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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추천 문학입니다.

이상성욕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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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 왔어?"

"예... 설마하니 진짜로 술집을 하고 있었을 줄은..."


평화가 찾아온 시대.

더치걸은 술집을 차렸다.

그것도 사령관이 더치걸에게 선물했을 행사용 복장이 아닌, 은은하게 빛을 반사하는 비단결 같은 단색 드레스였다.

연륜이 느껴지는 눈매와 그렇지 않은 성숙되다 만 몸매는 굽이 매우 긴 힐로 커버했다.


'마담 더치걸'이 된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슬픔에 절은 술이 아닌, 일상의 여유로움을 되찾기 위한 술집이었다.


키르케는 옳게 된 테마파크를 만들기 위해 바빠서 찾아오지 못했지만, 별의 아이를 막 쓰러뜨렸을 때 당시의 더치걸과 지금의 마담, 더치걸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꽤나 차이가 있었다. 


이따금 느껴지는 깊은 연륜의 초췌한 눈은 그녀의 비밀스러움을 부각시키고,

그런 더치걸은 아주 자연스럽게 시키지도 않은 술잔에 자신의 서비스를 담아 보냈다.


"잘... 마실게요."


키르케는 살짝 맛을 보기 전에 느껴지는 향에서 이것이 과일 담금주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도 아주 절묘하게 키르케가 마셔본 과일주 중에서도 가장 정교한 맛이었다. 


"어때?"

"직접 담그신건가요? 이 정도면 제가 마셔본 술들 중에서도 거의 최고... 설마 저를 부른 이유가..."

"맞아 직접 담근거야,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술 맛을 가장 솔직하게 평가해줄 것 같은 사람은 키르케거든."

"아..."

"맛은 어때? 이걸로 공장이라도 차리면 돈 많이 벌 수 있을 까?"

"공장이요?"

"어..."


키르케는 잠시 술집 내부를 둘러보았다.

인테리어에 제법 신경 쓴 티가 나는 데다가 담금주 이외에도 이미 식초가 되어버린 멸망 전의 관상용 술도 잔뜩 진열되어 있었다.


지금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건가?

키르케는 그리 생각했다.


"돈 때문인 건 아닌 것 같은데..."

"돈이라... 그래 따지고 보면 돈 때문이지."

"돈...? 돈이 필요하다면 저도 테마파크 운영으로 얻은 수익이 조금..."

"아니... 빌리지는 않을 거야, 사령관이 내가 만든 술을 마셔줬으면 하거든."

"네...?"


사령관은 더치걸의 술집에 몇 번 찾아와서 회식을 한 적이 있다.

이유는 가게가 잘나가길 바라며 사령관으로서 오르카호에 있었던 대원들이 장사가 잘 되도록 기원해주는 행위였다.


이후에도 이따금 찾아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완전히 발길이 뚝 끊겼다.

아마도 바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만든 술을... 사령관이 계속 마셔줬으면 하는데..."

"그래서 공장을 차리시는 거에요? 그냥 선물로 보내도 되지 않나요?"


더치걸은 고개를 저었다.

분명 웃고 있지만 더치걸의 초췌한 눈빛은 다른 원하는 게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딜 가도 사령관이 내가 만든 이 술을 마실 수 있게 끔... 인프라를 만들어 놓을 거야."

"아... 엄청난 계획이었네요."

"그래서 맛에는 문제 없지?"

"네... 그런 것 같아요."

"고마워... 오늘로 이 가게는 문을 닫을 거야, 그럼."


다음날, 더치걸은 정말로 자신이 운영하던 술집의 문을 닫았다.

키르케는 오랜만에 다시 만나 반가웠던 얼굴을 얼마간 다시 못 본다는 것이 아쉬웠다.


"잘됐으면 좋겠네요 더치걸."


키르케는 점도 치지 않고 그저 기도해 줄 뿐이었다.

그 작은 몸으로 어디까지 가려는 건지 알 수 없다 생각하면서.




/




더치걸의 담금주는 원래 그 지역 술집에 들르는 사람들만 알고 있는 맛집 정보 같은 위치에 있었으나, 본격적으로 공장을 세우고 소완 등 초일류 쉐프에게 해당 술과 어울리는 요리에 대한 평가를 받자 여러 가게들은 물론, 바 등에서도 더치걸의 담금주를 들였다. 

그리하여 약 2년이 지나자 철남충이 다스리는 지역 내에 바이오로이드들은 너도나도 사 마실 정도로 인기를 끌게 되었다.


오늘도 신제품과 더불어 직접 담가 먹을 수 있는 술과 더치걸이 낸 특허로 특수하게 가공한 건조 과일까지 판다.

그래서 차마 인프라가 이어지기 힘든 곳, 특히 업무 특성 상 혼자 지내야 하는 바이오로이드들에게도 인기를 끌었다.


철남충도 해당 기사를 보면서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때 그 더치걸이 이렇게 자수성가하다니.' 철남충은 기분 좋게 오르카 호 당시의 대원들이 잘나가는 모습을 멀찍이 지켜보았다.


그렇게 좋아진 기분으로 업무를 보고 있는 데, 자신의 비서인 레모네이드 알파가 들어왔다.

알파는 자신에게 미소 짓는 철남충을 향해 살짝 끄덕이며 인사했다.


"주인님, 오늘 밤... 같이 어떠십니까?"

"그건..."


알파는 마담 더치걸의 사인이 새겨진 술병을 찰랑이며 보여주었다.

가능한 한 술을 입에 대지 않으려는 철남충이지만 더치걸과는 자주 만나고 있지 않다 보니 그리운 기분이 들었다.


"고마워, 오늘은 가볍게 마시자, 더치걸의 출세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네 주인님."




철남충은 알파와 잔을 잔을 짠~ 하는 것으로 가볍게 더치걸의 술을 목으로 넘겼다.




/





시간이 더욱 지나, 더치걸은 재건 된 문명 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바이오로이드 5인 안에 들어갔다.

물론 주류 산업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바이오로이드 한정이다.


대신, 높은 사회적 지위 덕에 철남충과 함께 각종 행사에 참여하거나, 해당 행사나 경기, 각종 이벤트 등에서 스폰서 형태로 후원하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 날, 더치 걸은 여전히 초췌하지만 자신감 넘치는 미소로 사령관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얻었다.

'땃쥐의 담금주' 회사에서 후원하는 '스틸라인 온라인 특별 대회'가 끝난 행사 이후에 시간이 조금 남았던 것이다.


사령관과 더치걸은 같이 인근의 호텔에서 시간을 가졌다. 


때는 밤이었다.

더치걸은 몸매에 어울리지 않는 얇은 옷을 입고 있었지만 철남충은 결코 손대지 않았다.


그런 당연한 사실은 아무리 많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했다.



"내가 사령관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뻐."

"미안... 말이라도 했으면 언제 찾아갔을 텐데..."

"아니야, 내가 보고 싶을 때 보고 싶어... 사령관, 내가 입은 옷 어때?"


사령관은 말 없이 그녀의 얼굴에 손을 가져가려다, 손목을 회전시키더니 더치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더치걸의 초췌한 눈은 더욱더 생기를 잃어갔다.


하지만 칭찬에 부응하려 하는 미소는 더 깊어졌다.


"굉장히 예뻐."

"그래...?그럼 같이 한잔 할 수 있을까?"

"음... 딱 한잔만."

"그래... 여전히 사령관은 술을 마시지 않으려 하는구나?"

"아무래도 컨디션 문제도 있으니까."

"그런 현실적인 이유 말고..."


더치걸의 말에 무언가 낌새를 눈치챈 사령관은 입에 막 가져다 대려고 한 술잔을 내려 놓았다.

처음으로 더치걸의 표정이 짜게 식었다.


침묵을 유지하는 사령관.

더치걸은 호텔 내에 침대에 몸을 던지고 화제를 바꾸었다.


"내가 술집을 차렸던 이유는 키르케를 위해서였어."


"이제 막 얻은 평화와, 무너진 세상을 재건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원들, 그리고 이제 과거에 연연할 필요 없는 키르케를 위해서 술집을 차렸어."


더치걸은 몸을 쭈그리듯이 옆으로 누웠다.

둥글게 몸을 말아놓고 침대 옆에 있는 사령광에게서 등을 졌다.


"힘들게 일하고 돌아온 대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울분에 찬 이야기를 듣고,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어쩔 수 없었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이 술집의 역할이고 그런 대원들의 등을 쓰다듬으며 속에 있던 것들을 게워내도록 해주는 게 내 새로운 역할이라 생각했어."

"..."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까, 다들 행복해 하더라고, 키르케도 드디어 진정 모두가 행복한 테마파크를 완공시켰고, 매번 울분에 가득 찬 이야기를 하던 대원은 친구와 함께 왔을 때는 서로 웃고 있었어."


"솔직한 이야기를 하던 대원은 술의 힘으로 한 고백 덕분에 이제 행복해졌다고 말하고는 다시는 오지 않았어."


"그리고 어쩔 수 없었던 이야기를 해주던 대원도 이제는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면서 가끔 찾아오는 손님이 되었어."


웅크리고 있던 더치걸은 온몸을 펴고 대자로 누웠다.

그리고 천장을 지긋이 바라보며 기지개를 편다.


"영원히 행복할 수 없는 것처럼... 영원히 불행한 것도 없나 봐."


"왜냐하면 슬슬 적자를 기록하고 있을 때에... 사령관이 찾아왔거든."

"그래 그랬었지."

"내가 담근 그 술을 맛있다고 해줬을 때, 너무 기뻤어... 사실 그때 그 술은 그냥 먹다 남은 과일을 넣어둔 술이었거든."


"그런데 사령관이 맛있다고 한마디 했을 뿐인데... 그 뒤로 손님도 많이 오고 가게도 북적거렸다?"


"그 뒤로 나는 계속 술을 담궜어... 사령관이 맛있다고 하는 말을 또 듣고 싶어서..."


"솔직히 가게 수익이니 뭐니 아무 상관 없었어, 그냥 사령관이 보고 싶었거든..."


"나도 사령관과 사랑하고 싶었어."



그 말을 들은 사령관은 더치걸을 그저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사령관은 지금도 날... 어린 아이라고 생각하잖아, 잘 익은 과일은 아니지만... 부디 나를 따먹어달라고 부탁하는 풋사과의 마음으로 이렇게 야하게 입었는데 말이야."

"그건..."

"알아... 사령관 사정이 있을 거야, 그리고 외형이 다가 아닌데도 여전히 사령관과 한 번도 하지 못한 대원들도 있을 테고."


"그래서 사령관이 날 찾아오지 못하더라도 내가 언제라도 사령관에게 찾아갈 수 있는 '이유'를 만들고 싶었어, 공장을 차리고 '땃쥐의 담금주' 회사의 사장이 된 건 별 다른 게 아니야, 그냥 사령관과 이렇게 있을 수 있는 지위가 필요했을 뿐..."

"그럼... 내가 더치걸을 한 번이라도 안으면... 도움이 될까?"


사령관은 윗 입으로 지키지 못할 약속을 했다.

지금도 사령관의 가랑이는 전혀 반응이 없기 때문이다.

억지로 해봤자 사령관에게는 충격일 것이다.


그리고 더치걸에게도 사랑이 아닌 동정으로 섹스하게 된 비운의 여인이 될 것이다.


"아니... 사령관이 아동성폭행 용의자가 되는 건 나도 싫어, 그래서 나는 나만의 방식대로... 사령관을 사랑했어."

"나만의 방식...?"

"처음으로 사령관에게 선물로 보낸 술 기억나?"


사령관은 처음으로 더치걸의 출세 소식과 함께 알파가 가져왔던 과일주를 기억해냈다.

소완이 감탄할 만한 맛이라고 내심 그렇게 평가하고 있었다.


"그 과일주에 들어간 과일은... 내 소변을 거름으로 준 나무에서 자란 과일이야."

"...!"

"내 머리카락도 잘게 썰어서 줬고... 내 손톱도... 줬어... 그 이후로도 사령관은 그 이후로 내가 선물로 보낸 과일주를 몇 번이나 마셨어?"


사령관은 입을 꾹 닫고 식은 땀을 흘렸다.

10병 째에서 세는 걸 멈췄기 때문이다.


"따먹어달라는 건... 육체적인 교류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


"내 피도, 각질도, 그리고 나를 통째로 하루 정도 담갔던 술도... 전부 사령관이 따먹은거야."


"사령관은 나를... 어디까지 먹을 수 있을까...?"


"사령관은... 나를 어디까지... 먹어줄 거야...?"


"이렇게라도 사령관과 이어질 수 있다면... 내 사랑을 고백한 것 만으로도 달아오른다면... 난 행복할거야..."


"그럼 다음에 또 보자 사령관... 앞으로도 계속 보낼테니까... 꼭 마셔줘."





그렇게 고백이 끝난 더치걸은 자연스럽게 호텔에서 나왔다.

계속 방에 있던 사령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구토했다.


계속해서 속에 있는 것들을 어떻게든 게워 내려 했다.


마담 더치걸은 그러고 있을 사령관을 상상하며 작게 혼잣말 했다.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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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땃쥐 학대물 스러운 느낌으로 가다가 땃쥐 흑화하는 내용으로 가려 했는데 도저히 감성이 허락 안되서 포기...

대신에 담금주를 지배하는 땃쥐를 쓰게 되었음


진짜로 담금주 안에 뭐를 넣었을 지는 땃쥐만 알고 있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