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브 "하아아아앗!"

마야 코델리아 "이야아아아앗!"


온갖 빛이 터지고, 폭염이 퍼진다.


농밀한 초콜릿향이 자욱한 오차 인근의 평원은, 인지를 초월한 싸움에 끊임없는 땅울림과 함께 대지가 전율하고 있었다.


알브 "코타로는 내가 데려갈 거야!"


붉은빛 하늘에 피어나는 불꽃과 검은 연기를 뚫고, 기동병기를 노리는 검은 그림자가 날아든다.


놀랍게도 기동병기를 상대로 날면서 싸우는 그림자는 전투기가 아니라 칼을 든 맨몸의 소녀다.


마야 "또 코타로라고! 후우마는 저의 시종이에요!"


현대과학의 아득한 위용을 상대하기에 어울리지 않는 맨몸의 소녀에게 무수한 과학병장을 뿌려 맞받아친다.


그런 기동병기와 맨몸의 소녀가 벌이는, 상궤를 벗어난 공중전.


싸움의 여파로 크레이터가 몇 개나 생긴 지상에서 올려다보며, 엉망진창인 상황에 나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나의 "내 의사는......"

마야&알브

"입 다무세요!"

"가만히 있어!"

나 "아, 네!"


폭음과 땅울림 속에서 푸념이 어떻게 닿은 건지. 나는 저도 모르게 등을 펴고 있었다.


직후, 나무라듯 쏟아진 충격파가 인근의 지면을 도려내 새로운 크레이터를 만들어낸다.


나 "으앗!? 진짜 어쩌란 거야 이거...."

리림 "어떻게 할 거야─?"



경박하게 히죽히죽 웃으며 리림이 내 뺨을 손가락으로 찌른다.

......위쪽의 살기가 더 강해진 것 같다.


나 "시끄러! 원인의 절반은 너잖아!"

나 "이런 최종전쟁 같은 곳에 끌려갈 줄 알았으면 어떻게든 방에서 움직이지 않았을 거야."

리림 "원인? 두목이 절조가 없어서 그런 거 아냐?"

나 "누가──."

마야 "맞아요!"

알브 "그러니까 말야!"

나 "......"


어떻게 목소리를 들었는지 재차 두 사람의 노성이 쏟아졌다.

......다른 한 명은 즐거운 모양이지만.


그렇게, 싸움은 대지를 흔들고, 산을 도려내, 드디어 날씨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나 "큿, 이번에는 뭐지?!"


강풍이 포효하며, 최종 전쟁의 도화선이 된 초콜릿 향을 두르고 하늘로 치솟았다.


번개가 소용돌이를 따라 신음하는 모습은 종말을 예감케 한다.


눈 앞에 다가온 것은 세상의 끝이 아니라 발렌타인이었을 텐데......


나 "진짜 어쩌냐 이거......"


바람의 소용돌이의 중심에서 크게 부풀어 오르는 새하얀 빛을 멍하니 올려다 본다.


발렌타인을 앞두고 오차 근처에서 일어난 이 종말은, 코타로가 모르는 사이에 마계에서 나온, 발렌타인에서 발단한 것이었다.


시간을 거슬러──마계. 어떤 귀족의 저택에서 종말은 싹텄다.


알브 "음......"


소녀는 우아한 동작으로 컵을 기울였다. 하얀 목이 꿀꺽 움직인다.


홍차의 맛과 향을 즐긴 뒤, 작은 소리를 내며 컵을 받침 접시로 되돌렸다.


집사 "......크흠."


단지, 아름다운 동작과 틈을 주체하지 못하고, 바닥까지는 닿지 않는 그녀의 다리가 버릇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알브 "누군가, 방문할 예정은?"

집사 "없습니다."

알브 "흠. 그럼, 손님의 내방은."

집사 "그것도 없습니다."

알브 "모리간 오라버니는?"

집사 "당분간은 안 들어오시겠군요."

알브 "어떤 연락도?"

집사 "없습니다."

알브 "......암브로스 오라버니."

집사 "모리간 님과 똑같습니다."

알브 "......리샤 언니"

집사 "암브로스 님과 똑같습니다."

알브 "하아......심심해. 인간계에 나가면서 오라버니도 언니도 친구도 만나기 힘들어졌어

집사 "모두, 중요한 입장이나 역할을 맡고 계시기에."


의자에 등을 맡기고 알브는 한숨을 쉬었다.


입장이나 역할 탓에 바쁜 형제자매나 친구들과 달리, 알브의 예정은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백지.


완전히 아가씨다운 행동을 포기한 알브는, 받침 접시 위에서 잔잔한 홍차의 수면을 바라보았다.


형제자매들과 자주 차를 함께 마시던 시절에는, 침착함......아니, 활기 때문에 홍차의 수면이 계속 흔들렸다.


자신도, 꽤 성장했다. 라고 생각하는데......


알브 "모리간 오라버니는 모두에게 경외와 존경을 받고 있다고 들었어,"

집사 "그야말로 전신(戰神)과 같다든가."

알브 "암브로스 오라버니는 멋을 부리며, 인간 호적수도 찾았다던가,"

집사 "그분만큼 자신에게 엄격한 탐구자는 없으시군요."

알브 "리샤 언니는 상냥하고 모두에게 사랑받아. 나도 정말 좋아해. 인간계에도 친구가 있다 하고."

집사 "사랑의 화신이라 불릴만하지요."

알브 "모두, 존경받고 화려한 대음마의 일족으로 칭송받아. 그에 비해, 나는?"

집사 "참으로, 사랑스러우시지요."

알브 "......나참. 오라버니와 언니를 만나고 싶네."


입술을 쭉 내밀며 알브는 중얼거렸다.


형제자매들은 알브가 이렇게 능숙하게 차를 즐기게 된 것을 모른다.


편지로는 알고 있다 하더라도 본 적은 없는 것이다.


보여주고 싶은 것,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알브 "......있잖아, 나도 밖에 나가면 크게 성장할 것 같지 않아?"

알브 "그 아가씨는 인간계에서 애인을 만든 것 같은데."


밖이라는 말에, 버릇없이 움직여도 아무 말 않던 노집사의 눈썹이 걷잡을 수 없이 움직였다.


집사 "아가씨 그것은......밖, 특히 인간계는 매우──."

알브 "위험하다지."

집사 "네, 그리고 다른 형제자매 분들과의 약속도 있지요."

알브 "흥, 알고 있거든!"


내려놓았을 때보다 훨씬 큰 소리를 내며 컵을 낚아채, 내용물을 단숨에 들이켰다.


알브 "잘 마셨어!!"


컵이 내리찍힌 받침 접시가 깨진다.


일어서는 기세에 날아간 고급 의자는 문을 부수고, 복도 벽에 크레이터를 만들어 문짝과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집사 "하아......위험한 건 아가씨가 아니라 아가씨에게 위협을 받는 바깥 세상인데......"


잔소리를 할 새도 없이 방을 뛰쳐나간 알브에게 노집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알브 "에잇! 이얏──!"


알브가 칼을 내리친다.


전력으로 내리친 칼날이 공기를 가르고, 폭력적인 굉음을 내자 멀리 떨어진 큰 바위가 산산조각났다.


알브 "대음마음류(大淫魔陰流)・즉시타락의 형 라무난무(裸撫乱舞) 베기!"


마구잡이로 칼을 휘두르자 땅이 도려지고, 큰 바위가 조각나며, 멀리 바위산에서 폭발이 일어나 메아리친다.

   

알브 후─, 개운하다. 오늘도 대음마음류는 최고야!"

알브 "하지만 안 돼. 오라버니들과의 약속을 지켜야지."


대충 휘두른 칼이 일으켰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엉망진창인 사건을 일으킨 대음마음류란 알브가 갈고닦은 대검술이지만......


그 실체는 친구를 부러워해 칼을 쥐는 법을 배운 것 뿐인, 아마추어의 엉터리 검술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한 번 배운 것도 거울을 앞에 두고 그럴싸한 모양새만 추구한 결과, 현재는 기존의 형식도 없어져 버렸다.


그런데도 의미불명의 파괴를 초래하는 것은, 노집사나 형제자매가, 바깥의 세계'가', 위험하다고 염려하는 알브의 절대적인 마력에 기인한다.


형제자매마저 능가하는 마력은 알브가 품은 "이러면 좋을 텐데"라는 막연한 이미지를 힘으로 일으키고 있었다.


그러나 본인에게 마법이나 마력을 사용하는 인식은 일절 없다. 정말로 칼을 휘두른다는 생각으로, 스스로의 검술에 의한 결과라는 인식이었다.


알브 "모리간 오라버니의 '뽑지 않고 휘둘러 벤다'."

알브 "암브로스 오라버니께선 '베겠다고 결정한 것만 벤다'."

알브 "리샤 언니는 '벨 수 있어도 베지 않는다'."


오늘도 또, 하나하나, 형제자매로부터 제시된 과제를 입 밖에 내 확인해 간다.


만약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면, 바깥 세계로 나가도 좋다는, 그런 약속이다.


알브 "......역시 전혀 모르겠어!"


형제저매들의 말이 머릿 속에서 빙빙 돌지만,


알브 "칼을 뽑지 않는데 벤다니 무슨 소리야 모리간 오라버니!"

알브 "베겠다고 마음 먹은 걸 베는 건 당연하잖아 암브로스 오라버니!"


벌써 몇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말의 의미는 모르겠다.


알브 "벨 수 있어도 베지 말라는 건 뭔데 리샤 언니......"

알브 "하아......나, 외로워......"


마음 속에서 괴롭고, 기분 나쁜 느낌의 열이 솟아오른다.


언제까지나 막내인 채로. 귀여운 여동생 그대로.

계속, 혼자 남겨진 채로.

그렇게 생각하면, 외로움이 끝없이 샘솟는다.


하지만 약속을 어기고 만나러 가도 가족들은 칭찬해주지 않는다.


알브 "그런 건 화려한 대음마 일족이 아니라고."


콧속까지 올라오려는 외로움을 꾹 참는다.


그때, 그런 알브에게 마물들이 다가온다. 그야 그렇게나 터무니없는 파괴활동을 일으키면 주위의 생물이 패닉을 일으키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알브 "수행 중, 비검秘剣을 깨닫기 직전에 나타나 방해하는 적의 무리......이건 분명 시련일 거야!"


알브는 칼을 칼집에 넣고 마물들을 후려팼다. 그러는 와중에도 외로움이 치밀어 오른다.


강하고, 아름다운 오라버니들처럼 되고 싶다. 상냥한 언니처럼 되고 싶다.


칭찬 받고 인정받고 싶어. 두고 가지 마. 혼자는 싫어.


만나고 싶어. 검이든 마수든, 그저 그것 뿐인데.


그 일념이, 시야에 가득 차 있는 마수의 턱을, 송곳니를, 알브의 시야에서 가렸을 때──.


"체스토!"


기합을 동반한 일격이 칼집에서 솟구쳤다.


알브 "어......?"


칼을 뽑지 않은 것을 깨달은 알브는, 비검 자세 그대로인 자신에게 고개를 갸웃했다.


부자연스럽게 튕겨져 나간 마수도 부드럽게 착지해 고개를 갸우뚱한다.


알브 "어라. 지금 나간 거 혹시......된 거야?"


확실히 빼지 않고 베었다. 앞선 감각을 한 번 더 몸에 불러일으키면. 떨어진 곳에 있던 마수가 갑자기 제풀에 바닥을 구른다.


알브 "됐다──! 뽑지도 않고 베지도 않고 해치웠어!"


확실히 빼지 않고 휘둘러, 확실히 베었다.


그러자 마수가 혼자 놀기라도 하듯 데굴데굴 몇 번이나 굴렀다. 알브의 몸은 요지부동인데.


알브 "이것이 뽑지 않은 형, 부율부동의 검이구나......정말로 어른스럽고 음미해. 당장 보여주자!"


알브는 상처입힌 마수를 붙잡고는 저택으로 달려갔다.


알브 "다녀왔어──!!"


귀족다움을 잊고, 대신 떠올린 활기참으로 문을 박차고 입실한 알브는 마수를 노집사에게 내던졌다.


고쳐진 문과 창문을 뚫고 저편으로 사라져 간다.


집사 "아가씨!? 이 마물은 대체......"

알브 "다녀오겠습니──다!!"


붙잡아 온 마수를 주체하지 못해 곤혹스러워하는 노집사를 외면하고 알브는 저금통을 낚아채더니, 박살난 창문으로 뛰쳐나갔다.


집사 "아가씨, 어디로!?"

알브 "바깥! 게이트의 저편이야! 이제 할 수 있게 되었어!"

집사 "뭐라고요, 아가씨~~!"


순식간에 멀어져 가는 알브의 목소리를 노집사의 목소리가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