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바키와 요코는 황야를 걷고 있었다.


게이트 시티를 나온 후에도 몇 번인가 도적 등과의 싸움이 있었지만, 츠바키의 마의 힘이 폭주하는 일 없이, 어떻게든 자신의 피만으로 싸울 수 있었다.


그렇게 그녀가 아는 마족, 오르톨이 사는 마을까지 거의 다 왔다.


요코 "그렇지, 츠바키에게는 결정 대사 같은 거 없어?"


요코가 당돌하게 물어왔다.


잡담을 시작하는 것은 언제나 그녀부터다.


츠바키 "뭐야 느닷없이."

요코 "결정 대사 말야. 항상 내가 말하잖아."

요코 "『오차학원, 아사후지 요코. 또 다른 이름은 여깡 대마인』 ──보고 있잖아?"


주위에 아무도 없는데, 요코는 모레 쪽을 향해 제대로 견본을 보였다.


츠바키는 기가 막힌 얼굴이 된다.


츠바키 "한 번 말하려고 했는데, 그거 상당히 부끄럽다. 옆에서 얼굴이 빨개질 것 같아."

요코 "부끄럽긴. 이걸로 네게 기합을 넣어, 적들도 겁먹게 하는 거야."


확실히 그런 대마인은 있다.


그래도 이명을 자칭할 정도일 뿐, 무슨 인과인지 영락 운운하며 장황하게 말하지는 않는다.


츠바키 "나는 용병이야. 그런 식으로 말할 필요는 없어."

요코 "오차에 있을 때는 어때? 무슨 이명 같은 거 없었나?"

츠바키 "내가 자칭한 것은 아니지만, '선혈의 대마인'이라고 불리긴 했지."


츠바키는 남의 일처럼 말했다. 그 이명도 오랜만에 생각났다.


요코 "좋잖아. 게다가 용병이라고 하면 독고다이지?"

츠바키 "그렇게 거드름 피우는 건 아니지만, 대개는 혼자야. 누군가와 짝을 이룬 것은 정말 오랜만이야."


요코는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조금 생각하다가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요코 "기쁘네. 그렇다면 새로운 짝꿍으로부터 결정 대사를 선물하지."

츠바키 "무슨 말을......"

요코 "『황야에 피는 한 송이의 장미, 선혈의 츠바키!』 ──라는 건 어때?"


어이없어 하는 츠바키 앞에서 요코는 기세 좋은 포즈로 정했다.


츠바키 "마음만 받아둘게."


허둥지둥 앞길을 서두른다.


요코 "나참. 의욕이 없구만."


요코가 아쉬운 듯이 말하지만, 지금의 것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무심코 상상해, 츠바키는 몰래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이윽고 목적지에 도달했다.


마계의 마을로서는 지극히 일반적으로, 게이트 시티만큼 치안이 나쁘지 않고, 주민들도 평화롭게 살고 있다.


그 반면, 중심 도로에서 벗어나 있고, 특별한 명산품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일부러 인간계에서 오는 사람은 적다.


츠바키도 마계를 헤매다 우연히 도착한 마을이었다.


그녀에게 있어서는 오랜만이지만, 요코는 평범한 거리에 맥이 빠진 것 같다.


요코 "비교적 보통의 마을이군. 남의 눈을 피해서 산다길래, 오차처럼 깡촌인 줄 알았는데."

츠바키 "그런 곳은 오히려 눈에 띄거든. 숨으려면 적당히 사람이 사는 게 좋아."

요코 "그것도 그렇군."

츠바키 "게다가 평소에는 저택 안에서도 차원의 틈새를 만들고 숨어, 대부분의 시간을 자면서 보내."

요코 "그 잠꾸러기 공주님이 이사를 가지 않았으면 좋겠군. 그리고 시몬이라는 놈에 대해 잘 알려주고."


츠바키는 기억에 남은 오르톨의 저택을 찾아갔다.


그녀는 그곳에서 손님으로 잠시 지낸 적이 있다.


운 좋게도 오르톨은 예전과 다름없이 살고 있는 것 같았고, 안에서 친숙한 메이드가 나왔다.



메리 "어머, 츠바키 님. 오랜만입니다."

츠바키 "메리, 건강해 보이네. 이쪽은 아사후지 요코, 인간계의 대마인이야."

메리 "대마인이라. 이거 참 드문 손님이. 아사후지 님."


메리는 조금 놀랐지만 메이드답게 요코에게도 공손히 인사했다.


요코 "......"


요코는 꾸벅 고개를 숙인다.


츠바키 "좀 곤란한 일이 생겨서, 오르톨의 힘을 빌리고 싶은데 만날 수 있을까?"

메리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메리는 소파로 그들을 안내한 다음 주인에게 그녀들이 왔다는 것을 알리러 갔다.


요코 "있어서 다행이야."

츠바키 "그래, 네가 여깡 대마인 타령을 하지 않아서 다행이기도 하고."

요코 "그리 말했겠다?"

츠바키 "농담이야."


불만스러워 하는 요코를 그리 달래고, 오르톨과 대면하기 전에 주의해 둔다.


츠바키 "한 가지 말하는 것을 잊었는데. 오르톨은 음마는 아니지만, 성적인 감각은 인간과 달라."

츠바키 "게다가 평소에도 상당히 개방적인 차림을 하고 있어. 꼴을 보고 놀라지 마. 태클 걸지도 말고."

요코 "응? 창녀 같은 꼴을 하고 있단 말야?"

츠바키 "그런 셈이지. 그녀에게는 잠옷이라고 하지만."


츠바키의 말에 요코는 허공을 올려다보며 조금 생각한다.


요코 "만약을 위해 묻겠는데, 여기서 신세를 지고 있었을 때, 그 야한 안주인과 뭔가──."

츠바키 "그런 일 없어. 쓸데없는 걱정은 안 해도 돼."

요코 "다행이네. 나의 츠바키 옆에 있는 저 도둑 고양이는 뭐야? 키익──! 같은 건 봐달라구."

츠바키 "무슨 바보 같은 소리를......"

요코 "농담이야."


새침한 얼굴의 요코에게 아까의 답례를 받는다.


그러고 있자 오르톨에게 불렸다.



오르톨 "어머어머어머, 츠바키 씨. 잘 와 주었어요~.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에요~."


오르톨은 갑자기 찾아온 츠바키를 정겨운 미소로 반겼다.


하지만 요코에게 미리 주의한 대로, 그 모습은 역시 잠옷이었다.


그것도 엄청 작은 속옷에 지극히 얇은 네글리제, 머리에는 나이트캡을 달고, 수중에는 푹신푹신한 베개를 안고, 지금부터 요바이 하러 가는 참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섹시한 모습이다.


요코 "오오, 굉장한데......"


무심코 중얼거리고 있는 요코를 「입 다물어라」라고 팔꿈치로 찌른 뒤 재회의 인사를 한다.


츠바키 "이래저래 신세를 졌는데 변변한 연락도 없이, 오늘 또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해."

오르톨 "우후후, 괜찮이요. 츠바키 씨는 소중한 친구니까요. 그래서 그쪽이──."

츠바키 "대마인, 아사후지 요코다."

오르톨 "처음 뵙겠습니다. 오르톨이라고 합니다."

요코 "아사후지 요코다. 잘 부탁해."


다소 건방진 말투이긴 했지만, 요코도 제대로 고개를 숙인다.


오르톨 "자야말로, 후아~~~~암. 미안해요. 오늘 잠을 많이 못 자서."

오르톨 "그래서 왜 또 저를 찾아오셨는지요? 츠바키 씨가 계속 조사하던 피를 조종하는 힘에 관한 건인가요?"

츠바키 "그건 여전해. 마계 이곳저곳을 헤맸지만 결국 아무것도 찾지 못했어."

오르톨 "어머......"


츠바키의 과거를 알고 있는 오르톨은 그녀를 위로하는 듯한 표정이다.


츠바키 "신경 쓰지 마. 그것과는 별개로 지금은 시몬이라는 마술사를 찾고 있어."

오르톨 "시몬?"

츠바키 "수백 년을 산 사악한 마술사로 여러 얼굴을 가진 모양이야."

츠바키 "소문에 의하면 『새벽의 환상』이라는 마족이 시몬의 습격을 받고 격퇴했다는데."

츠바키 "분명 옛날에 스스로 『새벽의 환상』이라 불렸다고 내게 말하지 않았던가?"

오르톨 "어머어머."


오르톨는 이번엔 눈이 휘둥그레졌다. 몹시 놀란 것 같다.


오르톨 "확실히 그것은 저입니다만. 츠바키 씨도 그걸 들으러? 신기한 우연이 있네요."

츠바키 "나도? 누가 시몬에 대해 물어보려고 왔어?"


오르톨은 고개를 끄덕인다.


오르톨 "네, 방금 전에 온 손님이. 지금, 별실에 계셔요."

오르톨 "마계기사 베오울프 씨와 그 종자 분인데 이쪽으로 불러도 될까요?"

오르톨 "......아, 츠바키 씨 쪽이 시몬과 사이좋게 지낼 생각이라면 곤란합니다만."

츠바키 "별로 상관없어. 우리도 놈을 토벌할 생각이거든."

오르톨 "그럼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후아~~~암. 졸려요. 슬슬 한계일지도~."


평소 같으면 벌써 자고 있을 시간이다.


오르톨은 하품을 하면서, 두 사람을 부르러 갔다.


요코 "마계기사 베오울프라."

츠바키 "거물이 납셨군."


곧 오르톨에게 안내받아 베오울프와 그 종자가 나타났다.


응룡기사단 단장으로 용살의 베오울프란 이름은 마계에서 유명하다.


직접 만나는 것은 처음이지만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한눈에 「이건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 종자, 마계기사 견습이라고 자칭한 아델하이트도 상당한 실력자라고 생각되었다.


네 사람은 서로 인사하고, 베오울프부터 경위를 말하기 시작했다.


베오울프 "우리는 인간계로 가는 길에 한 마계의 유력자로부터 시몬을 토벌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곳에 왔다."

베오울프 "정말 그렇다면 그런 수상쩍은 일은 마계 기사단에 전임자가 있는데."

베오울프 "최근에는 그 사령경이 조종하는 도적단의 대응으로 손을 쓸 수 없어, 한가해 보이는 나에게 일이 넘어온 셈이지."

베오울프 "월급쟁이 노릇도 참 피곤해. 나는 영지에 틀어박혀 있고 싶은데."

아델하이트 "베오울프 님, 그런 말씀은 삼가 주십시오."



베오울프의 묘하게 염세적인 말투에 고지식해 보이는 아델하이트가 태클을 건다.


베오울프 "하하, 미안미안. 너희들은 왜 그를 찾지?"


그 물음에는 츠바키가 대답한다.


츠바키 "시몬은 인간계에서도 이런저런 일을 벌이고 있어. 그 결과 노마드의 숙청 대상이 되어 우리가 파견됐다."


츠바키가 그렇게 설명하자, 베오울프는 요코를 흥미롭게 본다.


베오울프 "재미있군. 용병인 너야 어쨌든 대마인인 네가 노마드에게 일을 청부받는다고?"

요코 "오차와 노마드는 그쪽에서도 애를 태우고 있는 사령경 대책으로 동맹을 맺고 있거든."

요코 "이것도 그 흐름이란 거지. 마계를 잘 아는 츠바키는 그 안내자고."

베오울프 "그렇군. 그럼 다시 한 번 그에 대해 알려줄 수 있을까? 졸린 것 같은데 미안하지만."


베오울프는 네 사람이 이야기하는 동안 꾸벅꾸벅 졸고 있던 오르톨에게 말한다.


오르톨 "후아악......죄송합니다, 졸려서 그만."


오르톨이 설명하길, 시몬은 '주르'이라는 성 아래 마을을 근거지로 삼고 있다. 그곳에서 마녀로 둔갑해 영주를 포섭, 마을을 점령하고 뭔가를 꾸미고 있는 것 같다.


아마 영주와 그곳의 병사들도 시몬의 마술에 조종당하고 있을 것이라고.


시몬의 주특기는 변신 마술만이 아니다. 그는 여섯 개의 얼굴을 가지고, 각자의 얼굴로 마법을 시전할 수 있는 아주 강력한 마술사.


그런 그가 오르톨을 노린 이유는 그녀가 차원을 조종하는 힘을 지니고 있기에. 차원의 틈새에서 반영구적으로 마력을 빨아올려 죽음조차 존재하지 않는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힘을 노린 것이다.


오르톨 "실제로는 그런 힘 없는데요. 그 차원을 조종하는 힘을 노린 것 같아요. 그때는 격퇴했지만, 분명히 포기하지 않았을 거에요."

오르톨 "다시 힘을 길러 저를 노리려는 게 아닐까요. 곤란하게도. 후아암~~."


크게 하품하는 오르톨에게 요코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말한다.


요코 "굉장히 태평한걸. 자기가 나서서 그 녀석을 해치울 수는 없어?"

오르톨 "그럴 수 있으면 좋겠는데요~~."


너무 졸려서 그 뒤를 잇지 못하는지 오르톨은 눈이 꿈뻑거린다.


대신 츠바키가 설명하길, 오르톨은 힘은 강하지만 그 대가로 소모가 심하고, 힘을 쓰면 짧은 시간 밖에 활동할 수 없다. 그래서 평소 잠을 많이 자야 한다고.


츠바키 "지금은 얼마나 자고 있지?"

오르톨 "하루 20시간 정도요."

오르톨 "그 밖에도 저를 노리는 분이 많고, 이처럼 남의 눈을 피해 생활하고 있는지라, 이쪽에서 먼저 공격하기는 어렵네요~."

요코 "그건 너무 많이 자는 것 같은데."

오르톨 "저번에 인간계에 갔을 때, 맞춤 베개라는 것을 샀는데, 이게 또 잠이 잘 와서."

오르톨 "식욕에 성욕에 수면욕, 3대 욕구를 추구하는 인간계의 기술은 언제나 놀랍네요~."


계속 소중하게 끌어안고 있는 것이 그 맞춤 베개인 것 같다.


베오울프 "고마워, 오르톨. 시몬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

베오울프 "지피지기 백전불태, 라는 인간계의 말이 있다지."

베오울프 "우리는 이대로 시몬에게 갈 건데, 괜찮다면 같이 가겠어?"


두 사람은 즉각 동의했다. 아델하이트만은 둘과의 동행에 이론이 있는 것 같지만, 주인의 말이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오르톨 "그럼, 저는 이제 침실로. 슬슬 한계에요. 후아아~~~~암."


오르톨의 하품을 신호로 다섯 명이 일어섰을 때, 메리가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메리 "주인님!! 침실 청소를 하고 있었더니 벽에 이런 것이!"


메리는 들고 있던 카드를 보여준다.


거기에는 이렇게 있었다.


『몽괴도, 마르델. 오늘밤, 차원의 틈새를 엿보는 당신의 꿈을 받으러 가겠습니다.』


요코 "몽괴도라니?"

베오울프 "아델하이트, 알아?"


아델하이트가 설명하길, 몽괴도는 최근 유명한 괴도로, 사람의 꿈을 수집하는 호사가 몽마라던가.


눈독을 들인 상대에게 『예고장』을 보내, 어떤 꿈을 훔칠지 예고하고 나서 당당하게 숨어든다고 한다.


꿈을 도둑 맞으면, 그 꿈의 근원이 된 에피소드의 기억도 빼앗기는데. 특히 장렬한 과거나 처참한 사건을 바탕으로 한 꿈을 선호한다고 해서, 일부 사람들은 그 기억들을 없애준 것에 대해 은근히 감사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가족이나 연인, 자신에게 중요한 사건 등 소중한 기억을 잃고 슬퍼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지만.


오르톨 "저는 평소에 꿈을 꾸지 않는데요?"

츠바키 "눈 뜨면 본인도 잊을 것 같은 꿈을 훔쳐 가는 거겠지. 그에 따른 기억과 함께."

요코 "읏샤. 오늘 밤에 온다잖아. 시몬에 대해 가르쳐준 감사로 우선 그 녀석을 때려눕히는 건 어때?"

츠바키 "그렇지. 오르톨은 나의 소중한 친구야. 이런 예고를 받았는데 방치할 수 없지."

아델하이트 "베오울프 님, 저도 그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발칙한 자를 놓칠 수 없습니다."

베오울프 "그럼 그럴까. 소문의 몽괴도, 어느 정도인지 보겠어."


그래서 출발은 취소하고, 몽괴도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날 밤.


일동은 오르톨의 침실에서 마르델의 습격에 대비하고 있었다.


낮에 예고장을 이곳 벽에 붙였다는 것은 모두가 저택에 있는 동안 한 번쯤 숨어들었다는 뜻이다.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실력자임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상대는 몽마.


오르톨이 잠들고, 그 꿈 속에 나온다면 지킬 수 없다.


이후 밤을 대비해 낮잠을 잤지만, 평소 20시간이나 자는 오르톨에게는 턱없이 부족했던 모양이다.


오르톨 "후아~~~~암. 저, 이제 슬슬 한계입니다. 졸려서 눈이 감길 것 같아."

메리 "주인님, 조금만 더 참으세요. 여기요."


메리가 유난히 진한 커피를 오르톨에게 내민다.


오르톨 "고마워요, 메리."


금방이라도 잠들 것 같은 오르톨이 그것을 받으려고 하는 순간,


아델하이트 "기다려요!"


아델하이트가 컵을 쳐냈다.


오르톨 "꺅!"

메리 "핫!"


오르톨은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었고, 메리는 놀라운 도약력으로 물러났다.


아델하이트 "당신, 메리가 아니군요. 저의 마안은 속일 수 없습니다! 정체를 밝히세요!"


아델하이트의 오른쪽 눈, 그 마안이 빛나고 있다.


메리? "우후후, 제법인데. 이 나의 변장을 간파하다니. 그래, 나는──."


메리는 턱에 손을 얹고 변장용 마스크를 벗으며 메이드복을 휙 던졌다.


그 아래서 나타난 것은,



마르델 "꿈은 마음의 해방구. 훔쳐주지 그 꿈을. 몽괴도 마르델, 여기에 등장!"


그렇게 거들먹거리며 나섰다.


요코 "그럴싸한 결정 대사네. 몽괴도라고 자칭할 만큼 말이야."

츠바키 "그런 것에 감탄하고 있을 때냐! 메리는 어떻게 했지!? 죽였나!"


몽괴도는 요염하게 미소지었다.


마르델 "우후후. 나는 타깃의 꿈과 기억을 가져가지만, 그 외는 손대지 않는 게 신념이라서."

마르델 "지금은 이 드림 건에 맞아 그녀가 품은 멋진 꿈을 즐기고 있어."


메리는 오르톨과의 백합백합한 꿈을 꾸고 있는 모양이었다.


마르델 "차원의 틈새를 엿본다는 당신의 꿈. 내 컬렉션에 추가하겠어."

츠바키 "잠꼬대는 거기까지다! 여기서 잠드는 건 네 쪽이야!"


이 비상시에도 불구하고 꿈을 노려지는 오르톨은 금방이라도 잠자리에 들기 일보 직전이다.


베오울프가 오르톨을 등 뒤로 지키고, 남은 3명이 마르델을 상대한다.


마르델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세 사람을 드림 건으로 쐈다.


맞으면 잠들어 버려 자신이 바라는 꿈을 꾸게 만드는 총을 세 사람 모두 간단히 튕겨냈다.


마르델 "꽤 하네. 그럼 이건 어때?!"

요코 "연사해도 마찬가지거든!"


요코는 마찬가지로 목검으로 쳐내려 했으나, 그 검술도 예상한 사격으로, 쳐냈다고 생각한 몽탄이 그녀를 파고들었다.


요코 "당했──."


요코가 정신을 차리면, 그곳은 타이마 크루저 안이다.


조종간을 고쳐쥐는 그녀의 귀에 오차 베이스 아사기 장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사기 장관 "뭘 멍하니 있어!? 너희 5명이 마음을 합쳐야 초인합신(타이마닌)을 할 수 있다고."

아사기 장관 "요코를 중심으로 만(卍)형 편대를 짜라. 타이마・포메이션!"


요코(타이마 크루저) "오우, 모두 간다! 타이마・포메이션!!"

 

요코는 2학년 동료들과 전대물의 꿈을 꾸고 있었다.


여깡 같은 평소의 행동과 달리, 초등학생 남자애가 좋아할 법한 것도 좋아하는 그녀는, 합체 거대로봇의 메인 파일럿이 되는 것이 은밀한 꿈이었던 것이다.


츠바키 "요코! 요코!! 큿, 글렀나?! 칠칠맞은 얼굴로 잠들어선!"


츠바키은 순간적으로 피의 벽을 만들어, 몽탄의 연사를 막고 있었지만,


아델하이트 "리나......진정한 마계기사인 저희들이 함께라면, 더 이상 무서울 건 없습니다......음냐음냐♪"


아델하이트는 맨눈으로 몽탄의 모든 탄도가 보이고 있었기에, 그것들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다가, 생각지도 못한 방향에서의 도탄을 맞고, 역시 즐거운 꿈에 빠져 있었다.


베오울프 "이런이런. 어쩔 수 없다니까, 아델하이트는. 너무 눈이 좋은 것도 안 좋다니까."


베오울프는 오르톨을 지키며 미숙한 제자에게 쓴웃음을 짓고 만다.


마르델 "우후후, 호위는 이제 두 명. 둘 다 만만치 않은 것 같지만, 디어 유어 드림!"


두 사람을 잠에 빠트린 마르델의 몸이 안개처럼 녹아내린다.


츠바키 "사라졌다!?"


츠바키은 순간적으로 자신의 주위에 미세한 피의 입자를 공 모양으로 퍼뜨렸다.


그래서 사라진 마르델,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몽탄을 느끼려고 했지만,


베오울프 "하아아아아아잇!!"


베오울프가 우렁찬 외침과 함께 용살의 창을 선회시키고 있었다.


마르델은 츠바키보다 먼저 호위로서 만만치 않아 보이는 베오울프를 노렸던 것이다.


그러나 베오울프는 보이지 않는 마르델이 쏘는 몽탄을 모두 분쇄하고 있었다.


요코나 아델하이트가 당한 것처럼 도탄에 당하는 빈틈도 보이지 않는다.


역시 마계기사라고 생각되었지만, 마르델의 목소리만이 어디선가 들려왔다.


마르델 "역시 다 막히네. 그래도 됐어. 꿈 에너지가 당신을 감쌀 거야."

베오울프 "큿......"


베오울프가 파쇄한 몽탄, 거기서 뿜어져 나온 꿈 에너지가 독가스처럼 그녀를 뒤덮고 있었다.


무시무시하게도 마르델은 베오울프가 몽탄을 모두 막는 것까지 계산하고 있었던 것이다.


베오울프 "제법인데......하지만......나를 잠들게 하기 전까지는......"


베오울프는 그 강인한 정신력으로 즐거운 꿈에 빠지는 것만은 피했지만, 오르톨을 지키는 움직임이 일순간 늦어지고 만다. 게다가 중요한 오르톨이 이제 와서 수마의 한계로 곯아떨어져 있었다.


오르톨 "ZZZ......ZZZ......ZZZ"

마르델 "당신의 꿈을 가져가겠어."


마르델이 모습을 드러내며 잠든 오르톨에게서 휙 무언가를 낚아챘다.


그 손에 뭔가 반짝반짝 보석 같은 것이 들려 있다.


훔친 꿈이 결정화된 것이다.


마르델 "꿈이 어떤 형태로 결정화 하는지는 그 사람에게 달려있지. 하지만 이런 예쁜 꿈은 처음이야. 맛 좀 볼까──."


마르델이 기쁜 듯이 그것을 이마에 대는 순간,


마르델 "꺄아아아아아아아아!!"


귀청을 찢는 듯한 비명이 터져 나오고, 마르델이 뒤로 쓰러졌다.


츠바키 "뭐야?"


츠바키가 당황하며 다가가자, 마르델은 완전히 흰자위를 드러내고 실룩거리고 있다.


베오울프 "도대체 무슨 꿈을?"


어쨌든 마르델의 손에서 결정화된 꿈을 되찾는다.


그것을 오르톨에게 가져가자, 슥 하고 머릿속에 빨려 들어가 사라졌다.


츠바키 "오르톨, 괜찮아?"


츠바키가 몸을 흔들자 오르톨은 벌떡 눈을 뜬다.


오르톨 "으으......헉, 죄송해요. 차마 졸음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 잠을......후아아암."

츠바키 "그 덕분에 끝난 것 같아. 참고로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었던 거야?"

오르톨 "글쎄요, 기억 안 나는데요? 저 무슨 꿈을 꾸고 있었던 걸까요?"

츠바키 "그걸 본 꿈괴도가 쓰러졌어. 저기서 눈을 부릅뜬 채."

오르톨 "어머어머. 이게 무슨 일이람."


장렬한 과거나 처참한 사건을 특히 좋아하는 몽괴도가 졸도할 정도의 꿈.


그 내용이 궁금했지만, 세상에는 모르는 것이 좋은 것도 있다.


츠바키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 후, 즐거운 꿈을 꾸고 있던 두 사람을 깨웠고, 기절해 있던 마르델도 각성시켰다.


츠바키 "요코, 괜찮아?"

요코 "젠장. 당하고 말았어. 최고로 즐거운 꿈을 꿨는데."

츠바키 "무슨 꿈이었지?"

요코 "말할 수 없어. 처녀의 비밀이란 거야."

츠바키 "그런 꿈인가."

요코 "오, 오우......"


아델하이트 "베오울프 님, 방심했다가 실수 했습니다. 변명할 도리가 없습니다."

베오울프 "아──, 미안. 좀 조용히 있어줄래?"

베오울프 "숙취를 백배 더 심하게 한 것 같은 느낌에 머리가 흔들려."


요코와 츠바키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지만, 베오울프는 이제 와서 안색이 파래졌다.


마르델 "후후, 왜냐하면 당신은 그 모든 꿈의 에너지를 감당하기 때문이야."

마르델 "꿈에 취해 버렸구나. 믿을 수 없는 정신력이네."

마르델 "역시 용살의 베오울프. 당신에게 잡힌다면 나도 별 수 없지."


마르델은 이미 체념했는지, 얄미울 만큼 태연했다.


아델하이트 "뭘 남의 일처럼 말하는 겁니까!"


아델하이트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나지만 몽괴도는 내색 하나 바꾸지 않는다.


마르델 "이렇게 잡혔으니 이제 삶든 굽든 마음대로 해."

아델하이트 "좋아요. 제가 이 자리에서 처치해 드리겠습니다."


아델하이트는 거침없이 검을 뽑았다.


츠바키와 요코, 오르톨도 막지 않았지만 비틀거리는 베오울프가 제지한다.


베오울프 "기다려, 아델하이트. 나는 당분간 쓸모가 없을 것 같아."

베오울프 "그러니, 시몬 토벌에는 이 마르델을 데리고 가는 게 좋을 거야."

아델하이트 "이런 발칙한 꿈괴도를요?"

베오울프 "적은 여러 얼굴을 지녔다는 마술사야. 그녀의 힘은 분명 도움이 될 테지."


아델하이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지만, 정작 마르델은 오히려 유쾌해 보인다.


마르델 "재미있는 말을 하네. 좋아. 어차피 나는 포로 신세."

마르델 "하물며, 도둑질을 할 땐 아무도 괴롭히지 않는다는 내 신념을 어겼지."

마르델 "그 시몬 토벌? 도와줄게."


전혀 기죽지 않는다. 이쯤 되면 뻔뻔한 걸 넘어 눈부셔 보일 정도다.


아델하이트 "베오울프 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델하이트 "다만 조금이라도 수상쩍은 짓을 하면 즉시 처벌하겠습니다."


아델하이트는 진심으로 못마땅해 했지만, 주인의 제안에 마지못해 승낙한다.


오르톨 "후아아~~~~. 여러분이 돌아올 때까지 베오울프 님은 이 저택에서 모실게요~~."

오르톨 "그럼 침실로 안내해 드릴게요~~~. 후아~~~~암."


반쯤 자는 느낌의 오르톨이 베오울프를 데려가려고 하자, 꿈에 치ㅜ해 괴로워하는 마계기사는 이것만은 들어두고 싶다는 얼굴로 츠바키에게 말했다.


베오울프 "아까 자기 피를 조종했는데, 너는 혹시 재상경 비스마르크나 그의 일족 관련자인가?"


츠바키은 당황하며 대답한다.


츠바키 "아니, 부모님도 대마인이지만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 없어."


재상경 비스마르크라고 하면, 현재 마계를 지배하는 9귀족회의의 의장.


베오울프도 속한 12개 마계 기사단을 통솔하는 거물 중의 거물이다.


츠바키의 부모님도 대마인이었지만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고, 그런 마족과 연관이 있을 리 없다.


베오울프 "네가 능력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는데 문득 그가 생각나서 말야. 이상한 말을 해 미안하다."

츠바키 "......"

베오울프 "그럼, 한심하지만 슬슬 한계다. 아델하이트, 미안하지만 뒷일은 맡기마."

아델하이트 "네, 맡겨주세요."


마르델 "고생시켜 미안. 몸조심 해."

아델하이트 "그 남의 일 같은 말투는 적당히 하세요!"

요코 "일이 이상하게 되었지만, 이것도 괜찮지 않을까?"

츠바키 "그러게."


이렇게 마계기사 베오울프 대신 몽괴도 마르델을 더한 넷이서 시몬 토벌을 가기로 결정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