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새 시즌 제작을 위해

나는 그동안 수많은 아이디어들을 내 봤다

특히 그 중 하나는 모두가 좋아하는 시나리오였다

심지어 어젯밤에 가족들에게 보여주더니

거실에 모인 아이들도 여보야도

재미있어 하는 모습이더라

 

 

그런데 회사로부터 연락이 오니까

아이디어를 바꿔야겠더라

그래서 그 시나리오는

수술대로 넘어갔다

 

일단 새로 등장한 신상품 변신로봇 완구들이 한 트럭

그러니 지난 시즌동안 동고동락을 같이해오던 로봇 친구들과는 작별인사

그리고 장기적인 스토리들도 거의 모두 갈아엎고 비중조절과 작별의 계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

 

그런데도 수술할 거리가 더 남았다더라

그동안 정들었던 주인공 소년도 떠나보내라더라

그리고 더 멋지고 더 끝내주는 소년으로 바꿔달라더라

 

배경도 바꿔달라는 주문이 들어왔다

배경을 바꿔달라는 얘기까지 들어오니 다들 심기가 불편하다

배경까지 포함해서 그동안 정든 것들을 모두 내보내라고? 이런 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렇게 새 시나리오가 나왔다

그 어느 하나 익숙한 것들이 없는 새것이다

그것들 중 단 하나 익숙한 것은 제목과 희끗희끗한 흔적들 뿐

그 결과가 맘에 안들지만 생계를 생각하자면 내 상상력은 상상으로 끝내야겠다

 

그리고 새 시즌 방영날에는 가족들도 나와 같이 쓴웃음을 지었다

 

......

 

P.s. 모티프 및 영감은 여기서 얻었습니다: http://m.blog.naver.com/ygh0726/220977878061 / http://m.blog.naver.com/CommentList.nhn?blogId=car0203&logNo=220977915900&focusingCommentNo=19053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