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으스름한 저녁 노을이 서서히 질 때쯤 열린 하쿠레이 신사에서의 술자리에, 제각기 모여든 인간과 요괴들이 건배를 하며 맛있어보이는 술안주들을 먹으며 이야기들을 나눈다.

무르익어가는 분위기 속에 참가한 당신은 이제 환상향으로 건너온 사람도 우리 식구냐며 연회에 참가하는 유일한 남자 취급을 받으며 저마다 따라주는 술잔을 넙죽넙죽 받아먹으며 취기에 젖어있을때였다.

"저기, 당신."

술기운에 들려오는 소리.

옆을 돌아보니, 사귄지 얼마 안된 하쿠레이 레이무가 싱긋 웃으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많이 먹었나봐? 조금 눈이 풀려있는데?"

그렇게 많이는 먹지 않았다며 손을 내젓는 당신을, 레이무가 쿡쿡 하며 웃으며 조용히 귓가에 속삭인다.

"얘네는 이대로 두고, 둘만 빠질까?"




어디까지 가는건가. 탁주와 청주 한병씩, 그리고 약간의 술안주를 몰래 빼돌린 당신의 앞을 레이무가 안내하며 풀숲을 조금씩 가로질러 나간다.

풀들이 밟히는 사각 소리에 행여나 리글이 나타나지 않을까 조심하던 당신에게, 레이무가 웃으며 말을 건넨다.

"다 왔어. 여기서 우리끼리 마시자."

레이무가 보여준 풍경은, 수많은 반딧불이들이 날아다니며 은은한 꽃망울들이 피어있는 밤그늘의 꽃밭들이었다. 매혹적인 녹색빛깔의 광경에 눈을 뺏긴 당신의 등 뒤로, 레이무가 두 손으로 살며시 껴안으며 귓가에 속삭인다.

"신사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우연찮게 봤어. 아름답지?"

"여기서 당신이랑...둘이서 몰래 술 마시면 어떨까 해서..."

볼을 발그스레하게 물들인 그녀가 술잔을 꺼내들더니 내게 청주를 권유한다.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당신. 좋아하는 만큼 사...사랑해줘..."

마지막의 말을 흐리던 그녀가 젖은 눈으로 건배를 한다. 탁 하며 부딪히는 술잔 위로 튀는 물방울 위엔, 푸르디 푸른 만월이 두 사람을 은은하게 비출 뿐이었다.




TW 하쿠레이 연회에서 간혹 두사람끼리 몰래 빠져나와서 술마시는 기능 있으면 괜찮지 않을까 해서 살짝 적어봤음

레이무와 연모 연인관계가 된지 얼마 안됐다는 설정으로 적어봄

단편인데 말머리 연재로 옮겨야하면 옮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