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5-151. 잠자는 노예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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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타는 돌에 새겨진 형태에 경악했다.


“부차라티…?! 이 ‘돌’의… 이 형태는! 웬 놈이냐, 이 자식!”


남자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미스타는 머리를 털어 모자 안에 든 총알을 전부 탄창에 넣어 장전하는 신기를 보이며 엄청난 속도로 남자의 손바닥에 구멍을 내버렸다. 남자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자 미스타는 계속 총을 남자에게 겨누며 그를 바라보았다. 보라색 짧은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는 미스타가 보기에도 상당히 잘생긴 얼굴을 가졌으며 ‘나 조각가요’라고 광고하는 듯 망치를 형상화 한 장식을 옷에 달아두고 있었고 머리에는 마치 ‘가시관’ 같은 형태의 머리띠를 두르고 있었다.


“묘한 움직임은 집어치워… 명령이라 죽이지는 않았지만… 네가 스탠드 유저란 걸 알게 된 지금은… 그 눈깔 사이에 구멍을 하나 더 뚫어주지 않을 거린 보장은 없다고. 넌 누구냐…? 어떻게 부차라티를 알고 있지?! 꽃가게 딸이 추락사한 것도 마음에 걸리지만 왜 날 레스토랑에서부터 따라왔지?”


그 조각가, 스콜리피는 미스타를 바라보았다.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긴 했지만 총을 들이밀고 있었음에도 공포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딸… 당신… 경찰인가? 아니, 경찰이라면 이런 짓은…”


미스타는 그대로 남자의 배를 걷어 찬 다음 스콜리피의 팔을 꺾으며 위협했다.


“잘 들어, 이 망할 자식아… 질문하는 건 나야. 넌 대답만 하라고. 그것만 집중해. 알겠지…? 쓸데없는 소리나 쓸데없는 짓은 집어치워. 쓸데없는 소리 중에는 거짓말도 포함되니 그런 줄 알고…”


미스타는 아직도 부차라티의 형상을 띈 돌을 슬쩍 바라보더니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좋아… 하나씩 질문하겠다. 순서에 따라서… 넌 갱이냐? 어느 조직 소속이지?”


미스타는 잠시 생각하더니 제압하던 팔을 땠다.


“나중에 조사해보면 알 수 있겠지만서도…”


“아니… 난 그냥 조각가야… 유명하지는 않지만 먹고 살 수는 있는 정도지.”


“그럼 왜 ‘스탠드 유저’가 됐지?”


“스탠드라는 게 뭔지 모르겠군… 이 ‘능력’이라면 어릴 때부터 어느샌가 쓸 수 있었어… 당신도 그런가?”


미스타는 고압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총구를 머리에 들이밀었다.


“다음 질문이다. 왜 레스토랑에서부터 내 뒤를 밟았지? 그리고 왜 네놈이 부차라티를 알고 있지?”


“부차라티… 부차라티라고 하나? 이자의 이름은…?! 이자와 만나게 해주겠나…?! 함께 왔을 테지? 이 아파트에?”


미스타는 스콜리피의 팔을 꺾었다.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니잖아~ 이게 진짜 빠져가지고!”


“다… 당신… 마음에 드는 대답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이 ‘돌’은 내 뜻과 무관하게 움직여. 어렸을 적부터 계속 그랬어… 나로선 어떻게 할 수 없는 ‘힘’이야. ‘돌’은 당신을 따라온 게 아니야. ‘그자’를… 부차라티를 따라온 거라고.”


“호~ 그러셔~? 너 이 자식, 두 번 다시 조각칼도 못 잡는 몸이 되는 게 그렇게 소원이냐? 예상이 빗나가 유감이지만… 부차라티는 다른 데 갔거든, 멍청아!”


“거짓말을 하는 건 당신이야. 부차라티는 이 아파트에 와 있을 텐데. 만나게 해주겠나? 이 사람의 인생과 관련된 일이야.”


미스타는 스콜리피의 반대쪽 손도 총알로 뚫어버렸다.


“내가 그렇게 만만히 보이냐! 너 이 자식! 꽃가게 딸도 네가 죽인 거지? 네 목적이 대체 뭐…”


그 순간, 미스타는 그 돌이 돌조각만 남긴 채 사라진 것을 알아차렸다. 미스타는 스콜리피를 붙잡고 총으로 엘리베이터 구석구석을 겨누더니 이윽고 그의 턱에 총을 들이밀며 소리쳤다.


“너 이 자식, 무슨 짓 한 거야! 이걸 그냥! 묘한 움직임은 집어 치우라고 했을 텐데!”


허나 스콜리피는 전혀 죽음에 대한 두려움 없는 듯 말했다.


“돌은… 가버렸다… 역사의 정점에 빛나는 조각가 ‘미켈란젤로’가 한 말이 있지… ‘나는 대리석을 조각할 때… 착상(着想)을 따로 하지 않는다… ‘돌’ 그 자체에 이미 조각될 형태의 한계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내 손은 그 형태를 돌 안에서 끌어내주는 것뿐이다’ 라고.”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이 자식! 당장 ‘돌’을 여기로 불러들이지 않으면 그냥 죽여버리는 수가 있어!”


“미켈란젤로는 ‘궁극의 형태’란 생각으로 조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돌 안에 운명으로 ‘내재되어 있다’고 말했지. 미켈란젤로는 조각을 하면서 운명을 보는 것이 가능했던 예술가야. 그 ‘부차라티의 형태’ 역시 내가 조각한 것도 아니거니와 당신의 탄환이 조각한 것도 아니야. 그것은 ‘운명의 형태’야… 그 조각은 가슴에 구멍이 뚫리고 피를 흘리고 있었지? 며칠 뒤가 될지, 혹은 몇 달 뒤가 될지 알 수는 없지만 부차라티는 조만간 그렇게 죽게 돼… 우리는 모두 ‘운명의 노예’라고. 그것이 나의 능력, ‘롤링 스톤즈’의 의미지.”


인내심이 바닥난 미스타가 소리쳤다.


“이게 마지막인 줄 알아! ‘돌’을 이리 불러들여! 네가 죽으면 네 스탠드도 사라질걸! 알고 있지?!”


“나의 ‘롤링 스톤즈’와 그자가 접촉하면 그자는 고통 없이 죽을 수 있어. 하다 못해 그자가 남길 말을 듣기 위해 만나고 싶었건만…”


미스타는 열이 받았다.


‘이… 이 자식 뭐냐고?!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냐… 왜 이렇게 침착하냐고, 제기랄!’

“좋아! 죽고 싶다 이거지?! 그렇게 그 뇌수를 벽에다 칠하고 싶냐?”


미스타는 탄창을 열어 총알을 빼냈다.


“잘 봐! 세 발 남겼다.”


미스타는 탄창을 마구 돌리더니 스콜리피의 턱을 겨눴다.


“운명이란 건 이렇게 쓰는 거야!”


첫 발은 텅 비어 있었다.


“너 이 자식, 부차라티에게 뭔 짓을 할 모양인데! 당장 ‘돌’을 불러들여! 시간과 확률이 남아있지 않은 건 너 자신이라고!”


“말했을 텐데… 더 이상 나로선 어쩔 수 없다고.”


미스타는 총을 그의 입에 집어넣었다.


“냉큼 불러들이지 못해! 이게 진짜!!”


그러나 두번째도 텅 비어 있었다.


“꽃가게 주인… 다리가 좋지 않았지…? 본인은 아직 모르고 있지만 그건 내장의 병 때문에 생기는 초기 증상인 것 같더군… 하지만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거야. 딸이 죽었을 때 그 장기가 ‘장기 은행’에 보관되어 이식될 테니까. 딸은 자기 자신이 몇 달 뒤 아버지의 뒤를 따라 그 병에 걸릴 것을 ‘돌’의 형태를 통해 알게 되었지. 게다가 ‘돌’에 형태가 나왔다는 것은 그 여자의 죽음도 의미했어. 그 여자는 그것을 이해하고 믿었지. 고통스럽게 죽는 것보다 건강할 때 아버지를 위해 죽자고… 그 여자는 ‘돌’을 받아들이고… 끌어안았어… 돌은 그 여자를 고통 없이, 게다가 장기의 세포가 손상되지 않게 죽게 해준 거야.”


“네가 죽여놓고 뭐냐고, 그 말투는!!”


미스타가 또다시 방아쇠를 당겼을 때, 이번에도 총알은 나가지 않았다. 피스톨즈가 소리쳤다.


“불발이야! 미스타, 화약이 불발됐어!”


“말도 안 돼!”


“그 탄환 관리 책임은 넘버5야!”


스콜리피가 말했다.


“나는 아직 ‘죽지 않아’… ‘돌’에 내 죽음이 조각되지 않았으니까…”


당황한 미스타는 다시 총을 겨눴다.


“부… 불발탄이 두 번 연속으로 나올 것 같냐! 너 이 자식!”


미스타는 다시 한번 방아쇠를 당겼으나, 이번에도 불발이었다.


“방금 그걸로 당신은 ‘운명의 형태’를 깨달았을걸. 당신에게는 더 이상 나를 쏠 의지가 없어. 내 말이 틀렸나?”


독이 잔뜩 오른 미스타는 총의 손잡이로 스콜리피를 때러 눕혔다. 곧이어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미스타는 정신을 잃은 스콜리피를 보며 당황했다.


“뭐야?! 이 자식은… 젠장! 이 자식 얘기는 뭐야?! 헛소리하고 있어!”


미스타는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푸고? 부차라티한테 좀 전해줘! ‘조각가’는 스탠드 유저였어! 이 자식, 부차라티가 어쩌고저쩌고 하는데 어째 나로서는 뭔 소린지 알 수가 없어.”


“무슨 소리 하는 거죠, 미스타?! 아직 못 만난 겁니까? 부차라티라면 아까 그 아파트로 갔는데요. 미스타가 차에서 내린 직후 바로 뒤따라서요…”


미스타는 푸고의 말을 더 이상 듣지 못했다. 그 조각가의 말 대로 모든 것이 흘러가고 있었다.


“뭐라고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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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명: 롤링 스톤즈 - 유저: 스콜리피

파괴력 - 없음 스피드 - B 사정거리 - A 지속력 - A 정밀동작성 - 없음 성장성 - 없음

능력 - 대략 지름 1m 정도의 구형 돌로 표면에 기묘한 형태의 문양이 새겨져 있다. 가까운 시일내로 죽을 운명인 이를 그자의 형태로 쫓아다니며 접촉시 그자를 큰 상처 하나 없이 안락사로 이끌어 준다. 스탠드의 유저는 스콜리피이지만 운명을 힘으로 삼아 움직이며 또한 운명은 바꿀 수 없으므로 스콜리피가 임의로 조종할 수는 없다. 설사 운명을 바꾼다 하더라도 결과는 같을 것이다. 돌의 모습이지만 무게는 스티로폼 수준으로 가볍다. 반대로 롤링 스톤즈와 근접했음에도 아무런 일도 없다면, 그자는 가까운 시일 내에 죽지 않을 운명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