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4-39. 이탈리아 요리를 먹으러 가자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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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야스는 토니오가 내놓은 스파게티를 포크로 떠보았다. 빨간 양념에서 매운 냄새가 나자 오쿠야스가 물었다.


“이 스파게티에는… 붉은 고추가 들어갔나요?”


“예… 붉은 고추가 들어갔습니다. ‘창부(娼婦)풍 스파게티’는 이탈리아 요리 사상 가장 오래된 파스타 소스 중 하니지요. 저 고향 나폴리라는 곳인데… 이것도 나폴리에서 시작됐다고 전해지는 파스타입니다. 그러니 제가 추천하는 요리 중 하나지요.”


오쿠야스는 약간 당황한 듯이 말했다.


“아~ 저기! 난… 매운 건 못 먹는데요. 저기, 토니오 요리가 어떻다는 건 아니고요. 정말 매운 건 질색이에요. 카레라이스도 사과랑 꿀이 들어간 버몬트 카레 단맛 아니면 못 먹고… 초밥에선 고추냉이도 빼거든요.”


오쿠야스는 스파게티에 아주 약간 혀를 대보더니 바로 물을 마셨다.


“아! 안 되겠다! 매워! 이거 매워요! 완전 매워!”


죠스케는 토니오를 살짝 흘겨보며 권했다.


“매운 게 안 되겠다면 말야~ 오쿠야스. 먹지 마라.”


토니오는 죠스케를 흘겨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그렇군요… 매운 음식이 싫으시군요. 제 스파게티, 매운 것 못 드시는 분들도 드실 수 있게 만들었는데… 그래도 안 되겠다면 마음에 두지 마세요. 그 파스타는 돈 안 받습니다. 그러면 전… 세컨드 피아토(제2코스, 메인디시) 가지러 다녀오겠습니다.”


“돈은 안 받겠다고 해도 말이지~”


오쿠야스는 스파게티를 먹으려 하다가 혀를 내두르며 포기했다.


“아, 역시 안 되겠다! 이건 매워! 난 인정한다구~! 토니오의 요리 실력은~! 저 사람은 틀림없이 천재야! 아까 전체로 먹은 토마토랑 치즈는 정말 맛있었어~ 근데 아깝네… 맞아! 다시 만들어달라고 하면 되겠네!! 고추 안 들어간 걸로~”


죠스케가 주방 쪽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아니, 오쿠야스…! 너 매운 게 질색이라 못 먹은 게 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다.”


“왜…? 왜 못 먹은 게 다행이야?”


“너 아까부터 이 요리며 물이며 너무 이상하다는 생각 안 드냐? 수상하다고!”


“수상해? 뭐가?”


“소프트볼만한 때가 나오고, 눈물이 콸콸 쏟아지는 거 말야! 당연히 수상하지!”


“그런가? 나 몇 년쯤 전에 야마가타의 시라푸 온천 갔을 때는 훨씬 많아! 때가 훌훌 나와서 요통이 나았는걸? 그 정도야 보통이지~”


오쿠야스의 말에 죠스케는 언성을 높였다.


“보통이라고? 허이구야! 너 진짜 생각 없구나! 잘 들어… 난 하자마다 토시카즈가 했던 그 말이 떠올랐다고. ‘스탠드 유저는 스탠드 유저와 서로 끌린다!’”


그 말에 오쿠야스는 당황했다.


“뭐라고… 죠스케…! 너 토니오가 스탠드 유저라는 거야? 어어어어떤?!”


“쉿! 그건 나도 몰라!! 그러니까 수상하다는 거지!”


“수상하다고?”


오쿠야스는 다시 한번 스파게티를 입에 가져다 대다가 내려놓았다.


“아윽! 매워! 이거 안 되겠다!”


“오쿠야스! 매운 게 싫다면서 왜 자꾸 할짝거리는 거야! 포크 내려놔!”


“그… 그렇긴 한데 말야! 난 매운 게 질색인데… 근데… 뭔가… 나도 모르게 할짝거리고 싶어진단 말이지. 이 스파게티 소스는…”


오쿠야스는 갑자기 스파게티를 조금 입에 넣더니 오물오물 씹어 삼켰다. 당황한 죠스케가 소리쳤다.


“오쿠야스, 너 뭘 먹고 있는 거야! 인마!”


“그… 그러게… 먹을 수 있을 리가 없는데, 이렇게 매운 건! 근데 나도 모르게 먹었어…”


오쿠야스는 걸신 들린 듯 스파게티를 먹기 시작했다.


“버릇이 든달까. 한번 맛을 들이니 빨려 들어갈 듯한 매운 맛이랄까…! 비유하자면 콩 뿌리는 절분(일본의 명절, 입춘 전날을 의미한다.) 때 나이 수만큼 콩을 먹으려다가, 정신이 들고 보니 별로 좋아하지도 않던 콩을 자루째 먹고 있었던 그런 느낌이랄까!”


오쿠야스가 계속해서 스파게티를 먹어치우자 죠스케는 황급히 그를 말렸다.


“야! 먹지 말라고 했잖아!”


“으아아아아, 배, 배가 계속 고파! 먹으면 먹을수록 더 배가 고파! 이건 말이야아!! 으와아아있써!!”


“오쿠야스 인마!!”


그 순간, 오쿠야스의 윗니 하나가 그 자리에서 뽑혀 그대로 테이블 중앙에 박혔다. 죠스케가 소리쳤다.


“치아다! 네 이가 튀어나왔어!”


“충치야, 이거! 찬 거 먹을 때 시리던 이야! 충치가 빠져나왔어!”


그때, 오쿠야스의 턱이 마구 움직이며 아래쪽 어금니 하나에서 피가 흘렀다.


“그… 그러고 보니! 내 충치는 아래에도 하나… 더…”


아래쪽의 충치 하나도 그대로 뽑혀버렸다.


“저것도 충치다!”


날아간 이는 그대로 가게 천장에 박혀버렸다. 동시에 오쿠야스는 턱을 부여잡고 소리쳤다.


“흐게에엑! 으그그그그가가가가아아악!”


이가 빠진 자리에서 새로 이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죠스케가 소리쳤다.


“이가… 이가 돋아난다! 그, 그것도 어금니가 이렇게 빠르게!”


순식간에 빠진 이가 자라며 오쿠야스의 이가 충치와 치석 하나 없이 말끔 해졌다.


“이제 확실해졌구만… 암만 생각해도 이상한 요리야! 어금니가 순식간에 다시 돋아나다니, 말도 안 돼! 이 레스토랑, 뭘 꾸미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스파게티, 뭔가가 들어있구나! ‘크레이지 다이아몬드’!”


죠스케는 크레이지 다이아몬드로 조금 남아있던 스파게티를 그릇째 부숴버렸다.


“에엑! 아… 아까워라…! 더 먹고 싶었는데!”


“이 스파게티를! 고쳐서 재료 상태까지 되돌린다!”


짓이겨진 방울토마토와 붉은 고추가 원래의 모습을 되찾고, 파스타 면이 수분을 잃은 채 뻣뻣해지자, 재료들 안에서 소리가 들렸다.


“밥!” “끽!” “바비야!”


재료들 사이에 방울토마토와 비슷하게 생긴 무언가 잔뜩 있었다. 마치 방울토마토에 눈과 입, 작은 팔이 달린 것 같은 그것들은 순식간에 주방 쪽으로 사라졌다. 오쿠야스가 소리쳤다.


“으… 으아아, 뭐야?! 지금 그 쬐끄만 것들! 저… 저걸 먹었던 거야…?!”


“스탠드다. 역시 ‘토니오 트루사르디’는… ‘스탠드 유저’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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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명: 펄 잼 - 유저: 토니오 트루사르디

파괴력 - E 스피드 - C 사정거리 - B 지속력 - A 정밀동작성 - E 성장성 - C

능력 - 토마토 같은 모습의 스탠드들로 펄 잼 그 자체는 전투력이 전무하지만 요리에 들어가면 요리사의 능력에 따라 각종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 작게는 피로나 무좀, 어깨결림에서부터 크게는 종양이나 암까지도 치료할 수 있다. 단, 치명적인 질병일수록 더욱 고급진 식재료와 더욱 뛰어난 요리실력을 필요로 한다. 스탠드 자체는 요리를 위해 으깨지고 부서져도 유저에게 전혀 피해가 돌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원할 때마다 유저가 뽑아내서 요리에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