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문제를 내보겠다.


저 놓은 하늘 위에서 사람 한 명이 떨어졌다. 그 사람은 그대로 땅에 떨어져 죽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사람은 우연히 땅에 난 구멍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구멍은 땅 속의 어느 던전으로 이어져 있었고…


던전에 떨어진 그 사람은 우연히 던전 구석에 있는 지하 호수에 떨어졌다.


물에 떨어진 충격 때문인지 기절해버린 그 사람은 이대로 물에 빠져 죽을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응? 저게 뭐시당가?"


하지만, 우연히 던전을 탐험하던 어느 소녀가 호수에 빠진 그 사람을 본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참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그래, 그게 바로 너다 그 말이여"

"기가 막히네. 그 높은 곳에서 떨어졌는데도 옷만 살짝 까지고 생채기 하나 없다는 게. 어디 아픈 곳도 없는 거여?"


무녀 복장을 한 하늘색 머리의 소녀는 당신이 멀쩡한 것에 대해 신기해 하고 있었다. 팔을 툭툭 쳐보기도 하고, 당신의 얼굴에 상처가 난 건 없는지 쳐다보기도 했다. 소녀가 얼굴이 가까이 하자 당신은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돌렸다.


"아이쿠, 내가 실례했네. 방금 정신을 차려서 어질어질 할 것 같은데. 나가 너 구한다고 호수에서 질질 끌고 와서 얼굴이 엉망이네.  물가 가서 얼굴 좀 씻고 얼굴에 다친 건 없는지 살펴 보셔"


당신은 소녀의 말을 듣고 호숫가에서 얼굴을 씻었다.



천만다행으로 당신의 얼굴에 이상한 건 없었다. 혹시나 해서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자, 엘에게 받았던 무지개색 조개도 온전히 있었다.


당신은 다시 호수에 비쳐진 당신의 얼굴을 봤다.


'원래 내가 이렇게 생겼었나?'


당신은 위화감이 들었지만, 그건 잠시 뿐이었다. 당신은 기분 탓이었다고 생각하고 소녀에게 돌아갔다.


"호오, 당신 꽤 귀염상이구만? 혹시 여자친구는 있는가… 어흠흠. 이럴 때가 아니지. 내가 미안혀, 나이가 나이인지라 조급함이…"

"그런데, 뭐 때문에 저 높이서 떨어진 건지 이야기해줄 수 있는가?"


-이야기 한다 


*

*

*



사투리를 쓰는 소녀의 물음에 당신이 자신이 어째서 여기에 왔는지 설명해 주었다.


"그러니까, 눈 떠보니까 하늘에서 여기로 떨어지고 있었다 긴가?"


당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은 자신이 다른 세계에서 왔다는 것만 이야기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당신은  엘과 나카다군에 대한 이야기는 비밀로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이쿠. 그러고 보니 내 소개가 늦었구마. 내는 코판돈. 코판돈 도트. 코파 제국의 총수라고 하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녀는 자유도시의 유명한 대부호이며, 코파 제국의 총수라고 했다.

그녀 말로는 그녀의 재산은 1조억 G 가 넘어간다나.


 

"음… 처음 들어본다, 하는 얼굴이네. 뭐, 여기하고 다른 세계 사람이라 했응께 모를 수도 있제!"

"근데, 앞으로 뭐할 건지 계획은 있나? 보아하니 옷 한 벌만 있고 가진 건 없는 것 같은데. 아까 주머니 안에서 만지작 거리던 거 빼고 말이제"

"괘안타. 내가 그런 거 빼앗을 정도로 박복한 사람은 아니다. 보아하니 뭔가 계획 같은 건 없는 것 같은데, 괜찮다면 내가 사는 도시에 같이 가지 않겠나? 일자리는 줄 테니까 "


그녀의 말을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당신은 그녀를 따라가기로 했다.


당신은 이쪽으로 따라오라면서 재촉하는 코판돈을 따라갔다.


코판돈은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 많은 몬스터들과 마주쳤으니, "내가 리드할 테니 바짝 따라오셔!"라고 당신에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당신은 앞의 방에서 무엇과 마주치게 될까 생각하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

*

*


상자가 있었다.


열어보니 100만 G가 있었다.


"오! 여기 들어오고 나서 처음 보는 상자구만! 게다가 돈 되게 많아! 오늘이 날인갑네!"


-이런 일보다 싸우는 일이 많은가 봐?


"말도 말래이. 여기 지하 동굴에 벌이가 좋다 해서 왔는데, 영 시원치 않아서 보물 상자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어라. 니 만날 때 까지 한 20 개 되는 방을 돌았는데 전부 쪽박이었구만. 상자는 무슨 함정이나 몬스터만 지천이었으니"


*

*

*


당신은 빈 방을 돌아다니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뻔 했다. 당신은 뒤를 돌아봐 돌부리를 쳐다봤다.


"…"

돌부리가 아니라 나가타군보다 커다란 도자기 거인이 누워있었다. 아마도 자고 있었던 모양이다.


몸을 일으킨 도자기 거인은 당신의 키의 몇 배는 되어 보였다. 도자기 거인을 올려다 본 당신은 침을 꿀꺽 하고 삼켰다.


- 못 봐서 죄송합니다!


도자기 거인이 당신을 내려다보자, 당신은 고개를 숙이며 못 봐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


도자기 거인은 당신의 사과를 받아준 것 같았다.


도자기 거인은 당신 앞에 웬 반짝이는 커다란 돌을 떨어트린 다음, 한 손을 인사하는 것처럼 흔들고 떠나갔다.


당신은 보석을 살펴봤다. 사람 주먹의 두 배만 한 노란색 보석이었다.


"이보쇼! 혼자서 돌아다니면 안 돼어라! 냉큼 따라오쇼!"


당신은 그 보석이 땅에 떨어지면서 생긴 부스러기를 한 줌 모은 다음 코판돈에게 이 보석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이 보석은 뭐야? 


"이건 말이다, 히라라 광석이라 카는 거다. 엄청시리 비싼 건데, 이 정도 찌끄래기라도 꽤 비싸게 칠 기다!"


-그럼 이것만 챙겨가면 되겠네. 저건 무거워 보여서. 


"저거? 아, 저 정도면 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이런 씨-[검열] 저게 뭐시여?"


당신은 방금 얻은 큼직한 히라라 광석을 코판돈에게 보여줬고, 어쩌다 저걸 얻었는지도 이야기해줬다.


"도자기? 하니였나 보구만. 마법은 안 통하지만 때리면 와장창 깨지는 애들이니 신경쓰지 말어"


-커다란 하니였어.



"하니는 다 천차만별이니까 그려. 뭐, 이제 만날 일 없을 것 같으니 상관 없나?"

"…저거, 니 안 가질 거가?"


-무거워 보이니까.

-너 가질래?














-너 가질래? ←

 

"당근 빠따 줄빠따! 고맙데이! 내가 가져가서 잘 쓸게!"


코판돈은 마리아가 좋아하겠다면서 콧노래를 부르며 히라라 광석을 챙겼다. 마리아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히라라 광석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당신은 그녀가 저 큰 한 걸 어떻게 들고 다니려는 걸까 싶었지만, 코판돈은 가볍게 그걸 들고 앞장섰다.


그러고 보니 한 줌의 양이라도 엄청 비싸다고 했지. 과연, 돈의 힘인가.


*

*

*


다음 방은 몬스터가 나타나지 않을까, 하고 코판돈과 당신은 그렇게 생각했다.


- …


돈이 잔뜩 들어있는 상자가 나왔다. 또 200만 G가 있었다.



"오늘, 뭔 날이가…들어왔을 때는 계속 파이였었는데, 소득이 없었는데…"

"이러다가 딱! 하고 뭔가 일이 터지는 패턴 아닌가?"


당신은 돈이 생겨서 나눠 가질 생각에 기분이 좋았지만, 당신과는 달리 코판돈은 불안해 보였다.


*

*

*


다음 방에는 경험치 빵이 있었다. 당신은 경험치 빵을 먹자 뭔가 강해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또 상자가 있었다. 이번에는 300만 G였다.


"뭐꼬 이거! 왜 벌이가 잘 되는데! 갑자기 이리 퍼다 주니까 억수로 불안하잖여!"


당신은 자꾸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불안해 하는 코판돈에게 왜 그러냐며 물어봤다.


"이 앞이 마지막 방이제? 지금까지 운이 좋았제? 그럼 마지막에 펑 하고 터질 지도 모른단 말이여!"

"막 올라갔다가, 마지막에 팍! 하고 떨어지는 것처럼 말여! 제스에 쿠데타인가 뭔가가 났을 때 나가 얼마나 심장을 졸였는지 몰러!"

"그래! 그 때 산 주식처럼! 그 때 산 주식처럼 요동을 치거나 팍 하고 내려 꽂히게 될지도 몰러! 당신도 각오 단단히 하더라고!"


- 조심하는 게 좋겠네


"각오 단단히 혀! 마지막 방은 분명히 우릴 죽이려는 뭔가가 올지도 모르니께!"


- 저기, 내가 챙길 돈도 남겨주면 안 될까?


"이따 몰아서 나눠 줄 테니께 걱정 말어!"


그녀가 당신에게 말하는 얼굴은 진지했지만, 손은 눈보다도 빠르게 상자에서 나온 돈을 쓸어 담고 있었다.


*

*

*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방이었다.


"던전에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와주십시오!"


출구 쪽에서 분홍색 하니가 '안녕히 가세요' 라는 팻말을 들고 있었다.


 

"뭐땀시!"


코판돈은 예상 밖의 결과에 OTL자세를 하며 소리를 질렀지만, 당신은 싸울 일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끄응, 그래도 벌이가 좋았으니 상관 없나?"

"당신이랑 만나니까 좋은 일이 생겼으니, 기념으로 좋은 거 하게 해 주께!"

"내가 보다시피 점을 좀 알아 가꼬, 너 점 칠 줄 아나?"


그녀는 당신에게 막대기들이 잔뜩 들어있는 통을 보여줬다. 과연, 산통과 비슷한 걸까.


"간다, 제비점! 오미쿠지!"


당신은 점통을 세차게 흔들었다.


철그렁

철그렁

철그렁



번쩍!


*

*

*


"헤이, 마이 소울 프렌드!"


불렀어, 나가타군?


"우리 심한 짓 한 거 아닐까? 걔한테 준 거라고는 조개 하나 뿐이잖아. 그거 하나 가지고 어떻게 험한 세상을 살겠어?"

"게다가 그 조개는 그냥 강에서 주운 조개였잖아!"

"어쩌면, 벌써 땅에 떨어져 죽었을 지도 몰라!"


괜찮아. 내가 슈퍼 파워를 줬거든!


"응? 뭘 줬는데?"


…운?


"응? 운? 행운? LUCK?"

"에이, 이세계 전생물을 그렇게 많이 봤으면서, 특전이 겨우 그거야?"


왜? 좋은 거 아니야?


"마이 소울 프렌드여, 모험에 운도 중요하긴 하지만, 이세계 용사라면 전설의 무기 같은 특전이 있어야 하는 거야"

"난 그런 게 마음에 들거든! 에스쿠스 소드나 우룬셀의 칼날 같은 거!"

"아니면 마왕으로 만들어 준다거나?"


그런가. 그러고 보니까 나가타 군은 나보다 그런 소설 많이 봤었지.

그럼 나가타 군이 이세계물 주인공이라면 뭐가 있었으면 좋겠어?


"여자친구!"


여자친구?


"그래! 보면 그런 거 있잖아. 이세계에서 사귀는 내 여자친구는 사실 마계의 공주님이었습니다~ 하는 그런 거"

"그런 거에 비하면 행운 같은 건 너무 소박하다고. 행운 있으면 뭐해? 연애운도 뭐야지"


그렇구나.


*

*

*


당신은 오미쿠지를 봤다.


대길이다.


"…"


코판돈을 당신을 쳐다보면서 뭔가 곰곰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당신, 앞으로 계획 없댔제?"


코판돈이 당신을 보며 말하자 당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아주 재밌는 생각이 난 장난꾸러기 같은 얼굴을 하고 당신을 쳐다봤다.


"니 내하고 일 하나 같이 하자"




당신은 백수 신세는 면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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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 내놓으라고 해서 손이 가는 대로 썼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후속편 안 씀. 아무튼 안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