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 열등감』이란 내가 만들어낸 자신만의 용어로, 소설 만화 같은 미디어믹스를 보면서 느끼는 유사 열등감이라는 거야.


주인공, 혹은 주역이나 조역에 가까운 특정 캐릭에 과도 몰입하여, 그 캐릭이 타 등장인물보다 화려한 연출에 뒤지거나, 비중이나 활약에 뒤지거나, 기본 능력치가 상대적으로 빈약하거나, 애초부터 열등하고 약한 입장일 때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인 나의 가슴에...심장에 뼈가 사무치는 열등감이 아려옴.

이게 너무 ㅈ같고 비굴해서 미칠 것 같음. 지금 당장이라도 해당 작품의 포지션과 등장인물 파워서열 관계를 설정한 제작사를 찾아가 책상을 뒤집어 엎고 큰소리치고 싶을 정도로!


왜 이 캐릭은 이렇게 딴 녀석보다 약하지? 활약상으로 뒤지는 거지? 비중상 잉여로밖에 존재하지 않는 거지? 이 캐릭이 도대체 열등한 포지션으로 계속 방치되어야 하는 타당한 이유가 도대체 뭔데!?

이런 의문과 '불만'을 미디어믹스를 쭉 감상한 관객으로서 십 수년 이상이나 가지고 있었다. 항상 의문이었음. 왜 이렇게 항상 ㅈ같은 거냐고......작품 제작자는 관객 중 하나인 내가 ㅈ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게 목적인가?.....하고 말이아...






그런데, 어느 순간 여신전생......메가텐이라는 걸 알게 됐어.

거기선 단지 컴퓨터 기능에 능할 뿐인 「평범한 일반인 소년」이 나왔어. 그리곤 악마와 관련한 일에 연루되고, 세계가 멸망하면서 인생이 꼬이기 시작하지.

그는 처음엔 레벨1에 스텟이 전부 1인 일반인에 지나지 않았어. 처음에는 쪼렙 요정 픽시에게도 쉽게 살해당할 수 있는 물몸에다 무기 없인 펀치와 킥이 악마의 입장에선 솜방망이보다 약한 파리목숨에 지나지 않았음.


그런데, 그는 싸워가면서 힘을 얻어 마침내 고위의 신들과 악마들까지 때려잡았어!

이는 나의 마음을 감동시켰어, 고양시켜줬어.

앞서 말한 내 기분에 보답해줬어. 


『상대적으로 열등한 포지션에 있는 파리목숨도 하면 된다는 것』을!

인간이라면 일상계 아이돌이든 어디서 굴러다니는 중고딩이든 누구든지 만렙이 돼서 신을 때려잡을 수 있다는 것을!

이런 요소에 깊은 감동을 받았기에 난 계속 에라메가텐을 만지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 저 대리 열등감을 바보 취급하는 컨셉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서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