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6-17. 면회인 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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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회실의 모든 것이 하얀 액체에 의해 녹아가면서도 죠린은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시간은… 언제… 언제쯤부터… ‘잠’에 빠지게 됐던 걸까… 움직일 수가 없어… ‘몸’이 전혀… 이 면회실에서… 간수를 때려눕힌 건… ‘현실’ 같아… 사진… 아버지가… 사진을 보여줬어… 자동차 사고는 전부 음모였다는 것도 들었어… ‘현실’이야… 담배 연기를 눈치챈 직후! 바람이라느니 저격 위성이라느니… 탄환에 맞았다느니 ‘맨해튼 트랜스퍼’라느니 그런 건 다… 내 마음이 제멋대로 만들어낸 ‘환각’이었어! 비밀 통로도 단순한 내 ‘상상’! 현실은… 누가 내게 환각을 보여주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한 사이 육체가 녹고 있었어… 이 ‘위장 속’ 같은 상황은 뭐지?! 그리고 이 뼈를 준… 쓰레기통에 있던 그 수수께끼의 남자애! 그 아이는 현실! 야구복을 입은 남자애는 존재해! 이 뼈를 무의식중에 쥐어… 손에 상처가 나는 바람에… 난… 눈을 뜬 거야. 상처의 통증이 아니었으면 아직도 잠든 채 정신을 못 차렸을 거야! 이 능력이! 현실에서의 존갈리 A의 공격!”


죠린은 죠타로를 향해 실을 뿜었다. 하지만, 실은 거기까지 절반도 채 가지 못하고 녹아버렸다.


“시… 실이 순식간에 녹아 버려! 불과 몇 센티미터 떨어진 곳까지 뽑아내지도 못해! 큰일이다!”


이미 죠타로의 몸 곳곳이 녹아 흐물거리기 시작했다. 아마 그건 죠린 자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팔조차 움직일 수 없는데… 또… 잠이 오기… 시작했어.”

‘존갈리 A. 본인은 어찌 됐든… 지금은 일단 이 상황에서 탈출해야! 어서 이 면회실 밖으로!’


죠린은 구석에 쓰러진 간수의 경찰봉과 살점이 녹아내리는 것을 목격했다.


“저… 점점 소화되고 있어. 살점이!”


죠린은 손가락에 힘을 줬다. 손끝에서 피가 튀고 고통이 몰려왔지만 죠린은 멈추지 않았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 ‘스톤 프리’!!”


마침내 죠린의 스톤 프리가 모습을 드러내 그녀가 엎어져 있던 탁자를 통째로 박살냈다. 그 충격에 죠타로 역시 바닥에 쓰러지며 눈을 떴다.


“돼… 됐어… 문… 밖으로… 의자 다리도 반쯤 녹기 시작한 덕분에… 통한 것 같네… 눈을 떴으면 가능할 거야. 파괴해… 문을… 당신 능력 ‘스타 플래티나’로…”


“이미 함정을… 쳐놨던 건가… 이 면회실에…”


“서둘러! 점점 육체가 녹고 있어!”


“오라아!”


죠타로의 스타 플래티나가 주먹질 한 번으로 문의 잠금 장치를 부숴버렸다.


“열렸다! 문이! 이 방에서 나가야 해! 됐어! 날 끌어내!”


죠타로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그 때, 죠타로는 무언가 위화감을 느꼈다.


“잠깐. 방금 너, 뭐라고 했지? 스타 플래티나라고? 스탠드 ‘이름’을…! 어떻게 죠린… 네가 알고 있지? 이 면회실에 와서… ‘펜던트’ 이야기를 하고 난 네 스탠드를 봤다. 하지만 넌 아직 내 스탠드의 이름을 모를 텐데… 앞뒤가 맞지 않아! 이건 현실이 아니야! 내 마음이 보고 있는 ‘환각’이야!”


그 순간, 죠타로는 눈을 떴다. 눈 앞에는 아직 멀쩡한 탁자 위에 쓰러진 죠린이 필사적으로 실을 뿜어 자신을 휘감고 있었다.


“스톤… 프리…”


죠린 역시 죠타로가 눈을 뜬 것을 알자 실을 거뒀다.


“겨우… 눈을 떴나보네… 얼마나 고생했다고. ‘실’이 금방 녹아버려서…”


“너도 꿈을… 담배 연기를 눈치챘을 때부터… 둘 다 같은 꿈을 꾸고 있었던 건가?”


“난 움직일 수 없어… 손가락 하나… 좀 어때? 움직일 수 있겠어?”


“지금… 이것도 또 꿈속일지도…”


“조금도 움직일 수 없다면… ‘현실’이야… 탈출은 불가능하다는… 틀림없는 ‘현실’… 눈을 뜬 건 좋지만… 죽을 거야… 우린…”


“펜던트의 능력… 방금 나를 깨워준 그거. ‘스톤 프리’라고 했지? 다시 한번 꺼내봐라.”


“소용없어… 꺼내는 순간 바로 녹아버린다고 내가 방금…”


“아니… 간수를 때려눕힌 그거. ‘뭉치’로 말이다. 분명…”


죠린은 가까스로 스톤 프리의 스탠드체를 꺼냈다.


“그래… 그거. 좀더.”


“더 이상은… 무리야… 이 테이블을 파괴하는 건… 나도 생각해봤어. 하지만 그런 ‘힘’을 내는 건 무리야… 뒤쪽의 문도 거리가 멀고… 졸려서… 움직일 수가 없어…”


“그런 이야기가 아니야… 조금만 더 내밀 수 없을까? 몇 센티만 더. 조금만 더 내 쪽으로 가까이… 조금만 더 왼쪽으로 내밀어주면 베스트인데… 뭐, 괜찮겠지. 약간 성에 안 찬다면 아슬아슬하게 될 것 같다. 이걸로 여기서 나가자.”


죠린은 아직 이해하지 못한 눈치였다. 죠타로가 마지막 한 마디를 하기 전까진.


“미리 사과하지, 미안하다.”

“오라아아아아!!”


그 순간 스타 플래티나의 주먹이 죠린의 스톤 프리를 강타했다. 그 무지막지한 파괴력에 죠린은 그대로 날아가 잠금 장치에 부딪혔다. 문이 열리자, 죠타로는 스타 플래티나를 거두었다.


“좋아… 됐다. 날 끌어내다오… 그리고 현실이다… 이건 틀림없이.”


복도로 기어 나온 죠린은 얻어맞은 턱을 움켜쥐며 욕지거리를 했다.


“젠자아아아아앙! 이 인간이, 아… 아파…! 그리고 짜증나! 탈출은 성공했지만 짜증나 죽겠어! 이게 절대 환각일 리가 없어!”


직후, 죠린은 죠타로를 면회실 밖으로 끄집어냈다. 뒤이어 간수까지도. 죠린은 죠타로에게 그 소년이 준 뼈를 보여줬다.


“저기, 우리가 목숨을 건진 건 이 뼈 덕분이거든. 이거… 무슨 의미가 있는 것 같아?”


“인간의 뼈다. 그것도 성인 여성의 뼈. 선골(仙骨)이라 하는 골반 부분이지. 표면의 상태로 미뤄보자면 ‘산성 물질’ 같은 것에 녹아 있어.”


“녹아? 설마 방금 그…”


“글쎄다. 왜 그런 걸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중요하지 않다.”


죠린은 확신했다.


‘나밖에 못 봤지만 역시 그 ‘남자애’는 있어! 수수께끼지만 이 교도소 안에, 현실에!’


그 순간,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복도를 울렸다. 복도의 카메라에 이 장면이 찍힌 것이다.


“909 발생! 경비 레벨 4! 면회실 외측 문에 이상 경보! 경비 레벨 4! 909 발생!”


“지금 완전 현실이야. 완전! 비밀 통로 같은 것도 없고, 간수는 쓰러져 있고, 우리도 카메라에 다 찍혔어. 이제 어쩔 거야…? 이걸로 당신도 중범죄자 대열에 들었는데.”


“아까도 말했듯이, 널 여기서 빼낼거다. 그 펜던트 말인데… 지금… 갖고 있지? 그 펜던트는 소중한 거니까… 네 외증조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스피드왜건 재단에게 부탁을 좀 했지. 요즘 재단이 영 좋지 못해 많은 건 못 받았지만 거기서 빌린 2인승 무인 잠수정 한 대를 이 근처 해저에 대기시켜놨다. 계획을 설명하자면 이제 가서 그걸 탈 거다!”


죠타로는 품에서 지도를 꺼냈다.


“이게 이 교도소의 도면이지. X 표시가 면회실과 지금 있는 복도. 여기 있는 창문과 그 아래는 해안과 인접해 있다. 게다가 일반 방문객 용이라 경비 레벨은 꽤 낮아. 이 해안에서 오토바이보다 조종하기 간단한 잠수정을 타고 교도소 외해로 나갈 거다! 존갈리 A 건을 비롯해 이것저것 생각해야 할 일들은 만다만 모든 건 일단 밖에 나가 생각하자! 알겠지…?”


죠린의 표정이 확신에 차자 죠타로도 마음 놓고 앞장섰다.


“간다. 탈옥하자. 그전에…”

“오라아아!!”


스타 플래티나가 한 차례의 손짓으로 죠린의 수갑을 끊어버렸다. 두 사람이 떠난 직후, 살짝 열린 면회실 문 사이로 반쯤 녹다 만 하얀 손가락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이윽고 눈 위로 검은 두건 같은 것을 쓴 하얀 피부의 무언가 나타났다. 하얀 피부에 ‘GΔCT’가 반복해서 적힌 줄과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줄이 교대로 이어진 피부의 ‘무언가’는 마치 뱀 같은 눈동자를 부라리며 분노에 소리쳤다.


“크오오오오오오오 빠져나갈… 줄이야… 이 면회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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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쳐야 나갈 수 있는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