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2편

3편 4편

5편 6편


이전 소설 링크

세계관 정리글



바이오로이드에겐 권총으로 입힌 총상 따위, 한시간도 안되는 치료가 지나자 금세 낫는다.

후키오씨랑…”

아 그 인간? 뭐…후키오씨는 원래 이런 일 전문이었으니까, 모모를 뺏길 수 없다고 발악을 했겠지만 그런건 그 사람이 알아서 처리할거에요. 안그래보여도 극동연합회 밑에서 조장까지 한 인간이거든요”

아이러니하게 시대가 발전을 할수록 법이 이상하게 꼬여가기 시작한다. 후키오는 그런 헛점을 잘 파고들었다. 판돈으로 건 건 무조건 따내가는 것으로도 악명이 높았던 그가 모모와 모모 소유의 스노우 팰리스를 놓칠 일은 없었다.

정말, 운이 좋았네요”

수복실에서 몸을 일으킨 모모가 천천히 걸어나온다. 그런 모모를 보며 케이스케가 황당하다는 듯 웃으며 말한다.

어떻게, 한 판에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처음 한 판에 총 42점이 터져버리는게 사실 말이 안되는 이야기였다. 온갖 도박판을 돌아다녀 본 케이스케도 이런 일이 터질 거라곤 믿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현실이었다.

사실…비사광까지는 나올 수 밖에 없었어요”

네?”

주변의 화려한 건물들과는 달리 밋밋하게 생긴 건물에서 걸어나온 모모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나미자케 이전에 만들어졌던 츠키미자케와 똑같이 생긴 은색의 달이 휘황히 떠 있었다.

탄 이라고 아세요?”

탄?”

구시대적인 방법이지만, 정말 만에 하나를 대비해서 언제나 갖고있던 물건이에요”

한창 젊은 케이스케는 들어본 적 없는 단어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판의 설계를 만들어둔 덱을 쓰는거죠, 그래서 제가 섞고 가운데에 둔거에요”

그러면 그 판 자체가…”

조작되었죠”

모모가 씩 웃어보인다. 새벽이 오기 직전의 스노우 팰리스는 자러 간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고요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가끔씩 어트랙션의 배경음만 간간히 들려온다.

그런데 왜 비사광까지만?”

너무 노골적인 판이 나오면 의심할 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비사광이 나올 순서까지만 맞춰놨어요. 그리고 거기서 쇼부를 외칠 줄 알았죠”

분명, 누가 되었건 쇼부를 외칠만한 상황에서 케이스케는 코이코이를 외쳤다. 모모가 그 순간 절망에 가득찬 눈으로 케이스케를 쳐다 본 이유도 그러한 것에서였다. 만에 하나라도 모모가 이기면, 아무 의미가 없어졌을 테니 말이다.

왜…거기서 코이코이 한거에요?”

이번엔 모모가 자신의 의문을 묻는다. 서로 딱 패 한 장만 갖고있던, 더 큰 점수를 낼거라고 믿기 힘든 그 상황에서, 수십점을 더 낼 수 있을거라고 케이스케는 믿었던 걸까, 모모로써는 쉽사리 이해할 수 없었다.

거기서 끝내봐야. 제가 얻고 싶은 건 못얻잖아요”

네?”

제가 말했죠? 구해줄거라고, 근데 천 사백억 갖고는 택도 없잖아요”

그거 하나만 믿고?”

그거만 바라봤으니까요”

모모가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케이스케를 바라본다. 짙은 어둠이 조금씩 사그라든다. 남푸른색의 하늘이 케이스케의 등 뒤로 보인다.

그런데 바이오로이드라면, 명령을 거스를 수 없는 거 아니에요? 진다 해도 스스로 지는 걸 선택할 수는 없었을텐데?”

바이오로이드는 무조건 주인의 명령에 따라야한다. 그리고 마사히로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녀에게 지는 걸 명령할 리는 없었으니 모모는 원래대로라면 무조건 이기려 들었어야했다. 다른 말로 하면 탄을 쓰는 것 따위 원래대로는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맞아요, 명령을 거스르려하면 회로가 과부하를 일으키죠”

그러면…?”

총에 한 발 맞고나서, 그 고통으로 회로가 탈 것 같은 고통을 어떻게…어떻게 버텨낸 것 같네요”

모모는 생머리였던 자신의 머리를 다시 묶어보인다. 연하늘의 머리색도 점점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머리를 묶고 다시 모모 코스튬을 입자 어제의 모모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었다.

편하게 말 하세요. 이제 제 주인님인데”

주인님 같은거…잘 모르겠어요. 그냥 저한텐 모모씨에요”

케이스케는 솔직한 마음을 고백한다. 누구의 위에 군림해본 적 따위 없는 케이스케가 팔을 살짝 벌린다. 베시시 웃던 모모가 그에게 살포시 안긴다.

바보”

네?”

정말, 저 같은 바이오로이드한테 이렇게까지 하는데…바보가 아니면 뭐에요…고마워요”

작은 키의 모모가 그를 올려다본다. 벚꽃잎의 색으로 물든 모모의 얼굴이 어두운 하늘에서도 선명히 보인다. 케이스케가 천천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자! 그러면! 스노우 팰리스에도 도착했으니까, 환상의 마법 나라로 저와 함께 떠나보시겠어요?”

꼭 안겨있던 모모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나고는 빙글 돌며 안내용의 멘트를 던진다. 진짜 매지컬 모모 같은 모습에 케이스케가 싱긋 웃어보인다.

네!”

그러면 이 위험한 곳에서 벗어나서 오늘은 저 매지컬 모모와 함께 신나게 놀아보도록 해요!”

모모가 케이스케의 손을 잡아끈다. 과도하게 반짝이는 성인 구역을 넘어서 정말 마법이란 말에 어울릴 만큼 아름답게 빛나는 어트랙션들을 향해 두 사람이 뛰어가기 시작한다.

 

갈거야?”

모모씨랑, 다른 곳도 가보려고. 모모씨는 이 근처에서만 지냈으니까, 내가 재미있는 것들 보여줘야지”

정말 당당하게 사장실을 점거한 후키오가 나갈 채비를 하는 케이스케와 모모를 보고는 착잡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저도, 케이스케씨랑 같이 다녀보려구요. 스노우 팰리스엔 너무 오래있었네요”

그래…돈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하고, 올 곳 없으면 돌아오고, 여기 사실 지분 절반은 니꺼니까”

쿨하게 인사하는 후키오에게 케이스케는 손을 들어보이고는 사장실 밖으로 나선다. 날이 밝다.

케이스케씨,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공항에 도착한 모모와 케이스케가 발권하고는 잠시 로비에 앉아있는다. 가끔씩 지나다니는 사람이 보이지만, 그리 많은 수는 아니다.

네?”

케이스케씨는 착한 아이니까 앞으로 도박은 안하기, 약속?”

모모가 특유의 일자 눈과 함께 새끼손가락을 들어올린다.

뭐라고 해야하나…이 전까진 뭐든 따내려고 도박을 했는데”

케이스케가 모모의 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락을 건다. 앙증맞은 모모의 손가락이 자신의 손가락을 휘감는다.

지금은 뭔가 따내고 싶은게 없네요. 모모씨랑 같이 있어서 그런가?”

그런가요…자, 착한 아이에겐 매지컬 모모 스티커…”

싱글싱글 웃고있던 케이스케의 볼에 모모가 입을 쪽 맞춘다. 사실 온갖 체위를 다 해본 케이스케에게는 별 것 아닌 어필인데도 순간 케이스케의 심장이 쿵쿵 뛰어댄다. 확 달아오른 케이스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모모가 한마디 한다.

스티커는 지금 없으니까…이거로 대신 할게요”

그저세야 모모가 한 행동이 실감이 난다. 혼자 큭큭대며 한참을 웃던 케이스케의 기분이 꽤나 좋아보인다. 볼 한쪽이 아직도 화끈거리는 듯 하다.

그런데…이제 어디로 가요? 저는 삿포로 밖으로는 나가본 적이 없어서”

사실 케이스케도 마땅히 목적지를 생각하지는 않았었다. 원래대로는 후키오가 물어오는 건수에 따라 이곳 저곳을 유랑하던 생활이었으니 말이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모모를 따라 케이스케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케이스케의 황당한 행동에 모모가 피식하고 웃는다.

아! 초밥 먹으러 갈래요?”

네?”

다른 곳 초밥도 먹으러가요. 어때요?”

황당할 정도로 깜찍한 목적에 모모가 싱긋 웃는다.

그러면…매지컬 초밥 투어! 어때요?”

케이스케가 고개를 격하게 끄덕인다. 모모는 케이스케의 모습을 바라보다 그의 손을 붙잡고 비행기를 타기 위해 안쪽으로 걸어들어간다.

모모의 손에 끼워진 실버링에 이번엔 벚꽃의 색이 담겨간다.

-完-



이번 작에서도 서사의 취약함은 도저히 극복할 수가 없었다.

묘사는 원래 구렸고

그나마 대사는 살았나?


매지컬 모모로 캐릭터를 선택한 이유는 샐러맨더가 나오기 전에 원래 구상하고 있던 스토리이기도 했고

아동극 주연인 모모랑 도박의 대비, 그리고 나이만 성인이고 사실상 애새끼인 케이스케와의 유사함을 주고 싶었음

모모가 파란머리인 것도 일반 모모랑은 다른 상징으로 쓰려고 했었고

근데 케이스케가 애같은 면이 제대로 부각이 됐는지 모르겠다



뭐랄까, 쓰면서 점점 더 글에 대한 현타가 심해지는 걸 요즘 느끼는데, 그래도 이건 완성해야지 싶었음

그래서 일부러 하루만에 몰아서 막 썼다.

아마 다음에 쓸 건, 바닐라 이야기 명목상 완결편이 되겠지

그거 쓰고도 현타가 극복이 안된다면, 아마 한동안은 글 접지 않을까 싶다.


소설 쓰고 한참동안 념글도 못가고 댓글 한 두개 이렇게 달리는거 보고있으면

가끔씩은 막 글 한탄글 쓰면 당장 써와 하는 댓글도 보고있으면 짜증나고, 무지성 개추 어쩌고 하는 것도 짜증나고

뭔가 점점 글에 대한 즐거움은 사라지고 그냥 반응 못받아서 징징대는 새끼가 되어가고 있다는게 참...

사실 이런 한탄글도 존나 추하다고 생각은 하는데, 또 안쓰면 답답하기도 하고


혹시 궁금한 사항이나 이런거 있으면 다 물어보셈, 내가 설정한 설정 내에서는 다 답해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