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6-43. 새비지 가든 작전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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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한 경고음과 함께 통로를 연결하던 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통로가 닫힌다! 어쩌지! 이걸로 중앙 정원에 가는 게 더 힘들어질 거야! 하지만 어쩔 수 없어. DISC를 가지고 있는 적도 갇힐 테니 놈도 달아날 수 없어. 이건 DISC를 되찾을 기회야! 그러고 난 다음 문제야. 여길 돌파하는 건…’


랭 랭글러는 수감동 쪽 문이 완전히 닫히는 것을 확인하더니 문뜩 고속으로 회전하는 손목의 장치에서 잡동사니를 벽에 발사, 그 반작용으로 빠르게 닫히는 문 틈새로 빠져나갔다.


“뭐라고오오오오오오오오!”


죠린은 당황한 나머지 공중에서 허우적거렸다.


“이럴 수가! DISC가! 이럴 수가아아아아!”


그 순간, 웨더가 죠린을 붙잡았다. 자연히 웨더까지 무중력 상태가 되자 웨더는 그녀를 더욱 더 꽉 붙들었다.


“네가 건드리는 건… 분명… 전부 ‘무중력’ 상태가 된다…고 했지? 쿠죠 죠린.”


웨더가 바닥을 박차는 순간 그의 다리 주변으로 구름이 모여 들더니 엄청난 속도로 두 사람을 랭 랭글러가 사라진 방향을 향해 밀었다. 둘은 아슬아슬하게 닫히는 문 틈새로 빠져나와 다시 방 안을 둥둥 떠다녔다. 그들이 도착한 드넓은 방은 세탁실이었다.


“어쨌든 갇히진 않았네… 웨더 리포트. 하지만… 이걸로 당신도 ‘무중력’의 지배를 받게 됐어… 게다가 넓어, 이곳은… 놈은 어디로 간 거지?”


“조바심 내지 마… 이곳 어딘가에… 있을 거야… 숨어 있어… 이 넓은 공간은 세탁실이야… 저 안쪽에 문이 있지만 거기까지 갔을 것 같지는 않아… 안쪽 ‘문’ 너머가 공장 구역이야. ‘중앙 정원’도… 남자 수감동과의 통로도 그 너머에 있어… 문은 노동 허가 카드로 열거나… 폭파나 여타 방법을 이용해 억지로 열 수밖에 없어… 간수한테 뇌물을 줘도 소용없을 거야.”


웨더가 그 문을 계속 보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죠린이 몸을 비비 꼬며 말을 걸었다.


“한 가지… 방금 전부터 좀 난감한 게 있어… 아슬아슬하게 셔터를 통과하고 지금 DISC를 가지고 있는 적이… 이곳 어딘가에 있는 그런 상황에서 말하긴 좀 그런 얘기지만 개인적으로 급한 일이 좀… 하지만 상당히 급한 일이라 난감해…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그… 큰일날 일 말이야. 나한테… 왜 갑자기 이런 일이 생긴 건지 모르겠지만… 그 뭐냐 누구한테나 생길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거든! 바티칸 교황이라 해도 절대 자기 마음대로 컨트롤이 안 될 거야!”


죠린이 너무 빙빙 돌려 말을 하는 통에 웨더는 이해하지 못했다.


“무슨 얘길 하는 거지?”


“그러니까, ‘큰 거’랑 ‘작은 거’가 있고, ‘ㅅ’으로 시작하는 하반신 관련! 바지가 젖게 생겼어! ‘큰 게’ 아니라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생리 현상 말이야! 분명 무중력과 무슨 인과 관계가 있을 거야… 당장 해결 안 하면 다른 의미로 최악의 상황이 된다고!”


웨더는 그제야 죠린의 의도를 이해한 듯 버릇처럼 그녀의 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소변을 보고 싶다는 건가?”


“얼굴 들이대면서 말하지 마. 난 엄청 진지하단 말이야… 못 참겠어…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이 근처에서 누는 수밖에 없겠군.”


“젠장… 말하지 말 걸 그랬어… 남자한테.”


“난 이미… 눴는데… 방금 저기 공중에다가 말이야. ‘무중력’ 상태가 되면 체내의 혈액은 급속히 머리로 몰리지. 보통은 ‘중력’ 때문에 몸 아래쪽에 있는 혈액이 말이야. 만져보라고… 머리 피부와 뼈 사이가 혈액으로 퉁퉁 부어 있지… ‘문 페이스’라고 하는 거야.”


확실히 죠린이 자신의 이마를 누르자 피부가 움푹 들어갔다.


“하지만 머리로 혈액이 너무 몰리면 위험한지라 네 체내의 신장은 자동적으로 피의 양을 줄이려고 활발하게 작동하기 시작하지. 그래서 이뇨 작용이 심해져 일어나는 현상이야. 소변으로 염분을 배출해 피의 농도를 낮추려고 말이야… 확실히 어쩔 수 없어… 공중에 눠. 난 저 뒤에서 이미 눴어.”


“잠깐만… 당신 지금 어디서 뭘 했다고?”


“걱정 마. ‘구름’으로 흡수해줄 테니까. 네가 팬티를 내리면 말이야. 하반신이 젖는 일 없이 DISC를 되찾고 계속해서 전진하고 싶으면 어서 누라고.”


죠린은 정말 내키지 않았지만 그렇게 하는 게 바지에 지리는 것보단 백만 배 나았으니 웨더의 말대로 했다. 그리고 곧이어 구름 사이로 노란 물방울이 둥둥 떠다니자 죠린은 놀라 소리쳤다.


“우오옷! 자, 잠깐! 이거! 공중에 떠 있는 이거! 뭐야?! 구름에서 새는 거 아니야?!”


그때, 그 물방울들이 마치 진공청소기가 빨아들이듯 벽 틈새로 빨려 나갔다. 주변을 떠 다니던 물방울들도 그 틈새로 사라질 때, 죠린은 자신의 몸에서 붉은 물방울들이 떠다니는 것을 알았다.


“코… 코피가! 웨더! 웨더 리포트! 이건 대체!”


뒤이어 그 핏방울들도 틈새로 빨려 나갔다.


“벽이 이상해! 틈새로… 코피가 빨려 들어가!”


그 소리에 웨더가 그쪽을 바라보았을 땐 웨더도 얼굴이 피투성이였다.


“내… 아까 난 상처도 그래… 피가 공중으로 점점 빨려 나가고 있어.”


웨더의 피 역시 바로 옆 문의 틈새로 빨려 나가고 있었다.


“이, 이게 뭐야아아아아!”


“그리고 숨이… 어쩐지 가빠와… 점점… 설마… 이건…”


“피가! 코피가 멎지 않아!”


그 순간 웨더의 뒤편에서 잡동사니들이 빠르게 날아들어 죠린을 향했다.


“죠린, 오른쪽이야!”


죠린은 아슬아슬하게 스톤 프리로 잡동사니들을 튕겨냈다. 점점 출혈이 심해지자 죠린은 그제야 이유를 알아차렸다.


‘기압이 떨어지고 있어! 내가 건드리는 건 전부… 내가 뭘 건드렸지…? 문을 건드렸어… 바닥도… 벽도 건드렸고… 그리고 아까부터 건드리고 있는 거…’

“공기! 스탠드는 보여… 하지만 공기는 보이지 않아… 난 공기도 계속 건드리고 있었던 거야! 공기는 지구의 중력 때문에 내 주변에 계속 머물렀지만 무중력이 되면… 어디로 갈까? 벽도 ‘무중력’이 됐어! 바닥도! 지금 사방이 ‘무중력’이면… 주변의 공기는 어디로 가버릴까?”


멀지 않은 곳에 고글을 쓴 랭 랭글러가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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