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


어둠에 싸인 밤의 숲에 여자의 눌러 죽인 숨결과 마수들의 거친 포효가 교차한다.


신간지 카에데 "하아, 하아......어디까지 쫓아올 생각인지......"


여자는 몹시 지쳐 있었다.


아름답고 생명력 넘치던 몸은 처참하게 앙상해져, 온몸은 심한 고문을 당한 듯 상처투성이다.


하지만, 그 눈빛만은 원래의 그녀와 다름없이 강한 빛을 머금은 채다.


여자의 이름은 신간지 카에데.


후우마 팔장 신간지 겐안의 딸.


지금으로부터 몇 달 전, 미연의 국제공항에서 마족들에게 끌려간 비운의 여자다.


카에데 "하지만 나는 결코 너희 뜻대로 되지 않아──하아앗, 심안·도수풍검(!"


카에데의 팔에서 진공의 칼날 "보이지 않는 검"이 생겨나면서 추적해 오는 마수들을 베었다.


카에데는 후우마 팔장 신간지 겐안의 딸로 어릴 때부터 검술 수행을 거듭해 후우마의 대마인 중에서도 상위의 실력자.


원래대로라면 이 정도의 마수는 별 거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마수들의 추적에서 도망치는 것도 어렵다.


오랜 시간 지속된 능욕과 고문으로 지친 탓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이유는, 그녀가 두 가지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카에데 "......거의 다 왔어, 엄마가 반드시, 널 아빠한테 데려다 줄 테니까......"


카에데가 아래를 향해 살짝 미소짓다.


카에데의 상처투성이 팔 안에는 새근새근 편안한 얼굴로 잠든 작은 아기의 모습이 있다.


미연의 공항에서 악귀·사령경 테우타테스에게 납치되었을 때, 그녀는 임신한 몸이었다.


그 아이는 그녀의 남편, 흡혈귀 에드윈 블랙과 그녀의 사랑의 결정.


쿠레나이라고 이름 붙인 첫째 딸에 이은 둘째 자식이다.


카에데는 쿠레나이와 마찬가지로 그 아이에게도 무한한 애정을 쏟아 키워나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 바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공항에서 납치된 카에데는, 마계로 끌려가 사령경 영지 안쪽의 지하 감옥에 유폐됐다.


그리고 그 땅에서 사랑하는 남편이나 딸, 친지들과 떨어진 채 둘째 딸을 낳았다.


딸은 사령경 테우타테스의 축복을 받아, '펠리시아'라는 이름이 붙었다.


더 나아가 테우타테스는 펠리시아를 낳은 후의 카에데에게 가혹한 능욕을 가했다.


테우타테스의 목적은 그녀에게 자신의 아이──"어둠"을 품게 하는 것.


블랙의 딸인 펠리시아, 그리고 자신의 "어둠"을 품은 자매들.


그것을 갖춰, 자신의 하찮은 야망을 실현시키는 데 거들게 하기 위해서......


아기를 꼭 품에 안으면서, 카에데는 아랫배를 누르고 숨을 흐트러뜨린다.


지하 감옥에 유폐된 카에데는 테우타테스로부터 거듭 능욕을 당하다가, 끝내 그 아이를 임신하고 말았다.


죽음이나 다름없는 치욕과 절망──하지만, 그녀는 죽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다.


지하 감옥 안에서 그녀는 테우타테스 휘하의 마물들로부터 항상 감시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도망칠 수도 없고, 죽을 수도 없다......


그런 절망 속에서 카에데는 사랑하는 남편과 딸들을 향한 마음을 가슴에 간직하고, 테우타테스가 부재중인 어느 날  마물들을 감시가 느슨해진 틈을 타 몰살, 감옥에서 탈출했다.


카에데 (나는......반드시 살아서 돌아갈 거야......)


지쳐서 무너져 내릴 듯한 몸을 필사적으로 지탱하며 어둠 속을 나아간다.


사랑하는 남편과 딸을 다시 만나, 품에 안겨있는 작은 생명을 햇빛이 비치는 따뜻한 세상으로 되돌리기 위해서.


여기서 쓰러질 수는 없다.

하지만......


카에데 "......"


털썩 땅바닥에 무릎 꿇고, 카에데는 입술을 깨물며 일어선다.


긴 유폐의 나날 동안 몸은 쇠약해져, 아기와 뱃속의 아이라는 두 가지 무거운 짐을 안고 있다.


여기까지 적을 물리치며 도주한 것이 기적인 상태다.


만약 다음에 놈들에게 따라잡힌다면......


카에데 "......아니, 괜찮아......난 지지 않아, 반드시, 이 아이를 그 사람 곁으로......"


솟아오르는 어둡고 탁한 생각을 털어내며 비틀비틀 달리는 카에데.


그런 그녀의 가슴에, 문득 지금까지 잊고 있던 "어떤 말"이 떠올랐다.


......


"어떤 말"이란 그녀가 아직 블랙과 맺어지기 전에 들은 말이다.


5년 전.


마계의 게이트 시티


이곳 게이트 시티는, 지하도시 요미하라에서 마계의 문을 넘어서면 보이는 마계 측의 도시다.


마계 중앙북부에 있는 "불명의 땅"이라 불리는 각 세력의 완충지대에 위치하고 있으며, 마계의 문을 통한 인간계와의 무역으로 크게 번성하고 있다.


그런 인간계에서 마계로의, 문자 그대로 "현관문"이라 할 수 있는 이 거리에, 보기 드문 두 사람이 동반한 모습이 있었다.



카에데 "와, 여기가 마계......! 생각했던 것보다 시끌벅적한 곳이군요, 후훗."

마키시마 니자에몬 "카, 카에데 님......! 그렇게 길거리에서 두리번거리면 남의 눈에 띄어요......!"


신기한 듯이 거리를 둘러보는 아가씨와, 그것을 당황한 듯 타이르는 덩치 큰 남자.


대마인 신간지 카에데와 호위로 동행하고 있는 마키시마 니자에몬이다.


카에데 "어머, 니자에몬. 이래 보여도 최대한 자제하는 거라구요?"

카에데 "어쨌든 저, 마계에 오는 건 처음이라."


오래된 집안의 아가씨답게 온화한 미소를 짓는 카에데.


악을 행하는 마족을 토벌하는 것이 대마인의 사명──.


그렇다고 그 마족의 영역인 마계에까지 발을 들여놓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니 당연히 카에데도 마계를 찾는 것이 처음이었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신선하고 신경이 쓰이는 모습이었다.


니자에몬 "흠. 무슨 말인지는 알겠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유가 그것 뿐일런지."

니자에몬 "『그 분』의 고향이기에, 카에데 님은 이렇게 들떠 계신 게 아닙니까?"

카에데 "어머. 니자에몬도 꽤 말해주네요."


어려서부터의 충신 니자에몬의 지적에 카에데가 조금 수줍은 듯 미소지었다.


그래, 카에데가 이때, 위험한 마족의 영역인 마계를 찾은 이유.


"그 분"──동경하는 사람인 에드윈 블랙을 만나는 것.


에드윈 블랙은 막강한 힘을 지닌 흡혈귀다.


흡혈귀 여왕 홍혈경 카라의 혈연이자, 범죄결사 노마드 창시자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 블랙은 무슨 변덕인지 카에데의 사촌인 전 음양사 신간지 사쿄와 친구가 되어, 한 조직을 세웠다.


그것이 『Zero Nations』 그룹.


노마드와 블랙을 경제면에서 지탱하며, 미연에서의 프론트 기업이 된 조직이다.


카에데는 미연에 있는 사촌 사쿄에게 놀러 갔을 때, 이 ZN 본사 사무실에서 블랙과 만났다.


카에데 『처음 뵙겠습니다, 블랙 님. 저는 신간지 카에데라고 합니다.』

블랙 『아아, 네가 카에데인가. 사쿄로부터 자주 이야기를 들었지. 매우 우수하고 귀여운 사촌이 있다고.』

블랙 『저 고지식한 녀석이 드물게 자랑하는 표정을 지어서 말야. 어지간히도 네가 자랑스러운 것 같다.』

카에데 "네, 아저씨가? 왠지 쑥스럽네요......』

블랙 『크크. 이런, 이건 쓸데없는 말이었나?』

블랙 『아무튼, 내가 에드윈 블랙이다. 너희 인간과 조금 입장은 다르지만──.』

블랙 『네의 사촌인 사쿄와는 절친한 친구 사이라고 생각한다. 괜찮다면 너도, 스스럼없이 대해 주었으면 좋겠군.』

카에데 『네! 잘 부탁드립니다, 블랙 님!』


이지적이고 차분한 태도──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쪽에는 막강한 힘과 의사가 소용돌이치고 있다.


카에데는 그런 그를 한눈에 "특별"하다고 느껴 끌리게 된 것이다.


니자에몬 "흠. 그래서 먼 길을 쫓아 이 마계까지 왔다, 라고."

니자에몬 "그러나 카에데 님. 그 분은 바쁘고, 게다가 아직도 방랑벽을 고치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니자에몬 "이 넓은 마계에서 거처를 모르는 것은 곤란한데. 어떻게 하실 건지요?"


약간 농담조로 니자에몬이 물었다.


블랙은 이 시기 노마드의 세력을 넓히며 멋대로 마계와 전세계를 떠돌고 있다.


카에데는 사쿄로부터 『블랙이 마계에 있다』고는 들었지만, 그 이상의 자세한 위치는 모른다.


방랑벽이 있는 블랙의 거처는 친한 친구인 사쿄도 정확히 모르고, 또 카에데로서도 블랙에 대한 마음은 사쿄에게는 비밀이라 그다지 파고들 수 없었다.


──라는, 상당히 애매한 상황이지만, 정작 카에데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카에데 "정말, 니자에몬. 그 얘기는 아까 했잖아요."

카에데 "만나러 가지 않으면, 만날 수 없어요. 나는 그저, 그 분을 더 알고 싶을 뿐."

카에데 "마계에 와서도 그분의 행선지를 모른다면, 다른 일을 하면 돼요."

카에데 "예를 들어, 그 분의 고향 땅을 방문하거나, 그분이 뛰어든 전장을 둘러보거나──."

니자에몬 "그것은, 즉……요즘 식으로 말하면, 『성지순례』라는 것 아닌지?"


그 모습에 어울리지 않게 의외로 유행어를 아는 니자에몬이었다.


카에데 "맞아요! 그거에요, 니자에몬! 어쨌든 저는, 블랙 님의 열렬한 팬이니까요."

니자에몬 "여, 열렬한 팬......과연......"


즐거운 듯이 웃는 카에데를 보고 니자에몬이 난처한 듯이 신음한다.


마족 토벌의 최선두인 대마인이, 설마 마족의 두령에게 연정을 품다니.


사교 공이나 겐안 님께 뭐라고 말해야......라며 은근히 머리를 싸매고 있다.


니자에몬 "뭐, 연정이란 도리가 통하지 않는 것. 지금은......동경은 동경으로 끝나기를 기도하는 수 밖에 없나."

니자에몬 "애당초, 카에데 님은 이래 보여도 기가 드센 편. 그러니 무슨 말을 해도 거의 듣지 않을 테지."

카에데 "니자에몬? 뭐라고 했어요?"


큰 몸을 웅크리고 투덜거리던 니자에몬에게 카에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다.


니자에몬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쨌든 카에데 님. 슬슬 해가 집니다. 오늘 밤을 지낼 숙소를 찾아보겠습니다."

니자에몬 "카에데 님은 잠시 여기서 쉬고 계시길."

카에데 "고마워요. 부탁드려요, 니자에몬."


카에데가 고개를 끄덕이자 니자에몬은 "음. 곤란하구만 곤란해"라고 투덜거리며 인파 속으로 사라져 간다.


그 자리에 남은 카에데는 여전히 두리번거리며 흥미진진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그러자──.


서큐버스 "저기, 당신, 우리 얘기 좀 들어볼래?"

카에데 "네? 당신들은......"


나타난 것은 유혹하는 듯한 음탕하고 문란한 미소를 띄운 수상한 2인조.


게이트 시티 번화가를 아지트로 삼은 음마족이다.


서큐버스 "당신, 이 근처에서는 못 본 얼굴인데. 여행자, 맞지? 그럼 좋은 숙소를 소개할 게. 나랑 같이 가자."

카에데 "......"


카에데가 말없이 눈을 가늘게 뜨다.


음마족은 친절한 얼굴로 말을 걸어왔지만, 그 사악한 의도는 분명했다.


아름답고 생명력이 넘치는 카에데를 납치해, 조교하고 비싼 값에 팔리는 "상품"으로 바꾼다.


어둠의 거리에 둥지를 틀고 사는, 음마족들의 평소 수법이다.


카에데 "......제의는 고맙지만, 숙소 건은 일행에게 맡기고 있답니다."

서큐버스 "에─, 그렇게 나오기야? 이쪽은 친절하게 말해주는데."

인큐버스 "아기 고양아. 이쪽은 『힘을 쓴다』는 수단도 있어?"

인큐버스 "곱게 말하는 동안, 마음을 고쳐 먹는 게 좋지 않을까?"

카에데 "......"


카에데가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여기서 눈에 띄고 싶지는 않지만, 저쪽도 물러설 생각은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 "네네. 거기까지 해 둬. 너희들, 이 자리는 내가 맡을까 하는데."

음마족들 "리샤 님......!?"

카에데 "......?"


20분 정도 뒤.


리샤 "카에데 씨, 니자에몬 씨, 제 동료들에게 폐를 끼쳐서 죄송해요."

리샤 "모두 악의는 없다......는 것도 아니지만, 몽마나 음마는 그런 생물이니까."

리샤 "아름다운 사람을 보면 어떻게든 사로잡고 싶어져. 그것이 우리의 성질이라."

리샤 "나는, 나 자신의 매력으로 좋아해주길 바래서 능력이나 마술로 억지를 부리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리샤 "뭐, 그건 그거고. 모두에게 두 사람에겐 손대지 말라고 단단히 말해두었어."

리샤 "제 동료들의 무례를 용서해 주세요, 카에데 씨, 니자에몬 씨."

카에데 "아, 아뇨...."

니자에몬 "음. 이, 이건 꽤나 정중한......"


음마족 소녀──리샤로부터 정중한 사과를 받고 카에데와 니자에몬이 당황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은 게이트 시티 한쪽에 있는 리샤의 저택.


게이트 시티의 거리에서 음마족들이 카에데에게 시비를 걸던 걸 리샤가 중재에 들어갔다.


그리고 카에데와, 소란을 듣고 돌아온 니자에몬에게, "동료가 폐를 끼친 사과를 하고 싶다." 라며 자신의 저택으로 초대한 것이다.


카에데 "음, 리샤 씨, 뭐라고 할까......굉장히 크고 멋진 저택이네요."


대답을 망설이는 카에데는 일단 생각했던 것을 말했다.


리샤의 소유라는 저택은 매우 크고 호사스러웠다.


그리고 그 안에서는 사용인 같은 음마족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천진난만한 소녀 같은 외모의 리샤지만, 음마족 내에서도 꽤 높은 지위에 있는 것 같다.


리샤 "저택? 아아, 그렇지~. 정확히는 내가 아니라 오빠네 집인데."

리샤 "오빠는 바빠서 돌아오지 않아, 내가 쓰고 있는 거야."


리샤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온화한 미소녀 음마 리샤는 사실 음마족 유력 귀족의 딸이었다.


대대로 우수한 음마를 배출하는 명가로, 현재도 리샤의 오빠가 음마족 대간부로 눈부신 활약을 보이고 있다.


그런 집안을 신경쓰지 않고, 누구에게나 상냥한 리샤는 대간부안 오빠나, 음마족들로부터 엄청난 경애와 신뢰를 받고 있다.


참고로 리샤의 오빠 이름은 암브로스라고 한다.


카에데 "그렇군요, 오빠 분이......아니, 그건 그거고."

카에데 "리샤 씨가 대신 사과하다니, 말도 안 돼요. 오히려, 제 쪽에서 감사의 말을 전하겠습니다."

카에데 "위험한 타이밍에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니자에몬 "음. 저도 감사의 말을 전하겠습니다."

니자에몬 "만약 카에데 님에게 부상이라도 생겼다면, 이 니자에몬, 배를 갈라야 했을 테니."


두 사람이 리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음마족에게 시비를 걸려 난처하던 차에 중재해 주었으니.


그러나 리샤는 그런 두 사람에게 온화하게 웃으며 고개를 젓든다.


리샤 "후후. 아뇨, 저는 카에데 씨를 도운 게 아니라, 제 동료들을 도운 거에요."

카에데 "네......?"

리샤 "만약 그대로 싸우게 되었다면, 제 동료들은 분명 카에데 씨에게 졌겠죠."

리샤 "카에데 씨와 니자에몬 씨의 힘은......아마 나보다 훨씬 위."

리샤 "최근 게이트 시티는 무역이나 관광으로 인간계에서 오는 사람이 꽤 있는데......"

리샤 "그런 인간이, 카에데 씨만큼 강할 리 없으니."

리샤 "그럼 두 분은 혹시 '대마인'......?"

리샤 "그렇다면, 그런 강한 사람과 엮이는 건 무모한 짓. 그래서 나는 중재하러 들어간 거에요."

카에데 "......"


카에데는 조금 놀란 얼굴로 미소녀 음마를 본다.


두 사람의 실력 뿐만 아니라 정체까지 꿰뚫고 있다.


음마족 대간부의 여동생일 뿐만 아니라, 역시 이 소녀는 보통내기가 아니다.


리샤 "......카에데 씨는 뭐하러 마계에 온 거야?"

카에데 "뭐하러, 라──."


카에데가 낮게 중얼거렸다.


어느새 리샤의 뒤로 호위인 듯 음마족의 모습이 나타났다.


리샤 "네, 당신들이 대마인이라도 함부로 대적할 생각은 없어요."

리샤 "하지만, 제 동료에게 위해를 가한다면──."

카에데 "아,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확실히 저와 니자에몬은 대마인──하지만 이번 여행은 임무도 뭣도 아닌."

카에데 "정말로 저의 개인적인 여행이라......!"

리샤 "개인적......?"


리샤가 고개를 갸웃했다.


인간계 사람이 『개인적』인 이유로 마계에 올 수 있는 것일까.


카에데 "아, 그, 그게......저는, 좋아하는 사람을, 더 알고 싶어서, 마계에 왔습니다......"

리샤 "어? 좋아하는......?"


수줍은 듯 말하는 카에데를 상대로, 리샤는 귀엽게 눈을 동그랗게 뜬다.


카에데 "네, 실은──."


하고, 카에데가 리샤에게 사정을 말한다.


자신에게는 동경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마계 귀족 출신이라, 조금이라도 그에 대해 알고 싶어서 마계에 왔다.


리샤 "에. 뭐야 그게, 존귀해......"

카에데 "네?"


왠지 리샤가 멍한 얼굴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리샤의 시녀 "......설명드리겠습니다. 리샤 님은 세 끼 식사보다 남의 연애 이야기를 더 좋아하십니다."

카에데 "그, 그런가요......"

니자에몬 "과연......"

리샤 "아, 아아, 죄송해요. 엄청 쩌는 이야기라 정신이 몽롱해져버려서......"

리샤 "멋있네요, 귀족과의 신분이 다른 사랑이라던가......우후후."


큼큼 귀엽게 헛기침을 한 리샤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리샤 "어, 어쨌든, 카에데 씨. 당신의 사정은 알겠어요."

리샤 "당신이 좋은 사람인 것 같고, 우리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믿을 수 있어요."

리샤 "그래서, 제안인데......당신의 사랑, 저도 응원해도 될까요? 저, 당신이 마음에 들어서."

리샤 "『사람의 순수한 마음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고, 오빠도 자주 말하고 저도 같은 의견이에요."

리샤 "숙소가 필요하다면 이 저택을 사용해도 좋고, 여행을 위한 여러가지 준비도 도와줄 수 있어요. 어떤가요, 카에데 씨?"


......


몇 시간 후. 게이트 시티 번화가


온갖 깡패와 악당, 밥줄이 끊어진 건달들로 북적이는 싸구려 술집.


욕망과 본능을 그대로 드러낸 천박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시끄러운 가게 안,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잔을 기울이는 여자가 있었다.



??? "......"


기괴한 여자였다.


신체의 특징은 마족이 아니라 인간.


그러나 그 몸에는 네 개의 팔이 달려 있었다.


이형異形이라고 해도 좋다.


그리고 그 이형의 팔보다 여자의 인상을 결정짓는 것은, 어둡고 탁하며, 거칠어진 두 눈이다.


오랜 시간, 참을 수 없는 원한을 품은 듯 음울한 눈동자


게다가 위압감이 느껴져서인지, 그녀가 육감적인 미녀임에도 불구하고, 술집의 건달들은 누구도 그녀에게 말을 걸지 못했다.


그런 여자에게 추레한 외투를 두른 도적 같은 남자들이 다가온다.


도적 "요메이 님, 놈들이 음마족의 저택에 들어갔습니다. 오늘은 그대로 숙박할 것 같습니다."

??? "......고생했다. 그대로 그물을 펼쳐라."

도적 "네."


낮게 속삭이며 남자들이 물러난다.


유심히 보면 이 자들은 그냥 도적이 아니다.


사실 이들은, 은밀한 활동을 위해 도적의 모습으로 분장한 대마인이다.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여자가, 이가와 장로중을 섬기는 상닌──『요츠우데 요메이(四ツ腕夜冥)』.


요메이와 휘하의 대마인은 마계에서의 잠입 활동 중이었다.


그러던 차에 게이트 시티 거리에서 신간지 카에데를 발견하고 수하들에게 은밀히 미행을 시켰다.


그 목적은──.


요츠우데 요메이 "크크, 마음껏 들떠 있어라, 신간지의 계집......"




하룻밤 리샤에게 신세를 지기로 한 카에데와 니자에몬은 저녁식사를 하면서, 이번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리샤 "──하지만 정말 놀랐어요. 카에데 씨가 말했던 '마계의 귀족'이 설마 그 남자였다니."


품위있게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면서 리샤가 말했다.


동경하는 사람에 대해 묻자, 곧바로 노마드의 창시자 에드윈 블랙이라고 말한 것이다.


카에데 "리샤 씨는, 블랙 님을 아시나요?"

리샤 "아뇨. 직접은 몰라요. 소문만 들었을 뿐. 하지만 그는 홍혈경의 동생이잖아요?"

리샤 "카에데 씨, 잘도 그런 무서울 것 같은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달까. 갭이 굉장한데?"

카에데 "엣, 아뇨, 괜찮아요. 블랙 님, 굉장히 상냥하신 분이시고, 항상 저를 신경 써주시고......"


카에데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리샤는 흡혈귀를 어려워하는 것 같다.


카에데 "저분은, 그렇게 보여도 귀여운 점이 많거든요."

카에데 "책을 읽으면서 졸거나, 산책을 나가면, 여기저기 신경을 쓰다가 결국 길을 잃어버리거나......후후."

리샤 "그렇군요. 뭐, 흡혈귀라도 여러 사람이 있다는 거려나?"

리샤 "그래서, 카에데 씨, 내일의 여행 이야기로 되돌려, 목적지는 『홍혈경의 영토』인가요?"


내일부터의 여행──카에데가 좋아하는 사람, 블랙의 마계에서의 족적을 따라가는 여행.


카에데 "네. 거기는 언젠가 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조금 문제가 있어서."

리샤 "응. 멀지. 중간에 산 같은 게 있으니까, 마차로도 한 달 정도 걸릴지도."


마계는 넓고, 인간계처럼 교통수단도 발달하지 않아 이동에 수고가 많이 든다.


니자에몬 "그래서, 우선 그린포트라는 마을로 가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니자에몬 "예전에, 그 마을 근처의 성채에서, 그 분이 엮인 싸움이 있었다는 것 같아서."

리샤 "아, 들어봤어. 무슨 마계기사와 함께 싸워서 그 마을을 구했다나."

카에데 "네. 기사 잉그리드 님의 전설이네요."


블랙과 함께 그린포트의 성채에서 싸운 잉그리드는 전설의 기사로 회자되고 있다.


카에데로서도, 블랙의 심복으로서 곁을 섬기는 잉그리드의 존재는 매우 신경 쓰이는 부분.


그래서 이번에 이 둘과 인연이 있는 그린포트 마을을 찾아가 보려고 했던 것이다.


리샤 "그린포트 마을인가......분명, 로로 자작령의 조금 서쪽 부근이었나?"


리샤가 마계의 지도를 머리에 떠올리며 말한다.


그린포트 마을은 게이트 시티에서 거의 2주 정도 거리이다.


리샤 "응. 그럼 카에데 씨, 마을로 가는 길 안내와 마차를 준비할게요."

리샤 "여행에 익숙한 안내인이 있으면, 조금은 일찍 도착할 수도 있고. ──로라를 불러줘."

리샤의 시녀 "알겠습니다, 리샤 님."


리샤의 지시에 응해, 응접실에 활기찬 소녀 검사가 들어온다.



로라 "네, 부르셨나요 리샤 님! 저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리샤 "그래, 나는 네게 여기 있는 카에데 씨의 안내를 부탁할까 해."

리샤 "카에데 씨, 로라는 이 저택에서 경호 일을 하는 아이에요."

리샤 "원래부터 마계기사 견습으로, 무사수행 겸 여기저기 돌아다녀 길도 잘 알고 실력도 있어요."

리샤 "마계의 안내인으로서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카에데 "엣. 괜찮은 건가요, 그렇게까지 해주어도......?"


카에데와 리샤는 방금 알게 되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친절하게 대해주다니.


리샤 "우후후, 괜찮아 괜찮아~. 나, 이렇게 여러 사람을 돌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리샤 "카에데 씨를 응원하고 싶고......게다가 로라도 요즘 계속 저택에 틀어박혀 심심했던 것 같고."

리샤 "저기, 로라? 가줄래?"

로라 "그럼요, 리샤 님! 카에데 씨, 라고 하셨죠? 뭐든 스스럼없이 말씀해 주세요!"


로라가 씩씩하게 웃는다.


카에데는 어떻게 할까 조금 망설였지만, 옆의 니자에몬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카에데 "고맙습니다, 리샤 씨, 로라 씨. 잘 부탁드립니다!"


다음날.


리샤에게 배웅 받으며 카에데 일행은 그린포트 마을로 출발한다.


카에데 "그럼 리샤 씨, 정말 많은 신세를 졌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니자에몬 "이 은혜는 언젠가 갚겠습니다."

로라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리샤 님~!"


그렇게 말하고 세 사람은 리샤가 준비한 마차에 올라탄다.


이 마차 덕에 마계의 여행은 매우 편해질 것이다.


리샤 "응. 다들 길 조심해."

리샤 "도중에 있는 로로 자작령에게 사용인을 보내 두었으니 들러 봐요. 환영해 줄 거에요."

카에데 "네! 하나부터 열까지 감사합니다!"


마차에 탄 카에데가 손을 흔들던 리샤가 "그럼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라고 웃으며 말했다.


리샤 "힘내요, 카에데 씨. 마족과 인간의 사랑이란 있을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리샤 "하지만, 원래 어떤 작은 사랑이라도 실현하는 것은 기적 같은 것."

리샤 "당신에게, 그 기적이 찾아오기를 기도할게요. "




마계의 평원.


리샤로부터 소형 마차를 빌린 카에데 일행은 한가로이 길을 지나고 있었다.


마차의 운전은 로라가 하고 있었다.


그녀는 마계기사를 목표로 수행 중인 기사 견습으로, 본래 서민 태생인데, 언니가 마계 귀족의 첩이 되어, 『관록을 더한다』며 여동생인 그녀도 기사 견습이 되었다.


마력 자체는 강력하지만, 전투 경험이 적어 진짜 마계기사가 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래서 각지의 유력자들 아래에 들어가는 등 수행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카에데 "헤에. 마계기사가 되기 위한 수행......멋진 목표를 가지고 있군요!"


카에데가 미소를 짓자 로라는 약간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로라 "음. 멋진 목표......라고, 스스로도 단언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로라 "저, 언니의 남편에게 말을 듣고, 떠내려가는 대로 기사 견습이 되었거든요."

로라 "그러니까, 『굉장히 노력하고 있어!』 라는 느낌도 아니고......"

로라 "일단 잉그리드 님이라는 유명한 기사님이 계셔서, 그분을 목표로 하고는 있습니다만."

로라 "지금의 저와는 너무 멀어서, 별로 현실감이 없다고나 할까?"

카에데 "그렇군요......"

니자에몬 "음. 어려운 점이로군."


두 사람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자 로라는 다시 활짝 씩씩한 미소를 짓는다.


로라 "그러니까, '동경하는 사람'을 위해 이렇게 행동으로 나설 수 있는 카에데 씨야말로, 저는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로라 "'동경하는 사람'......그런 사람을 가까이에 있다면, 저도 더 열심히 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카에데 "네, 분명 할 수 있을 거에요, 로라 씨. 저도 응원할게요!"

니자에몬 "음. 젊었을 때 고민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머지않아 큰 양식이 될 겁니다."

로라 "에헷. 감사합니다!"


두 사람의 격려에 로라가 환하게 웃는다.


이것은 여담이지만──.


몇 년 후, 로라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서 마계기사가 된 여자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강한 동경을 품는다.


그리고 그날부터 로라가 진심으로 마계기사를 목표로 하는 날들이 시작되는데──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




산간으로 접어들어, 어느새 해가 지고 주위는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세 사람의 말수가 적어지고 있는 것은, 긴 여행의 피로......가 아니라, 등 뒤에서 슬그머니 다가오는 누군가의 기색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세 사람이 말없이 시선을 주고받고, 힐끗 돌아보니 어둠을 틈타 도적들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도적들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들의 상대는 니자에몬만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카에데 (뭔가 이상해......)


도적들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카에데는 강한 위화감을 느꼈다.


이 자들은 정말 그냥 도적인가?


도적치고는 묘하게 움직임이 통제되고 있다.


무엇보다, 도적이라면 불필요한 위험은 감수하지 않을 것이다.


만만치 않은 호위──니자에몬이나 로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시점에서 물러날 텐데.


하지만 이들은 무리하게 공격을 가하는 것도 아니고, 세 사람을 포위한 채로 있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카에데 (설마──!)


카에데가 고개를 들었을 때, 보이는 것에 눈을 부릅떴다.


바로 눈 앞 산간 마을에서 공포로 얼굴을 일그러뜨린 사람들이 이쪽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불이 난 것이다.


산간의 작은 마을이 홍련의 불길에 휩싸여,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카에데가 있는 쪽으로 도망쳐 온다.


??? "────"


그리고 불을 피해 도망치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닌자 같은 수상한 그림자가 있었다.


카에데 (이 소동은 저들이!? 그렇다는 것은──.)


닌자들의 의도는 분명했다.


길에 몰려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카에데 일행은 섣불리 움직일 수 없다.


밤의 어둠, 그리고 화재 현장의 혼란으로 적이 어디서 덮쳐올지 알 수 없다.


이 상태에서 싸우면 도망치는 사람들을 공격해 버릴 우려도 있다.


하지만 적은 그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아니나다를까, 어둠 속 곳곳에서 피분수가 치솟았다.


닌자들은 카에데 일행이 패닉을 일으킨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꼼짝도 못하는 것을 기회로 여겨, 사정없이 공격한다.


몸에 불이 붙은 무고한 사람들이 상처입는 것도 아랑곳 않고.


더욱이 카에데 일행을 포위하던 도적들도 이때가 호기라는 양 단숨에 덤벼든다.


카에데 "큿──! 니자에몬! 로라 씨! 이 자들의 목적은 우리에요!"

카에데 "숲으로 들어가죠! 이대로 길거리에 있으면 무고한 희생자들이 나와요!"


카에데가 날카롭게 지시를 내리며 길 옆의 숲으로 뛰어들었고, 니자에몬과 로라도 그 뒤를 이었다.




어둠 속에서 덤벼드는 닌자들을 물리치며, 카에데는 달린다.


카에데 (그 닌자들......아마, 이가와의 닌자들이겠지.)


카에데는 그렇게 짐작하다.


이 시기, 대마인 조직은 아직 통합되지 않았고, 카에데가 사는 후우마의 마을과 이가와의 마을──.


특히 장로중이라 불리는, 이가와의 실권을 쥔 자들과는 대립관계에 있었다.


큰 싸움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작은 충돌은 무수히 일어나고 있다.


저것이 장로중의 닌자라면, 신간지의 차기 당주라 일컬어지는 카에데를 노려도 이상하지 않지만......


카에데 (어쨌든 빨리 니자에몬, 로라 씨와 합류하자.)


숲에 들어갔을 때의 난전 탓에, 카에데는 두 사람과 떨어져 버렸다.


적이 누구든 이대로 고립되어 싸우는 것은 너무나 위험하다.


그때 어둠 속에서 날아든 칼날. 카에데는 간발의 차로 되받아쳤다.


카에데 "누구냐!?"

??? "크크. 제법이군, 계집. 뭐, 그 정도가 아니고서야, 이래저래 공을 들인 보람이 없지만 말야."


어둠 속에서 이형의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요메이 "나는 요메이. 이가와 장로중의 요츠우데 요메이. 온실 속 화초 같은 계집애를 지옥으로 끌고 갈 저승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