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에 들어와서 몇 시간.


네 사람의 탐색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원래 성이라는 것은 방이 많다.


영주나 그 부하의 거처인 동시에, 적이 쳐들어왔을 때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처음 온 사람은 알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고, 숨겨진 문이나 샛길도 많다.


게다가 목표로 하는 타겟인 마술사 시몬의 위치를 알 수 없다.


당장 영주의 방이나 그 침실, 궁정 마술사의 개인실 등을 찾고 있지만, 사령이니 가고일이니 하는 잠들지 않는 괴물들이 여기저기 배치되어, 그때마다 발이 묶인다.


지금도 이미 몇 번이나 걸었던 듯한, 어디 하나 변함없는 외형의 복도를 나아가고 있었다.


츠바키 "또 새로운 문이구나"

요코 "어차피 몬스터가 있는 것 아냐?"

아델하이트 "그렇겠지요."

마르델 "침입자를 맞이하는 것치고는 재주가 부족하네. 슬슬 질리기 시작했어."


문을 열면 연병장처럼 넓은 방. 처음 온 장소이지만, 예상대로 몬스터가 나타난다.


전부 쓰러뜨린 뒤, 요코는 진절머리내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델하이트 "같은 곳을 빙글빙글 걷는 것 같아요"


아델하이트도 지친 얼굴로 바닥에서 조금 높은 곳에 자리를 잡는다.


츠바키 "아무래도 성 전체에 마술 트랩이 깔려 있었던 것 같아."


츠바키는 뭔가 없나 하고 벽이나 기둥을 연신 건드리고 있다.


마르델 "그런 모영이네. 봐."


마르델이 방금 들어온 문을 열었다.


그 너머에 있는 건 조금 전의 복도가 아니라, 지하 감옥의 통로 같은 곳이다.


요코 "야야, 좀 봐주라."

츠바키 "이 성에서 나갈 수 있을지도 의심스러워."

아델하이트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 적은 더욱더 경계를 강화할 거에요."

마르델 "우리가 이 성에서 굶어 죽을 때까지 기다려 줄 것 같지도 않고."

마르델 "잔챙이를 상대로 지칠 때쯤 나오려나?"

요코 "그때까지 성 안을 빙글빙글 돌면서 잔챙이 사냥을 계속하라고? 그건 싫은데."

마르델 "그럼 어떻게 하지?"

아델하이트 "이럴 때는 달달한 걸 먹어야 해요."


아델하이트는 잔뜩 찌푸린 얼굴로 품에서 은빛 꾸러미를 꺼냈다.


요코 "뭐야?"

아델하이트 "초콜릿이에요. 여러분도 드세요."


넷이서 빙 둘러 앉아 초콜릿을 먹고 한숨 돌린다.


아델하이트 "생각한 게 있어요."

츠바키 "들어볼까."

아델하이트 "제 마안이라면 이 성에 걸린 마술 트랩에 현혹되지 않고 나아갈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델하이트 "저를 믿고 따라와 주시겠어요?"

마르델 "괜찮지 않아? 정처없이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나을 테고."

요코 "나도 그래. 맡긴다."

츠바키 "그럼 아델하이트를 선두로, 나아가자."

아델하이트 "감사합니다."


네 사람은 벌떡 일어났다.


아델하이트의 오른쪽 눈이 빛나기 시작한다.


다른 세 사람은 알 수 없지만, 그 마안에는 지금까지와 다른 광경이 보이고 있을 것이다.


아델하이트 "역시나. 성에 처음 들어왔을 때 보던 곳으로 돌아와 있었어요."

아델하이트 "앞에 뭐가 보이든 무시하세요. 갑니다."


아델하이트는 망설임 없이 걷기 시작해, 몇 번이고 걸었던 복도를 빠르게 나아간다.


세 사람은 그녀의 뒤를 따르며 방해꾼들을 돌파하고, 문득 시야가 흔들리더니, 왕좌가 있는 넓은 방에 서 있었다.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곳이다.


왕좌에는 아무도 앉아 있지 않지만, 그 옆에 마녀가 홀로 서 있다.


마녀 "헉!? 당신들은 누구입니까! 설마 영주님의 목숨을 노리고!?"

마르델 "노리고 있는 것은 당신의 목숨이야. 마술사 시몬."


마법을 시전하려던 마녀를 마르델이 문답무용으로 쐈다.


몽탄은 마녀의 머리에 맞았지만, 상대는 잠에 빠지지 않고, 대신 그 본성을 드러낸다.



시몬 "후하하하하하하하하!!"


썩어가는 나무 같은 몸,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 가느다란 팔다리, 괴이한 가면을 쓴 얼굴.


그와 흡사한 가면을 거대한 뿔에 좌우 세 개씩 단 이형의 마술사 시몬이다.


시몬 "잘도 나의 마술 트랩을 뚫고 내게로 도달했군. 어디의 누군지는 모르지만 칭찬해 주마."

요코 "어디의 누구냐고!? 핫, 그럼 자칭해 주지."

마르델 "그럼 나도."


결정 대사 외치는 걸 좋아하는 두 사람이 거들먹거리며 나서다.


츠바키 "용병 츠바키다."

아델하이트 "마계기사 베오울프의 종자, 아델하이트."


다른 두 사람도 어쩔 수 없이 이름을 대지만, 앞선 두 사람은 못마땅해 한다.


요코 "너희들 좀 더 멋들어지게 말해봐."

마르델 "분위기를 못 맞추네."


한편, 그 말을 들은 시몬은 의아해 하고 있었다.


시몬 "대마인에 몽괴도에 용병에 마계기사의 종자라고? 영문 모를 조합이군."

요코 "네놈이 여기저기서 원성을 산 탓이잖아."

요코 "게다가 이런 곳에서 마녀 행세나 하고, 대체 무슨 속셈이냐!?"


요코가 날카로운 어조로 외치자, 악당의 약속처럼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어쩔 수 없다는 듯, 시몬은 득의양양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요컨대 마술사로서 한층 더 강해지기 위해, 마술 의식으로 토지의 주민 모두를 죽이고, 영혼의 에너지를 흡수할 생각이었던 것 같다.


마녀의 모습으로 활동하고 있던 것은, 그렇게 믿었던 상대에게 배신당할 때, 영혼의 괴로움이 많은 힘을 낳기 때문.


아직 시행하지 않은 건, 의식을 치르기에 적당한 날짜가 있고, 그것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츠바키 "흔한 발상이네."

요코 "외모처럼 평범한 녀석이야."

마르델 "당신의 꿈은 수집할 가치가 없어 보여."

아델하이트 "어쨌든, 당신은 여기서 퇴치하겠습니다."

시몬 "후하하하하하하하하!! 할 수 있다면 말이다. 너희 네 사람도 내 의식에 보태주마."


시몬의 일곱 얼굴이 동시에 웃었다.


***


7개의 얼굴에서 동시에 7개의 마법을 사용하는 시몬.


간신히 얼굴 하나를 박살내도 순식간에 재생한다.


시몬 "후후후. 나는 빼앗은 영혼의 수만큼 얼굴을 낳을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를 천모(千貌)의 시몬이라 부르지."

요코 "그렇다면 네놈이 가진 영혼의 수만큼 얼굴을 박살내면 된다는 거잖아!"

시몬 "그렇지. 하지만 너희들이 할 수 있을까?"


시몬의 격렬한 공격. 저걸 부수는 걸 천 번이나 하기 전에 이쪽이 먼저 지칠 것이다.


츠바키 (음......듣던 것보다 얼굴이 하나 많네.)


츠바키는 공격을 계속하면서 오르톨이 시몬은 여섯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


츠바키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얼굴을 늘릴 수 있나.)

츠바키 (요코가 처음에 박살낸 가운데 얼굴도 약점이 아니었어.)

츠바키 (애초에 저건 정말 얼굴인가?)


시몬은 얼굴을 계속 박살내면 언젠가는 쓰러뜨릴 수 있다고 유도하듯 말했다.


그만 그에 응하고 말았지만, 적이 순순히 자신을 쓰러뜨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칠 리 없다.


저 얼굴은 모두 더미로, 어딘가에 그 얼굴들을 통합하는 진짜 얼굴, 즉 약점이 있는 것 아닐까.


츠바키 (요코처럼은 아니지만, 생각해낸 걸 시도해 봐야지.)


츠바키 "아델하이트."

아델하이트 "네."


그 다음은 말하지 않겠다.


『마안으로 적의 진짜 얼굴을 찾아줘.』


적에게 들키는 걸 피하기 위해, 그녀의 방패 뒷면에 피로 문자를 새긴다.


아델하이트 "해볼게요."


아델하이트의 마안이 다시 빛난다.


아델하이트 "사람을 속이는 걸 아주 좋아하나 봐요."


그녀가 중얼거리며 말했다 


아델하이트 "마르델, 엄호를 부탁합니다!"

마르델 "알았어!"


이유도 묻지 않고 마르델은 즉석에서 탄막을 뿌렸다.


시몬 "멍청하긴!! 몽마의 꿈 따위──."


비웃음 속에서 시몬의 목소리가 커진다.


격렬한 탄막 속을 돌진하듯 아델하이트가 시몬의 등 뒤로 돌아오고 있었다.


아델하이트 "받아라! 블러디 레이드!"


그녀가 노린 것은 시몬의 어느 얼굴도 아닌, 빨간 머리칼이 덮인 등이었다.


시몬 "무윽!?"


일곱 얼굴이 동시에 방어 마법을 시전해, 아델하이트의 초고속 연속 찌르기를 막아낸다.


시몬 "네놈! 마안술사냐!"


흐린 그 목소리는 등에서 들렸다.


아델하이트 "등에 또 다른 얼굴이 있어요. 그것이 진짜 얼굴, 그리고 약점입니다!"

시몬 "후하하하하하하!! 잘도 간파했군. 다시 한 번 칭찬해 주지."

시몬 "하지만 그것을 안다고 해서 너희들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시몬은 간단하게 물러났다. 도망치려는 것이다.


네 명의 거듭되는 공격에도 시몬의 가드는 뚫지 못한다.


시몬 "헛수고다. 이후에 잠든 바보들을 깨워서, 너희들을 괴롭혀주지."

시몬 "나는 그것을 구경할 것이다. 너희들이 더욱 고통스러워 하도록. 그 영혼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 줄 테니."

시몬 "후하하하하하!!"


츠바키 "큿, 화력이 부족해"

요코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지! 츠바키, 내 피를 써라!"

츠바키 "뭐!?"


요코는 갑자기 자신의 왼팔을 베었다.


츠바키의 눈앞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치명상이다.


츠바키 "요코! 그만해!! 피가 너무 많이 나!"

요코 "여깡 대마인을 얕보지 마!"


요코가 외쳤다.


오른손에 든 목검으로 방의 벽을 분쇄한다.


성 밖의 거대한 함수초가 그로부터 들어와, 요코의 오른손에 감겨 동화되었다.


요코 "어때! 대출혈 서비스다!!"


뿜어내는 피가 더욱 기세를 더한다. 인간 한 사람 분을 아득히 웃도는 피다.


성 밖을 가득 메운 함수초의 몫까지, 자신의 혈액으로 방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육체 자체를 하나의 혈관으로 만들어, 계속 피를 뿜는 것과 같다.


요코의 얼굴이 괴로움으로 일그러진다.


요코 "크윽! 이건 효과 있겠지!"

츠바키 "요코!"


사납고 거친 요코의 피를 느끼고, 츠바키의 마의 힘이 폭주하려 든다.


하지만 요코는 츠바키를 믿고, 그 피를 맡겨주었던 것이다.


그 생각에 부응하지 않으면 친구가 아니다.


요코 "츠바키, 해치워버려!! 내 피는 네 피야!"

츠바키 "네가 흘린 피!! 헛되이 사용하지 않을게!!"



펼친 손바닥에 피가 응축되어 간다.


츠바키의 피, 요코의 피.


두 개의 피가 새로운 힘을 낳는다.


시몬 "바, 바보 같은......그 힘은 설마......네놈......그 재상경 비스마르크의 일족 출신이었나!"


시몬의 등 뒤에 달린 얼굴이 공포로 일그러진다.


무심코 흘린 말이 들렸지만, 그것은 나중이다.



츠바키 "블러드・퍼지(피의 숙청)"


츠바키는 손바닥의 핏덩이를 움켜쥐었다.


시몬 "그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터져나오는 피와 연동하듯, 시몬의 진짜 얼굴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이형의 몸을 순식간에 붉게 물들였고, 가짜 일곱 얼굴 모두 느릿느릿 붕괴해 갔다.


츠바키 "요코, 덕분에 각성한 마의 힘을 제어할 수 있었어."


츠바키은 요코에게 감사의 말을 했다.


요코 "응? 하려고 마음 먹으니 할 수 있던 거잖아."


요코는 가볍게 말하고, 스스로 벤 왼팔을 식물의 치유의 힘으로 붙이고 있다.


아델하이트 "어쨌든 시몬을 토벌할 수 있었지요. 이걸로──어?"


아델하이트가 주위를 둘러본다.


또 마르델의 모습이 사라져 있었다.


남은 것은 예고장 때와 같은 카드다.


메시지에는 이렇게 있었다.


『일도 끝난 것 같고, 나는 갈 거야. 시몬의 꿈도 겸사겸사 받았고.』


『어디선가 다시 만나자. 몽괴도 마르델』


아델하이트 "하여간, 그 사람은."

요코 "저 녀석의 꿈 따위는 필요 없다고 했으면서도 약삭 빠른걸."

츠바키 "물러나는 게 빨라."


세 사람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요코 "그건 그렇고, 시몬이 마지막에 이상한 말을 했었지."

츠바키 "아아, 재상경 비스마르크가 어떻다든가."

요코 "츠바키는 자신의 힘을 알고 싶은 거지? 그 녀석을 찾아갈 거야?"

츠바키 "그럴 생각이야."


츠바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은 꺼내지 않지만, 이제는 용병으로서 누군가를 위해 싸우는 것도, 자포자기하여 방황하는 것도 아닌, 자신을 위해 싸우자고 결심하고 있었다.


요코 "좋아. 그럼 나도 같이 가자."

츠바키 "아니, 별로 그럴──."

요코 "「필요 없다」라는 말은 하지마. 우리는 이제 파트너야. 그렇지?"

츠바키 "훗, 그러게."


요코의 단호한 말투에 츠바키는 미소짓고 말았다.


아델하이트 "저는 베오울프 님에게 돌아갑니다. 그 후에는 인간계, 우선은 요미하라로 갈까 하고."

요코 "그렇구나. 그럼 잘 지내. ──가 아니라. 우리도 한 번 요미하라로 돌아가야지."

츠바키 오보로에게 시몬을 쓰러뜨린 보고를 해야 하니까."

아델하이트 "처음 만났을 때도 말했지만, 두 분이 노마드의 일을 돕는 건 이상하네요."


요코 "아──. 그걸 설명하려거든 오래 걸릴 거야."

츠바키 "그렇게 길지도 않아."

츠바키 "어딘가의 여깡이 지레짐작해 오보로의 부하를 때려눕힌 탓이야. 나는 거기에 휘말린 거고."

요코 "너 이 자식. 너도 마찬가지잖아! 혼자 깨끗한 척 말라고."


오랜만에 웃으면서, 츠바키는 생각했다.


술값과 치료비의 대가치고는 수지가 맞지 않는 곤란한 일이었지만, 그 덕분에 피를 나눈 소중한 친구를 얻을 수 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