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츠미의 첫 출진도 무사히 끝났고, 그 후에도 몇 번인가 적을 만나면서, 우리는 유적의 최심부에 도달했다.



쿠엘레브레 「グ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ッ!!」


아찔할 정도의 장기가 소용돌이치는 그곳에서, 고대룡 쿠엘레브레가 몸부림치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커다란 방을 틀어막을 정도의 거구를 격렬하게 비틀며, 검은 빛의 번개를 흩뿌리고 있다.


그 번개와 부딪쳐, 놈의 발밑에 떠오른 봉인 마법진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다.


핏빛의 두 눈은 증오로 가득 차,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저주하는 것 같다.


신살의 고대룡에 걸맞는 사악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


그 위용에 숨죽이는 우리에게 카라가 오히려 즐겁게 말했다.


카라 "완전 부활까지는 멀었지만 저렇게까지 실체화되어선 다시 봉인을 하기도 어렵겠네."

나 "어떻게 할 건가요?"

카라 "먼저 쿠엘레브레 턱 밑에 거꾸로 난 비늘, 즉 역린을 손상시켜 피를 흘리게 해야 해."

카라 "그 피로 다시 봉인을 할 거야. "

나 "그렇게 놔둘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아요. 무서운 눈초리로 당신을 보고 있다구요."


귀가 엄청 좋은 모양이다.


카라를 눈치챈 쿠엘레브레는 주변이 떨리는 듯한 포효를 터뜨렸다.


게다가 그것은 소환 마술이었던 것 같다.


미노타우로스, 사령, 그리고 명부의 마수, 몬스터들이 차례로, 그야말로 큰 방을 가득 채울 정도로 대량소환 된다.


나 "진짜냐......"


저 정도의 수는 상대할 수 없다.


카라 "맞아. 재미없는 농담이야."


카라는 킥킥 웃으며 바보 취급하듯 쿠엘레브레에게 말했다.


카라 "수백 년 간 봉인되어 바보가 된 것 같네. 그런 잔챙이들이 무슨 소용이라고?"


카라의 발밑에서 거대한 주먹이 출현했다.


거인의 주먹은 나타난 몬스터를 차례차례 지워간다.


몬스터들은 나오는 데 걸린 시간보다 빨리, 카라 한 명에게 처리되고 말았다.


카라 "자, 여기까지."

나 "진짜냐......"


무심코 같은 대사를 입에 담게 될 정도다.


아연실색하는 우리를 아랑곳 않고 카라는 쿠엘레브레를 도발했다.


카라 "쿠엘레브레, 싸우려면 직접 나서는 게 어때? 신살자로서의 자부심이 남아 있다면 말이야."

카라 "없으면 거기서 떨고 있어. 목숨만은 빼앗지 않을 테니. 다시 수백 년 정도 봉인해 주겠어."

쿠엘레브레 「ガアアアアアアアアッ!!」


쿠엘레브레의 대답은 성난 포효였다.


***


쿠엘레브레가 큰 소리를 내며 힘차게 공기를 들이마시기 시작한다.


카라 "브레스가 올 거야. 날 노릴 테니까 잘 피해."


말할 것도 없다.


나는 헤비코에게 지시를 날린다.


나 "헤비코!!"

헤비코 "알고 있어!!"

하츠미 "아......아아........."

헤비코 "하츠미짱 입 다물어! 문어 점──프!!"

하츠미 "후아악!?"


헤비코는 공포로 움직일 수 없게 되어 있던 하츠미를 문어발로 안고 뛴다.


물론 그때는 나도 다른 녀석들도 산개하여 브레스를 피하고 있다.


쿠엘레브레 「가아아아아아악!!」


브레스가 터져 나왔다.


작열의 불길은 곧장 카라에게 향했지만,


카라 "안 통해."


카라는 주위에 붉은 번개를 흩뿌려, 간단히 무산시켰다.


직선형 브레스였던 것이 다행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피해가 없었다.


하츠미 "헤, 헤비코 선배......"

헤비코 "이제 위험하니까 여기서 가만히 있어!"

하츠미 "ㄴ, 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하츠미는 순순히 지시에 따른다.


카라 "괜히 불을 뿜으면 귀찮아."

나 "저희에게도 방어 마법 부탁드립니다."

카라 "그게 좋겠네."


카라가 주문을 외우자 우리 모두의 몸이 붉은색 마법 장벽에 감싸였다.


카라 "이제 브레스는 무시해도 좋아. 쿠엘레브레는 봉인되어 있는 저 장소에서 움직일 수 없어."

카라 "그래서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면 별로 위험하지 않지만, 나는 재봉인 준비를 시작하고 싶어."

나 "우리의 임무는 그에게 접근해 역린을 손상시키는 거지요."

카라 "예전에는 나츠가 그렇게 해 주었지. 이번에는 너희들에게 부탁할게."


나는 쿠엘레브레 주위에 흩어진 동료들에게 재빠르게 작전을 전한다.


나 "헤비코, 시카노스케, 놈의 눈과 코를 부탁해. 로라는 근접 전투. 하지만 무리는 하지 마. 놈의 턱을 쳐올리기만 하면 돼."

나 "래티클은 바주라로 놈의 정신을 분산시켜줘."


동료들이 호응하고,


래티클 "넌 어떻게 할 거지?"

나 "몰래 다가가 역린을 공격한다. 놈이 내 존재를 잊어버릴 정도로 화려하게 날뛰어 줘."

헤비코 "조심해, 후우마짱. 그 힘을 너무 많이 쓰는 것은 주의해야 해."

나 "물론이지."


작전대로 움직이는 일행들.


하지만 로라의 공격에도 쿠엘레브레의 초경질 비늘에는 흠집 하나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때린 로라가 손목을 내려다보며 저려하고 있다.


래티클이 어이없어 하며 쿠엘레브레의 집중을 흐트러뜨리기 위해 바주라의 에너지탄을 연사했다.


로라 역시 첫 번째 일격이 전혀 통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망설이지 않고 다시 나선다.


헤비코도 겁먹지 않고 적에게 다가가 문어발 사도류로 적의 정신을 돌리려 한다.


카라 "마족과 브레인플레이어와 인간이 저렇게 호흡을 잘 맞출 수 있다니. 후우마 코타로, 저 남자의 힘인가?"


카라는 재봉인을 위한 마력을 높이면서 우연히 한 팀이 된 이들의 싸움을 감탄한 듯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 끝에 부대의 리더, 그녀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남자가 기습을 가하려 하고 있었다.


모두에게 휘둘려 쿠엘레브레의 목은 텅 비어 있다.


나를 눈치채지 못한 사이, 약점인 역린을 노리는 것은 쉽다.


나 (내가 전력을 다해 벤다 한들, 흠집 하나 나지 않겠지만 말야)


하지만 비장의 한 수가 있다.


헤비코가 너무 많이 쓰는 것에 주의하라고 한 마성의 힘이다.


에드윈 블랙으로부터 빼앗은 그 힘이라면──.


나 (받아라!!)


등 뒤로 미끄러지듯 접근해 오른쪽 눈을 뜬 그 순간,


쿠엘레브레 "!!!!!"


쿠엘레브레가 휙 나를 돌아봤다.


나 (눈치챘어!?)


쏟아져 나온 어둠에 반응했나!


쿠엘레브레 「ガアアアアアアアアアッ!!」


쿠엘레브레는 온몸을 번개로 보호했다.


이대로는 정면에서 싸우게 생겼다.


하지만 나는 주저하지 않았다.


나 "나무삼!!"


마성의 힘을 실어, 맞찌르기로 칼을 휘두른다.


나 "으윽!!"


번개의 강렬한 충격


쿠엘레브레 「ギャアアアアアアアアッ!!」


동시에 쿠엘레브레의 목에서도 피가 뿜어져 나왔다.


나 "치잇!!"


하지만 노린 곳이 빗나가고 말았다.


상처입힌 것은 역린이 아니라 단순히 비늘 한 장이다.


번개의 데미지로 비틀거리는 나를 헤비코가 문어발로 움켜쥐고 뒤쪽으로 물러났다.


헤비코 "괜찮아?"

나 "이 정도면 마성의 힘으로 회복할 수 있어. 하지만 실수했다. 역린을 맞추지 못했어."

헤비코 "그러게. 후우마짱을 엄청 노려보고 있어."


비록 역린은 아니지만 수백 년 만에 자신의 몸에 상처가 나 쿠엘레브레는 화를 내고 있다.


게다가 헤비코의 말대로, 아까까지 완전히 무시하고 있던 나를 지금은 확실히 응시하고 있었다.


나 "주목받는 것은 괴롭지만 어떻게든 다시 한 번 빈틈을 만들 거야."

헤비코 "어떻게?"

나 지금부터 생각해야지!"

헤비코 "그럼 일단 견제할게!

나 "부탁한다!"


동료들이 다시 사방에서 공격을 가하지만 쿠엘레브레는 교활하고 신중했다.


모두를 완전히 무시하고, 나와 카라만 경계하고 있다.


게다가 거구를 갑갑할 정도로 구부려, 역린이 있는 목 아래를 단단히 지키고 있었다.


도저히 공격할 사람이 없다.




하츠미 "내게 좀 더 힘이 있다면......"


모두가 싸우고 있는 것을 보고, 하츠미는 분한 듯이 중얼거렸다.


일찍이 심물합신의 술사 대마인 나츠는 마술사 카라와 협력해 저 쿠엘레브레를 봉인했는데, 지금의 하츠미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저 보고만 있을 수 밖에 없다.


카라 "내가 힘을 실어줄까?"

하츠미 "엣!?"


어느새 카라가 옆에 서 있었다.


카라 "나랑 같이 싸운 대마인 나츠, 그 애랑 같은 힘을 원하지 않아?"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어온다. 그것은 어딘가 악마의 속삭임과 비슷했지만,


하츠미 "갖고 싶어요. 저는 힘이 필요해요."


정신을 차렸을 때는 그렇게 대답하고 있었다.


카라 "그렇다면 네 마음 속 목소리를 따라. 모든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려. 그게 네 힘이야."

하츠미 "모든 것을 내 것으로 만든다. 그게 내 힘......"


심물합신의 오의, 타인에 대한 이해, 공감과는 거리가 먼 그 말이 하츠미의 가슴에 푹 꽂혔다.


카라로부터 막강한 마력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츠미는 그것을 지극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아니──탐욕스럽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갔다.




동료들이 필사적으로 쿠엘레브레에게서 빈틈을 만들어 내려 하지만, 놈의 시선은 여전히 나만을 향하고 있다.


나 "이걸로는 안 되나......"


작전을 바꾸려고 했던 그때였다.


쿠엘레브레 「ガアアアアアッ!!」


과연 성가시긴 했는지 쿠엘레브레가 온몸에서 벼락을 흩뿌려, 시카노스케를 튕기내려 했다.


시카노스케 "왔다아아악!! 받아라!! 백 스파크 인페르노!!"


시카노스케가 지체없이 적의 번개를 흡수, 특대의 전기 사슴을 날렸다.


쿠엘레브레 「グガッッッ!」


BSI는 쿠엘레브레의 안면에 직격하고, 그 턱이 뛰어 올랐다.


나 "지금이야!!"


나는 다시 오른쪽 눈을 떴다.


마성의 힘으로 초가속.


주위의 움직임이 멈춘 듯 느려진다.


두 번은 없을 기회다.


나는 혼신의 힘으로 어둠의 칼날을 날렸다.


하지만 역시 신살자라 불리는 고대룡.


나의 스피드에도 반응해, 역린을 팔로 보호하려고 한다.


나 "비켜어어어어어!"


나는 초가속을 유지한 채 그 팔을 베었다.


놈의 팔이 휙 날아갔다.


이제 역린을 한 번 찌르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나 "으윽...."


급속히 신체의 힘이 빠져 나간다.


한꺼번에 마성의 힘을 너무 많이 쓴 것이다.


이제 끝장이다.



하츠미 "후우마 선배, 이 뒤는 제가!!"

나 "!?"


갑자기, 하츠미가 뛰어들었다.


오른손을 수도手刀처럼 내지른다.


하츠미 "받아라아아아아앗!!"


명도 같은 날카로움을 지닌 하츠미의 수도는 쿠엘레브레의 역린을 멋지게 꿰뚫었다.


쿠엘레블레 「グギャ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ッ!!」


깊게 파인 목덜미에서 피분수가 터져 나오고, 쿠엘레브레가 미친 듯이 몸을 비튼다.


카라 "아까웠네. 또 수백 년 정도 자고 있어. 그때 또 놀아줄게."


카라가 여러 가닥의 붉은 칼날을 날려, 쿠엘레브레를 마구 찌른다.


그것이 재봉인의 쐐기인지 놈은 역린에서 쏟아져 나온 자신의 피바다에 부글부글 가라앉듯이 자취를 감추어 갔다.


하츠미 "후우마 선배, 괜찮아요?"

나 "하츠미, 그 손은?"

하츠미 "카라 씨 덕분이에요. 저 인법을 쓸 수 있게 됐어요."

하츠미 "이건 카라 씨의 마력을 제 것으로 만들고 저 자신을 마검으로 바꾼 거에요. 에헷♪"


하츠미는 승리를 취한 그 수도를 기쁘게 여겼다.


닿는 것을 모두 끊는 마검.


하츠미의 미소와 달리 피에 흠뻑 젖은 그것은 내 눈에 꺼림칙하게 보였다.




고대룡 쿠엘레브레를 재봉인하고, 우리는 예의 황야로 돌아왔다.


로라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여러분, 조만간 또. 음......지나가던 마술사 카라 씨도."

카라 "노마드의 마계기사 견습 씨. 또 어디선가 만나자."

로라 "후에? 그, 그건 기대되네요! 그러면 여러분. 안녕히계세요───!!"


노마드의 마계기사 견습 로라가 도망치듯 떠났다.


생각해 보니 로라는 계속 카라를 신경쓰고 있었다.


그 노골적으로 부자연스러운 행동과 유적에서 본 카라의 힘으로 보아, 나는 이 지나가던 마술사사 카라가 홍혈경이라고 확신했다.


나 "카라 씨, 왜 저희를 도와준 건가요?"

카라 "너희들에게 관심이 있었으니까. 특히 후우마 코타로, 너에게 말이야."

카라 "네가 사용하던 그 어둠의 힘은 에드윈 크롬웰과 같은 거야. 내 흥미를 끌지 않을 수 없어."

나 "에드윈 크롬웰?"

카라 "인간계에서는 블랙이라고 자칭하고 있다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원."

나 "즉 에드윈 블랙──아니, 에드윈 크롬웰은 홍혈경 카라 크롬웰의......"

카라 "동생이야."


이름을 바꾸고 있는 동생을 기막혀 하는 것과 조금 전의 말투로 보아, 자기가 누나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


헤어질 때 일부러 그것을 나에게 밝히는 의미를 생각해낸다.


카라 "듣자하니 최근의 대마인은 인외와의 교류가 활발하다던데."

카라 "그 노마드와 동맹을 맺었다든가. 믿기 어려운 얘기였지만, 너희들을 보면 그 이유도 알겠더라."

나 "지금은 공통의 적이 있으니까요."

카라 "사령경을 참칭하는 애송이 말이지."


저 사령경도 애송이란다.


나 "네."


고개를 끄덕이는 나에게 카라는 즐겁게 웃었다.


카라 "우후후. 나도 인간계에 가보고 싶어졌어."

카라 "그때는 후우마 코타로, 다시 너를, 아니 너희들을 만나러 오차마을에 찾아가 봐도 될까?"

나 "마술사 카라로서라면 기쁘게."


홍혈경으로 오면 곤란하다.


즉 당신의 정체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런 뉘앙스를 담아서 대답하면,


카라 "물론 그럴 거야. 그럼 다음에 보자."


카라는 유유히 걸어가다, 그리고 훅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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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마인에 사쿠야라는 지뢰가 매설되어 있다면

알마인에서는 하츠미가 지뢰인듯


방향성은 다르다지만 섹션 1 초반의 독백을 보면

골 때리는 년인 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