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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안내 방송. 오르카호의 '더 퍼지' 데이!

안녕하세요. 오르카호의 모든 자매 여러분 오렌지에이드에요!

이번에 사령관님께서 아주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어요!

그것은 바로! 오르카호 '더 퍼지' 데이!!


'더 퍼지'가 뭐냐하면 이게 말이죠. 멸망 전 영화인데...(중략)..


요점은!

하루 동안 오르카호는 무법지대가 되는 거예요!

평소 자신이 하고 싶었지만 못 하던 것들을 행하는 거죠!


예를 들면, 사령관을 납치해서 감금 강간한다거나!

평소 안 좋게 보던 자매에게 복수를 한다거나!

소리 최대로 키운 마이크에 대고 자위 신음을 오르카호 전체에 방송하거나!


그 모든 짓.

그 모든 일이 허용되는 날이랍니다!


물론~~!!

이로 인해 빚어지는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과

각자 응어리진 마음은 다음 날 깨끗이 잊는 거예요.

아시겠죠?


어라? 벌써 시작까지 5분밖에 안 남았네요?

그럼 저, 오렌지에이드도 준비를 하러 가볼게요~


사령관님 들리시죠?

5분 후에 간다 씹새끼야. 기대해라.

내근을 안 시켜준 게 내게 얼마나 큰 고통이었는지, 깨닫게 해줄게.]






"후. 후후후..."


어두운 방.

가장 완벽한 모델 체형의 여성이 얼굴을 분장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지독할 정도로 차게 식어 있었으며.

동시에 활활 타오르는 살의로 가득 차 있었다.


"후후후후후."


째깍 째깍.


시간은 흐르고 흐른다.


째깍째깍.


10... 9... 8.... 7...


땡.


"시작할까요."







"자, 오늘은... 반쯤 죽겠지만 힘내자."


나는 기대에 부풀었다.

1년에 한 번 있는 스트레스 푸는 날.

모든 바이오로이드들이 좋아하겠지?


24시간 동안 힘들겠지만 나 하나 희생한다고 생각하면..

값진 날이 될 거야.


'내가 생각했지만 좋은 이벤트야.'


오늘이 처음이었는데 만약 반응이 좋으면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할 생각이었다.


"어디, 시간이.."


12시까지 1분 남았을 무렵.


"주인님!"


콘스탄챠가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오, 콘스탄챠. 벌써부터 준비하려는 거야?"

"주인님! 대체 무슨 짓을 하신 거예요!"

"응? 왜?"


내 예상과는 다른 반응에 살짝 놀랐다.


"왜냐니..  주인님! 방금 방송 못 들으셨어요?!"

"들었지. 내가 시켰는데?"

"오렌지에이드의 마지막 말은 못 들으셨어요?"

"아 그거? 에이, 장난이겠지."

"아아... 주인님..."


콘스탄챠는 머리가 현기증을 느낀 듯 이마를 짚었다.


"괜찮아?"

"주인님이 안 괜찮으세요. 어서 도망쳐야..."


땡.


자정을 알리는 소리가 울린 그 순간.


"시작이다!!!!!!!!"


쾅!!!


거대한 폭음이 들렸다.


"캬하하하하하! 나는 척탄병 하이에나다!!!! 빵빵 터져라!!! 빵빵!!"

"어....?"


곳곳에서 터지는 폭발.


내 예상과는 다른...

뭐지? 난 분명...


쾅!


무언가가 문을 박살내며 내 방으로 들어왔다.

걸레짝이 된 워울프였다.


"워, 워울프!"

"오! 사령관. 아직 여기 있었구나."

"카, 카멜!?"


카멜이 주먹과 얼굴에는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사령관! 나 정말 마음에 들어! 더 퍼지!!! 숙청의 날!!!"


카멜이 광기에 차서는 외쳐댔다.


"아, 주먹 휘두르는 게 이렇게 좋은 줄은 몰랐어!!"

"카, 카멜..."

"사령관.. 도망쳐... 어서..."


워울프가 내게 경고했다.


"아직 살아 있었네? 참 사령관! 전에 나 지퍼 꼈다고 돼지라고 놀렸지?"

"어...? 아, 아니 그건..."

"내색은 안 했지만 나 정말 상처 받았었다구. 응? 노란돼지라니."


카멜이 미소 지으며 다가온다.


"사령관 도망쳐!!"


워울프가 카멜을 와락 안으며 덮쳤다.

둘이 바닥을 뒹구는 사이.


"주인님. 도망가요, 어서!"


콘스탄챠가 내 손을 잡고 뛴다.


"칫. 사령관!!! 딱 기다려. 곧 갈 거다! 알아들었어?! 곧이야! 곧!!!"


그렇게 복도에 나가는 순간이었다.


탕-!


총알이 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으, 으아악!"

"쳇."


혀를 찬 것은 안드바리였다.


"아, 안드바리 어째서!?"

"어라 사령관님. 거기 계셨어요? 몰랐네요."

"무, 무슨..."

"사격 연습하는데 갑자기 튀어나오시면 안 되죠."

"주인님 이쪽으로!"


콘스탄챠가 나를 이끌었다.


오르카호의 복도를 달리면서.

나는 내가 얼마나 잘못된 생각을 했는지 깨달았다.






우리는 텅 빈 방에 숨었다.

콘스탄챠가 문을 꽉 닫고는 잠갔다.


"난 이런 걸 생각했던 게 아니었는데..."

"주인님..."

"내가 원한 건... 모두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려고... 날 희생해서..."


내가 생각한 건 그거였다.

모든 바이오로이드가 짐승처럼 사령관을 사냥하는?

성적으로 말이다.


좀 더 가학적인 취미를 가진 바이오로이드들도 만족시켜주려고

모든 걸 허용한다는 건 그런 의미였는데...


"주인님 괜찮아요."


콘스탄챠가 내 두 손을 잡아주었다.


철컥.


"응?"


내 손에는 수갑이 채워졌다.


"네, 주인님. 저도 열심히 준비했어요."

"자, 잠깐만... 콘스탄챠...? 날 지켜주려고 한 거 아니었어?"

"안심하세요. 주인님이 원한 방향성을 확실히 알았으니."


콘스탄챠는 내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실망시켜드리지 않을게요."

"어... 어어어....!?"


꽈드드득.


콘스탄챠가 내 위로 올라타는 순간.

하얀 장갑을 낀 손이 문을 일그러뜨리며 들어왔다.


"여기 있었군, 사령관."

"아스널...!"

"콘스탄챠, 감히 날 이름으로 부르다니. 후후후."

"칫...!"


콘스탄챠은 즉시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그러나.


"안됐군. 난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아스널은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콘스탄챠에게 접근했고,

주먹 한 방으로 그녀를 잠재웠다.


털썩.


"아, 아스널..."

"자, 사령관. 내 손을 잡고 일어나라."

"....?"


난 머뭇거렸다.


"걱정하지 마라. 오늘 내 목표는 그대를 따먹는 게 아니니."

"그, 그럼...?"

"그래서는 평소와 똑같잖은가. 오늘은 나 역시 특별함을 원한다."

"...?"

"나, 나도.. 크흠. 순수함을 원할 때가 있다. 그런데 그..."


아스널이 부끄러워하면서 말을 잇는다.


"마침 좋은 구실이 생겼지. 알고 있겠지, 사령관? 오늘 일은..."

"내일이 되면 잊는다."

"그렇다. 자, 나의 사랑이여. 일어나라. 내 손을 잡아라."


우리는 의기투합했다.


"내가 그대를 지켜주겠다. 오늘 만큼은."






그 후로, 우리의 도피 행각은 계속됐다.

하이에나, 레오나, 보련, 아자즈, 므네모시네...


셀 수도 없는 위험이 등장했고,

그때마다 우리는 모든 시련을 이겨냈다.


그러나 결국 고비가 왔다.


라비아타가 나타났다.


"....가장 강력한 적이 나타났군."

"도망을..."

"저 자에게서는 도망칠 수 없다, 사령관도 알 터."


그 직후 시작된 라비아타와의 싸움은 지옥이었다.

그 아스널조차 라비아타와는 싸움이 되지 않았다.


아스널은 입에서 피를 흘리며 무너졌다.


"큰일이군. 강해."


라비아타는 중무장을 해왔고,

그 어느 때보다 독기로 가득했다.


"물러서라 아스널. 괴물돼지 취급 받았던 지난 울분을 풀어야겠다."

"그럴 순 없다. 사령관은... 내가 지킨다."

"좋아. 팔다리를 잘라내주지."


그때였다.

와이어가 라비아타를 칭칭 감아 속박했고,

목에 뱀을 두른, 하얀 뱀이 라비아타를 공격했다.


"쳇..."


그 라비아타가 한 발 물러섰다.


나와 아스널 앞에 선 것은 장화와 천하였다.


"너희들...!"

"야, 뷰웅신. 여긴 우리한테 맡기고 도망가."

"하. 하지만.."

"걱정은 필요 없으니까 귀찮게 하지 마!"


장화가 짜증을 냈다.


"눈에 거슬리니까 빨리 가. 꺼지라고!"

"...미안해."

"핫팩. 나중에 보자~"

"...무운을 빌지."


나는 아스널과 함께 도망쳤다.


"거기서 사령관! 죽여 버리겠다!"

"어딜 가려고!"


천아와 장화가 라비아타와 맞섰다.


아.. 미안해, 모두 미안해.


"걱정 말라 사령관. 이제 5분밖에 안 남았으니까."


아스널이었다.


"그 둘도 5분은 버틸 수 있을 거다."

"그러면 다행인데..."

"읏?! 사령관 멈춰라!"


복도를 달리던 중, 아스널이 멈췄다.


"왜? 뭔데? 뭐가 있어?!"


내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뭔가 있다. 지독한 살기를 내뿜는..."


그때였다.

한없이 얇아 보이지 않았던, I자였던 무언가가 몸을 틀었다.


지옥의 화신이 되어버린 나앤이었다.

그녀는 빨간 옷을 입고 있었는데...

내가 알기로 그 옷은 원래 하얀색이었다.


"과연 아스널 준장이시군요. 제 스텔스 모드를 간파하시다니."

"나앤.... 하, 하지만 아무리 너라도 아스널을..."

"그렇다. 내가 있는 한 사령관은..."


탕!


"컥..!"


아스널이 마취총에 맞고 쓰러졌다.


뒤를 돌아보자, 안드바리가 있었다.


"이번에는 맞췄어요. 사령관님. 칭찬해주실거죠?"

"아아..."


쿵. 쿵. 쿵.


이어서 나타나는 라비아타.

잔상처가 조금 있지만 그녀는 건재했다.


라비아타가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한다.


"칫. 3분밖에 안 남았나."

"3분이면 충분합니다."

"나앤 언니 말씀이 맞아요.요. 3분이면 충분해요."

"하긴, 충분하지. 자 그럼..."


세 악마가 나를 둘러싸고 다가온다.

한 걸음.

한 걸음씩 천천히...


"숙청의 시간이다."

"으아아아아아!!"


공허한 비명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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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가을여름겨울이었다.





아래는 내가 쓴 단편들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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