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질투 나네.」


그 말도 오랜만이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런가, 오랜만인가?

늘 느끼는 감정인데, 입 밖으로 내뱉은 건 오랜만인 건가?

오늘 아침도 질투가 났고, 점심에도 질투가 났고, 자기 직전에도 질투가 났는데?


주위에 있는 그녀들의 표정을 기억해내자 속이 뭔가 올라왔다.

그래, 죽여버리자.

질투가 나니까, 죽여버리자.

노예가 아닌, 하시히메로 돌아가자.


피곤했는지 옆에서 곤히 자는 그의 얼굴을,

미소가 절로 나오는 그의 자는 옆모습을, 

마지막이 될 그를 바라보며

그의 위에 올라타 목을 졸랐다.


이제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가겠지.

모든 노예가 자신을 질투하겠지.

그의 인생을 끝낸 자신은…


그런 그녀들의 표정을 생각하자,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혐오스러운 듯이 보는 표정,

자신을 죽이려는 듯한 표정,

믿을 수 없다는 표정,

슬퍼하는 표정…


「…어라?」


뭔가 뜨거운 것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점점 가슴이 아리기 시작하였다.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왜…?」


이제까지 자신의 생에서 최악의 남자일 뿐이다.

약하디약한 인간이 사라지는 것일 뿐이다.

그의 목을 부러트리려고 했으나,

자신의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가슴에서 느껴지는 어떠한 감정이,

필사적으로 자신을 막고 있었다.


그제야 알아차렸다.


자신은 이미 망가져 버렸다.


이제까지 질투를 양식으로 삼아온 요괴는,

질투가 아닌 다른 감정을 알아버린 자신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 하시히메는,

한 남자를 죽일 수도 없을 정도로 망가져 버렸다…






내가 눈을 떴을 때는, 파르시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사라졌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집 안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나가는 것을 본 노예도 없었다.

심지어는 나즈린의 다우징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알고 있습니다. 저도 찾는 걸 도와드렸으니까요.」


죽은 건 아니다, 절대 죽었을 리 없다.

요괴나 요정 노예를 다루다가 죽인 적도 있다.

이매망랑이더라도 핏방울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지지 않는다.


「타살인 경우는 그 말이 맞겠지만… 뭐, 타살을 시키면 시켰지 당할 요괴도 아니죠.」


아무도 그녀의 행방을 눈치챈듯한 존재는 없었다.

단 한 요괴만 제외하면…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요괴, 코메이지 사토리.


「… 뭔가 억울한 누명을 쓴 것 같은데, 타살이 아니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감정이 너무 소용돌이치고 있어 모든 것에 답할 수는 없지만, 한가지는 알려드리죠.」

「이건 타살도 아니고, 그녀의 선택입니다. 누구에게 화풀이하실 생각 마시고, 받아들이세요.」


감정을 느끼기도 전에 손이 먼저 나갔다.

모든 감정이 실린 한 대의 따귀에 사토리는 방구석에 나뒹굴었다.


「왜 그러시죠? 당신에게는 모두 노예가 아니었나요?」

「설마 요괴보다 인간성이 없는 당신이, 사랑이라도 느낀 건가요?」

「남녀노소 안 가리고 조교해서 창관에 처박거나, 팔아넘긴 당신이?」


듣기 싫었다. 아니, 듣고 싶은 건 이게 아니다.

파르시는 죽지 않았다.

그러니, 저런 헛소리가 아닌, 파르시의 위치를 알고 싶었다.


「쿨럭… 재미있으시군요. 드릴 정보는 다 드렸습니다.」

「절… 죽이신다고 하더라도… 말씀드릴 건… 더 없습니다…」


알고 있다. 분명히 뭔가 알고 있다.

모르는 척 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까,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 제발…


「일은… 이미… 생겼죠… 아니… 끝났다고… 해야 하나…」

「요괴에게… 불필요한… 감정은… 독…」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하하… 알려줘도…」

「냉철하던… 당신이… 이렇게… 될 정도로… 그녀가… 소중한 건가요…?」

「하… 하하… 이거 재밌네요… 마치 제가… 하시히메가 된… 것 같네요…」


하시히메라는 말에 주먹이 멈췄다.

멱살을 들어 올렸지만, 피투성이의 사토리는 이미 기절한 상태였다.

물을 뿌려도 일어나지 않자, 그냥 그곳에 버려두고 

파르시와 같이 있던 방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릴리 화이트가 도망쳤다.

따스한 바람에 꽃향기가 풍겨왔다.

노예들이 야밤을 틈타 도망쳤다.

사토리는 내 옆에 앉아 마음을 읽고 말을 걸었다.



유카가 달려 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봤다.

매미 소리와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점점 많은 노예가 도망쳤다.

사토리는 계속 옆에서 무의미한 답변을 했다.



아키 자매가 문밖을 나섰다.

주위의 숲이 불탄 듯이 붉고 노랗게 변하기 시작했다.

노예가 거의 남지 않았다.

사토리의 혼잣말 아닌 혼잣말도 점점 단답형으로 변해갔다.



마지막으로, 레티가 고개를 숙이고 문밖을 나섰다.

처음 내린 눈에는 마지막 남은 노예의 발자국이 가장 먼저 찍혔다.

이제 집 안에는 기다리는 사람만이 남아있었다.

사토리도 옆에서 아무 말 없이 앉아있었다…






이런 풍경이 몇 번이나 흘렀을까?

해와 달이 셀 수 없이 뜨고 졌지만, 그 자리에는 두 명이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의 가슴 속에 아직도 희망이 있는지, 아니면 모두 닳아버렸는지는 사토리만 알고 있겠지만

사토리도 그처럼 조용히, 문 바깥만을 바라보며 앉아있었다.


그때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에 그가 미약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그나마 잘 대해준 노예 중 한 명일 것이다.

처음처럼 달려 나갔다가 절망하지 않았다.

그 이후처럼 기대하며 바라보지도 않았다.

그저 지금처럼, 조용히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쭈뼛거리며 대문 안으로 들어온 소녀는 탁한 금발에 푸른 눈, 뾰족한 귀를 가진 소녀였다.


「음… 안녕하세요… 라고 해야 하나?」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던 그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달려가서 껴안았다.

얼떨떨하게 있던 소녀는 그의 품에서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야, 진짜로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질투 나네.」


그런 그녀의 말에 그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가 흘리는 눈물을 느낀 그녀가 이어서 말했다.


「마지막으로 보려고 온 거야. 이제 난 아무것도 아니니까.」


그 말에 그는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그녀의 푸른 눈에는, 예전과 다르게 슬픔이 확실히 깃들어 있었다.


「이 눈 보이지? 난 더는 하시히메가 아니야.」

「예전처럼 금발도 아닌 탁한 노란색 머릿결도 덤이고.」

「그냥 뾰족한 귀를 가진, 이상한 머릿결의 여자아이일 뿐이야.」

「그러니까-」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껴안았다.

아주 예전처럼, 반지를 준 날 그녀를 포옹해준 것처럼,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끌어안았다.


「뭐야, 이러지 마. 이제 난 별로 값도 안 나간다니까?」

「창관에서 일해도 얼마 못 벌걸?」

「재회의 포옹은 그만하는 게 좋지 않아?」


그는 그녀를 포옹하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가 질투할 때마다, 그녀와 사랑을 나눈 후에, 

그녀를 보면 언제든지 하던 애정표현을 다시 한번 그녀에게…


「그만… 왜…?」

「나…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마지막으로 얼굴만 보려고 한 건데…」


이렇게 말하던 그녀가 위를 올려다보자 그와 눈이 마주쳤다.

아무런 말 없이 그윽이 바라보는 그의 감정을 읽자

그녀의 푸른 눈동자에 물기가 어렸다.


「이러지 마… 이러면 가기 싫어지잖아…」

「이제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질투심 많은 인간일 뿐이야…」

「그저 마지막으로 널 보고, 떠나려는 건데 왜…」


파르시의 울먹임에 그는 조용히 입맞춤했다.

오래전, 서로만을 바라보던 그 날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