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비어슬리
https://arca.live/b/textgame/42365699

환상들이. 내 인생의 장르 자체를 완전히 바꿔놓은 대 사건이지.

가끔씩 그게 벌써 2년 전 사건이라는 사실이나 막 환상들이 되었을 때의 내 모습을 떠올려 보면 새삼 감회롭단 말이야? 루미아의 야식이 될 뻔했다 레이무에게 구해지고, 신사에 며칠 묵어가려 했더니 청소 잘한다는 이유로 눌러앉게 되었지.

지금은 이세계 생활에 완전히 적응한 서브컬쳐 주인공처럼 됐다만 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거야.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심지어 미래에도 적응 못 할 것 같은 게 하나 있는데, 바로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순간이지.


그래, 이게 갑자기 환상들이 이야기를 늘어놓은 이유인데, 딱 그런 상황에 놓여 있었거든.



오디세이아 이야기가 길어짐에 따라 피로가 누적되고 있었지만 제대로 쉬었다는 느낌은 없었거든. 게다가 조용하고 따뜻한 방은 잠들기 딱 좋은 환경이었지. 덕분에 내 눈꺼풀이 조금씩 감기기 시작했고, 그게 사건의 시작이었어.

눈꺼풀을 들어 올리는 게 가장 힘센 사람이라는 말이 있잖아? 알다시피 그닥 힘이 세지 않은 나는 감겨오는 눈꺼풀을 감당하지 못하고 꾸벅꾸벅 졸고 있었어.

깜빡거리던 눈은 차츰 감겨있는 시간이 더 길어져갔고, 까딱거리는 목은 아래로 푹 숙인 채 멈추었으며, 머릿속은 잠들기 전에 으레 떠오르는 황당한 몽상에 지배당했지.

다음은 완전히 잠에 빠져 꿈나라로 떠날 차례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러지 못했어. 가슴에 닿은 어떤 감촉 때문에 약간이나마 잠기운이 사라졌거든. 그리고 다음 순간, 나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거대한 흉통을 느끼며 완전히 깨어났지.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그저 콜록대며 눈을 뜬 나는 고통의 근원을 찾기 위해 눈만 굴려 주위를 둘러보았어. 원인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는데, 놀란듯한 표정을 짓고 있으면서 가슴에 손을 미쳐 때지 못한 첸이 포착되었거든.


그 왜, 고양잇과 동물들은 흔히 꾹꾹이라 부르는 행동을 하잖아? 내 추측에 의하면 아마 그거였을 거야. 그걸 내 가슴에 한 거지.

하지만 그런 귀여운 꾹꾹이가 아니라 요괴의 힘을 담은 파괴적인 꾹꾹이 라는게 문제였어. 지금까지 애지중지 길러온 갈비뼈가 몽땅 부러지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의 위력이었지.


덕분에 27개의 갈비뼈 중 정말 부러진 것이 있나 점검해야만 했고, 그건 나 스스로에게 추가적인 고통을 주는 행위였지. 유감스럽게도 환상향엔 X레이가 없거든.

그동안 첸의 횡설수설을 배경음으로 깔렸어.
죄송해요, 편해 보이셔서 그런 건데 그런데 인간한텐 처음 해봐서 그런데...    알아듣긴 힘들었지.



어쨌든 그런 짧은 사건이 있었어. 다소 고통스럽긴 했으나 악의를 가진 행동도 아니었고, 내 갈비뼈도 멀쩡한걸 확인 했으니 웃어 넘길 수 있는 일이었지.

하지만 첸은 그렇게 생각 안하는것 같았어. 곧 있으면 시퍼런 칼을 든 망나니가 목을 칠 것만 같은 포즈로 무릎을 꿇고 있었거든. 표정이야 말할것도 없지.

때문에 내가 멀쩡하다는걸 어필하며 첸을 달래주어야 했어. 란에게 곁눈질을 보내며 도움을 요청해 보기도 했지만 소매로 입을 가리고 웃을 뿐 별다른 행동을 취하진 않았지. 그건 분명 초보를 보는 고수의 눈빛이었어. 너 알아서 해보라는 의도가 다분했지.

결국 기억속에서 사라져가던 청소년 심리학개론의 가르침을 어설프게 따르고 나서야 불편한 상황이 조금씩 개선되었고, 쐐기를 박을 한 마디를 준비했어.

순식간에 화제를 바꿀수 있는 치트키를 가지고 있거든.












괜찮아, 괜찮아. 나 멀쩡하다니깐?

그것보다 중요한건 길었던 오디세이아 이야기도 곧 끝난다는거야. 들어 줄거지?

... 그래! 그렇게 나와야 내가 떠들 맛이 나지.




세이레네스부터 다시 시작하자면, 인어들을 따돌린 오디세우스 일행은 소박한 잔치를 열어 자축했어. 간단한 파훼법이긴 하지만 괴물의 위협에서 살아나왔으니 기쁠만 하지.

오디세우스도 선원들 사이에서 잔치를 즐겼지만, 표정은 아주 어두웠어. 잔치나 그 주변에 어떤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었던 건 아니었고, 마치 세이레네스를 물리쳤다는 것 자체가 고민거리인듯했지.

선원들은 알 턱이 없었지만 그는 세이레네스 다음에 만날 두 괴물 때문에 심란해 하고 있었어. 때문에 세이레네스를 지나쳐 온 뒤로 줄곧 심란해 했던 거지.


그 괴물들이 너무 막강해서 그런 건 아니야. 오히려 오디세우스는 두 괴물중 한마리만 상대해도 되었고, 그 괴물들을 무사히 지나가는법 또한 알고 있었지.

하지만 진짜 문제는 과연 어느 누가 살아남아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겠냐는 것이었어.


하지만 시간은 늘 그렇듯 결정을 내릴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고 무심하게 흘러갔어. 그동안 오디세우스 일행의 배는 메시브 해협 앞에 다다랐지.

지구본좀 가져다 줄래?
고마워.


자... 보자...

여기. 여기가 메시나 해협이야. 오디세우스 일행이 또 다른 시련을 겪게 될 장소지.

메시나 해협을 거치지 않고 가려면 이 옆에 넓은 쪽으로 멀리 돌아가야 했는데, 거리는 둘째치더라도 암초가 바다 아래에 가득 도사리고 있어서 큰 배를 타고 지나다니기엔 너무 위험한 곳이었어.

그러니까, 메시나 해협이 아닌 이쪽을 통과하는 건 굳이 먼 거리를 돌아서 위험한 곳으로 들어가는 멍청한 짓이었지. 물고기밥 되기 딱 좋은 짓이야.


반면 메시나 해협의 바다는 잔잔하고 배가 드나들기 좋았어. 최소한 바다는.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이 장화처럼 생긴 땅이 이탈리아야. 그 끝의 섬은 지중해에서 가장 큰 섬인 시칠리아지.


이탈리아와 시칠리아 두 땅의 해안과 가까운 곳에 두 개의 바위기둥이 있었어.

이탈리아 쪽엔 한참 올려다보아야 할 정도로 높은 바위기둥이 있었는데, 심해부터 솟아 나왔을 정도로 엄청난 높이를 자랑한다고 해.

시칠리아 쪽엔 비교적 작은 바위기둥이 나있고, 그 앞에 무화과나무가 심어져 있었어.


이쯤 되면 눈치챘겠지만, 두 바위기둥은 그곳에 사는 두 괴물들을 상징하는 거야. 이탈리아의 바위기둥엔 난폭한 스퀼라, 시칠리아의 바위기둥은 한때 아름다웠던 여신 카리브디스를 상징했지.

처음 언급된 이름이 둘이나 나왔지?
하나씩 풀어서 설명해 볼까?



먼저 카리브디스부터 이야기하자면, 카리브디스는 칠성장어 입처럼 생긴 괴물이야. 그 크기는 카리브디스 위에서 군함 몇십척이 줄지을수 있을 정도로 거대했고, 이빨 하나하나 군함 같은 크기를 지녔지.

평소엔 잔잔한 바다 아래에 도사리고 있지만, 하루 세 번씩 수면으로 올라와 바닷물을 빨아들이고 다시 내뱉으며 숨을 쉬었어.

문제는 그 크기 때문에 숨만 쉬어도 거대한 소용돌이가 되어 영향권 내에 들어온 배들을 죄다 박살내었지. 게다가, 하루 세 번이라곤 했지만 정해진 시간이 아닌 불규칙적인 주기를 가지고 있어서 예측은 불가능했어.



그 반대편에 자리 잡은 스퀼라도 흉악하긴 마찬가지였는데, 여섯 개의 머리와 열두 개의 다리를 가진 데다 목은 뱀처럼 길고, 허리엔 세 개의 늑대 머리가 달린 흉물이지.

평소엔 바위기둥의 안쪽에서 쥐 죽은 듯이 지내다가 주변에 사냥감이 지나가면 긴 목을 쭉 뻗어 사냥감을 물어가는 방식으로 사냥을 했어. 얼마나 빠른지 날아가는 새조차 물어갔을 정도라고 해.

당연히 인간도 그 사냥감에 포함 되어 있었어.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머리가 여섯 개인지라 계속 머무르지 않는 한 일곱 명 이상의 희생자는 만들지 못한다는 거야.



그래, 오디세우스의 고민은 선택의 고민이었어.
카리브디스를 통과할 경우 행운이 따른다면 희생 없이 통과가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몰살이었지. 반면 스킬라를 선택한다면 6명은 확실하게 희생당하겠지만 남은 이들은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어.

말 그대로 진퇴양난의 상황이지. 그리고 오디세우스에겐 고민하고 있을 시간이 더는 없었어. 메시나 해협이 코앞이었으니 둘 중 하나는 결정해야 했지.


메시나 해협이 보이는 곳에 배를 멈춘 채 한참을 고민하던 오디세우스는 고심 끝에 결정을 내렸어.

스킬라를 통과하기로 말이야.

그 말은 즉 6명의 희생을 감수하기로 했다는 거지.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무력하게 선원들을 잃고 싶지 않았던 오디세우스는 모든 선원들에게 선실로 들어가 숨죽이고 있으라고 명령했어. 사람이 타지 않은 배처럼 보이면 스퀼라를 무사히 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지.

오디세우스 일행을 태운 배는 쥐 죽은 듯 조용하게, 노 조차 젓지 않고 오로지 돛에만 의지한 채 메시나 해협으로 향했어. 실제로 효과가 있었는지 스퀼라의 드높은 바위기둥 옆을 지나갈 때도 아무 일 없었다고 해.

하지만 바다 깊은 곳에서 스킬라가 나타나 그 흉측한 모습을 들어내자 상황이 달라졌어. 여섯 개의 목이 제멋대로 꺾이며 배의 겉면을 살폈고, 그 끝에 달린 얼굴은 각기 다른 기괴한 표정으로 일그러졌지.

천만다행으로 스퀼라는 사냥감을 발견하지 못하고 물러나려 했어. 하지만 운명은 스퀼라의 손을 들어주었지.

비명을 지른 거야. 스퀼라의 그 모습을 본 한 선원이.



소리에 자극된 스퀼라는 믿기 힘든 속도로 목을 뻗어 배의 창문들을 뚫고 침입했어. 여섯 개의 머리들이 배 안을 헤집으며 여섯 명의 선원들을 물고 바닷속으로 사라졌지.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선원들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혼란에 빠져 있었어. 때문에 옆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오디세우스의 말에 최면이라도 걸린 듯이 따랐지. 전속력으로 노를 저으라는 외침에 말이야.


스킬라의 바위기둥이 점차 희미해질 정도로 거리를 벌리고 나서야 선원들은 자신의 주위를 또렷하게 인식할 수 있었어. 순식간에 동료들을 잃었다는 사실 또한 금방 알 수 있었지.

자리에서 일어난 선원들은 난장판이 된 선실을 뒤지며 돌아오지 않을 동료의 이름을 부르고 그들을 찾아다녔어.

그 사이엔 오디세우스가 서있었어. 그는 잠깐 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는데, 할 말이 없거나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숨을 고르기 위해서였지.

곧 그의 입이 열렸어.
그는 고향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계속 가야 한다고 말했지.

그 말에 선원들은 마음을 다잡고 각자의 자리로 향했다고 하는데, 아마 이 시점까지 살아남은 선원들은 동료의 죽음이 주는 슬픔을 딛고 일어날 수 있을 정도로 노련해 졌을거야.



어쨌든, 살아남은 선원들은 계속해서 나아갔어. 오디세우스의 말처럼 이타카에 거의 다 도착한 시점이기도 했는데, 내가 알기론 메시나 해협에서 이타카까지의 거리가 약 500km쯤 되거든.

물론 트로이에서 이타카까지의 거리도 그쯤 되지만 그건 직선거리일 때의 이야기고, 에게 해의 수많은 섬들을 피해 우회하면 1200km 가까이 늘어날 수 있지.

반면 이탈리아와 이타카 사이의 바다인 이오니아 해는 섬이 적은 탓에 우회할 필요 없이 직선으로 500km였어. 정말 가까워진 거지.


... 음, 이야기가 조금 샌 것 같네.

다시 오디세이아로 돌아가서, 오디세우스 일행은 순항을 이어가고 있었어. 이번에야말로 고향에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돌았지만, 느슨해진 선원들에게 다시금 긴장감을 주는 소식이 들려왔지.

그 소식이란 다름 아닌 폭풍의 징조가 발견됐다는 것이었어. 에우릴로코스를 통해 소식을 전해 들은 오디세우스는 근처의 섬에 배를 정박하고 폭풍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기로 결정했지. 선원들의 피로도 많이 쌓여있었고, 열 명도 채 남지 않은 인원으로 폭풍 속의 항해는 무리였거든.


방향을 돌려 섬을 향해 나아간 일행들은 섬에 상륙하기도 전에 소와 양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 건강한 가축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뜻이었지.

본격적으로 섬에 내린 뒤엔 두 눈으로 섬의 모습을 볼수 있었어. 넓은 들판과 호수가 펼쳐진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지만 한편으론 공허했다고 하는데, 아마 나무 한그루 없이 평지였던 모양이야.

물론 소와 양도 많았지. 상륙하기 전부터 소리가 들려왔으니 일행들은 그것에 놀라워하지 않았어. 하지만 황금으로 장식된 대리석 암각문은 놀라운 발견이었지. 그건 소리를 안내거든.


암각문에 새겨진 단어는 아주 단순한 사실을 전하고 있었어. 섬의 이름은 트리나키아 이며, 태양의 신 헬리오스가 목장 삼은 섬이니 이곳의 가축에 손을 대면 좋은 꼴 못 볼 거라고.

간단한 메시지였지. 소, 건든다, 너 죽는다.
때문에 선원들은 일찌감치 가축을 잡아 식량을 보충하겠다는 생각을 접었어. 태양신의 가축을 죽였다간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르니까.

게다가 아직 키르케가 챙겨준 음식이 남아있었으니 소를 잡아야 할 큰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어. 물론 식량을 보충한다면 좋긴 하겠으니 아쉬울 뿐이지.

하지만 아무도 트리나키아에 갇히게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어.



이틀이면 폭풍이 그치고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나날이 기세를 더해갔어. 마치 누군가가 오디세우스 일행을 트리나키아에 가두기 위해 폭풍에 장작을 넣는듯했어. 그 누군가는 분명했지.

게다가 내일이면, 모레면 떠날 수 있을 거란 낙관이 쌓여가며 계속 불어난 결과 섬에 한 달을 갇혀있게 되었고, 결국 식량마저 바닥을 보였지.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가자, 선원들 사이에서 먹을 수 없는 어떤 물질쯤으로 생각하던 소들을 잡자는 목소리가 나왔어. 다름 아닌 에우릴로코스의 제안이었는데, 지금 당장 굶어 죽게 생겼으니 일단 소를 잡아 배를 채우고 헬리오스에게 제사를 올리면 될 거라는 주장이었지.


꽤나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문제는 헬리오스가 속 좁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신이었다는 거야.

오디세우스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찬성하지 않고 뜯어말렸어. 소를 잡으면 절대 무사하지 못할 거라고, 고향에 돌아갈 수 없을 거라고 설득해야 했어.

하지만 주린 배는 그 어떤 강인한 의지도 꺾는 법. 더 이상 오디세우스의 의견에 동조하는 선원은 남아있지 않았지.


한바탕 언쟁이 있던 날의 늦은 밤, 오디세우스와 에우릴로코스를 포함한 모든 선원들이 모닥불 근처에 누워있었어. 깊은 잠에 빠진듯한 모습이었지만 실제로 그러한 건 오디세우스뿐이었지.

잘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선원들은 하나 둘 조심스럽게 일어나 눈빛을 주고받았어. 그리곤 조용히 양과 소들이 모인 들판으로 숨죽여 걸어갔지.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멀어진 선원들은 근처의 소에게 다가가 칼을 뽑았고, 송구스러운 기분이 들었던 에우릴로코스는 하늘을 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어.
미안하오, 오디세우스. 우린 당신만큼 강하지 않소.

곧 번뜩이는 칼날은 푸른 초원을 소의 피로 적셨어.




다음날, 아무것도 모르는 오디세우스가 눈을 떴어. 평범한 아침이었고, 여전히 굶주려 있었지. 하지만 큰 변화는 찾을 수 있었는데, 바로 폭풍이 사라졌다는 거지.

만약 오디세우스가 소를 잡는 것에 동참했다면 꺼림칙함을 느꼈을 법도 하지만 단어 그대로 꿈에도 몰랐던 그는 잠들어 있는 선원들을 발로 차며 급하게 깨웠어. 소 잡느라 밤늦게 잠든 그 선원들 말이지.

그 선원들은 졸음을 깨기도 전에 반강제적으로 임시 거처를 정리한 뒤 배에 올랐고, 졸음이 깰 때쯤엔 바다로 나와있었지.


한편, 그 모습을 지켜보는 두 신이 있었어. 천둥, 번개, 하늘, 왕의 신인 제우스와 태양의 신 헬리오스였지.

자신의 소가 죽은 것을 알게 된 헬리오스는 노발대발하며 저것들을 다 죽여버리겠노라 날뛰었고, 제우스에게 달려가 허락을 받아내려 했어.

사람 몇 명 죽이는 건 신들에겐 별 대수로운 일이 아니긴 하지만 오디세우스는 예외였지. 몇몇 신들은 그의 귀향길에 큰 흥미를 가졌거든. 조금 다른 의미의 흥미를 가진 포세이돈과는 달리 제우스는 정말 흥미를 가지고 있었어.

때문에 헬리오스가 제우스의 허락을 받아내려 했던 거지. 최근에 찾은 그 오락거리를 없애야겠다고 말이야.

사실 허락을 구하려 했다 하기도 뭣한데, 거절하면 저승에 태양을 띄우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거든. 본래 태양이 뜨지 않는 저승에 태양이 떠오르면 엄청난 혼란이 생길 테니, 그건 협박이나 마찬가지였어.


당연히 제우스는 영 달갑지 않았고, 헬리오스를 설득한 끝에 그들이 바다로 나가면 제우스가 직접 번개를 날려 벌하기로 한 거야. 지금이 딱 그런 때였지.


제우스는 손을 높이 들었어. 그러자 신들도 귀를 막고 눈을 감게 만드는 굉음과 번갯불이 나타났고, 그것을 오디세우스의 배를 향해 던졌어.

천지를 울리고 지구 반대편의 어둠마저 밝혀낼 듯 강렬한 벼락이 눈 깜빡하는 것보다 빠르게 배를 강타했고, 배는 판자 단위로 산산조각 났으며 선원들은 영문도 모른 채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었어.

살아남은 몇몇 선원들은 바다에 빠져 허우적댔지만 곧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았지. 오로지 오디세우스만이 멀쩡한 궤짝을 붙잡고 살아남을 수 있었어.

제우스는 오디세우스 만이라도 살아남길 원했고, 아주 정밀하게 조절된 번개를 던진 거야. 헬리오스 또한 소를 죽이지 않았던 그에겐 별 관심이 없었지.



그렇게 궤짝 하나에 의존해 파도와 바다에 맞서길 몇 시간, 결국 탈진해버린 오디세우스는 의식을 잃고 말아.

하지만 그의 질긴 운명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고, 어떠한 섬의 해변에 닿게 되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ㅔ... 안녕하세오.. 늦었네오...

가족에 좀 골치아픈 일이 생겨서 늦었어오
완성은 해놓고 올리지를 못하고 있었지오

그런 이유로 다음편까지 이미 완성이 되어있어오
근데 조금 다듬어야 해서 바로 올리지는 않겠지만 별일 없으면 오늘 올라갈것 같아오

중간에 쓰인 사진은 위키피디아에서 빌려왔슴다


중간에 트로이와 이타카 간의 거리, 메시나 해협과 이타카 간의 거리를 묘사한 장면이 있는데, 에게 해의 섬들을 우회하느라 거리가 길어진다는건 반만 맞는 말이고 실제론 보이는 건처럼 그리스의 툭 튀어나온 부분을 우회하기 위해 늘어나는 거에오

저기가 그 유명한 스파르타가 있는 곳이기도 해오

직선거리는 이정도지오

반면 메시나 해협은 이정도가 나와오

결국 도착하진 못했지만 정말 다 온거나 마찬가지였어오

정박 직전이었던 아이올로스때와 비교하면 멀긴 하네오



이야기꾼 시리즈 모음
https://arca.live/b/textgame/26977263