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지하 깊은 곳에 존재하는, 어둠의 도시 요미하라.


마계로의 문이 있는 이 거리는, 법이 닿지 않는 범죄도시로 알려져 있었지만, 근래에는 주민회 등도 만들어져 무법 나름로 질서와 자치가 유지되고 있다.


그런 요미하라에서 오늘밤, 대규모 야회夜会가 열리고 있었다.



텟카인 카오루 "어서오시길."

손님 "안녕, 카오루 마마. 쿠리나이짱은 잘 지내?"


요미하라의 유력 인사들이 클럽 '흑장미'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


카오루 "후후, 덕분에. 하지만 오늘은 영업날이 아니니까, 여자애들은 없어요."

손님 "알고 있다고. 이런 파티, '중립'을 내세우는 카오루 마마의 가게가 아니면 할 수 없으니까."


오너인 카오루가 손님을 맞이한다.

오늘 저녁의 주최자는 그녀, 라고 되어 있지만 그것은 표면상.


진정한 주최자는 이 요미하라를 쥐락펴락하는 범죄조직 노마드였다.



리나 "잉그리드 님, 슬슬 오차 쪽이 도착할 때입니다."

잉그리드 "그래, 정중하게 안내해라."


진정한 주최자, 노마드의 대간부 잉그리드는 부하인 리나를 거느리고, 홀의 안쪽에서 방문객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입구가 열리고, 한층 더 눈에 띄는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카오루 "안녕하세요, 어서오시길."

야츠 무라사키 "음, 야츠 무라사키다. 초대를 받아 참석했다."



대마인·야츠 무라사키. 이번 파티의 주빈主賓이다.


대마인 중에서도 아사기에 버금가는 실력자이며, 다른 세력과의 인연도 비교적 적어, 오차의 대표로 선택되었다.


그리고 또 한 명.



리노어 셀링 "안녕하세요, 리노어 셀링입니다."

카오루 "미연 출신의 천재 과학자라죠. 소문은 들었어요."

리노아 "처, 천만에요."

무라사키 "당당하게 나서라, 리노아. 너도 주빈 중 하나니까."


경직된 리노아를 무라사키가 타이른다.


리노아는 일찍이, 모국에서 어둠의 연구에 종사되고 있던 과학자였지만, 현재는 오차에서 대마인을 돕고 있다.


무라사키 "네가 이렇게 동행함으로써, 오차와 미연의 관계가 양호하다고 요미하라에게 널리 인상을 줄 수 있다."

무라사키 "......라고 아사기 님이 말씀하셨다. 잘 부탁하지."

리노아 "네, 죄송합니다. 이런 드레스를 입고 나오는 파티는 처음이라......"


긴장하고 있는 리노아를 보고, 무라사키는 표정을 누그러뜨렸다.


무라사키 "마음은 이해한다. 솔직히 나도 이런 자리는 익숙치 않아."

무라사키 "게다가 이 옷. 발걸음을 제한해, 이래저래 성가시다."

리노아 "그래도, 잘 어울리세요 .아사기 선생님도 칭찬하셨어요."

무라사키 "뭣!? 저, 정말이냐?"


아사기도 칭찬했다는 말에 무라사키의 입꼬리가 칠칠치 못하게 풀렸다.


드레스 선정에는, 어디선가 이야기를 들은 키류 사바토도 시끄럽게 참견했지만, 그 건은 다물어 두자, 라고 리노아는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다.


무라사키 (그나저나, 이 분위기. 진심으로 환영받을 거라 기대하고 있던 것은 아니지만.)


두 사람을 향한 눈빛 속에 따끔따끔한 적의가 여럿 섞여 있는 것을 무라사키는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요미하라 주민, 그리고 노마드 내에서도 대마인을 좋게 생각하지 않는 자는 여전히 많고, 그런 자들의 끈적한 시선이, 얇은 옷차림의 무라사키에게 쏠리고 있다.


그리고, 그런 시선을 뿌리치듯, 연분홍빛 바람이 상쾌하게 솟아올랐다.


리나 "무라사키 님! 리노아 님! 어서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리노아 "아, 리나──."

리나 "오랜만이야 리노아! 오늘 밤은 이 마계기사 리나가 경비를 맡고 있지."

리나 "그런 이유로, 괘씸한 녀석들은 그 즉시! 이 리나가 때려눕힐 테니!! 안심하고 야회를 즐겨다오!!"


리나가 큰 소리로 말하자, 왠지 빈객賓客들의 분위기도 한풀 꺾였다.


리나 "자자, 저쪽으로. 잉그리드 님이 기다리십니다."


리나는 두 사람을 선도해, 곧장 잉그리드를 찾아간다.


리나 "잉그리드 님, 모셔왔습니다."

잉그리드 "둘 다 어서와라."

무라사키 "나야말로, 초대해 감사한다."


잉그리드와 무라사키는 웃으며 악수를 나눈다.


잉그리드 "아사기 공은 잘 지내는지?"

무라사키 "물론. 변함없이 정정하시지."


두 사람의 화목한 모습을 보고, 무라사키 일행에게 적대적인 시선을 보내던 자들도 웃는 얼굴로 인사하러 온다.


노마드와 오차의 화목이 확실하다 이해하고, 적대하지 않는 편이 상책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리노아 "속물적이긴......"

리나 "그렇지. 하지만 지금 요미하라는, 사령경이나 특무기관 G의 마수에 위협받고 있어."

리나 "노마드와 오차가 손을 잡고, 그것을 물리쳐 준다면 그걸로 좋다, 라는 거지."

리노아 "그리고 잘하면 양패구상, 어느 쪽이든 약해져주면 돈벌이가......"

리나 "그런 거겠지. 뭐, 약한 놈들이나 할 법한 생각이다."


라는 등, 리나와 리노아는 쓴웃음을 짓는다.


그러나 그 와중에, 더욱 두 사람을 씁쓸하게 바라보는 모습이 있었다.


노마드의 전 대간부, 오보로다.



오보로 "칫......"


오보로는 사령경에게 내통한 죄로 유폐되어 있었지만, 잉그리드의 재량으로 노마드에 복귀.


그러나 그 영혼은 잉그리드의 계책에 의해, 오차에 맡겨졌다.


말하자면 오보로의 영혼은, 이 동맹을 위한 인질......혹은 그 이하다.


배신자 오보로 영혼 따위, 사라져도 잉그리드는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보로 "하여간 재미없게."


그렇다고 해도, 영혼을 쥐고 있는 이상, 표면적으로 무언가 할 수도 없어, 오보로는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두 사람을 노려볼 뿐.


그런 오보로 뒤에서, 살짝 귓속말 하는 거구가 있었다.


??? "오보로 님......"

오보로 "너였나. 예정대로 할 거야. 다만, 한 가지 부탁 좀 할게."


오보로는 무라사키 일행을 노려보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비슷한 시각. '흑장미'에서 가까운, 또 다른 클럽.



야쿠시지 미즈호 "후우마 군 봐, 이 크림 소다. 이 아름다운 파랑, 여기에 담는다면 어떤 약이 좋을까 생각하게 되네, 후후."

미즈호 "이쪽의 나초는, 굳이 말한다면 소스일까. 후우마 군도 하나 어때?"


약이나 독의 조합을 전문으로 하는 대마인, 야쿠시지 미즈호 선생은 잔과 접시를 손에 들고 미소지었다.


나 "아, 아뇨, 사양하겠습니다. 잔뜩 먹고 마실 기분도 아니고."

미즈호 "뭐야, 긴장하고 있어? 더 당당해지지 않으면, 의심받을 거야."

나 "미즈호 선생님이야말로......잠입 중이니까, 너무 뒤숭숭한 이야기는 하지 말아 주세요."


그래, 나는 미즈호 선생님과 함께, 이 클럽에 잠입 중이다.


오늘 밤 이곳에서, 어둠의 경매가 열리기로 되어 있었다.

주최 측은 요미하라의 어둠의 상인과 마계의사들이다.


요미하라에서는 노마드의 지배가 강화됨에 따라, 윤리에 어긋나는 상품이 단속되어, 어둠의 상인들은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 노마드가 오늘 밤 대규모 파티를 열어 바쁘니, 그 사이에 경매를 열어 돈을 벌고 즐기자는 것이었다.


지금은 경매 전 환영 파티 중.


돌로레스가 준비한 가짜 신분 덕에, 우리는 당당하게 회장에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음식과 술을 즐기는 척하면서, 손님과 시큐리티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나 "그나저나 미즈호 선생님이, 잠입 파트너로 저를 선택해 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기뻤어요."

미즈호 "그래? 소문난 후우마 대장과, 한 번 같이 일해보고 싶었던 건데."

미즈호 "어떤 상처든 재생하는 몸이라며? 선보이는 게 기대돼."

나 "아, 아뇨......이 힘은 등장할 차례가 없는 편이 좋습니다만......"

나 "어쨌든, 전시품을 둘러볼까요?"


회장에는, 경매에 출품 예정의 상품이 전시되어 있다.


불법 물품 거래의 증거를 잡는 것은 물론, 어둠의 거래 경로와 예상 가격 등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많다.


나와 미즈호 선생님은 전시품을 하나하나 눈에 새겨간다.


나 "마계의 보물지도, 고대유적의 도굴품, 음마가 사용하는 강력한 최음제......마계상인의 비장의 컬렉션이란 느낌이군요."

미즈호 "이쪽은 마계의사의 출품물인 것 같네. 이식용 강화 심장, 혈액 젤리, 기생 마계충의 표본......"

나 "음. 확실히 보기 드문 구색이지만......생각만큼은 아니라고나 할까요?"


모두 신기하기는 하지만, 요미하라에서는 돈만 내면 손에 넣을 수 있는 것들 뿐이다. 어둠의 경매치고는 조금 부족하다.


나 "정말 위험한 것들은 여기에 진열되지 않는 걸지도."

미즈호 "응? 이 유기(有機) 인공 근육의 출품자, 키류라고 하면 혹시......"

나 "키류 미코토......아, 오차에 있는 키류 사바토 선생님의 누나라네요."

미즈호 "역시 그런가. 남매가 모두 변변치 못하군."

나 "미즈호 선생님도 마계의 기술에는 정통하다고 들었습니다만, 마계의사는 싫어하시나요?"


그렇게 묻자, 미즈호 선생의 눈썹이 불쾌한 듯 일그러졌다.


미즈호 "저런 매드 사이언티스트들과 동일시 하지 말아줘."

미즈호 "난 그저, 세상을 위해 과학의 길을 걷는 선인이야."

나 "시, 실례했습니다."

미즈호 "됐어. 뭐 임무를 위해서라면, 마계의사 행세를 할 수도 있고."


미즈호 선생의 집안은, 예로부터 조정에서 약을 제조해 왔다는 유서 깊은 약사의 일족.


본인도, 미연에서 약학의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오차의 의료과학팀에서 활약하는 우수한 대마인이다.


그렇다고 해도, 미즈호 선생은 인법이 없다.


재능과 지식만으로 대마인을 하고 있는, 말하자면 평범한 인간으로, 마찬가지로 인법이 없는 나에게는, 약간의 희망과 같은 존재였다.


미즈호 "그럼, 여기는 이만 넘기고, 특별 구역을 보러 갈까?"

나 "네, 정말 위험한 것도 볼 수 있을 테니까요."


우리는 돌로레스가 준비해준 패스를 움켜쥐고, 억세 보이는 검은 옷 두 명이 지키는 문으로 향했다.




한편 '흑장미'에서는 파티가 시작되고 있었다.


테이블에는 음식과 술이 차려져 있고, 손님들은 끼리끼리 대화를 즐기고 있다.


스테이지에서는 고상한 라이브 연주와 함께 무희들이 춤을 추며, 파티에 꽃을 곁들이고 있었다.


이러한 여흥은 오보로의 프로듀싱이다.


쇼펍의 매출을 V자 회복시킨 능력을 높이 사 발탁──이라는 건 표면적인 이유로, 사실은 오보로에게 역할을 부여해 노마드로의 복귀를 각인시키려는 의도였다.


오보로 "이 내가 여흥 담당이라니. 어이가 없네."


당연히 본인은 불만인 것 같다.


그렇다고는 해도 대충 하지는 않아, 가게의 뮤지션과 댄서를 총동원해, 멋진 스테이지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런 오보로의 생각은 모르고,


무라사키와 잉그리드는 차례차례 인사하러 오는 유력자들에게 지쳐, 벽가로 이동해 한숨을 쉰다.


무라사키 "드디어 사람이 끊겼나. 그쪽도 큰일이겠군, 항상 이렇게 붐비나?"

잉그리드 "그렇지도 않다. 오늘은 무라사키 공도 있기 탓이겠지."

잉그리드 "뭐, 블랙 님은 언제나 주변에 이보다 많은 이들이 득실거리지만......"

무라사키 "아사기 님도 그렇다. 강인함과 아름다움으로, 어디에 있든 사람의 이목을 끌어들이지."

잉그리드 "그런가. 뭐, 블랙 님처럼 강함과 아름다움에 뛰어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만......"


두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게 상사자랑을 펼치던 중 갑자기 음악이 멈추고, 조명이 살짝 꺼졌다.


무라사키 "?"


두 사람이 스테이지에 눈을 돌리면, 연주자들과 교대로, 마이크를 든 오보로가 나타난다.


오보로 "여러분, 오늘 저녁 모이신 걸 환영합니다♪"

오보로 "라이브와 댄스, 즐기고 계셨나요? 저희 가게의 엄선된 재주꾼들이랍니다."


사정을 모르는 손님들은 박수로 화답한다.


오보로 "하지만, 조금 허전하지 않나요?"

손님들 "?"

오보로 "요미하라의 파티치고는, 자극이 부족하죠?"

손님들

"뭐지?"

"뭔가 재미있는 일이 시작되는 건가?"


오보로의 말에 회장이 술렁이기 시작하다.


잉그리드 "오보로......뭘 할 생각이지?"

오보로 "요미하라의 여흥이라고 하면, 역시 이거겠죠♪ ──파워 레이디!!"

파워 레이디 "예, 오보로 님!! 겨우 차례군요! 기다리다 지쳤다구요!"

오거 "GAAAAA!!!"



스포트라이트에 비추어 등장한 것은, 레슬러풍의 마초녀와 철창에 갇힌 거구의 오거다.


동시에 회장의 조명이 떨어져, 스테이지 위에 투기장 느낌의 버추얼 배경이 비춰졌다.


오보로 "그래, 지하 투기장 데몬즈・아레나!"

오보로 "오늘은 그 엑시비전 매치를 보실 수 있어요♪"

리나 "자, 잠깐 오보로 님!? 그런 건 예정에 없습니다만!?"

오보로 "뭐야. 여흥은 나한테 맡기겠다고 했잖아."


경비 담당인 리나가 스테이지로 달려들자, 오보로는 싸늘한 눈으로 일축했다.


오보로 "여러분♪ 이쪽에 있는 것은, 데몬즈 아레나 제일의 완력가, 파워 레이디!!!"

손님들 "오오오오!!!"

오보로 "그리고 철창 안에 있는 것은, 힘을 강화당해 이성을 잃은 오거 노예입니다♪"

손님들 "오오오오옷!!"


손님들은 단번에 열이 오른다.

신사의 가죽을 뒤집어 쓰고 있어도 요미하라의 주민, 자극적인 여흥을 아주 좋아하는 것이다.


리나 "잉그리드 님, 내버려두어도 되겠습니까?"

잉그리드 "어쩔 수 없지, 이렇게나 들떴는걸."

잉그리드 "억지로 제동을 걸어, 노마드 내부의 연계가 잘 안 된다는 생각을 품게 해도 곤란하다."


잉그리드는 쓴웃음을 짓는다.


어차피 오차에 영혼을 붙들린 오보로이니 엉뚱한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장소에서, 가스 빼기를 시켜주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오보로 "그럼, 시작해라!!"

오거 노예 "GAAAAAA!!!!!"


오보로의 신호로 철창이 열리자, 오거 노예는 맹수처럼 파워 레이디에게 덤벼들었다.



파워 레이디 "이 돼지 새끼가. 덤볐겠다!!!"


이렇게 해서 오거 노예 vs 파워 레이디의 전투가 시작됐다.


회장은 완전히 데몬즈 아레나의 열광에 휩싸여 있었다.




한편.


나와 미즈호 선생님은 경매장 지하에 잠입해 있었다.


이곳은 VIP 고객만 들어올 수 있는 특별 구역으로, 일반 고객에게는 보여주지 않는 상품들이 즐비하다.


잠입이라고는 하지만, 돌로레스가 준비해 준 가짜 신분증 덕에 우리는 당당하게 입구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나 "생각보다 넓군......위쪽과는 분위기가 완전 다르네요."


지하의 조명은 어둡게 해, 벽 한 면에 상품을 넣은 케이스가 놓여 있다.


손님은 우리들 뿐인 것 같다.

네 개의 구석과 출입구에는 사이보그 경비원이 조용히 눈을 번뜩이고 있다.


미즈호 "있다 있어, 희귀품의 퍼레이드야."

미즈호 "바이콘의 태아에, 물요정의 알, 성성(猩猩)의 미라──."

미즈호 "오, 맹독 마이코니도의 포자인가. 이거 연구하고 싶었는데."


미즈호 선생님은 기쁜 듯이 케이스에 달려가, 수족관에 온 아이처럼 서 있거나 쭈그리고 앉아 상품을 바라보고 있다.


나 (경비원이 보고 있는데 괜찮을까......그렇다고는 해도 선생님의 지식 덕에 알아볼 수 있네.)


이쪽에는 전시품의 설명도, 상품명도 없어, 딱 봐서는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마계생물에도 정통한 미즈호 선생님은 대체로 식별 가능한 것 같다.


그것을 감정할 수 있는 것도, VIP 고객의 조건이라는 거겠지.


나 (나와 독립 유격대 뿐이라면, 뭐가 뭔지 모를 뻔했어.)


그렇다고는 해도, 나 또한 모르는 대로 케이스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 중에 하나,



여자애 "훌쩍......훌쩍......"

나 "여자애......?"


개귀와 꼬리가 달린 여자애가 케이스 안에서 슬픈 듯이 울고 있었다.


예쁜 옷을 입었지만, 가슴과 허벅지는 대담하게 노출되어 있다.


여자애 "훌쩍......"


나와 눈이 마주치면, 여자애는 약간 허리를 들어 꼬리를 말았지만, 또 금방 주저앉고 만다.


미즈호 "이런, 인구족人狗族인가. 살아있는 채 통째로 상품이라고니, 드문걸."

미즈호 "노예로 팔리려나. 이만큼 귀여운 인구, 비싼 값을 치르겠지."

나 "그런 말투는 좀......"

미즈호 "쉿. 여기서는 이게 당연한 거야. 괜히 떠들면 의심받을 뿐."

나 "그건......"

미즈호 "지금은 조사가 최우선이야. 뭐라고 말해도, 상품이 아니라 출연자라는 핑계로 끝날 테고."

나 "네......"

여자애 "훌쩍......"


여자애는 귀와 꼬리를 늘어뜨리고, 이쪽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았다.




비슷한 시각, '흑장미'에서는 파워 레이디가 압도적인 파워로 오거 노예를 압도하고 있었다.


파워 레이디 "하하! 덩치에 비해 별 거 아니구만!"

오보로 "승자, 파워 레이디!! 역시 데몬즈 아레나의 스타. 오거는 적수가 아니었네요."


오보로가 과장스레 손뼉을 쳐 보이자, 회장에서 큰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오보로 "파워 레이디......"

파워 레이디 "헤헤, 알고 있다고요."


파워 레이디는 오보로의 마이크를 받아들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파워 레이디 "몸풀리고는 좋았지. 하지만, 이렇게까지 간단히 승부가 나서야, 만족할 수가 없단 말야."

파워 레이디 "지켜보는 손님도 허무하지 않나? 응, 어때? 어이."


손님들 "우오오오오오!!"


파워 레이디의 부추김에, 회장의 열기는 점점 높아져 간다.


오보로 "어머어머, 파워 레이디 무슨 말을 할 생각이야?"

파워 레이디 "듣자 하니, 오늘 오차 제일의 완력가가 여기에 와 있다던데?"


파워 레이디가 벽가를 가리키면, 거기에 있던 무라사키에게 쿵 스포트라이트가 내리쬔다


무라사키 "뭐야?"

파워레이디 "어때? 이리 와서 나랑 한 판 붙어보는 건."


파워 레이디는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무라사키를 스테이지로 유인한다.


하지만, 역시 무라사키도 도발에 응하지 않고, 잔을 한 손에 든 채 고개를 저어 보였다.


오늘 밤의 목적은, 오차와 노마드의 협조를 요미하라의 유력자들에게 보여주는 것.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여흥 시합 따위에 참가할 수는 없었다.


파워 레이디 "뭐야? 기개가 부족하구만. 기대에 못 미쳐."

오보로 "어쩔 수 없어, 파워 레이디. 여기서 꼴사납게 지기라도 하면, 오차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는걸♪"

파워 레이디 "하하, 그렇다면 어쩔 수 없나."

파워 레이디 "사실은 아사기와 붙어보고 싶었지만, 아사기는 겁에 질려 요미하라에 올 수 없는 것 같으니까."

무라사키 "뭐가 어째?"


무라사키 손가락이 움찔거린다.


파워 레이디 "최소한 대리와 놀아보고 싶었는데. 아사기도 쫄고, 대리도 쫄아서 모두 자리를 비우면 어쩔 수 없나."

무라사키 "네놈......잠자코 듣고 있자니......"

리노아 "무라사키 선생님!"

무라사키 "말리지 마라. 도발인 건 알지만, 아사기 님을 모욕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


무라사키는 가방을 내던지며, 관중을 헤치고 스테이지를 향해 간다.


회장의 열기는 최고조.

무라사키에게도 응원의 말이 날아들지만, 더 이상 본인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리노아 "아~아......"


리노아는 무라사키의 가방을 한 손에 들고, 체념하는 얼굴로 배웅한다.


리노아 "어쩔 수 없죠. 라플라스, 혹시 모르니 기록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