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 회관

'한 나라의 수도인 큰 도시(서울)치고 그 조악함이란 이루 묘사를 할 수 없는 것이었다. 25만으로 추정되는 시민들이 땅에서 살고 있는데 군데군데 뚫린 고약한 구멍과 미끌거리는 시궁창으로 인해 더욱 좁아진 그런 골목을 끼고 살고 있고, 이 시궁창들은 집들에서 버려진 고체, 액체의 오물을 운반하는데 그 더럽고 썩은 시궁창이 새까맣게 땟국이 흐르는 반라의 어린이들과 개들이 즐겨 노는 곳이고

 

행상인들은 판자조각을 시궁창에 걸쳐 놓고 그들의 상품을 판다... 마당은 반쯤은 두엄더미이고 반쯤은 돼지우리인데 거기 바로 우물이 있어서 여자들이 태연하게 그 우물에서 음료수를 길었다 그 밖에는 수렁이 있어서 밤새도록 역겨운 냄새를 풍겼고 여름에는 악취가 무지무지했고 먼지는 숨 막힐 정도였는데 비참해 보이는 개들의 숫자와 피가 뚝뚝 흐르는 고기가 햇볕에 검게 변해가고 있는 모습은 구토증을 일으키게 했다.”         

 

< 조선과 그 이웃나라들 - 이사벨라 버드 비숍 >

 

 

1894년 3월 1일 부산과 제물포를 경유해 서울에 들어온 비숍 여사는 도시 이곳저곳을 구경하면서 통역을 구했다.처음 한국을 대한 그녀의 인상은 몹시 혐오스러웠고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부산과 제물포의 풍경은 헐벗은 산, 무덤만 즐비한 언덕, 소심한 사람들, 단조로운 일상의 풍경뿐이었고, 서울의 빈민가에서 목도한 백성들은 형용할 수 없이 궁핍한 모습이었고 목적 없이 빈둥거리는 군중들과 골목과 개천에서 풍겨 나오는 악취였다. 한 마디로 야만의 티를 벗어내지 못한 인간 쓰레기들이 사는 곳처럼 느껴졌다.

 

 

"서울 성내를 묘사하는 것은 용서해주시길 바란다. 베이징을 볼 때까지 나는 서울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제일 불결한 마을이라고 생각했고, 사오싱으로 갈 때까지 서울의 악취야말로 이 세상으로 제일 심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시이면서도 수도치고는 그 조잡함은 실로 형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서울엔 예술품이란 전혀 없고 고대 유물은 조금 밖에 없고 공원도 없으며 코두라고 하는 보기 드문 예외를

 

두고, 꼭 봐야 할 모임도 극장도 없다. 다른 도시라면 있어야 할 매력이 서울에는 죄다 빠져 있다. 낡은 도시이지만 구적도 도서관도 문헌도 없고 종교에는 대략 무관심 하였기 때문에 사원도 없고 아직까지 미신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에 묘지도 없다!"

 

 

"출발 전 먼지와 쓰레기가 오물 투성이가 된 숙소의 뜰에 앉아 얼빠진 입을 딱 열고 무표정이고 더럽고 어디를 봐도

 

빈약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이면, 날개 달린 날개처럼 열강하게 희롱하는 조선이 어떤 소망도 아무 구제도 없는 불쌍하고

 

참혹한 존재라고 난 생각했고, 러시아의 보호하에 들어가지 않는 한 1,200만명 또는 1,400만명 정도의 조선 국민에게는 아무런 장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으로 나는 다음과 같이 굳이 제언한다. 조선 국민의 환경은 일본 또는 러시아의 원조를 받아서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