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 마을을 지키는 빛나는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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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4월, 고등학교 입학식날. 저는 두 명의 기묘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소년은 마을 교차로를 걸었다. 단정하게 정리한 은빛 머리카락과 고등학교 1학년이라기에는 상당히 작은 키, 코는 콧구멍이 살짝 보이는, 일반적으로 잘 생겼다는 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는 얼굴까진 아니었지만 소년의 덩치나, 얼핏 중학생 정도로 착각할 외모가 그 단점을 덮어주었다. 소년의 이름은 ‘히로세 코이치’. 소년은 모리오초로 이사와 고등학교에 간다는 기대로 인해 앞을 미처 살피지 못하고 그만 길가의 어떤 사람과 부딪치고 말았다. 소년이 넘어지며 가방에 들어있던 학용품이 쏟아져 나오는 순간, 하얀 손이 엄청난 속도로 그것들을 잡아 가방에 넣었다. 코이치는 자신이 멀쩡하게 서 있는 것에 당황했다.


“어?! 어라…? 이상하네… 지금 부딪쳐서 넘어진 것 같았는데…? 가방 안에 있던 것도 다 쏟아진 줄 알았는데…?”


코이치와 부딪친 남자가 고개를 까딱 숙이며 사과했다.


“한눈팔아서 미안하다. 이 마을 지도를 보느라.”


소년은 남자를 올려다보며 감탄했다.


‘어… 엄청 크다~! 190은 되겠어.’


남자는 코이치의 생각 대로 키가 정말 컸으며 푸른빛이 도는 눈동자와 눈매가 정말 날카로웠고 하얀 코트에 하얀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모자에는 J와 하트 무늬가 장식되어 있었다. 남자가 물었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 데… 이 마을에 히가시카타라는 성을 가진 집을 모르니? 그 집을 찾아왔거든.”


코이치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글쎄요. 마을 인구가 5만 3천명이나 되니…”


남자는 수첩을 펼쳤다.


“그렇군… 그럼 주소는 어떨까? 조젠지 1-6.”


코이치는 남자의 수첩에 적힌 이름을 보았다.


‘쿠죠 죠타로…’

“아, 그 주소라면… 교차로에서 3번 버스를 타시면 돼요.”


‘첫 번째 사람은 이 남자였습니다. 쿠죠 죠타로… 나중에 알았지만 나이는 28세, 직업은 생물학과 대학원생. 재계에서도 스피드왜건 재단과 혈연이라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학계에서는 돌고래나 상어의 생태조사로 유명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 사람에게서 공포는 느끼지 않았습니다. 와일드한 풍모이기는 했지만 지성과 침착한 태도가 엿보였죠. 공포를 느꼈던 건 이 사람이 찾는다는 나머지 한 사람… 히가시카타라는 남자였습니다.’


그때, 코이치의 학교 선배들이 소리쳤다.


“얀마, 1학년! 인사 안 하냐!”


코이치는 놀라 깍듯하게 허리를 굽히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 안녕히 가세요, 선배님!”


“옳지! 목소리 좋고!”


그들은 아마 불량학생인 듯 리젠트(앞 머리카락을 위로 빗어 넘기고 옆 머리카락을 뒤로 빗어 붙인 모양의 헤어스타일. 90년대 일본 남자 불량학생들이 많이 했다.) 헤어스타일을 했는데 가만히 옆에 서 있던 쿠죠 죠타로를 노려보다 그에게서 흐르는 기운에 압도당했는지 그의 시선을 피하며 교차로 중앙의 분수대 쪽으로 걸어갔다. 코이치는 작게 말했다.


“괜찮아요… 저 사람들은 5번 버스 타고 다른 방향으로 가니까요.”


그때, 그들의 목소리가 교차로에 울려 퍼졌다.


“넌 뭐하는 거야! 뭐 하자는 수작이냐고!”


코이치는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선배들은 분수대 앞에 앉아있는 같은 학교 남학생을 노려보고 있었다. 남자는 교복을 상당히 불량하게 입은 데다가 그의 리젠트 머리… 어찌나 리젠트를 하드하게 했는지 바짝 올린 앞머리가 마치 검보라빛 스테이크를 달아 놓은 것 같았다. 남자는 분수대의 거북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뭐냐고요? 그러니까… 이 연못의 거북이가 동면에서 깨어난 것 같아 보고 있었죠. 거북이는 질색이라 만지는 것도 무서워서… 두려움을 극복해볼까~ 했거든요.”


선배들은 당연히 화를 냈다.


“누가 그딴 거 물어봤냐!”


“일어나, 멍청아!”


남자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서자 반대로 그가 180은 되어 보이는 키로 선배들을 내려보게 되었다. 불량 학생들 중, 노란 머리의 남자가 말했다.


“호오~ 1학년 치고는 등빨 좀 되는데~”


주근깨가 있는 남자가 말했다.


“얀마, 팔푼이! 누구 허락받고 그런 차림을 해?”


노란 머리가 거북이를 그에게 들이밀었다.


“중딩 때는 좀 날렸을지 몰라도! 우리 학교에 왔으면 우리한테 인사를 해야 할 거 아냐!”


남자는 몹시 당황했다.


“저기… 전 파충류는 질색이라서요. 무… 무서워요~”


노란 머리가 남자의 뺨을 쳤다.


“이게 어디서 실실 쪼개고 앉았어!”


남자는 그제서야 깍듯이 허리를 굽혔다.


“죄송합니다! 몰랐습니다, 선배님!”


“모른다고 했다가 눈떠보니 병원인 놈들 많지~ 너도 이 거북이처럼… 만들어줄까 짜샤~!”


노란 머리는 거북이를 집어 던졌다. 거북이는 근처 기둥에 부딪혀 등딱지가 부서져 피를 흘렸다. 남자의 눈빛이 변했지만, 그들은 눈치채지 못한 채 말했다.


“앞으로 똑바로 해! 오늘은 봐줄 테니까… 그 버릇없는 교복 벗어 놓고 와라, 앙? 돈도! 상납하라고.”


남자는 깍듯이 말했다.


“예! 실례했습니다!”


죠타로가 중얼거렸다.


“자업자득이군. 찍히기 싫으면 저런 차림을 하지 말아야지. 오히려 거북이를 집어 던지는 걸 보고도 화도 못 내는 저 녀석에게 짜증이 나는걸.”

노란 머리가 말했다.


“얀마, 얼뜨기! 네 이름이나 좀 듣자!”


“예, 1학년 B반 히가시카타… 죠스케입니다.”


그 말에 죠타로는 깜짝 놀라 그를 돌아보았다.


“뭐야… 히가시카타 죠스케!”


마스크를 쓴 학생이 말했다.


“죠스케(仗助)? 사람 인 변(亻)에 대장부의 장(丈) 자에. 구조(救助) 할 때 그 조?”


검은 머리가 말했다.


“헹! 앞으로는 널 죠죠(仗助) …죠죠라고 부를 거다!”


죠스케는 예의 바르게 말했다.


“어, 네… 고맙습니다.”


그때, 버스가 도착하자 노란 머리가 소리쳤다.


“짜샤, 냉큼 안 벗을래! 버스 다 왔잖아! 뭉기적거리면 그 아톰 같은 머리까지 박박 밀어버린다!”


그때, 단추를 풀던 죠스케의 손이 멈추더니 그의 유순한 눈빛과 말투도 거칠게 변했다.


“야… 선배. 너… 지금 내 머리 가지고 뭐라 그랬어?!”


그들이 죠스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할 때, 갑자기 죠스케의 뒤에서 근육질의 팔이 나타났다. 오로지 죠타로 만이 그 팔을 보고 경악했다.


‘아니! ‘스탠드’!’


죠스케의 스탠드는 단 한방으로 노란 머리의 코를 뭉개 버렸다. 노란 머리가 코를 부여잡고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자 죠스케는 그에게 다가가서 아까와는 전혀 다른 험악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내 머리에 트집 잡아 빡치게 만드는 놈은 누가 됐든 가만 안 둬! 이 헤어스타일이 사자에상 같다고 했냐?”


“어?! ㄱ… 그런 말은 아무도 안…”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죠스케는 그의 머리를 발로 짓눌렀다.


“내가 똑똑히 들었어 짜샤!”


그 행동에 다른 불량 학생들이 오히려 겁에 질려 뒤로 물러났다. 죠타로는 생각했다.


‘이 자식… 스탠드를 꺼냈다. 지금 분명… 등 뒤에서 어떤 스탠드가 보였어!’


그때, 코이치는 경악했다. 죠스케가 가만히 부상을 입은 거북이를 양 손으로 만지자 분명 박살난 등딱지가 어느새 말끔하게 회복되어 있던 것이다. 죠스케는 그 거북이를 다시 분수로 돌려보냈다.


“어? …어라? 이상하네. 거북이가… 거북이가 멀쩡해. 아깐 불쌍하게 등껍질이 다 깨졌는데…?”


그 다음으로 죠스케에게 얻어맞은 노란 머리가 얼굴을 부여잡았다. 비틀어진 코가 갑자기 원래대로 돌아오기 시작하자 노란 머리도, 지켜보던 그의 친구들도 경악했다.


“방금 맞은 얼굴이 점점 낫고 있어!”


“코뼈가 나가고 피가 뚝뚝 떨어졌는데!”


“벌써 다 나았잖아!”


“그… 근데 어째 이상하게 낫지 않았냐? 예전 얼굴하고 좀 다른데?”


노란 머리의 코는 완전히 나았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회복되어 돼지코가 되었다. 불량학생들이 놀라 달아나자 죠타로가 중얼거렸다.


“이거야 원, 저 녀석이… 저 녀석이 내가 찾던… 영감의 핏줄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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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스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