는지! 아직까지 모르고 있을 겁니다. 뭐… 패배를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충격이었겠지요… 영혼에 허점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죠타로, 당신의 ’영혼’을 아주 약간이지만 건드릴 수 있었지요. 그 결과… 어떻게 됐을 것 같습니까?”


그 말에 죠타로가 무언가 눈치챈 듯 팔을 걷자 오른팔에 마치 손 같은 모양의 자국이 종양처럼 튀어나와 있었다. 죠셉이 소리쳤다.


“뭐지, 저게! 손이, 죠타로의 오른팔 속에!”


“저의 스탠드 ‘아툼’의 손을 당신의 영혼에 심어놓은 채 놔두고 왔지요! 이대로 당신의 오른팔을 짓이겨버린다면 DIO님은 매우 기뻐하시겠지요… 그러나 죠타로의 오른팔을 짓이긴 순간 저도 카쿄인, 죠스타 씨 두 분의 공격을 받아 순식간에 당하고 말 테지요… 그건 사양하고 싶군요. 그래서 한 가지 제안이 있습니다. 여러분, 영혼을 걸고 ‘게임’을 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제가 완전한 패배를 인정하면 팔을 놓아드리지요.”


죠셉과 카쿄인은 테렌스의 제안에 크게 놀랐다. 죠타로가 말했다.


“이거야 원… 이미 네놈의 페이스에 말려들었단 말이지… 그건 인정하마. 하지만 나를 함정에 빠뜨린 것을 후회하지나 마라… 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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