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비어슬리
https://arca.live/b/textgame/30099551

계획한 일이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고 결과마저 완벽하다면 그만큼 기쁠때가 또 없지. 노래라도 한곡 부르고 싶은 기분일거야.

내가 딱 그런 기분이였어.
레이센을 쉽게 찾은것부터 운이 따른다고 생각했는데, 하필이면 케이네가 차를 마시고 있었다니. 과정은 완벽했다고 자신있게 말할수 있어.

그럼 결과는 어땠냐고?
음, 이뇨제의 작용이 한발 느렸다는것만 빼면 완벽했어. 물론 떠드는거에 너무 열중해서 약에 대해 까먹은 내 잘못도 꽤 크지. 그걸 까먹지 않았더라면 페이스를 적절히 조절했을테니까.

하지만 괜찮아. 아무 문제 없어.
차에 들어간건 이뇨제만이 아니였으니까.

홍조를 띄우고, 쭈뼛쭈뼛 허벅지를 부비며 습기찬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모습은 걸핏 보면 화장실이 급해 보이는듯 했지만 약을 탄 나는 자세히 알고 있지.
두번째 약은 미약이였어.


잠깐, 잠깐만 들어봐. 정신 못차렸다고 뭐라고 해도 이해할수 있어. 인정할게. 큰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했었으니까.

변명을 좀 해보자면, 남자는 잘 될거같은 일이나 큰 재미를 보장할것같은 일은 꼭 해야해. 왜냐고? 나도 몰라. 그냥 안그러고는 못배기거든. 그게 자연의 섭리인가보지. 수컷의 본능이라고.

모든 남자가 그러는건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은 분명 그럴거야. 나도 그 대부분에 포함되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니까.


어쨌든, 살짝 틀어지긴 했지만 아직 정상적인 노선을 따르고 있으니 계속 전진해야지.
케이네가 어색한 걸음걸이로 교실 밖으로 나간 뒤, 잠시 머리를 굴린 나는 휠체어를 조금 돌리며 입을 열었어.






얘들아?
슬슬 수업 시작하자.

... 그래, 원래 시간보다 더 일찍 시작했다는건 알지. 근데 저번시간들 전부 일찍 끝내줬었잖아? 그리고 이번에도 일찍 끝날거 같거든. 나한테 조금만 양보해줘?


아까 말했듯이, 배설은 꽤나 큰 카테고리야. 소변뿐만 아니라 이번에 수업할것도 포함되지.

근데 이게 관점에 따라 배설계도 될 수 있고 피부계도 될 수 있거든. 나는 둘 다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아직 피부계 이야기는 안했었잖아? 그러니 이번엔 배설계가 맞다는 관점으로 살펴볼거야. 나중에 피부계 할때도 보충하고.


시작하기 전에 아주 간단한 질문을 하고싶은데, 너희들도 땀 흘리니?

... 흘려?
그래, '설마 요정은 땀을 안흘리는거 아닐까?' 해서 물어봤어. 이번에 얘기할게 땀 이거든.


땀 하면 생각나는게 그닥 긍정적인건 아니지? 찝찝하고, 냄새나고, 비위생적이라는 이미지가 있으니까.

그리고 그 생각 대부분은 맞아. 땀은 일부 노폐물을 포함하고 있어서 약간의 냄새가 나거든. 다만  땀을 뭐하다 흘렸는지, 얼마나 흘렸는지, 뭘 먹었는지에 따라 냄새의 느낌이나 정도가 변할수 있어.


오랫동안 안씻으면 땀냄새가 점점 심해지는데, 땀의 수분은 증발해서 날아가지만 노폐물은 그대로 남아서 계속 쌓이거든. 조금 구체적으로 얘기해보자면 땀에 든 노폐물이 피부에 달라붙어있는 미생물에게 분해되고 남은 찌꺼기에서 냄새가 발생하는거야. 다시 말하자면, 썩는거지. 이건 피부뿐만 아니라 옷이나 이불같은것도 마찬가지라 잘 씻고 빨래 잘 하는게 좋아. 냄새나는게 별로 좋은건 아니니까.

그럼 땀이 가진 노폐물이란 뭘까?
정답은 오줌과 거의 비슷해. 소변처럼 고농축된 노폐물이 아니닐 뿐 성분이 거의 같지. 오래 입은 옷이 땀을 잔뜩 머금으면서 오줌같은 누런 색으로 변하기도 하잖아? 그럼 소변을 뒤집어쓴거나 비슷한거지.

한번쯤은 땀이 입으로 들어가본적이 있을터라 알고 있겠지만 땀은 약한 짠맛이 나. 염분도 포함하고 있거든.


또 사는 환경에 따라 땀의 냄새가 달라지기도해. 아까 말했듯이 뭘 먹느냐에 따라 땀의 냄새가 변하기도 하는데, 국가별 식습관에 따라 몸에 쌓이는 노폐물이  달라지고 그로 인해 땀냄새가 변하는거지.

서양 사람들은 고기를 주식으로 삼는데, 덕분에 지방이 몸에 차곡차곡 쌓여. 그래서 땀에 지방산이 더욱 많이 포함되서 땀냄새가 심한거야. 비슷한 이유로 향신료를 팍팍 쓰는 나라들도 정말 심한 땀냄새를 풍기지. 이런 경우들은 내가 직접 겪어봐서 잘 알아. 떠올리기도 싫네.

반면에 채식 위주의 식습관을 가진 나라에선 비교적 땀냄새가 덜한 편이야. 사실 채식은 땀을 포함한 대부분의 채취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지.


또 땀이 왜 나왔느냐에 따라 다르기도 한데, 이건 땀의 기능을 먼저 설명해야ㅡ




그리고 그때, 교실의 문이 열리며 케이네가 나타났다.   아주 조금은 가벼워진 표정으로.

마치 답안지를 손에 쥔 기분이였다. 문제와 답을 모두 꿰고 있고, 필요하다면 해설까지 가능할거같았으니까.

케이네는 여전히 홍조가 뜬 얼굴을 푹 숙인채 얕은 한숨을 반복적으로 내쉬며 사무실에 들어가려 했고, 그것은 나에게 있어서 그닥 달가운 행동은 아니였다. 또한 그녀가 필요했기에 케이네를 불러세워서야만 했다.

그러자 1초정도 내 말을 무시하는걸 고려한듯한 케이네는 떠밀리듯 뒤를 돌아보았다. 나는 그런 케이네에게 가까이 와보라는 손짓을 했고, 다시금 무시를 고려한듯 했지만 결국 발걸음을 돌려 가까이 다가왔다.

좋아.




피곤한거 같은데 신경써줘서 고마워. 금방 끝낼테니까. 알겠지?

... 어쨌든 땀은 굉장히,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가지고 있어. 노폐물 처리는 당연하고, 땀을 흘리지 않는다면 인간은 절대 살아남을수 없지.

인간은 정온동물이야. 그게 무슨뜻이냐면 어떻게든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지.

주변에 따라 온도가 변하는 변온동물이란것도 있지만, 그건 다음기회에.


아무튼, 인간은 체온은 보통 36도를 유지해야해. 단 2도만 더 올라서 38도까지만 올라가도 건강에 지장이 생겨. 사실 건강에 지장이 생겨서 그정도로 올라간게 맞는거지만.
40도까지 가면 몸 안의 효소들과 세포들이 버티질 못해서 사멸하기 시작하니 해열제 뿐만 아니라 얼음목욕같이 물리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체온을 낮춰야해.
42도까지 올라가면 그냥 죽었다고 봐야하지. 기적적으로 살아남는다 해도 고열에 의해 신경과 혈관, 뇌가 손상을 입어 장애를 가진채 살아야 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거든.

요점이 뭐냐면, 정온동물인 인간은 온도가 유지되지 않고 쭉쭉 올라가면 굉장히 곤란하다는거지. 하지만 인간은 체온이 계속 올라갈수밖에 없어. 필연적으로.

홍마관에서 그 이유중 하나를 얘기했었는데, 기억 나는사람?


... 그렇지! 면역작용에 의한 발열! 정답이야. 다들 잘 듣고 기억했구나.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다른 이유인데, 인간은 살아가기 위해 에너지를 만들어야하거든. 대표적으로는 포도당의 분해가 있지.

이때문에 체온 문제가 생기지. 열역학법칙에 의해 에너지를 만드는 일은 필연적으로 열이 생기거든.
아무래도 설명이 필요하겠네.



간단하게 말해서, 열은 기관에 들어가서 에너지를 만든 후 그만큼 빠져나와. 70%의 에너지를 발산하면 30%는 열로써 도로 빠져나오지.

우리 몸도 똑같아. 밥을 먹고, 그로 인해 얻은 영양소 일부는 에너지원으로 쓰이겠지? 이때 주로 쓰이는게 포도당이야. 뇌, 신경, 폐 같이 우리 몸에 없어선 안될 주요 기관의 구동에 필수적이거든.

포도당이 너무 적으면 혈당량이 적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경련이 나타날수도 있어. 심해지면 저혈당 쇼크라고 부르는 증상으로 인해 사망할수도 있지.

하지만 혈당량이 과하게 높으면 당뇨병이 발병할수도 있어서 골디락스를 유지해야 하는데, 그걸 위해ㅡ
음, 이건 나중에 내분비계 할때 천천히 하자.


아까 하던곳으로 돌아와서, 에너지를 우리 몸이 포도당을 가지고 낼 수 있는 열 효율, 그러니까 만들어지는 에너지는 대략 40%야.

그럼 나머지 60%는 열역학법칙에 의해 그대로 열로써 나타나겠지? 그게 체온이야.
환상향엔 몇명 있는것 같긴 한데... 일반적인 경우라면 밥 안먹고 사는 사람 없잖아? 그러니까 생명유지를 위해선 체온의 발생이 꼭 따라온다는거지.

근데 그 체온이 너무 높아지면 골로 가버리니 정온동물들은 몸에서 땀을 내도록 진화했어.


액체는 상전이를 통해 기체로 증발할때 주위의 열을 빼앗아가. 이걸 기화열 이라고 하는데, 땀 또한 같은 원리로 증발하면서 일정 온도를 낮추면서 온도를 유지시키는거야. 그런것 때문에 인간은 하루 700ml의 땀을 흘리는데, 이건 하루에 누는 오줌 1.6L에 근접한 수치지.

지금 케이네 몸에서 땀이 뻘뻘 나고 있잖아? 그것은 즉 "어떠한 이유" 때문에 체온이 올라서 열을 식히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는거지.


조금 다른곳으로 새어가 볼까?
가끔 보면 땀 내서 다이어트 한다는 사람 있지? 그거 하나도 효과 없어. 운동해서 난 땀이랑 더워서 난 땀은 조금 성격이 다르거든.

운동을 하면 몰아치는 호흡과 급격히 늘어난 심박으로 인해 더 많은 지방과 탄수화물을 태워 에너지를 끌어올리는데, 아까 말했듯 그러면 체온이 올라가. 이때 흘리는 땀은 쓰고 남은 지방과 탄수화물이 함유되어 있어서 살이 빠지는거지.

하지만 더워서 난 땀은 단순히 냉각을 위해 나는땀일 뿐 체중감소엔 효과가 없어. 오히려 수분을 빼앗고 심박수가 느려져 운동능력이 떨어질 뿐이지.

간단히 말해서 살이 빠질만한 일을 할때 땀이 나는거지 땀이 나서 살이 빠지는건 아니라는거야.



이제 끝내도 되긴 한데 하나만 더 하자.

땀은 땀샘 이라고 부르는 곳에서 분비되. 침 나오는곳이 침샘이잖아? 비슷한거지.

우리 몸에는 총 두종류의 땀샘이 있어. 에크린샘과 아포크린샘. 정상적인 경우, 더 많이 가지고 있는건 에크린샘이야. 몸 일부를 예외를 빼면 몸 전체에 깔려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이지.

아포크린샘은 그 일부 예외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어. 거기가 어디냐면...

... 잠깐 만질게. 미안, 금방 끝나.




케이네에게 조금 다가간 나는 빠르게 그녀의 표정을 훑어보았다. 불안, 당혹같은 감정이 눈에 띄게 늘어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시선엔 그것들과는 다른 어떠한것을 찾는듯한 기색이 비치는듯 했다.

물론 그냥 설명해도 문제는 없었다. 다만 이야기에 과하게 몰입한 나는 손을 들어올려 여교사의 몸을 더듬었고, 그녀의 신음을 뒤로한채 "수업"을 시작했다.




아포크린샘이 분비되는곳은 총 세 곳 이야.
먼저 겨드랑이. 이곳에 하나가 있어. 그리고 유방에 하나가 또 있는데, 특히 유두와 유륜 주변에 많이 깔려있지. 마지막은 여기, 고간이야.

아포크린샘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가지고 있어. 신체에 지방을 더 많이 저장한다는게 그 이유인데, 아포크린샘의 역할중 하나가 지방산의 배출이거든.

그 지방산 덕에 아포크린샘이 분비되는 곳에선 꽤... 심한 냄새가 나지. 아까 서양사람들이 고기를 주식으로 해서 냄새가 더 심하다고 했지? 그 이유가 동양사람들어 비해 지방이 더 많으니 아포크린샘에서 더 많은 지방산을 배출하기 때문이야.
고기는 기본적으로 단백질이지만 우리 몸은 흡수한 단백질 일부를 지방으로 저장하거든.

그 냄새를 흔히 암내 라고 불러. 한번쯤 들어본적 있지?



그리고, 배설계 이야기는 아닌데 모유가 분비되는 젖샘은 땀샘이 변한거거든. 인간은 두개의 젖샘을 가지고 있는데, 여기 양쪽 유두에 위치해 있지.

다른 동물들은 젖샘을 더 많이 가진 경우가 있는데, 돼지의 경우 젖샘이 20개나ㅡ




그때쯤, 나는 무의식에서 빠져나와야 했어. 처음에야 의도했지만 이야기에 몰입하다보니 거의 무의식의 영역으로 넘어가 있었던 나는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다시금 의식했지. 힉 하는 높은 신음으로 인해서.

나는 케이네의 유두에서 손을 때고 그녀를 올려다 보았어. 아랫입술을 깨물고 치맛자락을 부여잡은 케이네가 보였지.

내가 하던게 미약으로 달아오른 사람을 애무하던것과 별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을때쯤,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아래로 향했어.

마룻바닥을 튀는 물소리는 내 시선을 끌기 충분했고, 곧 영원정 특제 이뇨제의 효과를 직접 확인할수 있었지. 별로 좋은 경험은 아니였어.
 
한번 쏟아진 물줄기는 멈출줄 몰랐고, 오히려 박차를 가하며 더욱 쏟아졌지. 긴장이 풀린듯 무릎을 꿇은 케이네의 눈가에 눈물이 흐르기 시작하자 내가 할수 있는 행동은 요정들에게 잠시 나가있으라고 소리치는것이 고작이였어.


상황이 닥쳐오니 여러가지 생각이 밀려왔지. 그중 가장 큰건 당연히 나를 향한 욕설이였어. 이번에도 객기를 주체하지 못한 나에 대한 욕설.


무례한, 무지한 백치같은놈. 케이네는 순수한 호의를 보이며 다가왔는데 이딴짓을 하다니.


하지만 나는 그때와 전혀 나아지지 않았었지.
사죄를 해야할 상황이 분명했지만 머릿속에 새로이 떠오른 불안 때문에 그러지 못했어.

만약 솔직하게 말한다면 불어닥칠 후폭풍. 그거 때문에.
그래서, 난 사죄 대신 괜찮냐는 말을 건낼 뿐 이였어.

... 그 뒤로는 어떻게 됐는지 잘 몰라. 내가 추측할수 있는건 단단한 무언가가 엄청난 속도로 내 머리에 충돌했다는거지.

이명이 들릴정도의 충격 이후 내 시야가 천장으로 향했으니 휠체어 채로 뒤로 넘어갔다는것 정도는 유추할수 있겠네.



짧은 혼란이 채 지나가기도 전에, 점점 검게 물드는 시야를 끝으로 내 의식도 사라져갔어.
끝까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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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네오
일주일 만이지오?

너무 늦어서 뭐라고 하셔도 제가 할 말은 없어오... 죄송함미다..

감기기운에 피로 누적이 겹쳐서 실신했었는데 지금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여러모로 문제가 됐었던것이에오

의느님이 뭐 하지 말고 푹 쉬라고 해서 글 쓰는것도 잠시 내려놓아야 했어오

죄송합니다.



어쨌든, 배설계 편이 이걸로 끝이 났어오
너무 오래 쉬다 쓴 만큼 평소 글이랑 이질감이 들지도 모르겠네오

다음편도 아마 우리 몸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룰것 같아오
기관 12계는 아니겠지만



이야기꾼 시리즈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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