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녀 류리.


그녀는 마계에서 '전설'이라고까지 불리던 고위마족이다.


유구에 가까운 시간을 연구에 할애하여 위대한 진리에 다가가는 발견을 여러 차례.


"세상에 모르는 것이 없다"는 말을 들은 대마녀 케리드윈과 마술의 기량을 겨루고 에드윈 블랙이나 '옥염의 여왕' 아스타로트 등 마계 지배층과도 교류를 가진다.


그런 화려한 일화에 반대로 사람들 앞에 나서는 일은 좀처럼 없기 때문에, 마계의 사람들은──.


"아아! 전설의 류리 님은 얼마나 장엄하고 멋진 모습을 하고 있으실까!"


하고 동경과 숭배를 담아 장황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아스타로트 "──그런 대마녀가, 이런 쬐그만 로리라니,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기가 막히겠지."

류리 "이런이런, 아스타로트. 오랜만에 만났는데 또 그 얘기야?"



옥염의 여왕 아스타로트의 가벼운 재담에 대마녀 류리가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류리 "인간계에 들락날락 하며 너도 머리 회전이 조금 둔해진 것 아니야?"

류리 "잘 봐. 애초에 내 키나 체격이 어떻든 간에 기술이나 마력에는 전혀 관계 없어."

류리 "그런 걸 신경 쓰는 녀석은 자기가 범속하다고 고백하는 것과 같아."

류리 "뭐 나는, 그렇게 내 키나 체격을 놀려도 아무 신경 안 쓰니까 상관없지만."

류리 "아, 그런데 마스터, 나한테는 우유를 중맥주잔으로. 우유는 영양이 풍부해서 아주 좋아해."

아스타로트 "신경쓰고 있잖아."


오랜 친구의 강한 척에 아스타로트가 유쾌하게 웃으며 딴죽을 건다.


여기는 지하도시 요미하라의 어느 바.


코가 유고라는 미남이 운영하고 있는, 아스타로트의 마음에 든 가게.


아스타로트는 오랜만에 마계에서 온 친구를 만나고 있었다.


그 친구라는 게 눈 앞에 있는 대마녀 류리.


겉보기엔 꼬마 그 자체지만, 그 힘은 아스타로트에 필적한다고 한다.



웨스타 "이건......놀랐습니다. 아스타로트 님과 대등하게 얘기할 수 있는 분이 계시다니."

아스타로트 "아아. 웨스타는 이 꼬마와 처음 만났는 거였지."

류리 "꼬마라고 부르지 마."


아스타로트의 종자인 화염술사 웨스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옥염의 여왕 아스타로트는 긍지 높고 오만하며,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자는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드는 등 성질머리가 거칠다.


그 아스타로트와 이런 꼬마가 스스럼없이 교류하고 있다니.


아스타로트 "뭐, 류리랑은 오래 됐으니까. 5백년 전이었나? 그, 쓸데없는 싸움 이후."

류리 "아아. 바보 귀족들의 영지전이로군."


아스타로트의 말에 류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5백년 전, 아스타로트와 류리는 마계 귀족들의 영지전에 휘말려 각자 본의 아니게 편을 갈라 전쟁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그때 류리는 자신이 제조한 골렘 대군을 이끌었지만, 반면 아스타로트는 단신으로 그에 대치했다.


그 싸움은 사흘 밤낮으로, 주위 지형이 바뀔 정도로 격렬했지만, 두 사람이 싸우는 동안 귀족들이 전쟁을 포기하면서 종결.


두 사람의 싸움도 무승부로 끝났고, 그 이후, 서로의 강함을 인정하고 친구 사이로 지내고 있다.


아스타로트 "정말 아깝네. 네 키가 3cm 더 컸으면 내 것으로 삼아줬을 텐데."

류리 "그렇지. 그래서 나도 이렇게 우유를 마시며 노력하고 있──키는 상관없잖아!"

웨스타 "ㅈ, 자아자아, 두 분 다 진정하시고......"


가벼운 말을 주고받는 두 사람을 달래면서 웨스타는 새삼 감탄하고 있었다.


아스타로트는 자신의 육체나 마력으로 싸우는 자를 좋아해, 골렘 사역을 특기로 하는 류리 상대로, "내 것으로 삼는다"라는 것은 농담일 것이다.


그렇다고 아스타로트가 그렇게까지 말하게 하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눈 앞에 있는 꼬마 마녀는, 확실히 마계에서도 최상위 강자인 것이다.


아스타로트 "근데 류리, 태평하게 요미하라에 찾아와도 괜찮겠어?"

아스타로트 "너, 그 기분 나쁜 갑옷남에게 노려지는 거 아니야?"

류리 "기분 나쁘다니......아아, 테우타테스 말인가?"


기분나쁜 갑옷남──사령경 테우타테스와 류리 사이에 연이 있어, 옛날부터 어째선지 노려지고 있다.


현재 요미하라에는 테우타테스의 수하들이 잔뜩 드나들어, 이래저래 뒤숭숭하다.


거기에 류리가 오는 건 좀 위험할 것 같은데.


류리 "그건 문제없어. 나도 겉멋으로 대마녀라 불리는 게 아니니까."

류리 "이번에는 특제 호위 골렘을 데리고 왔어. 내 위기를 자동으로 감지하고, 나아가 제거하는 최신형이야."

류리 "테우타테스의 부하에게 밀리지는 않겠지."

아스타로트 "그래. 너라면 걱정할 거 없겠지."


아스타로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금부터가 본론이라는 듯이 류리에게 말했다.


아스타로트 "그래서 그런 준비까지 하고, 뭐하러 요미하라에 왔어?"

아스타로트 "너, 나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고 했지?"

류리 "아아. 나는──이곳에 '복수'를 위해 왔다."

아스타로트 "복수......?"


뒤숭숭한 말에 아스타로트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류리 "이 거리에 있다는 '대마녀'를 자칭하는 녀석에 대해 알려줘. 분명 그 녀석은──."

류리 "내 소중한 것을 빼앗은 증오스러운 적일 테니."




한편 그때 즈음.


요미하라 뒷골목의 탐정 사무소에서는 평소의 일행들이 떠들썩하게 지내고 있었다.


클론 아사기 "자, 나사라, 다음에는 버터와 설탕을 넣고 잘 섞는 거야. 여기가 맛있어지는 포인트."

나사라 "알았다. 나사라, 제대로 반죽을 섞는다. 완성, 엄청 기대된다.


탐정과 나사라 두 사람이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부엌에서 쿠키를 만들고 있다.


이계의 소녀 나사라는 탐정 클론 아사기가 만드는 과자를 매우 좋아한다.


간식 시간에 나오는 것을 항상 즐겁게 먹는데, 천성──이라기보다 나사라의 존재 이유인 '호기심'에, 본인도 만들고 싶어진 것 같다.


그래서 탐정에게 부탁해 과자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다.


프랜시스 "아하하하. 왠지 이렇게 보니, 엄마와 딸 같아서 흐뭇하네!"

후우마 아키 "그렇지. 하지만 이상을 논하자면, 나는 나사라짱의 딸이 되고 싶어."

미리암 "ㄴ, 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시로 & 쿠로

"큐!"

"삐삐?"


과자를 만드는 탐정과 나사라를 보며 시끌벅적해하는 평소의 식객들.


전직 갱인 오니갸루 프랜시스와 검객 대마인 후우마 아키.


그리고 사역마로 시로와 쿠로를 거느린 자칭 '대마녀' 미리암이다.


또 오늘의 사무실에는 평소와는 다른 얼굴도 있었다.



치알 "으아아아아아아! 떴다떴다! 나사라짱의 쿠킹 시간이다아아아앗!"

치알 "자아자아 리스너인 너희들! 이런 거 보고 싶었지~? 이 로리콘 놈들!"


라고 기세 좋게 실황하고 있는 것은, 요전에 요미하라에 온 덜렁이 꼬마 마족 치알이다.


치알은 인터넷 방송으로 먹고 사는 괴짜 마족.


최근, 시청자들에게 부추겨져 요미하라를 찾은 치알은 다양한 기인들을 만났다.


곤욕을 치르면서도, 그때 시청자들의 반응에서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그것은──『나사라짱은 뜬다!』.


귀여운 것에 눈이 머는 게 시청자들의 성향인지, 노마드 대간부 오보로의 치어리더 복장에 이어 나사라에 대한 반응이 컸다.


그 숫자가 곧 생명인 실황 마족으로서 이를 놓칠 수 없다.


그래서 치알은 멋대로 탐정 사무실에 찾아와 방송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프랜시스 "헤. 나사라짱 그렇게 인기 많구나~. 그럼 나는? 사실 확 뜬다든가 그런 거 없어?"


방송 중인 치알에게 프랜시스가 얼굴을 가까이 한다.


치알 "아, 프랜시스? 그게, 우리 쪽 리스너들은 섬세한 로리콘이 많으니까~"

치알 "너 같은 갸루는, 『뭔가 무섭다』, 『먹힐 것 같다』, 『압력이 굉장해』라며 경원시 하는 것 같아."

치알 "뭐, 일부 녀석들은 『오타쿠에게 상냥한 갸루는 좋지......』라고 이상한 느낌으로 기뻐하고 있었지만."

프랜시스 "뭐어? 나는 누구에게나 상냥한데?"

치알 "뭐, 그런 건~. 화면 너머로 좋은 점이 전달되는 것은 시간이 걸리니까."

치알 "치알짱도 지금 같은 인기인이 되는데 시간이 걸렸고."

치알 "다만 그만큼, 한 번 잡은 리스너는 떠나지 않는다!'

치알 "치알짱과 리스너 사이에는 마음의 유대가 있으니까! 그렇지 너희들!?"


치알이 실황 화면에 큰 소리를 낸다.


그러나 그 반응은 무정하게도, 


『치알 시끄러워.』

『그런 이야기는 됐으니까 나사라짱이나 비춰라.』

『그보다 치알이 누구야?』

『나사라짱 나사라짱』

『치알 넌 이제 필요없어』


등등, 리스너들은 서투른 손놀림으로 과자를 만드는 나사라에 열중하고 있는 것 같다.


치알 "에───엣!!?"

미리암 "음, 영고성쇠. 인기 장사에서는 흔하지."


깜짝 놀라는 치알. 그러나 여기서 물러나면 실황 마족의 이름이 땅에 떨어진다.


치알 "크, 그, 그으읏......! 어쩔 수 없지! 이렇게 된 이상 최후의 수단이야!"

치알 "BAN도 각오하고, 이 치알짱의 매혹적인 바디를 드러내며 인기 회복을──."

아키 "뭣!? 치알짱이 벗는다고!?"

프랜시스 "아, 나도나도! 벗으면 인기 많아지겠지~♪"

클론 아사기 "자, 잠깐 너희들, 아까부터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나사라 "흥미롭다."

시로 & 쿠로

"큐!"

"삐삐!"


와글와글 떠드는 일동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온한 광경──그러나 이곳은 어둠의 거리 요미하라다.


온화한 시간이 계속되는 편이 드물다.


깡패의 목소리

"시발! 이 계집이!? 어쩔 수 없지, 전원이 함께 해치우는 거다!"

"오우!"


소녀의 목소리 "흥! 너희 같은 송사리, 몇 명이 오든 똑같아! 에잇! '워터 애로우'!"


쿵!!


클론 아사기 "!!?"


갑자기 사무실 안에 강렬한 빛과 폭음이 닿는다.


사무실 앞 거리에서 누군가 싸우기 시작한 것 같다.


클론 아사기 일행

"뭔가 사건이──?"

"어쨌든 상황을 보러 가자!"

"방송각의 예감!"


이변을 알아차리고 사무실에서 뛰쳐나오는 일동.


'평소처럼' 탐정 사무소에 문제가 날아온 것 같다.


***


일동은 사무실 앞 거리로 뛰어나갔다.


클론 아사기 일행

"!? 이게 대체......?"

"뭔가 큰일났네."

"깡패 씨, 엄청 울퉁불퉁."


깡패들

"아극......"

"저 변태년, 포르노 여배우처럼 생겼으면서 엄청 강해....."



여자애 "누가 포르노 여배우야! 이건──ㅎ, 확실히 좀 노출이 많지만, 유서 깊은 마녀의 복식!"

여자애 "그런 건 됐고! 너희들, 이제 껄떡거리지 마!"


땅바닥을 구르는 깡패들을 내려다보며 한 소녀가 그렇게 선고했다.


아주 귀여운 소녀였다.


이국의 피가 들어 있는지 건강한 빛깔의 피부에 발랄한 남색 눈동자.


조금 어린 듯한 얼굴과 사랑스러운 트윈 테일이 소녀 특유의 청순하고 반짝이는 매력을 뿜어냈으나, 그 몸은 깡패들이 말하는 것처럼 포르노 여배우 같이 피부에 찰싹 달라붙는 변태 같은 차림새다.


한마디로 '미소녀'이며, 척 봐도 범상치 않다는 인상을 주는 소녀였다.


아키 "우오오오오오오오!! 귀여운 아이 발견! 감동!! 태어나서 다행이야!"

치알 "리스너 보고 있냐아아아!? 지금 새로운 팝콘 전설이 시작되었다! 계속해서 보여줄지는 도네하기 나름!"

미리암 "어이 너희들 시끄럽다. 그보다──."

미리암 "그쪽의 소녀, 그 복식과 아까의 말투로 보아 마술사 같은데."

미리암 "여기 굴러다니는 깡패들은 네 소행이냐?"


미리암이 땅을 가리키며 물었다.


길거리에 나뒹굴며 신음하는 깡패는 20명 이상.


깡패라고는 하지만, 요미하라를 세력권으로 삼고 있는 마족이다.


어설프게 강해서는 이럴 수 없다.


정말 이런 가련한 소녀가 했다면 놀랍겠지만──.


그러자 소녀는 사무실에서 나온 일동을 보며 피식 웃고.


소녀 "아!? 혹시 여기 사무실 사람?"

리리 "나는 리리. 마녀 후타바 리리 람세스."

리리 "이 요미하라에게 굉장한 '대마녀'가 있다고 해서 만나러 온 거에요!"

미리암 "뭐?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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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타로트에 필적하는 류리

그런 류리와 싸움이 가능한 미리암(케리드윈)

그런 미리암의 마력을 봉인한 대마인


......그 대마인은 대체 뭐하는 놈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