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 "우후후, 이번에야말로 찾아왔어요."


욕망이 소용돌이치는 악덕의 지하도시 요미하라. 어둠의 밑바닥이라 칭해도 어울리는 그 거리의, 더욱 어두운 뒷골목을 두 미녀가 걷고 있었다.


악덕의 길에서도 빛을 발하는 청렴함과 기품을 두루 갖춘 그녀는 마야 코델리아.


다른 차원에 있는 코델리아 공국의 후계자인 고귀한 신분의 여성이지만......


차원을 넘어가는 예측불능의 사태에 조우, 어떤 인물과의 인연을 통해, 지금은 오차 마을, 대마인 측에 몸을 의탁하고 있었다.


라티쿨 "헛걸음하지 않아 다행이군. 대마인의 정보망에 감사하지. 다음은......"


필요한 소재의 일람과 입수 장소를 적은 메모에 시선을 돌리며, 브레인플레이어 여성이 대답했다.


빈틈없는 늠름하게 서 있는 그녀는 라티쿨.


그녀도 다른 차원의 존재로, 마야와 마찬가지로 오차에 몸을 의탁하고 있다.


라티쿨 "음, 성가셔지겠군."

마야 "성가, 셔지나요?"

라티쿨 "그래......즐거워 보이네, 계속 발소리가 가벼워."

마야 "발소리? 후후. 정말 당신다운 착안점이네요."


눈 앞에 있는 자신의 모습이 아닌, 발소리로 짐작하는 라티쿨의 감성에 마야가 피식 웃는다.


라티쿨은 차원을 넘나드는 거대한 마수 케토스를 사냥하는 기사 일족이다.


평상시에도 시각에만 의존하지 않는 것이 그녀답다고 생각함과 동시에, 마야는 들뜬 마음을 재인식했다.


마야 "네, 그래요. 즐거워요. 이렇게......친한 친구와 쇼핑하는 것은 처음이니까요."

라티쿨 "해비코네와는 그런대로 돌아다니고 있다 생각하는데......"

라티쿨 "발렌타인이었지. 분명, 후우마에게 초콜릿을 주는 것이 기대된다고 생각했다."

마야 "그것은──그러니까, 그것도 포함한 쇼핑이에요."


재인식한 들뜬 마음이 라티쿨의 말에 크게 반응했다.


전혀 다른 문화에서 자란 두 사람에게 발렌타인 데이는 미지의 이문화다.


그런 두 사람을 "후우마 코타로"가 대마인과 연결해, 이 차원에서의 생활 기반을 가져와 이문화와 연결시켰다.


후우마와 개인적인 인연이 있던 마야는 호의나 감사를 초콜릿으로 건네주는 이 문화를 알았을 때, 그에게 주고 싶었다.


하지만 다른 차원의 존재라는 것이나, 항상 그의 주위에서 떠들썩한 매력적인 라이벌이 많음에 주눅들었다.


화제에 오른 수제나 브랜드 초코 등, 이 문화를 즐겨 온 여성들의 마음에도 말이다.


마야 "고마워요, 라티쿨. 이렇게 따라와줘서."

라티쿨 "음......"


그런 마야를 보다 못해 등을 떠민 게 라티쿨이었다.


라티쿨의 일족이 사냥하는 케토스 중에는 초콜릿 향과 비슷한 냄새를 발하는 카카오 케토스라는 개체가 있다.


카카오 케토스에게서 나오는 진미는 경사에도 사용 되어, 특별한 선물로 하기에 딱 좋다고 제안한 것이다.


이렇게 요미하라까지 찾아온 것도, 카카오 케토스를 유인할 미끼 소재를 모으기 위해서였다.


라티쿨 "이것도 일류 케토스 사냥 기사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일이다."

라티쿨 "......친한 친구라고 한다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마야 "그렇네요. 그럼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 한 마디면 될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며 기분 좋게 입가를 누그러뜨린다.


마야 "......라티쿨은 후우마에게 초코를 건네주지 않을 건가요?"

라티쿨 "나 말인가? 후우마와 대마인에게 신세를 지고 있는 건 분명하지."

라티쿨 "하지만 발렌타인 같은 것은 우리 종의 문화나 풍습이 아니다. 게다가......"

마야 "게다가?"

라티쿨 "케토스 사냥의 기사는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떠도는 자다."

라티쿨 "심지어, 이번에 잡을 녀석은 특별해. 확실하게 유인할 수 있다고는 말할 수 없어. 소재 모으기를 서두르자."


문화와 생활방식을 이야기하는 라티쿨에게 마야는 소외감을 느꼈다.


두 사람은 차원이동의 발단이 된 케토스를 둘러싼 소동을 겪어, 함께 생활했고, 서로 배려할 수 있을 정도로 우호를 다졌다.


그녀가 마야의 기분을 헤아리듯, 마야도 라티쿨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친구로서 힘을 빌려주고 있는 동시에, 적잖이 그녀 스스로도 내키는 마음이 있다는 걸.


그러나 라티쿨은 의식적으로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 하지 않는다.


마야 "언젠가 이별할 수 있기에, 그걸 생각하면, 외로운 기분이 들어요......"


카카오 케토스 사냥은 물론, 요미하라에 내려갈 수 있었던 것도 라티쿨이 함께 아사기와 흥정 해줬기 때문이다.


마야 "라티──."


마야가 라티쿨을 불러 세우려던 그때. 천박한 말투와 함께 양아치들이 가로막았다.


본 적 없는 얼굴이 거리를 돌아다니며, 물건을 찾아다니는 것을 보면, 돈 냄새를 맡고 양아치들이 몰려든다.


그것이 요미하라라는 어둠의 거리의 일상이다. 본 적 없는 얼굴이 깔끔한 미녀라고 하면 더욱 더 그렇다.


인간계의 도덕이나 법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이곳에서, 미녀는 그것만으로도 돈이 되는 것이다.


라티쿨 "어디에나 이런 무뢰한들이 있구나."

마야 "그런 것 같네요. 학원에만 있어서,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두 사람의 태연한 반응에 남자들은 흉악한 얼굴로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시작되는 싸움. 당연히 마야와 라티쿨은 간단히 양아치들을 쓰러뜨린다. 하지만, 어디서 자꾸 솟아나는지 어느새인가 포위당해 있었다.


그래도 상대는 되지 않지만......모두 때려눕히기 전까지는, 소재를 찾으러 돌아다니기 힘들 것 같다.


그렇다고 요미하라에 오래 머무르는 것도, 이대로 소동의 중심에 서는 것도 피하고 싶다.


이럴 때 후우마가 있었다면 자신들이 생각할 수 없는 기발한 방법으로 간단히 돌파할 것이라고 생각할 때, 포위 뒤쪽에서 사태가 움직였다.


??? "잠깐만."

양아치1 "아앙? 뭐야 꼬마. 널 상대할 시간은......아니, 헤헤 잘 보니 꽤 반반한──크헉!?"


굵은 비명을 지르며 체격이 좋은 남자가 허공을 날았다.


공처럼 차례차례 남자들이 허공에 휘날리는 이상한 광경에, 마야도 라티쿨도 무심코 포위에서 눈을 떼 시선을 들었다.


??? "하나~. 마의 세상에서 이득을 취하며."

양아치3 "꺄악!"

??? "두~울. 추잡한 악행 삼매경."

양아치4 "크헉!"


포위 저편에서 귀여운 목소리의 기묘한 입담이 들릴 때마다 또 한 사람 한 사람 허공으로 날아간다.


??? "셋~~엣. 속세의 불감증, 퇴치해 주자──대음마음류, 불발(抜かず)의 형!"

라티쿨 "뭐야!?"


갑자기 폭풍이 몰아쳤다.

마야와 라티쿨은 자세를 취하며 버텼지만, 남자들은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남자들의 옷이 갈기갈기 찢기고, 남자들이 부딪힌 벽이나 지면에도 무수한 칼자국이 새겨져 간다.


마야 "큿──!"


폭풍이 한층 더 강하게 불었다. 포위하고 있던 남자들이, 쓰러져 정신을 잃은 사람도 포함해 남김없이 말려올라 날아갔다.


몰아치는 폭풍 속에서 눈을 뜨기도 어렵다. 주위에서는 석재를 도려내고 깎아내는 요란한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마야 "여자, 애.....?"


폭풍 너머, 칼집에 꽂은 칼에 손을 얹고 눈을 감은 작은 소녀의 모습이 있었다.


남자들을 날리며 주위에 칼자국을 새기는 폭풍. 그것이 소녀가 뿜어내는 검기라는 것을 마야는 이해했다.


??? "음, 제법......?"

래티쿨 "마야!!"

마야 "큿──!!"


절박한 라티쿨의 목소리가 닿는 것보다 빠르게, 소녀가 엄청난 속도로 마야에 육박했다.


??? "체스토!"


마야 (베인다!!)


날아드는 칼날을, 마야는 순간 레이피어로 받아넘겼다.


??? "흐얏!?"


귀여운 비명을 지르며 자세를 무너뜨린 소녀는 전방 공중제비로 착지. 기세 그대로, 한쪽 다리를 축으로 반원을 그리며 되돌아 본다.


소녀는 칼을 칼집에 넣은 채. 뽑을 기색은 없었다.


마야 (뽑지 않았다? 게다가 슨도메였어......분명 받아넘긴 감각은 있었는데.)


래티쿨 "괜찮──."


라티쿨의 눈에도 소녀가 치명적인 공격을 가한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 "당연하지!"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대답한 것은 바로 그 소녀였다.


??? "깜짝 놀라긴 했지만 이 정도, 대음마음류의 대검사인 내게 걸리면 식은 죽 먹기니까."

래티쿨 "너를 걱정한 게 아니다만......"

??? "그것보다, 당신 강하네!!"

마야 "에──!?"


처절하게 날아들던 검기가 흩어져, 순진한 태도의 소녀는 마야에게 간단히 다가와 두 손을 잡았다.


붕붕 잡은 두 손을 흔들면서, 소녀는 작고 통통 튀는 눈을 빛내고 있다.


??? "후후, 어렵게 터득한 비검, 불발의 형이 통하지 않는 강적을 이렇게 빨리 만나다니."

??? "바깥 세상은 정말 무서운 곳이구나! 조력은 소용없었으려나, 당신들 공격당하고 있었지?"

마야 "에, 저기......고마워, 요......?"


곤혹스러워 하는 마야에 라티쿨은 어깨에 힘을 풀었다. 그녀도 당황하긴 했지만 소녀에게서 해의나 악의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소녀의 대응은 마야에게 맡기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탄식했다.


??? "당신, 이름이 뭐야? 내가 들어줄게!"

마야 "저는──."

??? "나? 흐흥♪ 나야말로 대음마음류 개파조사로 세상의 어지러움을 음탕하게 하는 떠돌이 대검사!"

??? "그 정체는 무엇을 말하랴, 전신 모리간 오라버니! 미의 화신 암브로스 오라버니! 그리고──."

알브 "사랑의 여신 리샤 언니! 화려한 대음마 일족에 이름을 올릴......예정인 막내 여동생, 알브야!"

마야 "그렇군요......?"


이쪽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멋대로 지껄이는 소녀에게 기시감을 느껴, 마야는 어안이 벙벙해하면서도 자신을 잘 따르던 어린아이를 떠올렸다.


마야 (지금은 그리 경계하지 않아도 될 것 같네.)


그러나 흐뭇한 기분은 어떻든, 하는 말의 대부분을 마야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


마야 "그건, 굉장한데──라티쿨, 이해하겠나요......?"

래티쿨 "글쎄. 내게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해도 곤란한데."


드디어 라티쿨은 이 소녀, 알브에게의 대응을 마야에게 통째로 던질 생각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